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김현민 기자 = 최근 8경기 연속 무패 행진을 이어오면서 무서운 상승세를 자랑하고 있는 마인츠가 남은 3경기에서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볼프스부르크를 차례대로 만나며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 경쟁의 캐스팅 보터로 떠오르고 있다.
캐스팅보트(Casting Vote)라는 말이 있다. 이는 투표에서 두 정당의 세력이 비슷할 때 승패를 좌우할 수 있는 제3당의 표를 지칭하고 있다. 즉 캐스팅보트에 의해 투표의 승패가 결정된다고 보면 된다. 이는 스포츠 판에서도 종종 쓰이는 단어이다. 순위 경쟁이 치열할 때 해당 팀들과 모두 격돌하면서 순위에 결정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팀을 가리켜 캐스팅보트라고 칭하고 있다.
현재 분데스리가는 1위(바이에른 뮌헨 승점 71점)와 2위(RB 라이프치히 승점 64점)가 사실상 결정된 가운데 남은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 두 자리(3위와 4위)를 놓고 3개 구단이 경쟁하고 있다. 볼프스부르크(현재 3위, 승점 57점)와 프랑크푸르트(승점 56점), 도르트문트(승점 55점)가 해당 대상자이다.
Bundesliga이러한 가운데 위의 세 팀이 동일하게 만나는 구단이 있다. 바로 마인츠이다. 마인츠는 분데스리가 남은 3경기에서 프랑크푸르트(원정)와 도르트문트(홈), 볼프스부르크(원정)를 차례대로 격돌한다.
현재 마인츠의 순위 자체는 12위로 중하위권에 위치하고 있다. 하지만 절대 마인츠를 만만하게 볼 수 없다. 사실 마인츠는 14라운드까지만 하더라도 1승 3무 10패 승점 6점으로 샬케(당시 4무 10패 승점 4점)와 함께 독보적인 최하위권을 형성하고 있었다.
이에 마인츠는 2부 리그 강등에 대비해 대대적인 물갈이에 나섰다. 오랜 기간 마인츠에서 명단장으로 명성을 떨쳤던 크리스티안 하이델이 신임 CEO에 임명됐고,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마인츠 감독 직을 수행하면서 2015/16 시즌 팀을 분데스리가 6위로 견인하면서 구단 역사상 첫 유럽 대항전(유로파 리그) 본선 진출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던 마틴 슈미트가 새 단장에 부임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마인츠는 팀의 전설적인 수비수였던 보 스벤손을 감독으로 임명하기에 이르렀다. 과거 영광의 멤버들을 다시 불러들인 마인츠이다.
스벤손 감독 부임은 많은 놀라움을 선사했다. 이는 그의 나이 이제 만 41세로 감독 경력이 리퍼링이라는 오스트리아 2부 리그 팀을 1년 6개월 정도 맡은 게 전부였기 때문. 당연히 많은 이들은 스벤손의 감독 부임은 분데스리가 잔류가 아닌 2부 리그 준비 및 감독 경험을 쌓게 하기 위한 배려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간판 공격수인 장-필립 마테타마저 크리스탈 팰리스로 임대를 보내자 마인츠가 일찌감치 분데스리가 잔류를 포기했다는 부정적인 반응들이 흘러나올 정도였다.
스벤손은 이러한 예상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팀을 변모시켰다. 스벤손 아래에서 마인츠는 무서운 상승세를 타면서 후반기 분데스리가 돌풍의 팀으로 자리잡았다. 비록 감독 데뷔전이었던 프랑크푸르트와의 라인마인 더비(15라운드)에서 0-2로 패했으나 마인츠는 스벤손이 부임하고 첫 9경기에서 3승 2무 4패로 일정 부분 반등에 성공했다. 더 놀라운 점은 도르트문트(1-1 무)와 라이프치히(3-2 승), 우니온 베를린(1-0 승), 바이엘 레버쿠젠(2-2 무), 보루시아 묀헨글라드바흐(2-1 승) 같은 강호들을 상대로 좋은 성적들을 올리며 앞으로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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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기까지는 전초전에 불과했다. 마인츠는 24라운드 샬케전을 시작으로 지난 주말 헤르타 베를린전까지 8경기에서 5승 3무 무패 행진을 달렸다. 심지어 4월 24일엔 독일 최강 바이에른 뮌헨을 2-1로 꺾는 대이변을 연출했다. 이와 함께 마인츠의 순위는 분데스리가 18개 팀들 중 강등권인 17위에서 12위로 대폭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스벤손 감독 부임하고 마인츠는 8승 5무 4패 승점 29점을 올리면서 해당 기간을 기준으로 하면 분데스리가 5위의 성적이다. 이를 최근 12경기로 국한하면 7승 4무 1패 승점 25점으로 해당 기간 분데스리가 전체 최소 패(바이에른과 라이프치히가 2패)이자 바이에른(승점 26점)과 라이프치히(승점 26점)에 이어 3위의 성적이다. 8경기 무패는 현 시점 분데스리가 팀들 중 최다 경기 무패이자 5승 3무 무패 승점 18점으로 바이에른(승점 19점)에 이어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최근 기세만 놓고 보면 우승 경쟁 팀이라고 평가해도 무방할 정도이다.
마인츠 돌풍의 중심에는 역시 스벤손 감독의 전술적인 역량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그는 2007년부터 2014년까지 마인츠에서 뛰면서 위르겐 클롭(현 리버풀 감독)과 토마스 투헬(현 첼시 감독)의 지도를 받았다. 그러하기에 독일 현지에선 그를 클롭과 투헬의 제자라고 평가하고 있다. 게다가 그가 감독 경력을 시작한 구단인 리퍼링은 레드 불 잘츠부르크 산하 구단이다. 즉 현재 축구계에서 신흥 강호로 떠오르고 있는 레드 불 계열(라이프치히-잘츠부르크-리퍼링-뉴욕 레드 불스, 레드 불 브라간치뉴, 레드 불 브라질)에서 기초를 다졌다고 할 수 있겠다.
마인츠 지휘봉을 잡자마자 그가 가장 먼저 한 건 포메이션 변화에 있었다. 스벤손 부임 이전까지 마인츠는 4-2-3-1을 즐겨 사용했으나 스벤손은 프랑크푸르트와의 데뷔전을 제외하고는 모두 3-4-1-2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이를 통해 선수비 후역습의 실리적인 축구를 구사한 것.
이는 주효했다. 마인츠의 득점력은 이전과 크게 차이가 없다. 이전 14경기에서 마인츠는 14득점으로 경기당 1골을 넣고 있었고, 스벤손 부임 이후엔 17경기에서 20득점으로 경기당 1.18골을 기록 중이다. 여전히 팀 내 최다 득점자는 전반기만 뛰다가 팰리스로 임대를 떠난 마테타로 7골을 기록하고 있다. 그 뒤를 로빈 콰이송이 4골로 쫓고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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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스벤손 감독 하에서 수비 관련 지표들(가로채기, 슈팅 차단, 볼경합)이 모두 큰 폭으로 상승헸다. 자연스럽게 마인츠의 실점이 비약적으로 줄어들었다. 마인츠는 14라운드까지 31실점으로 경기당 2.21골을 허용하고 있었으나 스벤손 감독 부임 후 17경기에서 19실점으로 경기당 실점이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경기당 1.12골). 기대 실점(xGA: 슈팅 지점 및 상황을 통해 실점을 예측하는 통계) 역시 스벤손 부임 이전 경기당 1.92골에서 부임 이후 1.22골로 대폭 떨어졌다.
게다가 스벤손 감독은 본인이 마인츠에서 선수로 뛰었을 시절에 함께 뛰었던 공격수 아담 찰라이(만 33세)와 수비수 슈테판 벨(만 29세) 같은 베테랑들을 중용하면서 공수의 중심축을 잡아주었다.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프랑크푸르트에서 영입한 수비형 미드필더 도미닉 코어와 오른쪽 윙백 다니 다 코스타가 마인츠 중원과 측면에 힘을 실어주었다. 이와 함께 경기력에도 안정감이 생긴 마인츠이다.
https://www.buildlineup.com/마인츠는 단단한 수비를 바탕으로 역습을 통해 상대를 공략하는 플레이 모델을 쓰고 있기에 당연히 강팀에게 더 강한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괜히 마인츠가 바이에른과 라이프치히, 묀헨글라드바흐에게 승리했고, 도르트문트와 레버쿠젠 상대로 무승부를 거둔 게 아니다.
이러한 가운데 마인츠는 분데스리가 마지막 3경기에서 운명의 장난처럼 프랑크푸르트(4위, 승점 56점)와 도르트문트(5위, 승점 55점), 볼프스부르크(3위 승점 57점)을 차례대로 만난다. 마인츠 하기에 따라 남은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 3장 중 2장의 주인공이 판가름난다고 봐도 무방하다. 시즌 막판 3경기에서 마인츠의 경기들을 주목해서 봐야 할 이유이다. 분데스리가 챔피언스 리그 팀들의 향방은 마인츠 하기 나름이다.
# 최근 8경기 분데스리가 순위
1위 바이에른: 6승 1무 1패 승점 19점
2위 마인츠: 5승 3무 무패 승점 18점
3위 도르트문트: 5승 1무 2패 승점 16점
4위 라이프치히: 4승 2무 2패 승점 14점(골득실 +7)
5위 프랑크푸르트: 4승 2무 2패 승점 14점(골득실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