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oatia Argentina World Cup 2018Getty

빌드업 안 되는 아르헨 스리백, 자멸 자초했다

[골닷컴] 한만성 기자 = 크로아티아의 아르헨티나전 해법은 애초에 리오넬 메시 봉쇄가 아니었다. 그들은 투박한 상대 수비진을 강력하게 압박해 아예 아르헨티나의 공격 루트를 막아버렸다.

크로아티아는 22일(한국시각) 열린 2018년 러시아 월드컵 D조 2차전 경기에서 아르헨티나를 3-0으로 대파했다. 하과로 드러났듯이 크로아티아는 시종일관 아르헨티나를 압도했다. 발롱도르 수상 5회에 빛나는 아르헨티나의 간판스타 리오넬 메시는 볼터치 단 49회만을 기록했으며 후반전 중반까지는 슈팅조차 기록하지 못했다. 그가 페널티 지역 안에서 기록한 볼터치는 단 2회에 그쳤다.

경기가 끝난 후 즐라트코 달리치 감독이 공식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온통 관심은 크로아티아가 메시를 봉쇄한 방법에 집중됐다. 그러나 달리치 감독은 메시를 봉쇄한 게 아니라고 설명했다.

# 크로아티아가 봉쇄한 건 메시가 아닌 아르헨티나 수비진

오히려 달리치 감독은 "메시는 여전히 세계 최고의 선수"라며 상반된 대답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그는 "평소보다 더 높은 지점에서 상대를 압박했다. 우리는 아르헨티나 수비진이 공을 가졌을 때 압박에 약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우리 선수들이 작전을 그대로 수행했다. 우리는 매우 능력 있는 스카우트들이 그동안 계속 아르헨티나를 분석했다. 이에 맞게 준비한 게 적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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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헤 삼파올리 아르헨티나 감독은 3-5-2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백스리 수비진은 월드컵 전부터 아르헨티나에서 논란이 된 대상이다. 심지어 일부 아르헨티나 언론은 메시조차 선수 개개인의 성향을 고려할 때 대표팀이 중앙 수비수 세 명을 배치하면 후방에서 공격을 전개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이유로  백스리 전술을 가동하는 데 불만을 품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삼파올리 감독은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고 이날 니콜라스 오타멘디를 중심으로 좌우에 니콜라스 탈리아피코, 가브리엘 메르카도를 배치하는 백스리 카드를 또 꺼내 들었다. 크로아티아는 후방에 세 명을 배치하며 수적 우위를 점하려고 한 아르헨티나의 약점을 집요하게 공략했다. 아르헨티나 수비진은 크로아티아의 강력한 전방 압박에 막혀 어떤 방식으로도 공격을 전개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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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오타멘디는 소속팀 맨시티에서 펩 과르디올라 감독을 만나며 빌드업 능력이 일취월장한 수비수다. 그는 이날 패스 성공률 87.8%로 수비수 셋 중 유일하게 안정적인 볼배급 능력을 선보였다. 그러나 오타멘디 또한 불과 2년 전까지는 통솔력을 발휘하는 수비수보단 맨마커에 가까웠으며 맨시티에서도 빈센트 콤파니, 아이메릭 라포르테 등 패스 능력이 빼어난 동료와 조합을 이뤘다.

이날 쐐기골을 터뜨린 크로아티아 미드필더 루카 모드리치는 경기가 끝난 후 "우리는 전방위적으로 수비 블록을 만들어 촘촘하게 아르헨티나를 압박했다. 그들의 패스 루트를 사단에 차단했고, 특히 메시에게 가는 패스를 막는 데 집중했다. 그러면서 아르헨티나의 창의성을 지울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 자신이 고집한 전술에 어울리지 않는 선수 끼워넣으려 한 삼파올리 감독, 결국 대가 치르다

그러나 오타멘디의 좌우에 배치된 수비수 두 명이 흔들리자 팀 전체 균형이 깨졌다. 패스 성공률만 봐도 탈리아피코는 82.1%, 메르카도는 세비야에서 78.6%에 그쳤다. 빌드업 축구를 추구하는 팀의 공격 패턴은 중앙 수비진의 패스 성공률이 80% 중반 이하로 떨어지는 순간 오작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아르헨티나는 공격을 하기는커녕 공격할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삼파올리 감독은 수비수의 공격수화, 공격수의 수비수화를 추구하는 토털축구의 애호가다. 그러나 그는 훈련 기간이 짧은 대표팀에서 자신의 전술만을 지나치게 고집하며 크로아티아전 대패의 빌미를 제공했다.탈리아피코와 메르카도는 애초에 볼배급과는 거리가 먼 선수들이다. 탈리아피코는 지난 시즌 소속팀 아약스에서 패스 성공률이 84.3%, 메르카도 또한 세비야에서 83.1%를 기록했다.

반대로 크로아티아는 아르헨티나를 공략하기 딱 좋은 선수 구성을 보유한 팀이다. 최전방 공격수 마리오 만주키치는 유럽 정상급 무대를 수년간 누비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유벤투스 등에서 강력한 전방 압박을 구사하는 최전방 공격수의 표본으로 자리매김한 선수다. 이날 2선에 포진한 이반 라키티치와 모드리치 또한 전방위 압박에 능한 역동성 있는 중원 자원이다.

실제로 이날 만주키치, 라키티치, 모드리치는 총 태클 8회, 가로채기 7회를 합작했다. 공격진에 포진한 선수 세 명이 90분간 상대 선수로부터 공을 빼앗은 횟수가 무려 15회에 달했다는 뜻이다. 오히려 메시를 견제하기 위해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한 마르첼로 브로조비치는 태클 1회, 가로채기 1회만을 기록하며 여유 있게 수비 진영을 지킬 수 있었다.

달리치 감독은 경기 후 "16강 진출을 자신하고는 있었으나 초반 두 경기에서 모두 승리해 조별 리그 통과를 조기 확정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이슬란드와의 조별 리그 최종전에서 주전급 선수들에게 휴식을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치열한 압박으로 체력이 소진된 크로아티아는 아르헨티나를 잡은 덕분에 무려 일주일가량 휴식을 취하며 16강을 준비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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