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한만성 기자 = 내년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한 미국이 5년 후를 기약하며 한층 젊어진 대표팀을 구성해 포르투갈로 향했다.
미국은 오는 15일 새벽(한국시각) 포르투갈을 상대로 원정 평가전을 치른다. 원래 미국은 현재 진행 중인 자국 리그 메이저리그사커(MLS)가 한 달여 동안 플레이오프 일정에 돌입한 점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대표팀을 두 팀으로 나눠 한 경기는 '국내파'로 홈에서, 다른 한 경기는 '해외파'로 유럽에서 치를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미국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북중미 예선 최종전인 트리니다드 토바고 원정에서 1-2 충격패를 당하며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그러면서 내년 여름 본선 무대를 대비하려던 미국의 계획은 전혀 예상치 못한 암초에 부딪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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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미 예선 도중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한 미국은 2002년 한일 월드컵과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대표팀을 이끈 브루스 아레나 감독을 선임해 러시아행을 노렸다. 66세의 노장 아레나 감독은 팀 하워드(38), 마이클 브래들리(30), 클린트 뎀프시(34), 조시 알티도어(28), 다마커스 비즐리(35) 등 한때 유럽 무대에서 활약하다가 MLS로 복귀한 베테랑을 대거 발탁했으나 본선행에 실패했다.
그러나 미국이 트리니다드 토바고 원정에서 예상치 못한 패배를 당해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이후 32년 만에 본선 진출에 실패하며 아레나 감독이 세운 계획과 대표팀 운영 방침은 모두 무용지물이 됐다. 북중미 예선 통과를 목표로 지난달 소집된 미국 대표팀 23인 명단의 평균나이는 29.5세. 특히 당시 명단에 포함된 선수 23명 중 무려 14명이 30대로 마지막 월드컵을 목표로 북중미 예선에 나섰다. 그러나 미국의 본선 진출이 수포로 돌아가며 대표팀도 새판을 짤 수밖에 없게 됐다. 일단 아레나 감독이 본선행 실패를 책임지고 사임하며 혁신의 시작이 예고됐다.
미국축구협회는 본선 진출 시 이달 A매치 기간을 맞아 MLS 소속 선수로 치를 예정이었던 홈 경기 계획을 취소했다. 월드컵 진출 실패가 확정된 한 달 후 홈에서 평가전을 치르는 건 분위기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게 분명했다. 대신 미국축구협회는 데이브 사라칸 감독대행 체제로 15일 포르투갈 원정만 치르기로 했다. 사라칸 감독대행이 선발한 22인 명단의 평균나이는 단 24세. 이 중 30대 선수는 정확히 30세인 미드필더 알레한드로 베도야가 유일하다. 가장 어린 선수는 내년 베르더 브레멘 이적이 확정된 2부 리그 USL에서 활약 중인 17세 공격수 조시 사전트.
이처럼 8개월 후 열릴 러시아 월드컵 진출에 실패한 미국은 지금 당장보다는 5년 후 전성기에 더 가까워질 선수 위주로 대표팀을 재단장했다.
이 외에도 미국 축구의 미래를 책임질 자원으로 평가받는 '원더키드' 크리스찬 퓰리시치(19) 또한 이번 명단에서 제외됐다. 퓰리시치는 북중미 예선 13경기에 출전해 7골 6도움으로 미국의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낸 데다 소속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서는 올 시즌 초반부터 주전급으로 활약하며 이미 검증된 자원으로 발돋움했다. 미국축구협회는 아직 다음 월드컵까지는 약 5년이라는 많은 시간이 남은 만큼 이번 포르투갈 원정에서는 이 외 자원의 기량을 점검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또다른 '유럽파 공격수' 바비 우드(24, 함부르크)도 이와 같은 이유로 제외됐다.
이번 미국 대표팀의 최고령자 베도야는 '사커 아메리카'를 통해 "월드컵 진출 실패는 주먹으로 명치를 맞은 기분이었다"면서도, "세대 교체 도중 나처럼 경험 있는 선수가 어린 선수들의 적응을 도와야 한다. 어린 선수들도 지금부터 기회를 살려야 한다. 그들이 지금 기회를 최대한 살리기를 바란다. 내년 월드컵에는 가지 못하지만, 우리의 인생과 축구는 앞으로도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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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내년 2월 축구협회 회장 선거를 진행한다. 아직 수닐 굴라티 현재 회장이 재선 의지를 밝히지 않은 가운데, 여러 분야의 인물이 속속들이 축구협회 회장직에 관심을 나타냈다. 과거 미국 대표팀에서 활약하가다 현역 은퇴 후 해설위원으로 활동 중인 에릭 와이날다, 카일 마르티노, 폴 칼리지우리 등 선수 출신 전문가를 포함해 변호사 스티브 간스, 에릭 위노그라드가 출마를 선언했다. 내년 2월 미국축구협회의 새로운 체제가 시작되면,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본선 무대 복귀를 노릴 미국의 리빌딩 계획은 더 구체적으로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무엇보다 현재 미국 축구계에 가장 필요한 건 '혁신'이다. 그동안 미국축구협회와 MLS는 축구 산업 확대를 목표로 천문학적인 액수를 투자하고도 32년 만에 자국 대표팀의 월드컵 진출 실패, 16년 연속 MLS의 북중미축구연맹(CONCACAF) 챔피언스 리그 우승팀 배출 실패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현재 미국축구협회의 연간 예산은 12억 달러(현재 환율 기준, 한화 약 1조3428억 원)에 달하지만, MLS는 세계적인 스타를 줄줄이 영입해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며 매년 최다 관중수 기록을 돌파하면서도 작년을 기준으로 20팀 중 10팀이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