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anluigi Donnarumma Ballon d'Or Rankings GFXGetty/Goal

'승부차기 5전 전승' 돈나룸마, 신흥 PK 제왕으로 등극하다

[골닷컴] 김현민 기자 = 이탈리아 수문장 잔루이지 돈나룸마가 유로 2020 준결승전에 이어 결승전에서도 승부차기의 마지막 승자로 우뚝 서면서 페널티 킥의 제왕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탈리아가 웸블리 구장에서 열린 잉글랜드와의 UEFA 유로 2020 결승전에서 연장전 포함 120분 동안 1-1 동률을 이루었고, 결국 승부차기에서 3-2로 승리했다. 이와 함께 이탈리아는 유로 1968 이후 53년 만에 유로 우승을 차지했다. 메이저 대회 기준으로는 2006년 독일 월드컵 이후 15년 만의 우승이다.

돈나룸마는 정규 시간과 연장전까지 120분 동안 안정적인 골키핑을 자랑했다. 특히 196cm의 장신을 살려 제공권을 장악하면서 잉글랜드의 강점 중 하나인 세트피스 공격을 무력화했다. 이탈리아는 경기 시작 2분 만에 기습적인 실점을 허용하며 경기 초반 흔들리는 기색이 역력했으나 돈나룸마 골키퍼와 수비진의 단단한 수비 덕에 이내 안정감을 되찾았고, 결국 후반전 22분경에 동점골을 넣으며 승부차기까지 경기를 이어갈 수 있었다.

승부차기에서 이탈리아 첫번째 키커 도메니코 베라르디와 잉글랜드 첫번째 키커 해리 케인이 사이좋게 페널티 킥을 성공시킨 가운데 이탈리아 2번째 키커 안드레아 벨로티의 킥이 픽포드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이어서 잉글랜드는 2번째 키커 해리 매과이어가 호쾌한 슈팅으로 골을 넣으며 승부차기 스코어에서 2-1로 앞서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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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탈리아 3번째 키커 레오나르도 보누치가 차분하게 골을 넣은 가운데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이 승부차기를 위해 경기 종료 직전에 투입한 마커스 래쉬포드가 잔발을 재고 들어오면서 타이밍을 뺏은 후에 슈팅을 가져가려고 했으나 돈나룸마는 이에 현혹되지 않고 움직이는 척을 하다 멈춰섰다. 이에 평정심을 잃은 래쉬포드는 지나치게 구석으로 차려다 골대를 강타하면서 실축하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이탈리아 4번째 키커 도메니코 베르나르데스키가 강심장처럼 골키퍼 정면으로 슈팅을 가져가면서 골을 넣었고, 이어진 잉글랜드의 4번째 키커로 이번에도 또다시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승부차기를 위해 경기 종료 직전 투입한 제이든 산초가 나섰다. 산초 역시 한번 멈칫하다가 슈팅을 하는 과정에서 어깨가 먼저 열렸고, 이를 통해 방향을 읽은 돈나룸마가 선방해냈다.

이대로 이탈리아의 5번째 키커 조르지뉴가 골을 넣으면 승패를 갈라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조르지뉴의 슈팅을 잉글랜드 수문장 조던 픽포드가 선방하면서 돈나룸마가 다시 한 번 골대 앞에 섰다. 잉글랜드의 마지막 키커는 이 경기 출전 선수들 중 최연소인 2001년생 만 19세 부카요 사카였다. 사카는 강하게 슈팅을 가져갔으나 이 역시 돈나룸마 골키퍼가 선방하며 피날레를 장식했다. 돈나룸마가 승부차기의 영웅으로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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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돈나룸마는 이 경기 이전까지 소속팀 AC 밀란에서 2016년 유벤투스와의 수페르코파(이탈리아 슈퍼 컵)와 2017/18 시즌 라치오와의 코파 이탈리아 준결승전(이탈리아 FA컵), 그리고 2020/21 시즌 포르투갈 구단 히우 아베와의 유로파 리그 플레이오프에서 승부차기 3전 전승을 기록한 바 있다. 총 3번의 승부차기에서 9번의 페널티 킥을 선방 내지 실축으로 이끌어내며 승부차기의 강자로 떠올랐던 돈나룸마였다.

그는 스페인과의 유로 준결승전에서 승부차기에서 첫번째 키커 다니 올모의 실축을 이끌어냈고, 간판 공격수 알바로 모라타의 페널티 킥을 선방하며 승부차기 스코어에서 5-3 승리의 주역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는 그의 이탈리아 대표팀 첫 승부차기였다. 이어서 그는 잉글랜드와의 결승전에서도 승부차기의 영웅으로 떠오르며 클럽과 대표팀 통산 5번의 승부차기에서 모두 승리하는 괴력을 과시했다.

유로 역사상 승부차기에서 2번을 승리한 팀은 단 한 번도 없다. 당연히 2경기 연속 승부차기에서 승리한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월드컵까지 살펴보더라도 승부차기에서 2경기 승리를 거둔 팀은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당시 아르헨티나(유고 슬라비아와의 8강전과 이탈리아와의 준결승전)와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 당시 크로아티아(덴마크와의 16강전과 러시아와의 8강전) 두 팀 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준결승전과 결승전에서 연달아 승리했다는 점에서 돈나룸마의 기록은 한층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괜히 그가 대회 최우수 골키퍼를 넘어 MVP의 영예를 차지한 게 아니다. 골키퍼 포지션에서 유로 본선 MVP를 차지한 선수는 1992년 덴마크의 피터 슈마이켈과 돈나룸마 둘 밖에 없는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비단 승부차기 만이 아닌 페널티 킥에서도 돈나룸마는 선수 경력을 통틀어 40번의 승부차기 중 9번의 선방과 5번의 실축을 이끌어내면서 35%의 페널티 킥 방어률(선방+실축)을 자랑하고 있었다. 스페인 프리메라 리가 역사를 넘어 축구사를 통틀어 역대 최고의 페널티 킥 방어율을 자랑한 지에구 알베스(그가 발렌시아에서 뛰던 2017년까지 그의 페널티 킥 방어율은 무려 52.1%에 달했고, 브라질 리그로 돌아간 현재는 30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선방 능력이 하락해 40.3%로 떨어진 상태다)의 뒤를 잇는 신흥 페널티 킥 제왕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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