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서호정 기자 = 조별리그 후반부로 향하고 있는 2017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눈길을 모으는 팀은 호주 A리그의 브리즈번 로어다. 1승 1무 2패로 E조에서 4위를 달리고 있는 성적 얘기가 아니다. 그들의 유니폼에 붙은 스폰서는 K리그에 많은 시사점을 줄 수 있다.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를 거쳐 조별리그에 진출한 브리즈번은 유니폼 전면에 한자 간자체로 표기된 광고를 달고 있다. 몰타의 중국 표기법인 ‘马耳他(마이타, 말타)’다. A리그 안에서 브리즈번의 유니폼 메인 스폰서는 자국 금융업체인 스테드패스트(Steadfast) 그룹이다.
몰타. 한자, 도대체 어떤 조합의 스폰서일까?
정체는 ‘상하이 화교 개인 이민 서비스(Shanghai Overseas Chinese Exit-Entry Service Co. Ltd, 16visa.com)’라는 중국 기업이었다. 1986년 상하이를 기반으로 창립된 기업으로 중국에서 해외로의 이민을 준비하는 이들의 컨설팅과 실제 행정 업무 등을 대행해준다. 몰타는 이 기업이 올해 가장 포커스를 맞추고 진행하는 이민 상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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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8일 브리즈번은 처음으로 이 스폰서를 유니폼에 붙이고 나왔다. 공교롭게도 그날은 상하이를 연고로 하는 중국 슈퍼리그의 강호 상하이 선화와의 플레이오프 경기였다. 카를로스 테베스를 세계 최고 연봉(약 450억원)에 영입하고 거스 포옛 같은 유명 감독까지 영입한 이 경기는 중국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브리즈번은 잘 준비된 조직력으로 홍커우 스타디음에서 열린 원정 단판 승부를 2-0 승리로 이끌며 조별리그에 진출했다. 이목이 집중된 이 경기에서의 승리로 ‘상하이 화교 개인 이민 서비스’도 큰 홍보 효과를 봤다.

브리즈번 구단은 경기 이틀 전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새 스폰서를 소개했다. 마크 킹스먼 단장은 “새로운 스폰서를 환영하고, 중국을 기반으로 한 파트너를 맞이하게 돼 흥분된다”라며 소감을 밝혔다. 브리즈번은 일단 2017년 챔피언스리그 스폰서로 영입했지만 장기적 협력 관계로 가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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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즈번이 국제 대회 참가를 계기로 중국 기업을 유치했다는 것은 챔피언스리그라는 기회를 오직 이기고 지는 데서 벗어나 새로운 초점을 맞출 수 있음을 의미한다. 구단 비즈니스에 새로운 활로를 열었다. 최근 재정 확보 문제가 중요한 화두인 K리그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니즈가 맞는 현실적 틈새 시장을 공략했다는 점도 돋보인다. 호주는 화교(이주 중국인)의 새로운 시장이다. 현재 86만명의 화교가 호주에 있는데 이는 전체 화교의 4%지만 가장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호주 부동산 업계가 중국의 투자로 돈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다. 브리즈번은 이 부분을 주목했고 중국 기업을 유치할 수 있었다.
K리그 역시 최근 2, 3년 동안 챔피언스리그를 통해 해외 스폰서를 확보하려는 노력을 보였다. 그러나 알리바바, 샤오미(이상 중국), 에미레이츠 항공(UAE) 등 지나치게 이름값이 큰 기업을 두드렸다가 실패했다. 해당 기업들은 굳이 한국의 축구팀을 통해 챔피언스리그로 노출할 필요성을 적게 느끼는 편이다. 오히려 브리즈번처럼 실질적인 요구가 있는 기업을 노크한다면 현실화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