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한만성 기자 = 시즌 초반 김문환(25)은 팀 내 입지를 다지는 데 예상보다 큰 어려움을 겪었다. 작년 가을부터 말썽을 부린 그의 오른쪽 무릎 통증이 계속 이어졌다. 이 때문에 김문환은 올 초 북미프로축구 메이저리그사커(MLS)의 강호 LAFC 이적을 매듭 지은 후 시즌 개막 2개월 전인 지난 2월부터 미국 LA에서 현지 적응을 시작하고도 무릎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 프리시즌조차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이후 그는 시즌 개막 후 LAFC가 치른 여덟 경기 중 단 네 경기에 나서는 데 만족해야 했고, 이마저도 모두 교체 출전에 불과했다.
그러나 몸상태를 회복한 김문환은 6월 초 대표팀에 차출돼 모처럼 국내를 다녀간 후 LAFC에서도 생기를 되찾았다. 시즌 초반 여덟 경기 연속으로 선발 명단에서 제외된 그는 지난 6월 말 FC 댈러스전에서 첫 선발 출전을 시작으로 LAFC가 치른 최근 여덟 경기에는 모두 선발 출전했다. 지난 한 달간 LAFC의 오른쪽 측면 수비수(풀백) 김문환이 펼친 맹활약은 그가 기록 중인 1골 1도움이라는 단순한 수치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그는 이달 말 열리는 MLS와 멕시코 리가MX의 올스타전 선발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첫 선발 출전 후 단 한 달 만에 리그 최고의 공격형 풀백 반열에 올라선 상태다.
LAFC 사령탑 밥 브래들리 감독은 과거 미국과 이집트 국가대표팀, 클럽팀 레벨에서는 르 아브르(프랑스), 스완지(잉글랜드) 등을 이끈 풍부한 경험을 자랑한다. 올해로 4년째 LAFC를 이끌고 있는 브래들리 감독은 중앙중심적 빌드업을 바탕으로 한 플레이 스타일을 선호한다. 즉, 그는 측면보다는 중앙에서 해답을 찾는 감독이다.
# LAFC의 김문환은 부산의 김문환과 다르다
그러나 김문환이 합류한 후 주전 자리를 꿰찬 뒤, LAFC는 중앙 지역에서 상대 수비를 공략하는 기존의 묵직한 공격력에 이제는 날카로운 측면 공격까지 펼칠 날개를 장착했다. 김문환이 나타나기 전, LAFC의 주전 오른쪽 측면 수비수 역할은 주로 트리스탄 블랙먼(24)이 맡았다. 블랙먼은 지난 1월 미국 대표팀의 부름까지 받았을 정도로 멀티 기능이 빼어난 수비 자원으로 평가받지만, 원래 자리는 센터백(중앙 수비수)인 데다 과감한 공격보다는 자기 진영에서 팀 수비라인에 안정을 더해주는 '수비형 풀백'이다. 반면 지난 한 달간 김문환이 선보인 공격력은 가히 MLS 최고 수준이다.
SofaScore위 그림은 김문환이 지난 2020 시즌 부산 아이파크에서 활약하며 K리그1에서 선보인 움직임을 바탕으로 한 활동 영역을 보여주는 히트맵이다.
김문환은 지난 시즌 K리그1 강등권을 허덕인 부산에서도 오른쪽 측면을 오르내리는 활발한 활동량을 선보였지만, 상대 페널티 지역보다는 자기 팀 페널티 지역에서 더 많이 움직여야 했다. 객관적인 전력상 팀이 리그 하위권에 그친 만큼, 그 또한 상대 진영에서 득점 기회를 만들기보다는 팀의 실점 위기를 막는 데 더 집중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문환의 LAFC 이적 후 히트맵인 아래 그림을 보면 오히려 그가 해외 진출 후 팀에서 자신에게 더 어울리는 역할을 맡으며 활약 중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SofaScore이처럼 김문환은 K리그 시절과 비교해 MLS 진출 후 자신의 최대 장기인 공격 진영에서의 패스 연계, 그리고 전진하는 축구를 더 부담없이 즐기고 있다. 히트맵이 보여주듯이 그는 LAFC 이적 후 상대 페널티 지역 진입 빈도가 크게 상승했다.
MLS 전체 수비수별 드리블 돌파 후 득점 창출 횟수 TOP 5
(2021 시즌, 8월 3일 현재 90분당 평균 기준, 최소 500분 이상 출전)
0.48회 - 김문환(LAFC)
0.36회 - 리치 라레아(토론토)
0.34회 - 닉 리마(어스틴)
0.33회 - 데후안 존스(뉴잉글랜드)
0.32회 - 폴 마리(산호세)
이처럼 현재 김문환은 소속팀 LAFC뿐만이 아니라 리그 전체를 통틀어서 드리블로 상대를 제친 후 득점 기회를 창출한 빈도가 가장 높은 풀백이다. 김문환 덕분에 팀 공격 패턴에 넓이를 더한 LAFC는 그가 선발로 나서지 못한 올 시즌 초반 여덟 경기에서는 아홉 골을 넣는 데 그치며 단 2승밖에 챙기지 못했다.
그러나 LAFC는 김문환이 처음으로 선발 출전한 6월 댈러스전을 시작으로 단 다섯 경기 만에 4승을 거뒀다. 심지어 LAFC는 그가 선발로 나선 최근 여덟 경기에서 13골로 공격력까지 상당 부분 회복하며 우승후보의 면모를 되찾고 있다. 리그 전체를 기준으로 하면 '수비수 중 드리블 돌파 후 득점 기회를 창출한 횟수'가 가장 높은 김문환이지만, LAFC에서는 리그 최고의 공격수로 꼽히는 카를로스 벨라 등과 비교해도 해당 부문에서 기록이 더 좋다. 올 시즌 초반까지 LAFC의 붙박이 주전 오른쪽 측면 수비수로 활약한 블랙먼의 드리블 돌파 후 득점 기회 창출 횟수는 여전히 '0회'에서 멈춰 있다.
LAFC 2021 시즌 드리블 돌파 후 득점 기회 창출 횟수
(2021 시즌, 8월 3일 현재 90분당 평균 기준, 최소 500분 이상 출전)
0.48회 - DF - 김문환
0.30회 - FW - 카를로스 벨라
0.27회 - MF - 에두아르드 아투에스타
0.25회 - MF - 라티프 블레싱
0.22회 - FW - 디에고 로시
크로스 기록을 살펴 봐도 LAFC가 얼마나 측면보다는 중앙으로 공격을 풀어가는 데 익숙했던 팀인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김문환은 현재 LAFC에서 문전으로 연결하는 크로스가 가장 정확하고 날카로운 선수다. 그가 지난달 솔트레이크를 상대로 벨라의 결승골을 돕는 크로스로 어시스트를 기록한 장면이 이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LAFC 2021 시즌 페널티 지역 안으로 연결된 크로스 성공 횟수
(2021 시즌, 8월 3일 현재 90분당 평균 기준, 최소 500분 이상 출전)
0.60회 - DF - 김문환
0.38회 - DF - 디에고 팔라시오스
0.33회 - MF - 호세 시푸엔테스
0.30회 - FW - 카를로스 벨라
0.20회 - MF - 에두아르드 아투에스타
# 크로스보다 더 빛나는 김문환의 능력? 공 몰고 전진하는 '볼 캐리어'로서의 퀄리티
사실 좁은 공간에서 상대 선수와 1대1로 맞서는 상황이 잦은 윙어(측면 공격수)와는 달리, 풀백의 공격 상황은 대부분 자신의 앞에 발생한 공간을 적절한 타이밍에 빠른 속도로 공략해 얼마나 효과적으로 볼을 달고 '전진할 수 있느냐'에 초점이 맞춰진다. LAFC는 멕시코, 우루과이, 콜롬비아, 에콰도르 등 중남이 선수들이 주축을 이룬 팀이다. 이들은 발밑에 볼을 두고 빠른 속도로 전진하기보다는 우선 여유 있게 상대의 대형을 탐색하며 기회를 만들어가는 플레이 스타일을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김문환의 '전진성(progressiveness)'은 창의성과 정밀함이 최대 장점이었던 LAFC에 새로운 무기를 더해줬다. 올 시즌 LAFC에서 그보다 볼을 몰고 더 긴 거리를 전진한 선수는 포지션의 특성상 발밑에 볼을 두고 움직이는 빈도가 누구보다 더 높을 수밖에 없는 후방 미드필더 에두아르도 아투에스타뿐이다. 그를 제외하면 김문환은 선수가 볼을 몰고 전진한 거리를 수치화해주는 기록인 '전진 거리(progressive carry distance)'가 LAFC에서 가장 높은 선수다. 실제로 오른쪽 측면 수비수 자리를 두고 김문환과 주전 경쟁을 펼친 블랙먼의 올 시즌 90분당 평균 전진 거리는 단 83.6m에 불과했다. 즉, LAFC는 김문환이 선발 라인업에 포함되며 경기당 60m가량을 더 전진하는 중인 셈이다.
2021 시즌 LAFC 선수별 전진 거리 TOP 5
(2021 시즌, 8월 3일 현재 90분당 평균 기준, 최소 500분 이상 출전)
141.3 m - MF - 에두아르드 아투에스타
122.4 m - DF - 김문환
117.9 m - MF - 호세 시푸엔테스
117.3 m - DF - 디에고 팔라시오스
114.7 m - DF - 마르코 파르판
앞서 언급한 드리블 돌파 후 득점 기회 창출 기록을 통해서도 드러났듯이, 김문환은 볼을 몰고 단순히 전진하는 능력뿐만이 아니라 상대 선수를 제치는 드리블러로서의 퀄리티 또한 MLS에서 활약 중인 정상급 풀백과 비교해도 최고 수준이다. 올 시즌 현재 김문환은 MLS에서 활약 중인 모든 수비수를 통틀어 드리블 돌파 시도 횟수가 두 번째로 높다.
# MLS 전체 수비수별 드리블 돌파 시도 횟수
(2021 시즌, 8월 3일 현재 90분당 평균 기준, 최소 500분 이상 출전)
4.69회 - 셰이 살리나스(산호세)
4.10회 - 김문환(LAFC)
3.25회 - 로날드 마타리타(신시내티)
3.20회 - 앤드류 브로디(솔트레이크)
3.19회 - 카일 던컨(뉴욕 레드불스)
후방에서부터 볼을 몰고 전진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건, 그가 상대 진영에서 팀이 득점 상황을 만드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기회를 창출하는 선수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문환은 올 시즌 현재 MLS 전체를 통틀어 풀백 중 공격 진영(파이널 서드)에서 세 번째로 많은 볼터치를 기록 중이며 상대 페널티 지역 내 터치 횟수는 캐나다 국가대표이자 현재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진출설이 제기된 토론토 FC의 리치 라레아(26)에 이어 2위다.
MLS 전체 수비수별 파이널 서드 안 터치 횟수
(8월 1일 현재 90분당 평균 기준, 최소 500분 이상 출전)
29.0회 - 율리안 그레셀(아틀란타)
26,3회 - 루이스 마틴스(스포르팅 KC)
25.2회 - 김문환(LAFC)
25.2회 - 브룩스 레넌(아틀란타)
25.0회 - 잔 콜마니치(어스틴)
MLS 전체 수비수별 상대 페널티 지역 안 터치 횟수
(2021 시즌, 8월 3일 현재 90분당 평균 기준, 최소 500분 이상 출전)
4.73회 - 리치 라레아(토론토)
4.22회 - 김문환(LAFC)
4.18회 - 셰이 살리나스(산호세)
4.13회 - 디에고 팔라시오스(LAFC)
3.44회 - 지미 메드란다(시애틀)
글=한만성 기자
사진=LAFC
자료=Opta, FBRef, SofaScor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