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지난달 KFA와 K리그는 두 차례에 걸쳐 통합 중계권자 선정을 진행했으나, 협회와 연맹이 마지노선으로 정한 250억 원에는 아무도 입찰하지 않았다. 보도에 따르면, 대부분의 관련업체들이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연간 250억 원이라는 금액으로는 입찰할 수 없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물론 관심은 당연히 있겠지만, 선뜻 나설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2019시즌에는 많은 이들이 축구장에 찾아갔고, 여러가지 스토리와 많은 관심이 있었다. 하지만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일까?
먼저 한국의 프로축구 중계 현황에 대해서 살펴보자. K리그의 경우 네이버, 다음 등 온라인 포탈을 통해 전 경기 생중계 시청 가능하다. 어떠한 특정 사이트나 채널에 돈을 주고 가입할 필요가 없다. 주요 경기는 TV 스포츠 채널 등에서 생중계를 한다. 이 또한 특별히 프로축구 경기를 보기 위해서 별도의 가입비를 내거나, 경기당 시청료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 그냥 찾아서 보기만 하면 된다. 그마저도 시청률이 그렇게 높지는 않다. 시청률이 높지 않기 때문에, 방송국에 광고가 붙지 않고, 붙더라도 단가는 낮다.
치킨집, 호프집 등 사익을 추구하는 공간에서 대중에게 프로축구 경기를 보여주더라도, 사업자들로부터 돈을 내지 않는다. 경기 수도 많지 않고, 많은 시청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페이 퍼 뷰(Pay per view: 돈을 지불하여 특정 방송을 시청하는 것)를 할 수 없고, 시청료 자체가 아닌 중계 사이의 광고만으로 중계권 비용을 충당해야 하기 때문에, 높은 비용을 충당할 수 없는 것이다.
이와 같은 시장의 현실에서 K리그 2의 한 개 구단이 통합 광고 및 방송 중계 판매수입으로 K리그로부터 겨우 연간 6천만원(부가세 별도) 받는 수준에 그치게 만든다. 이렇게 수익성이 너무 낮기 때문에, 기업구단 및 시민구단 모두 모기업 및 지자체로부터 연간 평균 100억원 정도의 지원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해외 사례와 비교해 보자. 아래는 Deloitte Football Money League 2019년 자료에서 발췌한 정보다. 잉글랜드의 딜로이트 컨설팅 스포츠 레저 사업부에서는 매년 축구산업과 관련된 자료를 두 가지 발간한다. Annual Review of Football Finance와 Football Money League이다. 하나는 전세계 축구산업과 리그의 한 해 성장과 특이점을 분석해주고, 다른 하나는 20개 정도의 유럽 메이저 구단의 재무 및 마케팅 성과를 분석한 것이다. 아래는 풋볼 머니 리그의 결과 중에 5대 메이저리그 (잉글랜드,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각 리그별 매출 1위 클럽 정보이다. 프로축구단의 주요 수입원은 매치데이(홈 경기 티켓 판매 등), 중계권, 커머셜(광고, 홍보 수입 등)로 이루어지는데, 그 중에 중계권 수입이 25~45% 정도 차지한다. 유럽의 메이저 중에서도 리그 최대 매출을 자랑하는 구단이라 반문할 수 있지만, 위의 5개 리그 모두 리그가 벌어들이는 중계권 수입을 균등하게 가져간다. 물론 아래 클럽들은 유럽대항전에 출전해서 받은 추가 중계권 수입이 포함되어 규모가 더 클 수는 있으나, 리그에서는 균등한 중계권 수익이 나온다.

위와 같은 환경을 갖추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단순하게 협회와 연맹이 250억을 받으려고 했는데, 준비가 미흡해서 안되었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근본적인 시장 구조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닌지 한번 따져봐야 한다.
스포티비에서 프리미어리그 중계권을 확보하고 페이 퍼 뷰(Pay-per-view)를 시도한 적이 있었으나, 과도한 여론의 질타를 받은 적이 있다. (물론 지금은 일부 경기에 한해 유료 방송을 한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누군가 비싼 돈을 주고 중계권을 매입했다면, 그 이상의 수익을 얻으려고 노력하는 게 투자의 기본 이치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건 자선사업이고,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한국의 모든 경제 주체는 독자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자아를 실현하기 위해 경제생활을 영위한다. 대부분 파산하지 않고, 잘 살아가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한다. 이런 중계권을 팔고 사는 행위는 개인 경제 단위에 비해 파이가 더 커진 것뿐이다. 축구팬이 개인 경제를 경영할 때, 타인을 위해 마냥 자선사업만 할 수 없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스카이스포츠 캡처유럽을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유럽 축구를 시청하기 위해서는 연간 시청료를 부담할 수밖에 없다. 위 이미지는 프리미어리그 중계권자인 스카이 스포츠의 개인 시청자 첫 화면이다. 프리미어리그 및 프로리그 경기를 보려면 월 6만원 정도를 내야 하고, 그마저 최소 1년 6개월을 가입해야만 할인을 해주는 가격이다. 치킨집, 호프집에서는 사업자용 시청료를 정액제로 내야만 중계를 보여줄 수 있다. 중계권자에게는 이런 매출이 모여, 프리미어리그 및 프로리그 중계권 비용으로 매년 4조 원을 지불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프리미어리그의 경우 각 구단이 연 평균 1천 5백억 원의 중계권 수입을 리그로부터 지급받는다. 이런 수입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를 영입하고, 클럽을 운영할 수 있다.
반면 K리그는 지자체의 세금이나, 모기업의 지원을 통해 클럽 운영비의 거의 대부분을 조달한다. 정상적인 시장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구조이다. 팬들이 정당하게 돈을 내 프로 스포츠 산업을 성장시키고, 점점 더 많은 팬이 모이면, 그 팬들에게 마케팅을 하기 위한 기업이나 미디어가 추가로 투자를 하는 등의 정상적인 순환이 일어나야 한다. 하지만 그런 구조가 아닌 상황에서, 이번 KFA 및 K리그라는 컨텐츠 판매업자가 연간 250억 원의 가치를 인정해 달라고 시장에 요청하는 모양이 된 것이다.
현재 K리그 구단 중 유일하게 대구FC만 유료 좌석 매진을 기록하고 있다. 대구 팬들처럼, 타 지역 구단 팬들도 그렇게 지역 스포츠 산업을 살려야 한다. 그래야 후원사가 붙고, 모기업의 후원만이 아닌 연고지 지자체의 세금이 아닌, 미디어가 자금을 태워 중계권 수입으로 선수를 영입할 수 있는 정도의 환경이 될 수 있다.
가까운 일본의 J리그가 DAZN과 연간 2천억원 규모로 총 10년의 중계권 계약을 했다. J리그 경기를 보려면 모바일, TV, 인터넷 등 가리지 않고 시청료를 내야 한다. 한국에서는 연간 250억 원이 과하다고 하면서, 축구 경기를 돈 주고 볼 준비가 과연 되어 있는가? 우리 자신에게 물어봐야 할 시점이다.
*필자는 인디애나 대학교 켈리 비즈니스 스쿨 경영학부에서 재무학을 전공, 리버풀 축구산업 대학원을 졸업하였고, 2006년부터 7년 간 대한축구협회 기획실, 발전기획팀, 기술교육국에서 근무하였다. 부산아이파크 홍보마케팅 실장도 역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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