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김현민 기자 = 보루시아 도르트문트가 페터 보슈 신임 감독 체제에서 강도 높은 압박과 속공을 앞세워 분데스리가 2경기 연속 완승을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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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르트문트, 헤비메탈 축구로 돌아오다
보슈 감독 체제에서 도르트문트가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오고 있다. 도르트문트는 볼프스부르크와의 분데스리가 개막전에서 3-0 대승을 거둔 데 이어 지난 시즌 6위를 차지한 난적 헤르타 베를린마저 2-0으로 완파하며 골득실 +5로 '디펜딩 챔피언' 바이에른 뮌헨(골득실 +4)를 골득실에서 앞선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미 분데스리가 개막 이전에 치른 DFL 슈퍼컵에서도 승부차기 끝에 패했으나 정규 시간 동안 바이에른과 2-2 무승부를 이루었고, 내용적인 측면에선 더 짜임새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도르트문트였다. 자연스럽게 보슈의 도르트문트가 시즌 초반 분데스리가의 핫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도르트문트하면 많은 축구 팬들이 'Gegenpressing(게겐프레싱, 압박에 압박을 가하는 초강도 압박을 지칭함)'을 떠올린다. 위르겐 클롭(현 리버풀 감독) 하에서 도르트문트는 강도 높은 압박과 속공에 기반한 공격 축구를 통해 분데스리가 2연패(2010/11, 2011/12)와 챔피언스 리그 준우승(2011/12)을 차지하며 유럽 축구판에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다. 경기당 평균 118km 이상의 경이적인 활동량을 자랑하던 도르트문트였다. 클롭은 본인 스스로 도르트문트 축구를 빠르게 몰아치는 '헤비메탈'에 비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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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클롭이 떠나고 토마스 투헬이 신임 사령탑에 오르면서 도르트문트 축구는 변화했다. 이전보다 압박과 속공의 비율은 줄어들었다. 대신 후방 빌드업과 패스 플레이에 무게 중심을 두는 플레이를 구사했다.
전술 변화 폭도 컸다. 클롭 시절엔 4-2-3-1을 고수했으나 투헬 하에서 도르트문트는 포백과 스리백을 넘나들었고, 원톱과 투톱을 번갈아가며 활용했다. 상대팀의 특성에 따라 무려 9가지의 다양한 포메이션을 구사한 투헬이었다.
문제는 전술 변동이 지나치게 자주 일어나다 보니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따랐다. 게다가 도르트문트의 기존 색채가 줄어들었다며 아쉬움을 표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물론 주축 코어 선수들(마츠 훔멜스와 일카이 귄도간, 헨리크 미키타리안)의 이적에 따른 피치 못할 선택이었던 부분도 부인할 수는 없으나 독일 현지 언론들은 투헬을 가리켜 일관성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결국 투헬은 다양하게 복합적으로 엮인 문제(선수 영입과 기용, 버스 테러 당시의 대처 방식, 언론 대응 방식, 전술의 일관성 부족)로 도르트문트 수뇌진들과 마찰을 빚다 경질되고 말았고, 그의 후임으로 지난 시즌 아약스를 유로파 리그 준우승으로 이끈 보슈가 새 감독으로 부임했다.
보슈 체제에서 도르트문트는 빠르게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 보슈는 '토탈축구(Voetbal total)'의 본고장 네덜란드 출신답게 포메이션을 4-3-3으로 고정시켰다(네덜란드 토탈축구의 기본 포메이션은 4-3-3이다).
https://www.buildlineup.com/이에 독일 축구 전문잡지 '11Freunde'는 "투헬 시절 도르트문트는 지나치게 많은 실험을 감행했으나 보슈 체제에서 전형적인 네덜란드식 4-3-3을 기본 골자로 경기의 지배력을 높여 나가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게다가 도르트문트에 다시 압박과 속공의 색체를 가져왔다. 안 그래도 보슈는 도르트문트 부임 당시 네덜란드 현지 언론들로부터 "펩(펩 과르디올라 현 맨체스터 시티 감독) 절반+클롭 절반"이라는 평가를 들었다. 네덜란드 출신답게 세밀한 패스 축구와 점유율 축구를 추구하지만 압박과 속공을 강조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감독이었다. 이를 위해 좌우 측면에 발빠른 선수를 배치하는 걸 선호한다. 아약스에서도 아민 유네스와 베르트랑 트라오레를 좌우 측면 공격수로 적극 활용한 바 있다(유네스와 트라오레 선발 고집은 팀 플레이에 해가 된다는 관점에서 네덜란드 내에서도 상당한 찬반 논란을 일으켰다).
이는 활동량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지난 시즌 도르트문트의 첫 2경기 활동량은 109.68km(마인츠전)와 110.22km(라이프치히전)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 도르트문트는 볼프스부르크와의 개막전에서 114.23km를, 그리고 헤르타 베를린과의 2라운드에선 114.5km를 각각 기록했다. 아직 클롭 시절의 활동량엔 미치지 않지만 투헬 시절과 비교하면 상당히 상승한 수치다.
심지어 지난 시즌까지만 하더라도 최전방에 주로 위치한 채 골사냥에 집중하던 피에르-에메릭 오바메양마저 좌우 측면과 전후방을 오가면서 강한 압박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헤르타전에 오바메양은 헤르타의 백패스 과정에서 자주 상대팀 골키퍼와 경합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11Freunde' 역시 보슈의 도르트문트가 투헬 시절보다 더 역동적이면서도 공격적인 '게겐프레싱'을 구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소 2명에서 3명의 선수들이 순간적으로 상대팀의 공을 잡은 선수를 에워싸기에 볼프스부르크(개막전 상대)나 헤르타(2라운드 상대) 모두 정상적인 공격을 전개하기 힘들었다. 가히 헤비메탈 축구의 부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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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괴체-사힌 올드 보이들의 귀환
보슈 감독 체제에서 도르트문트가 클롭식 축구로 복귀하면서 자연스럽게 과거 클롭 하에서 주축 역할을 담당하며 바이에른 독주 체제에 종지부를 찍었던 누리 사힌과 마리오 괴체가 전술의 수혜자로 떠오르고 있다.
먼저 사힌은 도르트문트 전술의 키를 잡고 있다. 역삼각형 미드필더 3의 중앙에 배치되어 후방 플레이메이커를 수행하고 있는 사힌은 역동적으로 움직이면서 경기 전반에 걸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강도 높은 전방 압박을 통해 적극적인 수비를 펼쳐보였고, 공격에도 자주 가세했다. 실제 사힌은 헤르타전에선 1골 1도움을 올리며 팀의 2골을 모두 만들어냈다.
이는 전임 주전 홀딩 미드필더 율리안 바이글과 구별되는 부분이다. 바이글은 주로 미드필더 후방에 위치한 채 좌우로 패스를 뿌려주면서 빌드업에 집중했다. 수비적인 부분에서도 후방에 자리를 잡고선 패스 길목을 막는 역할을 맡았다. 당연히 기본적인 패스 수치 자체는 바이글이 사힌보다 우위였다. 지난 시즌 바이글의 분데스리가 패스 성공률은 89.5%에 달했다. 반면 사힌의 이번 시즌 분데스리가 2경기 패스 성공률은 82.7%이다.
대신 직접적인 공격 기여도와 수비 기여도에서 사힌이 바이글보다 앞선다. 사힌의 경기당 1.5회의 키 패스(슈팅으로 연결된 패스)와 1.5회의 슈팅을 시도했고, 무려 3.5회의 태클과 2.5회의 가로채기를 기록했다. 이에 반해 바이글의 키 패스와 슈팅 시도는 각각 0.2회의 불과했고, 2.2회의 태클과 2.3회의 가로채기를 기록했다.
물론 현재는 바이글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상태이기에 사힌을 중용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역동적이면서도 강도 높은 압박 축구를 추구하는 보슈의 성향을 감안한다면 사힌이 바이글과의 주전 경쟁에서 앞설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바이글이 투헬 축구의 정수를 보여주는 대표성을 지닌 선수였다면 사힌은 보슈의 전술적 정체성을 대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괴체의 중앙 미드필더 변신도 눈여겨볼만 하다. 괴체는 선수 경력 내내 주로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를 소화했다. 상황에 따라 좌우 측면 미드필더와 '가짜 9번(최전방 공격수 위치로 배치된 공격형 미드필더)'에 이르기까지 공격 포지션에서 뛰던 괴체였다.
하지만 '대사 장애'에서 6개월 만에 돌아온 괴체는 보슈 감독의 4-3-3 포메이션에 맞춰서 3명의 중앙 미드필더의 왼쪽에 위치하는 역할로 보직을 변경했다. 다소 생소한 포지션일 수도 있으나 괴체는 분데스리가 2경기에서 합격점을 받기에 충분한 모습을 보여주며 기대감을 높여주었다.
실제 괴체는 볼프스부르크와의 분데스리가 개막전에서 크리스티안 풀리시치의 선제골을 어시스트하며 '키커'지 선정 1라운드 베스트 일레븐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볼프스부르크와의 2라운드에서도 괴체는 60분경 교체되는 시점에 팀내에서 가장 많은 볼 터치(79회)와 활동량(7.91km), 그리고 전력질주(57회)를 기록했다. 보슈 감독의 압박과 속공의 중심에 위치한 선수가 다름 아닌 괴체였던 것이다. '11Freunde' 역시 괴체가 보슈 감독 전술 시스템에 최적화된 새로운 영입 선수나 다름 없다고 평가했다.

지난 시즌 도르트문트의 최대 약점은 바로 중원에서 볼을 운반할 수 있는 선수가 없었다는 데에 있다. 일카이 귄도간이 맨체스터 시티로 이적하면서 중원에서 탈압박을 하며 미드필드 라인과 공격진의 연결고리 역할을 담당해줄 선수가 없어진 도르트문트는 바이글의 후방 볼 배급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플레이를 펼쳤다.
하지만 돌아온 괴체가 귄도간의 역할을 대신 수행해주고 있다. 왕성한 활동량과 뛰어난 기술을 바탕으로 도르트문트 중원에서 볼을 운반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주고 있다. 특히 헤르타에서 감각적인 볼 터치 3번으로 상대의 압박을 벗겨내는 모습은 단연 일품이었다.
무엇보다도 괴체는 사힌과 찰떡궁합을 보여주고 있다. 자연스럽게 도르트문트의 공격 방향은 왼쪽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볼프스부르크전 패스맵을 보더라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하단 사진 참조).
11tegen11분명 바이글이 중심을 잡고 있었던 투헬 시절의 도르트문트 시절(하단 사진 참조)과 비교했을 때 좌우 밸런스적인 측면이나 볼 분배 부분에선 불균형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대신 효율을 극대화하는 보슈의 도르트문트이다. 게다가 공격진과 수비진의 전체적인 상하 간격이 한층 더 좁아진 데 반해 좌우 폭은 넓어졌다. 수비는 좁게, 공격은 넓게라는 축구 전술의 기본에 충실하다고 할 수 있겠다.
11tegen11물론 아직 시즌 초반에 불과하기에 아직은 더 지켜볼 필요성이 있다. 하지만 적어도 시즌 초반 도르트문트의 경기력은 상당히 인상적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클롭의 색채를 강하게 보여주고 있기에 도르트문트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기에도 충분하다. 도르트문트가 시즌 초반 경기력을 꾸준하게 보여줄 수 있다면 이번 시즌 도르트문트는 바이에른의 분데스리가 왕좌를 위협하기에 충분한 존재로 다시금 떠오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