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김현민 기자 = AC 밀란의 총애를 받았던 잔루이지 돈나룸마가 지난 시즌을 기점으로 애물단지로 떠오르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번 시즌 들어선 극도의 부진에 시달리면서 침체기를 보내고 있다.
밀란이 돈나룸마 딜레마에 빠졌다. 돈나룸마가 누구인가? 밀란 유스 출신으로 아직 만 19세에 불과하지만 벌써 세리에A 100경기를 넘게 소화한(114경기) 이탈리아의 미래를 책임질 골키퍼이다. 이미 이탈리아 대표팀에서도 잔루이지 부폰의 뒤를 이어 주전 수문장 역할을 소화하고 있다.
2015년 10월 25일, 사수올로와의 경기에서 만 16세의 나이에 혜성처럼 등장한 그는 데뷔 시즌(2015/16)에 30경기 출전해 73.9% 선방률을 자랑하며 새로운 밀란의 수호신으로 떠올랐다. 이어진 2016/17 시즌, 그는 세리에A 최다 선방(146회)를 기록하며 76.4%라는 화려한 선방률을 기록하며 이제 만 17~18세에 불과한 나이에 이탈리아 최정상급 골키퍼로 우뚝 섰다. 그에겐 장밋빛 미래만이 가득할 것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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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2017년 여름에 발생했다. 밀란과 재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슈퍼 에이전트 미노 라이올라를 앞세워 챔피언스 리그 진출 실패 시 1000만 유로(한화 약 130억)라는 헐값의 바이아웃 추가 조항을 재계약 조건으로 내세우는 등 많은 잡음을 일으킨 것.
결국 밀란은 돈나룸마를 설득하기 위해 그리스 리그 아스테라스 트리폴리에서 뛰었던 그의 친형 안토니오 돈나룸마를 영입했고, 이제 만 18세에 불과한 어린 선수에게 구단 최고 연봉인 600만 유로(한화 약 78억)를 지불하기로 결정했다(돈나룸마의 연봉 기록은 올해 여름, 밀란으로 이적해온 곤살로 이과인이 950만 유로를 수령하면서 깨졌다). 구단의 연봉 체계가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재계약 협상 과정에서 밀란 팬들로부터 미운 털이 박힌 돈나룸마는 부담감 때문인지 지난 시즌 이름값을 하지 못했다. 선방률은 68.4%로 이전 시즌 대비 8%가 떨어졌고, 선방 횟수도 55회가 줄어들었다. 물론 여전히 세리에A 수준급 골키퍼의 지표이긴 했으나 사미르 한다노비치(인테르) 같은 최정상급 골키퍼의 기준에는 미치지 못한 돈나룸마였다. 속칭 연봉값을 하지 못했다는 소리(참고로 한다노비치 연봉은 320만 유로로 돈나룸마의 절반이다).
Getty본격적인 문제는 이번 시즌 들어서면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아직 시즌 초반이라고는 하지만 기본적인 선방조차 잘 해내지 못하고 있는 것. 유럽 축구 통계 전문 업체 'OPTA'에 따르면 그의 선방률을 60.7%로 아탈란타 골키퍼 피에루이지 골리니(60.7%)와 함께 세리에A 골키퍼들 중 공동 최하위에 해당한다.
기본적으로 수준급 골키퍼라면 선방률이 70% 이상을 넘겨야 한다. 60% 중반은 보통이나 그 이하이고, 60% 초반이나 50%대는 골키퍼로 낙제점에 해당한다. 현 시점만 놓고 보면 돈나룸마의 선방률은 낙제점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비단 선방률이 전부가 아니다. 이번 시즌 돈나룸마의 총 선방 횟수는 16회로 17위에 그치고 있고, 경기당 선방 횟수는 2회로 세리에A 전체 골키퍼들 중 22위에 불과하다. 끔찍한 부진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인테르와의 밀라노 더비(데르비 델라 마돈니나)에서도 그는 경기 종료 직전 위치 선정에서 실수를 범하면서 결승골을 헌납하고 말았다. 인테르 미드필더 마티아스 베시노의 크로스를 중간에서 차단하러 나왔다가 놓치면서 골문을 비워둔 것. 결국 뒤에서 돌아들어오던 인테르 간판 공격수 마우로 이카르디는 가볍게 빈 골문으로 헤딩골을 성공시켰다.
밀라노 더비가 끝나자 이탈리아 현지 언론들은 일제히 돈나룸마 비판에 나섰다. 각종 언론사들로부터 가장 낮은 평점을 받는 수모를 겪어야 했던 돈나룸마다. 특히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는 그에게 평점 4.5점을 부여했다. 돈나룸마가 아닌 벤치를 지키고 있는 베테랑 골키퍼 페페 레이나를 주전으로 써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당연히 기자회견에서도 돈나룸마의 실수를 꼬집는 질문이 나왔다. 이에 젠나로 가투소 밀란 감독은 "난 개별적인 실수들을 지적하고 싶지 않다. 수비진 전체의 실수이다. 예를 들어 이그나시오 아바테는 패스 차단 과정에서 너무 빨리 쓰러졌고, 마테오 무사키오는 크로스를 잘못 읽었다. 돈나룸마 때문이 아니다. 우리 모두의 패배다"라고 옹호하고 나섰다.
Getty Images분명 돈나룸마는 뛰어난 재능을 가진 골키퍼이다. 이제 그의 나이는 여전히 만 19세에 불과하다. 이는 골키퍼로는 정말 어린 나이에 해당한다. 이처럼 어린 나이에 이 정도의 커리어를 쌓은 골키퍼는 축구 역사를 통틀어 보더라도 상당히 드문 일이다.
다만 침체기가 오래 간다면 자칫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는 사례도 많다. 어린 시절에 천재 소리 듣다가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선수들이 다수 있다. 더 큰 문제는 돈나룸마가 밀란에서 사랑받는 존재가 아니라는 데에 있다. 어린 선수의 성장에 있어선 지지가 필수적이다. 버팀목이 있어야 선수도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돈나룸마는 구단과의 재계약 과정에서 첫 단추를 잘못 꼈다고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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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나룸마 시즌별 선방률
2015/16 시즌 73.9%(30경기 82회 선방)
2016/17 시즌 76.4%(38경기 146회 선방)
2017/18 시즌 68.4%(38경기 91회 선방)
2018/19 시즌 60.7%(8경기 16회 선방)
# 2018/19 세리에A 선방률 TOP 5
1위 에밀 아우데로(삼프도리아): 87.5%
2위 사미르 한다노비치(인테르): 80%
3위 루이지 세페(파르마): 78.8%
4위 알반 라퐁(피오렌티나): 78.3%
5위 토마스 스트라코샤(라치오): 76.3%
# 2018/19 세리에A 선방률 Bottom 5
1위 잔루이지 돈나룸마(AC 밀란): 60.7%
1위 피에루이지 골리니(아탈란타): 60.7%
3위 다비드 오스피나(나폴리): 60.9%
4위 안드레아 콘실리(사수올로): 62.2%
5위 살바토레 시리구(토리노): 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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