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rgan Hazard & Jadon Sancho & Jude BellinghamGetty Images

'브리티시 인베이전' 도르트문트, 산초 이어 벨링엄도 대박?

[골닷컴] 김현민 기자 =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두 잉글랜드 선수 제이든 산초와 주드 벨링엄이 DFB 포칼 1라운드에서 기록 행보를 보이며 5-0 대승을 이끌었다.

도르트문트가 MSV-아레나 원정에서 열린 3부 리가 구단 두이스부르크와의 2020/21 시즌 DFB 포칼 1라운드에서 5-0 대승을 거두었다. 그 중심엔 바로 두 잉글랜드 출신 신예 선수 제이든 산초와 주드 벨링엄이 있었다.

이 경기에서 도르트문트는 3-4-1-2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엘링 홀란드와 산초가 투톱으로 나섰고, 2002년생 조바니 레이나가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수행했다. 악셀 비첼의 수비형 미드필더 파트너로는 2003년생 신예 벨링엄이 출전했다. 토르강 아자르와 토마스 뫼니에가 좌우 측면을 책임졌고, 마츠 훔멜스를 중심으로 마누엘 아칸지와 엠레 찬이 스리백을 구축했다.

Dortmund Starting vs DuisburgKicker

도르트문트는 경기 시작하고 14분 만에 산초의 선제골로 앞서나갔다. 비첼의 크로스가 상대 수비수 손에 맞으면서 핸드볼 반칙이 선언됐고, 이를 통해 얻어낸 페널티 킥을 산초가 차분하게 성공시킨 것.

이어서 벨링엄의 발에서 추가골이 터져나왔다. 레이나의 스루 패스에 이은 뫼니에의 땅볼 크로스를 아자르가 센스 있는 발뒷꿈치 패스로 연결했고, 이를 벨링엄이 논스톱 슈팅으로 골을 넣었다.

두 잉글랜드 선수들의 릴레이 골로 승기를 잡은 도르트문트는 여유 있게 플레이를 전개해 나갔고, 39분경 아자르가 프리킥으로 골을 추가하면서 3-0으로 전반전을 마무리했다.

도르트문트는 후반 시작과 동시에 벨링엄을 빼고 토마스 델라이니를 교체 출전시키면서 어린 선수 보호에 나섰다. 도르트문트는 후반 5분경, 레이나가 프리킥으로 골을 추가하면서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이에 도르트문트는 후반 12분경, 홀란드와 레이나, 뫼니에를 빼고 주장 마르코 로이스와 율리안 브란트, 우카시 피슈첵을 투입하면서 일찌감치 분데스리가 개막전에 대비해 체력 안배 및 부상에서 복귀한 선수들에게 실전 감각을 부여하는 여유를 보였다.

지난 2월 5일, 베르더 브레멘과의 포칼 16강전에서 부상을 당한 이후 무려 213일 만에 공식 대회에서 모습을 보인 로이스는 교체 출전한 지 정확하게 35초 만에 산초의 프리킥을 가볍게 왼발로 밀어넣으며 기분 좋은 복귀를 알렸다. 이는 도르트문트 구단 역대 교체 선수 최단 시간 골이기도 했다.

도르트문트는 마지막으로 후반 19분경, 산초 대신 레알 마드리드에서 임대로 영입한 헤이니에르를 투입하면서 데뷔전 기회를 선사했다. 이대로 경기는 5-0, 도르트문트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이래저래 도르트문트 입장에선 흥미로운 요소들이 많이 있는 경기였다. 2000년생 선수 둘이 투톱을 형성했고, 무려 5명의 2000년대 이후 출생자들(홀란드, 산초, 레이나, 벨링엄, 헤이니에르)이 출전했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영입한 세 선수(벨링엄과 뫼니에, 헤이니에르)가 모두 도르트문트 팬들에게 첫 선을 보였다. 최근 1년 동안 벨기에 대표팀에서 왼쪽 윙백으로 뛰고 있는 토르강 아자르가 도르트문트에서도 마침내 왼쪽 윙백으로 실험 가동됐다. 이와 함께 아자르와 뫼니에는 벨기에 대표팀에 이어 도르트문트에서도 좌우 윙백 역할을 수행하기에 이르렀다.

이 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끈 건 두 잉글랜드 선수 산초와 벨링엄의 선발 출전이었다. 먼저 산초는 여름 이적 기간 내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이적설에 이름을 오르내렸다. 도르트문트 구단 측에서 지난 8월 10일, 산초의 잔류를 공식 발표했음에도 영국 언론들은 여전히 산초가 맨유 이적을 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산초는 두이스부르크와의 포칼 1라운드에 정상적으로 선발 출전하면서 도르트문트 잔류 가능성에 한층 더 무게를 실어주었다.

산초는 1골 1도움을 올리면서 본인의 100경기 출전을 자축했다. 도르트문트 소속으로 100경기에서 35골 40도움을 올리면서 이제 만 20세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공격포인트를 적립해가고 있는 산초이다.

벨링엄은 이제 만 17세가 갓 넘은 어린 선수이다. 그런 그를 도르트문트는 구단 역대 최고 이적료 5위에 해당하는 2,650만 유로을 들여 버밍엄 시티에서 영입했다. 게다가 곧바로 그를 포칼 1라운드에 선발 출전시키면서 구단 역대 포칼 최연소 출전 기록(만 17세 77일)을 선사했다. 종전 기록은 레이나의 만 17세 83일이었다.

벨링엄은 데뷔전에서 골을 넣으며 도르트문트 구단 역대 공식 대회 최연소 골 기록을 달성했다. 단순 구단 기록을 넘어 85년 포칼 대회 역대 최연소 득점자로 당당히 이름을 올린 벨링엄이다. 구단과 포칼 대회의 새 역사를 썼다고 할 수 있겠다.

그 동안 독일과 잉글랜드는 가까우면서도 먼 나라였다. 두 나라의 '뿌리'는 사실상 같다고 봐도 무방하다. 독일 민족 게르만족 일파 중 하나인 앵글로색슨족이 6세기 브리타니아를 침공해 켈트족을 현재 아일랜드, 웨일스 지역으로 쫓아내고 세운 국가가 바로 잉글랜드다. 이는 독일인과 잉글랜드인을 지칭하는 영어 단어에서도 쉽게 확인이 가능하다. 독일인을 지칭하는 'German'을 독일어로 읽으면 게르만이 된다. 'England' 역시 '앵글족이 사는 나라'라는 의미이다. 독일 동부 지역 작센 주(라이프치히가 작센 주에 위치하고 있다)의 영어 표기는 'Saxony'로, 색슨족이 사는 지역을 지칭한다. 

하지만 유럽 국가들 중 유일하게 대륙에서 떨어져 홀로 섬에 위치하고 있었던 잉글랜드는(물론, 여전히 기질적인 면에선 유사점이 있으나) 오랜 기간에 걸쳐 독자적인 문화를 구축해 나갔다. 이는 잉글랜드가 자랑하는 대가수 스팅의 명곡 'Englishman in New York' 가사에서도 엿볼 수 있다(커피 대신 홍차를 마시고, 토스트는 한 쪽만 구워 먹으며, 지팡이를 가지고 다닌다) . 

무엇보다, 독일이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을 벌였을 당시 끝내 넘어서지 못한 국가가 바로 잉글랜드였다. 많은 폭격을 감행했음에도 잉글랜드를 넘어설 수 없었고, 결국 패망의 길로 접어들었다. 많은 사상자를 내면서 치열하게 전쟁을 펼쳤던 만큼 양국의 관계는 그리 좋지 못하다고 할 수 있다. 

축구에 있어서도 두 나라는 강한 라이벌 의식을 가지고 있다. 축구 종주국이라는 자부심이 강한 잉글랜드(그러하기에 잉글랜드는 자국 축구협회도 다른 국가들과는 달리 'The FA(The Football Association)'라는 명칭으로 지칭하고 있다)와 축구사적으로 유럽 최강을 자부하는 독일이다. 프리미어리그와 분데스리가라는 탄탄한 리그를 보유하고 있는 두 나라는 자국 축구 선수의 타 리그 진출도 흔치 않을 정도로 자부심이 강하다. 당연히 57년 전통을 자랑하는 분데스리가에서 뛴 잉글랜드 선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실제 2017년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55년 동안 분데스리가에서 뛴 잉글랜드 선수는 7명 밖에 되지 않았다. 이 중에서 성공한 선수는 함부르크의 전설 케빈 키건(키건은 함부르크 소속으로 1977년과 1978년 발롱도르 2연패의 영광을 차지했다)과 쾰른이 자랑하는 공격수였던 토니 우드콕, 그리고 바이에른 뮌헨의 다재다능한 미드필더 오언 하그리브스가 전부다. 그마저도 하그리브스는 캐나다 출생(캘거리)으로 어린 나이에 잉글랜드가 아닌 독일로 넘어와 바이에른 뮌헨 유스 시스템을 통해 성장했기에 도리어 조국 잉글랜드에서 이방인 취급을 받았던 인물이다. 

하지만 2017년 산초의 등장 이후 독일 무대에 잉글랜드 선수 숫자가 대거 늘어나고 있다. 산초가 분데스리가에서 히트 상품으로 떠오르면서 많은 어린 잉글랜드 재능들이 그의 성공에 고무되어 분데스리가 무대를 밟은 것. 산초를 시작으로 최근 3년 사이에 무려 15명의 잉글랜드 선수가 분데스리가에 도전장을 던졌다. 이 중 가장 최근에 독일에 입성한 선수가 바로 벨링엄이다. 

그 동안 대다수의 잉글랜드 선수들은 기대치를 충족시켜주지 못한 채 사라졌다. 하지만 산초는 키건과 하그리브스 이후 잉글랜드 선수로는 최고의 성공을 거두고 있고, 벨링엄은 기분 좋은 데뷔전을 치렀다. 이미 프리 시즌부터 심상치 않은 활약상을 펼치면서 비첼과 함께 주전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할 가능성이 높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듣고 있는 벨링엄이다. 도르트문트에 '브리티시 인베이전(British Invasion: 1960-70년대 비틀즈를 위시한 영국 락 밴드들이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걸 지칭하는 표현)'이 일어나고 있다.


# 도르트문트 구단 역대 최연소 득점 TOP 5

1위 주드 벨링엄: 만 17세 2개월 16일
2위 누리 사힌: 만 17세 2개월 21일
3위 조바니 레이나: 만 17세 2개월 22일
4위 크리스티안 풀리식: 만 17세 6개월 30일
5위 라스 릭켄: 만 17세 8개월 1일


# DFB 포칼 역대 최연소 득점 TOP 5

1위 주드 벨링엄(도르트문트): 만 17세 2개월 16일
2위 조바니 레이나(도르트문트): 만 17세 2개월 22일
3위 율리안 드락슬러(샬케): 만 17세 4개월 5일
4위 파울 야슈케(오스나브뤽): 만 17세 4개월 8일
5위 플로리안 비르츠(레버쿠젠): 만 17세 4개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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