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h Myong-JinKFA

실패한 고명진 측면 배치, 포지션 파괴는 이제 그만

[골닷컴] 김현민 기자 = 대한민국 대표팀이 시리아와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최종예선 7차전에서 고전 끝에 1-0 승리를 거두었다. 이 경기에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재차 포지션 파괴에 나섰으나 이는 또다시 실패로 돌아갔다.


주요 뉴스  | '백전노장' 데포, 英 스포츠 1면을 도배하다


# 고명진 측면 배치, 실패로 돌아가다

슈틸리케 감독은 매번 4-2-3-1 포메이션에 점유율 축구만 고집한다는 비난을 의식이라도 한 듯 시리아전에 4-1-4-1로 포메이션을 변경했다. 가장 큰 변화는 바로 측면 배치에 있었다. 구자철과 함께 남태희를 4명의 이선 미드필더들 중 중앙에 배치하면서 소속팀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뛰고 있는 고명진을 측면에 포진시킨 것. 

기사는 아래에 이어집니다

슈틸리케 감독은 고명진 측면 배치에 대해 "왼발잡이 고명진을 오른쪽에 배치해 중앙으로 치고 들어오면서 상대 뒷공간을 파고 드는 데에 능한 황희찬에게 많은 패스를 제공하게 하려는 의도였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철저히 실패로 돌아갔다. 고명진을 측면에서 뛰는 동안 이렇다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경기 내내 겉도는 인상이 강했다. 슈틸리케 감독의 의도대로 패스를 많이 한 것도 아니었다. 실제 고명진은 측면에서 뛰는 30분 동안 단 14회의 패스에 그쳤다. 슈팅은 고사하고 키 패스와 크로스 역시 전무했다. 무엇보다도 공격 진영에서의 패스 성공률은 57.1%로 처참한 수준이었다. 

Ko Myong-jin PassOPTA

이에 슈틸리케 감독은 30분을 기점으로 고명진을 기성용과 함께 수비형 미드필더로 배치하면서 4-2-3-1 포메이션으로 전환했다. 그럼에도 고명진의 플레이는 나아지지 않았다. 위축된 모습이 역력했다. 결국 고명진은 54분경, 선발 출전 선수들 중 가장 빨리 한국영으로 교체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한국영이 교체 투입되자 한국의 공격은 기성용을 중심으로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했다. 한국영이라는 든든한 보디가드가 옆에 서자 기성용은 수월하게 패스 플레이를 주도할 수 있었고, 수비 부담을 덜은 채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설 수 있었다. 60분 이전까지 기성용의 공격 세부 스탯은 코너킥 상황에서 기록한 슈팅 1회가 전부였으나 이후 30분을 뛰면서 2회의 슈팅과 2회의 키패스를 기록한 기성용이었다.

볼 경합 승률도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실제 한국은 고명진이 뛰는 동안 볼 경합 승률에서 41%로 시리아에 크게 열세를 보이고 있었다. OPTA에서 제공하는 히트맵을 보면 마치 홍해가 갈라지듯 중앙에 일직선으로 길이 뚫려있는 모습을 확연하게 볼 수 있을 정도였다(하단 사진 참조). 그나마 한국영이 교체 투입되면서 한국의 볼 경합 승률은 상승곡선을 그리면서 51%로 경기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Korea Rep Heat Map vs SyriaOPTA

이는 한국영의 개인 스탯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영은 36분을 뛰는 볼 경합 승률 87.5%라는 준수한 수치를 올렸다. 특히 태클과 공중볼 경합 승률은 100%였다. 패스 횟수도 30회로 고명진이 54분을 뛰는 동안 기록한 패스 횟수와 동일했다.


주요 뉴스  | '월드컵 예선 28경기 무패' 독일을 누가 막나


# 또 다시 반복된 즉흥적인 포지션 파괴

마치 리플레이를 보는 느낌이었다. 단지 위치가 오른쪽 측면 수비수에서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 바뀌었을 뿐이다. 

그 동안 슈틸리케 감독은 오른쪽 측면 수비수로 원래 포지션이 센터백인 장현수를 배치하다 고전했던 적이 종종 있었다. 전문 측면 수비수가 아니다 보니 공격 지원이 전무했고, 이는 한국 대표팀의 공격 폭을 좁히는 문제로 작용했다. 장현수 스스로 "중앙에서 뛰는 걸 더 선호하는 게 사실이다"라고 토로했을 정도. 

그럼에도 슈틸리케 감독은 시리아전에 또 다른 포지션 파괴를 단행했고, 이는 이번에도 실패로 작용했다. 

슈틸리케 감독과 같은 국적의 요아힘 뢰브 독일 대표팀 감독과는 크게 대비되는 모습이다. 뢰브는 기본적으로 클럽에서의 포지션을 그대로 대표팀에 가져왔다. 과거 필립 람은 소속팀에서 오른쪽 측면 수비수로 뛸 때면 대표팀에서도 오른쪽을, 소속팀에서 왼쪽 측면 수비수로 뛸 때면 대표팀에서도 왼쪽 측면을 담당했다. 엠레 찬 역시 브랜던 로저스가 리버풀 감독직을 수행하던 당시 소속팀에서 주로 측면 수비수로 뛰면서 자연스럽게 대표팀에서도 측면 수비수 역할을 담당했으나 위르겐 클롭 감독이 리버풀 지휘봉을 잡으면서 중앙 미드필더로 고정되어 뛰자 지난 잉글랜드와의 평가전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했다.

물론 뢰브도 포지션 파괴를 통해 재미를 본 사례가 있긴 하다. 지난 EURO 2016 본선에서 오른쪽 측면 수비수로 변신해 재미를 본 요슈아 킴미히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하지만 슈틸리케처럼 즉흥적인 선택은 아니었다. 뢰브는 유로 2016 본선을 앞두고 선수단이 소집되자마자 대회 시작 전까지 2주 동안 킴미히에게 오른쪽 측면 수비수 연습을 시켰다. 일찌감치 킴미히 풀백 가동을 준비했음에도 정작 북아일랜드와의 조별 리그 3차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킴미히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반면 슈틸리케의 경우 감독 본인 스스로 토로했다시피 2~3일의 소집 훈련 뒤에 중국 원정 경기를 가졌고, 5일 뒤 한국에서 시리아전을 치렀다. 훈련 시간이 현격히 부족할 수 밖에 없었다. 이 와중에 고명진은 중국전에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했다가 곧바로 시리아전엔 익숙하지 않은 측면으로 나섰다. 혼란스럽지 않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 준비되지 않은 즉흥적인 포지션 파괴는 결국 파국으로 치닫기 마련이다.

Koh Myong-JinKFA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