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트페테르부르크 교민KFA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울려 퍼진 특별한 아리랑

[골닷컴, 상트페테르부르크] 서호정 기자 = 13일 상트페테르부르크 로모노소프에 위치한 스파르타크 훈련장.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러시아에서 첫 훈련을 시작했다. 오스트리아 레오강에서 진행했던 훈련과 평가전 성과가 만족스럽지 않은 상황에서 러시아월드컵 첫 경기인 스웨덴전은 어느새 닷새 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40여분 간의 회복 훈련을 진행하는 선수들을 향해 노래가 흘러나왔다. 아리랑이었다. 축구 대표팀 서포터즈인 붉은악마가 쓰는 대표적인 응원가다. 훈련장 관중석에 모인 200여명의 교민들이 어깨동무를 하며 수 차례 불렀다. 강도 높은 훈련과 짧은 간격으로 치른 평가전으로 심신이 지친 선수들이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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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은 이날 훈련을 팬들에게 모두 공개했다. FIFA(국제축구연맹)가 월드컵에 참가하는 32개국에게 한 번의 팬에게 공개하는 오픈 트레이닝을 의무 조항으로 넣었기 때문이다. 손흥민처럼 유럽에서도 인기 많은 한국 선수를 보러 온 현지 팬들도 있었지만 가장 눈에 띈 것은 붉은 티셔츠를 입은 교민들이었다. 

팬서비스라고 여겼던 훈련이지만 오히려 힘을 얻은 것은 대표팀이었다. 최근 대표팀을 향한 국내 정서와 시선은 곱지 못하다. 일부 팬들은 ‘이미 3패’로 월드컵 성적을 단정 지었다. 그런 가운데 상트페테르부르크 교민들은 태극기과 플래카드를 준비해 왔고, 아리랑을 열렬히 불렀다. 신태용 감독부터 막내 이승우까지 선수단 구성원 이름을 돌아가며 외쳤다. 

응원 분위기를 이끈 것은 9번 손흥민의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한 청년이었다. 4년 전부터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여행 가이드를 하고 있다는 배중현(31)씨는 “오랜 시간 붉은 악마 활동을 해 왔다. 러시아월드컵을 보고 싶어 4년 전 미리 건너와 일 하고 있다”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로스토프에서 열리는 멕시코전 티켓을 구해 직관에 나선다. 

부끄러울 법도 했지만 선뜻 응원을 리딩한 이유를 묻자 그는 “최근 대표팀이 위축된 것 같다. 그럴수록 활기찬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교민들은 이번 월드컵을 기대하고 응원을 준비 중이다. 그 기운을 선수들에게 전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실제 교민들의 열기는 뜨거웠다. 1400여명 정도가 상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상트페테르부르크 한인 교민회는 오픈 트레이닝이 알려지자 준비된 50장의 티켓이 금방 매진됐다. 시내에서 버스로 1시간 30분이 걸리는 거리지만 개의치 않고 훈련장으로 모여들었다. 누군가에게는 냉정한 질타의 대상이지만, 이역만리 교민들에겐 여전히 태극마크는 자부심이고 대표팀은 귀한 손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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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트페테르부르크 교민들은 멕시코전이 열리는 로스토프까지 버스 원정을 준비 중이다. 편도만 무려 26시간이 걸리는 장거리 이동이지만, 1명이라도 더 대표팀을 응원하기 위해 마음을 모으는 중이다. 붉은악마의 대규모 원정 응원마저 불발된 상황에서 러시아 각지에서 모일 교민들의 응원은 대표팀에 큰 힘이다.

그 힘은 러시아에서의 첫 훈련부터 확인할 수 있었다. 다양한 구성원의 교민들이 어깨동무를 하고 신나게 뛰며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를 부르는 모습은 대표팀을 향한 성원과 열정이 살아 있는 대한민국 사람이 곳곳에 있음을 보여줬다. 대표팀도 1시간 가까이 열띤 응원을 해 준 교민들에게 감사를 표시했다. 사진과 사인 요청에도 적극 응했다. 펜스를 사이에 둔 두 마음이 뭉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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