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celona 2017-18Alex Caparros

'무패 깨진' 바르사, 14/15 시즌 레알 실수 반복하다

# 바르사, 역사적인 패배 당하다

바르사가 레반테와의 치우타트 데 발렌시아에서 열린 2017/18 시즌 라 리가 37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졸전 끝에 4-5로 패했다. 이와 함께 바르사는 2017년 4월 8일, 말라가 원정에서 0-2로 패한 이후 라 리가 43경기 무패 행진에 제동이 걸렸다. 무엇보다도 2017/18 시즌 종료까지 단 2경기 만을 남겨놓은 상태에서 라 리가 최초의 무패 우승 도전이 실패로 돌아갔다.

이 경기에서 에르네스토 발베르데 바르사 감독은 에이스 리오넬 메시를 원정 명단에서 제외하는 강수를 던졌다. 게다가 핵심 수비수 헤라르드 피케는 벤치에서 대기했다. 주전 오른쪽 측면 수비수 세르히 로베르토는 징계(레알 마드리드전 퇴장)로, 주전 중앙 수비수 사무엘 움티티는 부상으로 결장했다. 

이들을 대신해 바르사는 루이스 수아레스 원톱을 중심으로 필리페 쿠티뉴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우스망 뎀벨레로 이어지는 이선 공격형 미드필더 라인을 구축했다. 세르히 부스케츠와 이반 라키티치가 허리를 책임졌다. 조르디 알바와 넬손 세메두가 좌우 측면 수비를 책임졌고, 예리 미나와 토마스 베르마엘렌이 중앙 수비수로 선발 출전했다.

FC Barcelona Starting vs Levantehttps://www.buildlineup.com/

주전 포백 중 3명이 결장한 만큼 바르사의 수비는 정상적으로 굴러가지 않았다. 반면 메시의 결장으로 인해 수비 부담을 덜은 레반테는 투톱 공격수 엠마누엘 보아텡과 로제르 마르티는 물론 좌우 측면 미드필더 에니스 바르디와 호세 루이스 모랄레스를 중심으로 위협적인 공격을 감행하며 바르사의 골문을 위협했다.

이 과정에서 레반테는 경기 시작 8분 만에 선제골을 넣으며 기선을 제압하는 데 성공했다. 모랄레스의 측면 돌파에 이은 땅볼 크로스를 골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던 보아텡이 논스톱 슈팅으로 골을 넣은 것. 기세가 오른 레반테는 곧바로 추가 득점을 올릴 기회를 얻었으나 11분경 모랄레스의 왼발 슈팅이 골대를 맞고 나왔다.

이른 시간에 실점을 허용한 바르사는 28분경 베르마엘렌이 햄스트링 부상을 당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피케가 뒤늦게 몸을 푸느라 바르사 수비수 한 명이 부족한 틈을 타 레반테는 보아텡이 추가골을 넣으며 앞서나갔다. 중앙 미드필더 사사 루키치가 영리하게 베르마엘렌이 빠진 자리로 전진 패스를 연결했고, 이를 받은 보아텡이 바르사 골키퍼 마크-안드레 테어 슈테겐을 제치고 커버를 들어온 세메두와의 몸싸움에서도 이겨내면서 가볍게 빈 골대에 공을 밀어넣은 것.

Emmanuel Boateng vs BarcelonGetty Images

바르사는 베르마엘렌 대신 교체 투입된 수비수 피케까지 공격에 가담시키면서 무패에 대한 절실함을 드러냈다. 이 과정에서 38분경 페널티 박스 근처까지 올라온 피케가 패스를 연결한 걸 수아레스가 살짝 내주었고, 이를 받은 쿠티뉴가 중앙으로 살짝 접은 뒤 전매특허와도 같은 오른발 중거리 슈팅으로 추격하는 골을 성공시켰다.

레반테의 공세는 후반에도 그칠 줄을 몰랐다. 레반테는 후반 시작과 동시에 중앙 미드필더 호세 캄파냐의 횡패스를 받은 바르디가 강력한 오른발 중거리 슈팅으로 골을 넣으며 2골 차(3-1)로 다시 점수 차를 벌리는 데 성공했다.

기세가 오른 레반테는 후반 4분경 왼쪽 측면 수비수 안토니오 루나의 대각선 패스를 받은 보아텡이 골문 구석으로 향하는 정교한 오른발 땅볼 슈팅으로 추가골을 넣으며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레반테는 비록 후반 8분경 모랄레스의 단독 돌파에 이은 날카로운 슈팅이 옆그물을 맞고 나가면서 아쉽게 득점 기회를 놓쳤으나 다시 2분 뒤 공격수 마르티의 센스 있는 스루 패스를 받은 바르디가 왼발 슈팅으로 실질적인 결승골을 성공시켰다.

Enis Bardhi vs BarcelonaGetty Images

바르사는 후반 13분경 뎀벨레의 패스가 수비 맞고 튕겨나온 걸 쿠티뉴가 논스톱 슈팅으로 밀어넣으며 뒤늦은 추격에 나섰다. 발베르데 감독 역시 곧바로 이니에스타와 뎀벨레를 빼고 데니스 수아레스와 파코 알카세르를 교체 출전시키며 공격진에 변화를 감행했다.

후반 19분경 부스케츠의 횡패스를 받은 쿠티뉴가 환상적인 볼 터치에 이은 오른발 중거리 슈팅으로 골을 넣으며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이어서 후반 24분경 코너킥 공격 찬스에서 부스케츠가 파울을 당하면서 페널티 킥 기회를 얻었고, 이를 루이스 수아레스가 골문 상단에 꽂히는 강력한 슈팅으로 골을 넣으며 승부를 1골 차로 좁히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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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무패까지 한 골이 부족했다. 레반테 선수들은 육탄방어를 펼치며 바르사의 공세를 온몸으로 저지했다. 게다가 바르사 공격수 수아레스는 경기 막판 상대 선수들의 도발에 넘어가 몸싸움을 펼치면서 시간을 소진하는 우를 범했고, 이 과정에서 옐로 카드까지 수집했다. 결국 경기는 레반테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바르사의 무패 우승이 실패로 돌아가는 순간이었다. 

바르사가 라 리가에서 특정 선수에게 해트트릭을 허용한 건 2005년 5월, 비야레알 공격수 디에고 포를란에게 해트트릭을 내준 이후 13년 만의 일이었다. 게다가 바르사가 라 리가에서 5실점을 허용한 건 2003년 12월 3일, 말라가 원정에서 1-5로 대패한 이후 15년 만의 일이다. 무엇보다도 바르사가 레반테에게 라 리가에서 패한 건 1964년 10월 11일 이후 54년 만의 일이다. 이래저래 역사적인 패배를 당한 바르사이다.


# 시즌 중 무리한 평가전 일정이 독으로 작용하다

바르사의 무모한 평가전 일정이 발목을 잡았다. 바르사는 시즌 종료까지 단 2경기를 남겨놓은 시점에서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던 남아공의 영웅 넬슨 만델라 대통령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평가전을 가지기로 결정했다. 이로 인해 주중에 남아공 최대도시 요하네스버그로 원정을 떠나야 했던 바르사이다.

이것이 사실상 바르사가 에이스 메시를 레반테 원정 명단에서 제외하고, 피케를 선발 라인업에서 뺀 주된 이유였다. 라 리가 아프리카 디렉터 안토니오 바라다스는 이에 대해 바르사가 메시와 수아레스, 이니에스타를 포함한 최고의 선수들을 데리고 남아공 원정에 올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골닷컴 스페인' 벤 헤이워드 기자 역시 SNS 계정을 통해 "바르사는 이번 주 수요일, 남아공에서 마멜로디 선다운스와 평가전을 치를 예정이고, 계약상으로 메시가 반드시 뛰어야 하는 것으로 보고 잇다. 이것이 그가 레반테전에 휴식한 이유일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어서 다른 팬들의 질문에 "평가전 때문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레반테전에 뛰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메시가 빠지자 레반테 선수들은 수비 부담을 덜고 공격적으로 나설 수 있었다. 게다가 피케 대신 선발 출전한 미나는 연신 실수를 저지르며 대량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물론 베르마엘렌의 이른 부상으로 인해 피케가 이른 시간에 교체 투입됐으나 이미 2실점을 허용한 이후였고, 결국 피케는 수비보다 공격 가담에 더 치중해야 했다.

이는 마치 2014/15 시즌 레알 마드리드의 무리했던 평가전 수행을 연상시킨다고 할 수 있겠다. 당시 레알은 현재의 바르사와 마찬가지로 공식 대회 22연승을 달리며 파죽지세를 이어오고 있었다. 2경기만 더 승리한다면 기네스북 신기록(코리치바가 기록한 24연승)도 수립할 수 있었던 레알이었다.

하지만 2014년 12월 16일과 20일, 일본에서 FIFA 클럽 월드컵을 소화한 레알은 곧바로 28일, 아랍 에미레이츠 두바이에 입국해 31일 AC 밀란과 평가전을 치렀다. 다시 스페인으로 이동한 레알은 1월 4일, 발렌시아와의 라 리가 원정 경기에서 1-2로 패하며 연승에 제동이 걸렸다. 이후 레알은 하향세를 타기 시작했고, 결국 코파 델 레이 16강전 조기 탈락과 챔피언스 리그 준결승전 탈락에 이어 라 리가에서도 라이벌 바르사에게 역전 우승을 허용하고 말았다. 

당시 레알이 밀란과 두바이에서 평가전을 가진 이유는 아랍 에미레이츠 항공사 플라이 에미레이츠와 유니폼 스폰서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매년 평가전을 치르기로 협약이 되어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로 인해 2013년에도 파르 생제르맹과 평가전을 치른 바 있다. 하지만 시즌 도중 FIFA 클럽 월드컵과 함께 무리해서 평가전을 소화한 게 결과적으로 독으로 작용했다.

Valecia vs Real Madrid

이런 점을 고려하면 무패 우승에 도전 중인 바르사도 시즌 도중 무리한 평가전 일정을 피했어야 했다. 발베르데 감독은 "이는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지만 바르사가 전세계에 가지는 파급력을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는 선택"이라고 항변했으나 만델라의 출생일이 5월도 아닌 7월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평가전 일정을 남아공 축구협회(이 평가전을 기획한 건 남아공 축구협회와 라 리가 월드 챌린지이다)와의 협의 하에 시즌 종료 후로 미룰 수도 있었던 일이었다.

발베르데 감독은 경기가 끝나고 기자회견에서 "난 내 모든 선수들을 신뢰하기에 메시를 뛰지 않게 한 선택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 미나가 오늘 끔찍한 경기를 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난 그가 그저 수비수로서 다른 선수들도 겪을 수 있는 순간을 보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라며 뒤늦게 분위기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이번 시즌을 끝으로 바르사를 떠나는 이니에스타는 "라 리가 무패 우승을 이루려는 중요한 순간에 실패한 사실이 너무 씁쓸하면서도 부끄러울 따름이다. 무패 우승은 우리 모두에게 중요하면서도 진지한 목표였다"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부스케츠 역시 "우리는 훌륭한 시즌을 보냈지만 레반테전에 패해 슬프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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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보드진의 잘못된 선택이 바르사 무패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한 셈이다. 무리하면서까지 만델라 100주년 평가전을 잡은 이유가 '클럽 그 이상의 클럽'을 표방하는 바르사의 철학적인 이유 때문이건, 자금적인 이유이건 이는 중요하지 않다. 역사에 남는 건 결과이다. 

이제 바르사는 요하네스버그에서 수요일, 평가전을 치르고선 곧바로 캄프 누에서 레알 소시에다드와 라 리가 최종전을 치를 예정이다. 바르셀로나에서 요하네스버그까지 거리는 8000km에 달하고, 비행 시간만 13시간 이상 소요된다. 즉 바르사 선수들은 지친 몸을 이끌고 이니에스타 고별식을 치러야 한다. 이래저래 시즌 막판 보드진의 무모한 선택으로 인해 선수들만 고생하는 바르사이다. 어떻게 보면 바르사의 최대 안티는 주젭 마리아 바르토메우를 위시한 보드진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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