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한만성 기자 = 공개적으로 승강제 거부 방침을 세운 북미프로축구 메이저리그사커(MLS)가 이번에는 1부 리그 승격을 희망하는 하부 리그 구단으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MLS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구단은 미국 2부 리그 노스 아메리안 사커리그(NASL) 구단 마이애미 FC와 4부 리그 내셔널 프리미어 사커리그(NPSL) 구단 킹스턴 스토케이드 FC. 이달 초 두 구단은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MLS가 수년째 승강제 도입을 완강히 거부한 방침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두 구단은 현재 자국 축구계에 승강제가 없는 현실을 고려할 때, MLS가 미국 축구협회로부터 1부 리그로 등록되고도 하부 리그 구단의 승격을 거부하며 신생팀에는 가입비로 구단당 무려 1억5천만 달러(한화 약 1,673억 원)를 요구하는 건 시장 독점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션 플린 마이애미 FC 대표이사는 발표문을 통해 "승강제가 없는 MLS의 폐쇄적인 운영 정책은 국제축구연맹(FIFA)의 규정을 어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 거의 모든 나라가 도입한 승강제가 MLS에도 적용되면, 미국 축구는 더 개방적인 무대가 될 수 있다. 그러므로 MLS와 하부 리그 구단이 전력적으로, 재정적으로 더 탄탄해지며 팬들에게 더 큰 즐거움도 선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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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린 이사는 "더 많은 미국인이 축구로 혜택을 누려야 한다"며, "혜택이 정해진 사람에게만 주어져서는 안 된다. 1부 리그라면 돈을 내는 팀이 아닌 실력이 가장 좋은 팀으로 구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데니스 크로울리 킹스턴 스토케이드 구단주도 "미국 축구는 아직 세계 흐름에 뒤처진 상태"라며 승강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 축구가 흐름에 뒤처진 이유 중 하나는 프로축구 시장이 개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MLS는 프로축구 시장이 개방될 가능성을 스스로 막고 있다. MLS가 승강제를 받아들이고, 이미 해외에서는 검증이 끝난 시스템을 도입한다면 잠재 시장을 열 강력한 능력을 기를 수 있다. 시장을 개방해야만 투자 가치가 생긴다. 투자자에게 보상이 주어지는 환경도 시장이 개방돼야 만들 수 있다. 미국 프로축구 시장에는 새로운 밑그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FIFA는 정관 제9조 첫째 문단에 회원으로 가입된 211개국 축구협회가 승인한 프로 리그와 관련해 "구단의 1부 리그 가입 여부는 스포츠적인 경쟁에 따른 결과를 기준으로 한다. 구단의 1부 리그 가입 여부는 특정 기간 하부 리그에서 활동하거나 시즌 종료 후 성적에 따른 승강제로 결정한다(A club’s entitlement to take part in a domestic league championship shall depend principally on sporting merit. A Club shall qualify for domestic league championship by remaining in a certain division or by being promoted or relegated to another at the end of a season)"고 명시했다.
MLS를 자국 프로축구 1부 리그로 승인한 미국 축구협회는 FIFA에 가입된 조직이다. 이 때문에 미국의 하부 리그 구단이 MLS가 승강제가 아닌 가입비로 신생팀 자격을 부여하는 운영 정책을 법적 분쟁으로 끌고 갈 명분은 분명히 있다. 성적만으로는 만년 하부 리그 신세를 벗어날 수 없는 마이애미 FC와 킹스턴 스토케이드 역시 FIFA 정관에 의거해 MLS의 운영 방침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FIFA 정관의 모호한 내용 탓에 MLS 승격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려는 미국의 두 하부 리그 구단이 제기한 소송이 실패로 끝날 가능성 또한 존재한다. FIFA는 정관 제9조 첫째 문단에는 모든 회원국의 프로 리그에 승강제를 의무화하는듯한 뉘앙스를 풍기면서도 둘째 문단에는 "구단의 성적 외에 인프라, 행정 방식, 법률과 재정 규정 등 외적인 요인도 1부 리그 가입을 허용하는 라이센스 취득 자격을 평가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를 토대로 MLS가 FIFA 정관을 위반했다는 주장을 근거로 소송을 제기한 두 구단의 소송 내용에 반박할 여지는 충분히 남아 있다.
미국 UCLA 대학 스포츠 법률 전문가 스티븐 뱅크 교수는 축구 전문지 '사커 아메리카'를 통해 "승강제를 둔 MLS와 하부 리그 구단간 다툼은 법적 분쟁이 아닌 정치적 싸움에 더 가깝다"며, "자국 축구협회가 1부 리그로 승인한 리그의 프로연맹이 요구하는 라이센스 자격 조건을 이해하지 못하고 승강제가 도입되기만을 바라는 건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 심지어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는 마이애미 FC와 킹스턴 스토케이트 FC의 최근 소송에 '각자 소속된 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하면 그때 다시 MLS의 승강제 거부가 적법한 정책인지 판가름해도 늦지 않다'고 답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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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MLS도 승강제 도입을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가능성이 크다. 심지어 MLS는 지난달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디지털 스포츠 중계권 에이전시 'MP & 실바'가 승강제를 도입하는 조건으로 제시한 계약금 40억 달러(약 4조5천억 원)를 리그 운영 방침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MLS가 거절한 중계권료 40억 달러는 ESPN, FOX 등과 맺은 계약금보다 네 배가 큰 액수다.
돈 가버 MLS 커미셔너는 예전부터 승강제 도입과 관련해 “승강제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 매년 MLS 플레이오프 경기만 봐도 이러한 제도 덕분에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재밌는 경기를 보고 있다. 플레이오프 제도를 유지하겠다”며 축구라는 종목의 전통보다는 흥행을 위해 대중에 익숙한 경기 방식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지난 1996년 단 10팀으로 시작한 MLS는 21년 만에 22팀이 참가하는 대규모 리그로 성장했다. MLS는 새로 창단하는 구단에 리그 가입비로 1억5천만 달러(약 1,673억 원)를 받는다. 이 와중에 MLS가 승강제를 도입해 가입비 없이 하부 리그 우승을 차지한 구단에 승격 자격을 부여하면, 천문학적인 지출을 감수하고 리그에 가입한 구단과의 혼선을 피하는 건 어려울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