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hae elementaly school football team

보물섬 아이들, 꿈의 상자를 열다 ③ 모두가 태극마크를 꿈 꿉니다

<②편 “프로축구 선수가 되고 싶어요”에서 이어집니다>

[골닷컴] 글/영상 총괄 조정길 편집장 = 전북 현대 클럽하우스 방문과 이동국, 김신욱 선수와 만남, 부모님의 영상 편지까지. 선물은 아직 끝난 게 아닙니다. 클럽하우스 견학을 마치고 다시 버스로 탑승한 아이들. 이번에야말로 감독님이 예고한 전지훈련지로 향하는 줄 알고 있었는데 좌석마다 종이가방이 하나씩 있습니다. 

‘뭐지? 뭘까?’하는 두근거림 반, 걱정 반으로 열어 본 가방 안에 들어 있는 건 붉은색 티셔츠였습니다. 티셔츠 앞면에는 한국에서 열리고 있는 FIFA U-20 월드컵 대회 엠블럼이 붙어 있었습니다. 어떻게 단번에 알아봤냐고요? 사흘 전 기니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20세 이하 대표팀 형들이 멋지게 승리하는 모습을 모두 지켜봤거든요. 

누군가가 외쳤습니다.

“오늘 ‘그 날’이잖아.”
“아르헨티나전?”
“그거 전주에서 한다고 했는데!”

그제야 아이들이 눈치를 챘습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향하는 목적지가 지옥(?)의 전지훈련지가 아니라 꼭 한번은 관중석에 앉아 직접 보고 싶었던 U-20 월드컵 경기가 열리는 전주월드컵경기장이라는 걸. 당장 오늘 밤 그 중요한 아르헨티나전을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보여줄까를 걱정했는데 우리가 거길 가서 직접 보게 될 줄이야.

신이 나서 옷을 갈아 입고 붉은 악마로 변신한 남해초등학교 축구부 아이들. 얼굴엔 단 1명의 예외 없이 웃음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30분 간 달린 버스에서 내려서 경기장까지 걸어가는 길. 입에서는 자연스럽게 “대~한!민!국!” 소리가 나옵니다. 2002년 4강의 신화를 쓴 한일월드컵은 아이들이 태어나기 한참 전의 일이지만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그 외침입니다.

FIFA가 주관하는 국제대회답게 검색대라는 것도 통과해야 했습니다. 경기장에 들어서기 전에는 볼에 페이스 페인팅도 하고요. 검지손가락을 세운 응원 도구까지 받았습니다. 오늘은 제대로 대한민국 응원 모드입니다. 

4만명이 넘게 들어온다는 월드컵경기장은 정말 컸습니다. 감독님이 김도혁 삼촌을 비롯해 남해초등학교 축구부 선배님들의 경기가 벌어질 때 인근의 광양, 창원으로 데려 가긴 했지만 이렇게 큰 경기장에 와 본 건 처음이에요. 그것도 국가대표팀의 경기라니요.

게다가 남해초등학교 축구부 아이들에게 배정된 좌석으로 대한민국 대표팀 벤치 바로 뒤. 그라운드에서 가장 가까운 자리였습니다. 

Namhae elementaly school football team

“우리 여기 앉는 거예요?”

정말 믿기지 않는다는 듯 기뻐하는 아이들. 그냥 선물이 아니라 정말 대단한 선물입니다. 감독님과 코치님들도 싱글벙글입니다.

“대표팀 형들이 힘 나게 여기서 제일 큰 목소리로 응원하자!”

“오~ 필승 코리아~ 대~한!민!국!”

흥이 난 응원처럼 대한민국 U-20 대표팀도 적극적인 공격으로 아르헨티나를 무너트렸습니다. 특히 선제골이 된 이승우 선수의 골 장면에서는 아이들 모두 펄쩍 펄쩍 뛰며 멋진 골에 환호했습니다. 2-1 승리라는 특별한 선물까지 받은 2017년 5월 23일은 아이들 인생에서 절대 잊을 수 없는 하루가 됐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감독님이 기대했던 이 날의 가르침을 되새겼습니다. 우리도 언젠가는 이 무대에서 뛰게 될 그날을 꿈꾸며 축구를 더 좋아하고, 그만큼 열심히 운동하겠다는 다짐들. 태극마크는 축구 선수라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는 걸 잊지 않고 새로운 각오로 훈련에 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특별한 선물을 아이들에게 선사한 박진희 감독님의 메시지에도 그 희망이 담겨 있었습니다. 

Namhae elementaly school football team

“감독님이 니네들 동계훈련부터 지금까지 너무 힘들게 했는데 여기까지 와 줘서 고맙다. 힘든 일, 기쁜 일 있었지만 근래 훈련 때 상당히 힘들어 하는 것 같았어. 슬럼프도 온 것 같았고. 집중력도 떨어져 보였지. 그래서 이런 이벤트를 마련했다. 오늘 많이 즐거웠으면 좋겠다. 꿈을 좀 더 크게 갖고 돌아오자. 앞으로도 계속 발전할 수 있는 남해초등학교 축구부원들이 됐으면 좋겠고. 우리 기죽지 말고 더 좋아질 수 있게 훈련하자. 사랑한다. “

하루 사이 훌쩍 자랐을 아이들. 높아진 꿈과 목표만큼 더 힘 내서 달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후일 다시 만났을 때 아이들이 남해초등학교 축구부 출신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하며 한국 축구의 기둥이, 우리 사회의 훌륭한 일원이 돼 있을 그 날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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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20 대표팀 이승모 선수(포항 스틸러스)의 메시지 ★

제가 어렸을 때의 시절이 생각나네요. 세계적인 무대에서 뛰고 싶다는 축구 선수로서의 막연한 기대감, 대한민국 응원하면서 봤던 팬으로서의 마음이 섞여 있었어요. 저는 이동국 선배님만 봤어요. 저희 어머니까지 모두 팬이었거든요. 그런데 시간이 금방 지나가는 것 같아요. 이번 U-20 월드컵은 2년 전 U-17 월드컵에 이은 두번째 세계 대회였어요. 긴장감도 컸고, 한번 겪어봤지만 여전히 설레더라고요. 태극마크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기대만큼 책임감도 따른다는 것을 이번에도 배웠습니다. 남해초등학교 축구부 친구들이 그 목표를 위해서는 열심히 노력해서 태극마크를 달 수 있는 자격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이 여러분들의 가장 소중한 시기라고 생각해요. 기본기가 정말 중요하다는 걸 성인 무대 와서 더 절실히 느끼거든요. 항상 감독님과 함께 즐겁게, 열정적으로 축구를 배워가길 바랍니다. 응원 고마웠어요. 저도 더 좋은 선수가 되도록 열심히 노력할게요. 

① 남해초등학교 축구부의 기적을 아시나요? → 기사보기

② “프로축구 선수가 되고 싶어요” →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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