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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원 감독이 준비했던 포백, 수원의 남은 이들이 완성했다

[골닷컴] 서호정 기자 = 서정원 감독의 갑작스러운 사임에도 불구하고 원정에서 전북 현대를 잡으며 AFC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점한 수원 삼성. 올 시즌 스리백 전술을 주로 썼던 수원은 이날 포백에 기반한 4-1-3-2 포메이션을 꺼내 눈길을 끌었다. 

수원은 수비 숫자를 한명 줄였지만 라인 사이의 간격을 잘 유지하고, 전방에서부터의 적극적인 압박으로 더 효과적인 수비를 했다. 75분을 버텨 낸 수원은 사리치와 데얀이 합작한 카운터 한방으로 전북을 무너트렸고, 그 뒤 두 차례 더 득점에 성공하며 3-0으로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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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원 전 감독을 향한 수원 팬들의 가장 큰 불만 중 하나는 스리백 전술이었다. 지나치게 수세적이고, 상대에게 주도권을 내주며 힘든 경기를 한다는 지적이었다. 일각에서는 서정원 감독이 나간 뒤 팀이 포백으로 전환했고 3-0 대승을 거두며 이 모든 것이 사임을 통한 변화의 성과로 볼 것이다. 

하지만 승리를 이끈, 남은 이들의 이야기는 달랐다. 전북전 대승을 이끈 포백은 이미 서정원 감독이 준비했던 그림이었다. 

서정원 감독의 빈 자리를 대신한 이병근 수석코치는 경기가 끝난 뒤 “짧은 준비 기간에도 선수들이 제 기량을 마음껏 발휘했다. 스리백이 아닌 포백을 썼는데 사실 이건 서정원 감독님이 이번 경기를 위해 준비했던 것이다. 그래서 나도 자신감을 갖고 선수들과 준비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서정원 감독 사임이라는 급박한 변화 속에 감독대행이라는 타이틀도 달지 못하고 팀을 이끄는 이병근 수석코치는 “서 감독님이 남기고 간 승리다”라는 말로 전술적 성공을 떠난 감독에게 바쳤다. 

수원 포백의 핵심은 스트라이커 박기동의 변칙 기용이었다. 이날 박기동은 데얀과 함께 전방에 섰는데 중앙보다는 측면에서 주로 뛰었다. 전북 공격의 시발점인 이용을 전방에서 적극적으로 압박했다. 또 측면에서 공을 잡고 돌파를 시도하며 전북 수비를 흔들어 데얀에게 공간을 열어줬다. 

이병근 수석코치도 “부상으로 교체돼 나갔지만 박기동이 전술적으로 훌륭한 역할을 해 줬다. 적극적인 압박이 전방에서 시작되며 나머지 선수들도 그렇게 움직였다. 숨은 공로자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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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원 감독은 올 시즌 가장 큰 농사인 AFC 챔피언스리그에서의 승부를 위한 밑그림을 그려 놓고 경기 하루 전 팀을 떠났다. 가족에 대한 팬들의 지나친 비난, 선수단에 대한 구단의 신뢰 부족에 지쳐 팀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는 선수들에 대한 애정을 여전했다. 사임을 발표한 뒤 염기훈, 신화용, 조원희 등 팀 내 베테랑에게 “나는 떠나지만 선수들은 최선을 다해 앞으로의 일정을 헤쳐가라. 전북을 꼭 이겨주길 바란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선수들은 그 메시지를 공유하며 전북전 필승 각오를 다졌고 올 시즌 가장 의미 있는 승리를 챙겼다. 전술도, 팀 정신도 서정원 감독이 남기고 간 유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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