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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바이에른 이적설... 실체와 가능성은?

[골닷컴] 김현민 기자 = 현재 국내에선 손흥민의 바이에른 뮌헨 이적설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세계인의 축구 네트워크 '골닷컴'은 손흥민 이적설의 실체와 가능성 유무를 진단해 보도록 하겠다.

손흥민의 바이에른 이적설이 국내에서 뜨거운 관심사로 급부상 하고 있다. 최초 보도의 출처는 공교롭게도 독일이나 영국이 아닌 손흥민과는 연관이 없는 이탈리아 매체 '칼치오메르카토'로 바이에른이 수익성이 높은 아시아 축구시장에서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이상적인 타겟으로 손흥민을 주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클럽콜'을 비롯해 '미러 풋볼' 같은 영국 매체들도 '칼치오메르카토' 보도를 바탕으로 손흥민의 바이에른 이적설을 보도하기 시작했다.

다만 여태까지 손흥민의 바이에른 이적설을 단독 소스로 내보낸 건 '칼치오메르카도'가 유일하다. 영국 보도들은 모두 '칼치오메르카토'에 기반한 2차 보도들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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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저도 독일에선 이적설조차 나오지 않고 있다. 실제 독일에선 분데스리가 구단 관련 작은 이적설이라도 나온다면 '트랜스퍼마르크트'라는 사이트에 해당 관련 쓰레드가 만들어지고 이적 가능성이 %로 올라온다. 참고로 '트랜스퍼마르크트'는 독일 최다 부수 판매를 자랑하는 타블로이드 '빌트'지를 소유한 초대형 미디어 그룹 악셀스프링어 AG에서 만든 사이트이다. 하지만 손흥민과 관련한 쓰레드는 아직 개설이 되지 않고 있다.  즉 독일에서 손흥민의 바이에른 이적설은 금시초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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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점을 고려하면 손흥민의 바이에른 이적설은 현 시점에서 실체가 불분명하다고 할 수 있다. 손흥민의 바이에른 이적설이 진지하게 진행되고 있다면 영국은 물론 특히 독일 현지 언론들이 가만히 있었을 리 만무하다. 자체 소스를 통해 보도들이 흘러나왔을 것이 분명하다. 

바이에른은 독일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가지고 있는 초거대 구단이다. 선수 이적과 관련한 사소한 소식들까지 쏟아져나온다. 심지어 '빌트'지 같은 언론들은 바이에른 훈련장에 상주하면서 울리 회네스 회장과 칼-하인츠 루메니게 CEO, 그리고 하산 살리하미치치 단장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면서 각종 파파라치 샷들을 양산하고 있다. 

심지어 토마스 투헬(현 파리 생제르맹 감독)이 바이에른 신임 감독 후보로 이름을 올렸을 당시 '빌트'지는 2017년 10월 A매치 기간에 투헬이 뮌헨 공항으로 입국하는 장면을 사진으로 포착해서 올렸고, 올해 3월 경에도 회네스와 루메니게, 살리하미치치가 번갈아 가면서 투헬에게 전화하는 장면도 몰래카메라로 촬영했을 정도다.

그렇다고 해서 '칼치오메르카토'가 이탈리아에서 이적설과 관련해 신뢰도가 높은 매체도 아니다. 잔루카 디 마르지오나 파브리치오 로마노 같은 이적시장 전문가들이 한 얘기가 아니라면 이탈리아 언론은 기본적으로 신뢰도가 떨어지는 편에 속한다. 이미 '칼치오메르카토'는 과거에도 손흥민의 리버풀 이적설을 보도했고, 이번 여름에도 이승우가 독일과 스페인 구단의 이적 제의를 받았기에 헬라스 베로나와 작별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즉 아직까지는 실체가 불분명한 루머만이 흘러나오고 있을 뿐 손흥민의 바이에른 이적과 관련한 구체적인 루머조차 나오지 않았다고 할 수 있겠다. 아직 9월이다. 이적시장이 열릴려면 최소 3개월 이상 혹은 9개월 가까이 기다려야 한다. 현 시점에서 나오는 루머들은 그리 신빙성이 높은 건 아니라고 할 수 있겠다.

골닷컴 독일판 바이에른 전담 기자 데니스 멜처 역시 손흥민의 바이에른 이적설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 "코망이 장기 부상을 당했음에도 현 시점에서 바이에른은 손흥민을 영입 대상으로 계획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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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와는 별개로 손흥민은 바이에른에겐 일정 부분 매력적인 영입 대상이라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바이에른은 아르옌 로벤과 프랑크 리베리의 뒤를 이을 후계자가 필요하다는 건 독일만이 아닌 축구에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리베리와 로벤 모두 30대 중반에 접어들었고, 신체 능력이 떨어지면서 경기 전반에 걸치는 영향력이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실제 리베리는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 20경기에 출전해 5골 1도움에 그치며 선수 경력을 통틀어 가장 적은 득점 포인트에 만족해야 했고, 로벤 역시 분데스리가 21경기에 출전해 5골 7도움을 기록했다. 과거엔 부상만 아니라면 두 자리 수 골과 도움을 보장하던 선수들이 지난 시즌엔 큰 부상 없이도 선수 경력에 있어 가장 안 좋은 시즌을 보낸 셈이다.

그나마 리베리의 후계자는 어느 정도 코망으로 낙점이 지어진 상태다. 이미 코망은 지난 시즌 맹활약을 펼치며 부상만 아니라면 리베리의 후계자가 될 자격이 있다는 걸 입증해낸 바 있다. 즉 리베리와 같은 드리블러 유형은 주전급 선수보다는 백업급 내지는 유망주 영입에 더 신경을 쓸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로벤의 후계자이다. 현재 바이에른에 로벤 유형의 선수로 나브리가 있지만 그는 아직 강팀에선 검증이 되지 않은 선수이다. 손흥민은 스타일적인 면에서 로벤의 후계자로 적합한 선수다. 로벤처럼 손흥민 역시 측면에서 중앙으로 접고 들어오면서 직접적으로 골을 노리는 걸 즐겨하는 선수다.

게다가 바이에른이 아시아 시장 개척에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다는 점도 사실이다. 바이에른은 분데스리가 구단들 중에선 가장 먼저 중국 투어를 감행한 구단이다. 게다가 중국 최대 규모 쇼핑몰 티몰글로벌과도 제휴를 맺었다. 이 덕에 중국 컨설팅 기업 '메일맨'의 조사에 따르면 바이에른은 레알 마드리드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바르셀로나 같은 명문 구단들을 제치고 중국 인터넷 미디어 구단 영향력 1위를 차지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손흥민은 바이에른에게 충분히 매력적인 영입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또 하나의 메리트는 바로 손흥민이 함부르크와 바이엘 레버쿠젠에서 5년간 머물면서 독일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뿐 아니라 독일 문화에도 익숙하고 분데스리가에서 이미 입증된 선수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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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여기서도 걸림돌이 있다. 바이에른에서 로벤과 리베리의 위상은 단순한 스타 플레이어 그 이상이라는 데에 있다. 이 둘은 바이에른 황금기의 중추였다. 괜히 로베리(로벤+리베리 합성어)라는 애칭과 함께 바이에른의 더블 에이스로 불렸던 게 아니다. 이 둘이 있는 동안 바이에른은 2012/13 시즌 독일 구단 최초의 트레블(챔피언스 리그, 분데스리가, DFB 포칼)을 달성했고, 분데스리가 역사상 최초로 6연패라는 대기록을 수립했다.

이것이 바이에른이 로베리 후계자 선정에 고심하는 주된 이유이다. 웬만한 스타 플레이어들로도 이들을 대체하기는 쉽지 않다. 당장 지난 시즌 유벤투스에서 맹활약을 펼친 더글라스 코스타가 바이에른에서 2시즌을 뛰는 동안 로베리와 비교 대상에 이름을 오르내리면서 그 기대치를 충족시켜주지 못해 이적 수순을 밟아야 했다. 코망 역시 2016/17 시즌까지는 바이에른 팬들의 주된 비판 대상이었던 선수였으나 코스타와는 달리 96년생의 어린 선수라는 이유로 코스타보다는 더 기회를 얻을 수 있었고, 지난 시즌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팬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선수로 자리매김하는 데 성공했다.

바이에른은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이적료를 단 한 푼도 지출하지 않았다. 레온 고레츠카는 전 소속팀 샬케와의 계약 만료에 의한 보스만 룰에 의거해 이적료 없이 영입했고, 나브리와 헤나투 산체스는 임대 복귀였다. 현재 바이에른 선수단은 23인으로 분데스리가 구단들 중 가장 적다. 그마저도 골키퍼가 4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즉 필드 플레이어는 단 19명에 불과하다. 당장 니코 코바치 바이에른 감독이 벤피카와의 챔피언스 리그 원정 경기를 앞두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16명의 작은 선수단으로 경기에 나서야 한다"라고 토로했을 정도다.

이렇듯 영입이 절실했음에도 바이에른이 이적료 지출을 하지 않으면서까지 조용한 여름을 보낸 이유에 대해 독일 현지 언론들은 내년 여름 이적시장에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에이스 앙투안 그리즈만이나 유벤투스 신성 파울로 디발라 같은 대형 스타 영입을 추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이를 위해 기꺼이 1억 유로라는 천문학적인 이적료를 지출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에 대해 루메니게 CEO는 "이적 시장 자체가 지난 10년 동안 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우리가 좋은 선수를 영입하길 원한다면 그만한 이적료를 지불해야 한다. 그들은 이제 더이상 가격이 떨어지지 않고 있다. 난 회네스 회장과 이 문제에 대해 논의했고, 우리도 이러한 이적시장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우리 역시 선수 한 명 영입을 위해 8천만 유로에서 1억 유로를 지불할 것이다"라고 선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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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바치 감독 자체는 이번 여름에 선수 영입을 원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코바치는 애제자이자 크로아티아 대표팀 주전 측면 공격수로 2018 러시아 월드컵 준우승 주역 중 한 명이었던 안테 레비치를 영입하고 싶어했다. 코바치와 레비치의 인연은 2013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크로아티아 대표팀 감독이었던 코바치는 만 20세의 어린 측면 공격수 레비치를 과감하게 2014 브라질 월드컵에 데려갔고, 교체 자원으로 활용했다. 이후 아인트라흐트 프랑크르트 감독에 부임한 코바치는 레비치를 임대 영입하며 인연을 이어갔다. 코바치의 지도 하에서 레비치는 지난 시즌 바이에른과의 DFB 포칼 결승전에서 멀티골을 넣으며 프랑크푸르트에 30년 만의 우승을 선사했다. 즉 코바치와 레비치는 단순한 애제자 이상의 각별한 관계인 셈이다.

하지만 레비치조차도 바이에른 수뇌진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키기엔 부족했다. 이것이 바이에른이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선수 보강없이 넘어간 주된 이유이다. 이적시장 데드라인에 율리안 드락슬러도 바이에른 이적설에 잠시 이름을 오르내렸으나 이내 사그라들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손흥민이 현 시점에서 로베리의 후계자로 바이에른의 기대치를 충족시킬 수 있는 선수인지에 대해선 냉정하게 말해 아직 부족하다고 얘기할 수 있다. 그리즈만과 디발라 같은 선수들 영입에 실패할 시 그 대안으로 거론될 정도라고 보는 게 이성적인 판단이라고 할 수 있겠다.

게다가 손흥민은 올해 여름에 월드컵과 아시안 게임까지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겨울엔 아시안 컵에도 참가해야 한다. 그 어느 때보다도 힘든 시즌을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선배들의 케이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11/12 시즌, 강등 위기의 아우크스부르크를 구해내며 구세주로 급부상한 구자철은 런던 올림픽이 끝나고 치른 2012/13 시즌에 부상으로 21경기 출전에 그쳤다. 2013/14 시즌 마인츠 붙박이 주전으로 활약한 박주호 역시 아시안 게임을 소화하면서 발목 인대 부상을 당했고, 아시안 컵까지 차출되면서 16경기 출전에 만족해야 했다. 김진수는 호펜하임 데뷔 시즌에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긴 했으나 마찬가지로 아시안게임에서 햄스트링 부상을 당해 12라운드에 이르러서야 뒤늦게 복귀전을 치렀다.

당장 손흥민은 아시안 게임으로 인해 이번 시즌 프리미어 리그가 5라운드 진행된 가운데 2경기 교체 출전에 그쳤다. 겨울엔 아시안 컵에 차출될 예정이다. 출전 시간 자체가 지난 시즌 대비 줄어들 것은 자명하다. 게다가 힘든 일정을 소화한 만큼 부상도 조심해야 한다. 

이 모든 난관을 이겨내고 지난 시즌 이상 가는 활약상을 펼친다면 분명 손흥민은 바이에른에게 매력적인 영입 대상으로 급부상할 것이다. 손흥민처럼 독일어가 되고 분데스리가에서 검증됐으며, 바이에른이 원하는 아시아 시장 개척에 도움이 되는 선수는 전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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