에메르송 로얄Getty Images

'콘테볼' 토트넘, 첫 경기에서 달라진 전술적 포인트는?

[골닷컴] 김현민 기자 = 토트넘 신임 감독으로 부임한 안토니오 콘테가 짧은 시간 속에서도 본인의 전술적인 색채를 강하게 드러내며 감독 데뷔전을 3-2 승리로 장식했다.

토트넘이 핫스퍼 스타디움 홈에서 열린 비테세와의 2021/22 시즌 UEFA 유로파 컨퍼런스 리그 32강 조별 리그 4차전에서 3-2 신승을 거두었다. 이와 함께 토트넘은 2승 1무 1패 승점 7점으로 비테세(2승 2패 승점 6점)를 제치고 스타드 렌(3승 1무 승점 10점)에 이어 G조 2위로 올라서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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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기는 이탈리아 명장 콘테의 토트넘 감독 데뷔전으로 많은 관심을 집중시켰다. 지난 주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프리이머 리그(이하 PL) 10라운드에서 0-3 대패를 당하며 6위에서 9위로 추락한 토트넘은 누누 산투 감독을 경질하고 현지 식나 11월 2일에 콘테를 새 감독으로 임명하기에 이르렀다.

콘테는 토트넘 지휘봉을 잡자마자 그 동안 팀이 즐겨 사용하던 4-3-3 포메이션이 아닌 본인이 선호하는 3-4-3을 가동했다. 해리 케인이 최전방 원톱에 위치한 가운데 손흥민과 루카스 모우라가 이선에서 공격 지원에 나섰다. 세르히오 레길론과 에메르송 로얄이 좌우 측면을 책임졌고,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와 올리버 스킵이 더블 볼란테(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지칭하는 포지션 용어)를 구축했다. 에릭 다이어를 중심으로 벤 데이비스와 크리스티안 로메로가 좌우에 서면서 스리백을 형성했고, 골문은 우고 요리스 골키퍼가 지켰다.

토트넘 선발 라인업 vs 비테세http://lm3.cloud.opta.net/index.html?season=2021&competition=1125&match=2244857

콘테 감독 부임 효과 때문인지 토트넘은 초반 의욕적으로 공격에 나서며 비테세의 골문을 위협했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호이비에르의 크로스를 모우라가 헤딩 슈팅으로 가져갔으나 골대를 벗어났다. 이어서 1분경, 로메로의 가로채기에 이은 전진 패스를 받은 손흥민이 드리블로 수비 한 명을 제치고 슈팅을 가져간 게 골키퍼 선방에 막히면서 아쉽게 득점 기회가 무산됐다.

비테세도 10분경이 지나면서 응수에 나섰다. 먼저 11분경, 공격형 미드필더 니콜라이 바덴 프레데릭손의 슈팅이 골대를 살짝 빗나갔다. 이어서 비테세는 13분경 지난 토트넘과의 3차전에서 골을 넣으며 1-0 승리를 견인했던 왼쪽 윙백 막시밀리안 비텍의 측면 돌파에 이은 슈팅이 골대를 맞고 나가는 불운이 있었다.

위기 뒤에 찬스라고 했던가? 실점 위기에서 벗어난 토트넘은 곧바로 먼저 골을 넣으며 앞서나갔다. 모우라의 돌파에 이은 슈팅을 상대 골키퍼가 선방하고선 쳐낸 게 케인과 비테세 중앙 수비수 리체들리 바주르를 연달아 맞고 흘러나갔고, 이를 골문으로 쇄도해 들어오던 손흥민이 논스톱 슈팅으로 골을 성공시킨 것.

손흥민OptaJoon

기세가 오른 토트넘은 21분경에 케인의 드리블 돌파에 이은 패스를 레길론이 땅볼 크로스로 연결한 걸 손흥민이 받아서 수비를 드리블로 제치고는 슈팅을 가져간 게 골대를 강타하는 불운이 있었다. 하지만 다시 이어진 공격 찬스에서 케인의 전진 패스를 받은 모우라가 골키퍼와 일대일 찬스에서 차분하게 골을 넣으며 점수 차를 벌려나갔다.

이어서 토트넘은 28분경, 손흥민의 전진 패스에 이은 레길론의 땅볼 크로스를 공격에 기습적으로 가세한 데이비스가 케인에게 패스를 준다는 게 태클을 들어온 비테세 수비수 야콥 라스무센 맞고 자책골로 연결되는 행운마저 따랐다.

하지만 비테세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비테세는 31분경, 수비형 미드필더 손드레 트론스타드의 과감한 중거리 슈팅이 요리스 골키퍼의 손끝 선방에 막였다. 곧바로 이어진 코너킥 공격 찬스에서 비텍이 올린 걸 자책골의 주인공이었던 라스무센이 다이어와의 몸싸움에서 이겨내면서 헤딩 슈팅으로 골을 넣었다. 다시 7분 뒤(38분)에 모우라의 패스를 가로챈 비테세 공격형 미드필더 얀 그보호가 패스를 내주었고, 이를 수비형 미드필더 마투스 베로가 논스톱 슈팅으로 골을 넣으며 맹추격에 나섰다.

손흥민Tottenham Hotspur

후반 들어 비테세의 공세가 시작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토트넘은 이미 37분경에 옐로 카드를 한 장 받았던 로메로가 후반 14분경에 2번째 옐로 카드를 받으면서 경고 누적 퇴장을 당하는 악재까지 발생했다. 이후 경기는 후반 26분경까지 베테세의 일방적인 공세 속에서 진행됐다. 실제 비테세는 이 경기에서 시도했던 전체 슈팅 16회 중 무려 10회를 후반 시작부터 26분경 사이에 기록했을 정도였다.

이에 콘테 감독은 후반 27분경에 손흥민과 모우라, 스킵을 빼고 중앙 수비수 다빈손 산체스와 미드필더 탕기 은돔벨레, 그리고 또다른 미드필더 해리 윙크스를 투입하면서 수비 강화에 나섰다. 이는 주효했다. 토트넘은 3장의 교체를 동시에 사용한 이후 비테세에게 단 하나의 슈팅도 허용하지 않을 정도로 수비적으로 안정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에 더해 토트넘은 후반 36분경에 비테세 수비수 다닐호 도에키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을 당한 데 이어 경기 종료 5분을 남기고 비테세 골키퍼 마르쿠스 슈베르트마저 페널티 박스 바깥으로 수비 커버를 나왔다가 핸드볼 반칙을 범해 퇴장을 당하면서 수적 우위를 잡아나갔다. 이대로 경기는 토트넘의 3-2 승리로 막을 내렸다.

안토니오 콘테Tottenham Hotspur

아직 콘테 감독이 부임하고 이틀 밖에 팀 훈련을 하지 않은 만큼 이 경기만으로 평가를 내리기는 다소 이른 감이 있다. 그럼에도 비테세전을 통해 안 그래도 개성이 강하기로 유명한 콘테 감독의 전술적 색채를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먼저 콘테 감독은 스리백 전술을 고집할 뿐 아니라 이전까지 토트넘 주전 센터백이었던 산체스가 아닌 왼쪽 측면 수비수를 주로 수행하던 데이비스를 선발 출전시키면서 좌우 센터백으로 왼쪽엔 왼발잡이를, 오른쪽엔 오른발잡이를 배치하는 정발형 배치를 선호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스리백으로부터의 빌드업을 강조하고, 적극적인 공격 가담도 주문하는 모습이다. 이 과정에서 손흥민의 첫 슈팅(1분)이 로메로의 전진 패스에서 나왔고, 토트넘의 3번째 골이었던 라스무센의 자책골이 데이비스의 기습적인 페널티 박스 침투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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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좌우 윙백들을 공격적으로 활용한다. 이러한 전술적인 변화의 수혜자가 바로 에메르송이었다. 그는 공격적인 오버래핑을 자주 감행하며 토트넘의 측면 공격에 힘을 실어주었다. 이 과정에서 그는 23분경, 수비 진영에서 빠른 속도를 살린 드리블로 상대 선수 두 명을 제치는 명장면을 연출해냈다(하지만 전진 패스 타이밍이 다소 늦게 이루어지면서 손흥민의 골은 오프사이드 반칙으로 취소됐다).

에메르송 효과는 토트넘의 공격 방향 비율을 보더라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하단 그래프 참조). 이 경기에서 토트넘은 무려 48.9%에 달하는 공격을 우측면에서 전개했다. 반면 왼쪽 측면 공격은 26.9%에 불과했다(중앙은 24.2%). 에메르송의 콘테 감독 전술의 새로운 수혜자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주기에 충분한 모습이었다.

게다가 비록 퇴장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3장의 교체 카드를 동시에 활용하면서 수비 불안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는 용병술도 인상적인 점이었다.

토트넘 공격 방향 비율 vs 비테세OPTA
토트넘 공격 방향 비율 vs 비테세

다만 개선이 필요한 부분도 있었다. 먼저 호이비에르와 스킵으로 구성된 토트넘 중원은 볼배급에 다소 아쉬움이 있었다. 호이비에르는 적극적으로 공격에도 가담하고 하면서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보여주었으나 스킵이 부진한 편에 속했다. 그렇다고 해서 스킵 대신 은돔벨레나 조바니 로 셀소를 선발로 쓰기엔 수비 가담이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있다. 이래저래 호이비에르 파트너를 놓고 많은 고민에 빠지게 될 것으로 보이는 콘테 감독이다.

수비 불안 문제도 여전했다. 토트넘은 이 경기에서도 또 다시 멀티골을 허용하면서 이번 시즌 공식 대회 18경기 중 8경기에서 2골 이상을 실점하는 문제를 노출했다. 세트피스 수비 불안도 여전했다.

토트넘Squawka Football

스리백 개개인의 경기력도 불합격점에 가까웠다. 다이어는 몸싸움에서 밀리면서 비테세에게 추격하는 골을 헌납했다. 볼경합 승률은 40%에 불과했고, 공중볼 경합 승률은 33.3%로 처참한 수준이었다. 데이비스 역시 자주 소유권을 내주는 우를 범하며 불안감을 안겨주었다. 그나마 스리백들 중 가장 수비적으로 견실했던 로메로는 퇴장을 당하고 말았다.

물론 콘테 감독이 부임하고 이틀 밖에 훈련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는 있다. 이제 선수들에 대해 하나하나 알아가는 시간이다. 게다가 지속적인 훈련을 통해 스리백 및 전술 숙련도가 올라간다면 토트넘 선수들의 경기력이 괘도에 올라설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다만 2021년이 끝나는 시점까지 콘테의 눈높이에 도달하지 못하는 선수들이 있다면 콘테는 즉각적으로 방출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취하면서 2022년 1월 이적시장에서 새로운 선수 보강에 나설 것이 분명하다.

안토니오 콘테Tottenham Hotsp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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