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김현민 기자 = 포르투갈 왼쪽 측면 미드필더 안드레 고메스가 칠레와의 경기에서 또 다시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탈락의 원흉으로 등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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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이 칠레와의 2017 FIFA 컨페더레이션스 컵 준결승전에서 부정확한 슈팅을 남발하며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그 중심엔 바로 고메스가 있었다.
페르난두 산토스 포르투갈 대표팀 감독은 최전방 투톱의 왼쪽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배치했고, 고메스를 왼쪽 측면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시켰다. 칠레 수비수들이 호날두 집중 견제에 나서면서 자연스럽게 고메스에게 득점 기회들이 창출됐다.
하지만 고메스는 이를 허무하게 날려버렸다. 고메스는 경기 시작 2분 만에 베르나르두 실바의 패스를 받아 슈팅 찬스를 맞이했으나 제대로 임팩트가 이루어지지 않아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공교롭게도 이것이 고메스가 이 경기에서 기록한 유일한 유효 슈팅이었다. 이후 고메스의 슈팅은 하나같이 골대를 훌쩍 넘어가는 속칭 '홈런성' 슈팅으로 이어졌다. 9분경 고메스는 과감한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으나 골대를 넘어갔다. 후반 3분경에도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으나 허무하게 넘어갔다. 연장 전반 1분에도 고메스는 중거리 슈팅을 재차 감행했으나 이 역시 골대를 크게 넘어갔다. "고메스 슛! 어림없는 볼"이라는 개그가 절로 터져나올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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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아쉬웠던 장면은 84분경에 나왔다. 고메스는 페널티 박스 침투 타이밍에 전진 패스를 받았으나 핸드볼 반칙을 저지르는 우를 범했다. 심지어 이 과정에서 고메스가 때린 슈팅은 또다시 골문을 벗어났다. 이는 핸드볼 반칙이었기에 슈팅으로 기록되진 않았으나 칠레전에서 고메스의 킥 감각이 얼마나 끔찍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인 장면이었다.
당연히 칠레 선수들은 고메스를 사실상 노마크로 내버려 두면서까지 호날두 견제에 나섰다. 집중 견제 속에서도 호날두는 장기인 오프 더 무브를 통해 슈팅 기회들을 만들어냈으나 제대로 된 슈팅을 시도할 수 없었다. 2회의 헤딩 슈팅은 모두 골대를 빗나갔고, 58분경 각도가 없는 곳에서 시도한 강력한 슈팅은 클라우디오 브라보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71분경 시도한 중거리 슈팅은 수비수 맞고 굴절되어 살짝 골대를 빗나갔다.
심지어 고메스는 연계 플레이에서도 부정확한 패스로 맥을 끊는 모습을 자주 연출했다. 후반 역습 과정에서 돌아 들어가는 호날두에게 제대로 된 패스를 연결하지 못하자 호날두는 곧바로 양손을 들어 화를 내는 장면을 연출했다. 공을 키핑하거나 전진하는 건 어느 정도 해줬으나 그것이 전부였다. 그 이상 유의미한 공격 장면을 만들어내는 데엔 실패한 고메스이다. 양질의 패스를 통해 슈팅 찬스들을 동료에게 제공해주던 반대편 측면의 베르나르두 실바와는 사뭇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이렇듯 고메스가 극도의 부진을 보였음에도 연장 후반 종료 5분을 남기고서야 젤송 마르틴스로 교체할 정도로 산토스 감독은 그에게 믿음을 보내주었다. 이 신뢰에 끝내 화답하지 못한 고메스이다.
비단 고메스의 부진이 이번 준결승전에서만 있었던 게 아니다. 소속팀 바르셀로나에서의 부진으로 인해 자신감이 떨어질대로 떨어진 고메스는 멕시코와의 컨페드컵 조별 리그 1차전은 물론 러시아와의 경기에서도 시종일관 무기력한 경기력으로 일관했다. 이로 인해 포르투갈은 멕시코전엔 2-2 무승부에 그쳤고, 러시아전엔 호날두의 골 덕에 1-0으로 어렵게 승리를 거두었다. 정작 고메스가 빠졌던 조별 리그 최종전에서 포르투갈은 비록 상대가 약체 뉴질랜드였다고 하더라도 이번 대회 들어 가장 좋은 경기력을 선보이며 4-0 대승을 거두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산토스 감독의 선택 실수라고 할 수 있다. 칠레전에 과감히 고메스를 벤치로 내릴 필요성이 있었다. 설령 고메스를 선발로 출전시켰더라도 이번 대회 내내 조커로 준수한 모습을 보인 마르틴스로 이른 시간에 교체를 감행했어야 했다. 고메스가 칠레 수비진에게 그 어떤 위협도 주지 못한다는 건 이미 전반 종료 시점에 확인이 가능했다. 결과적으로는 승부차기 끝에 아깝게 탈락했지만 어쩌면 고메스를 향한 산토스의 고집이 포르투갈의 준결승전을 망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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