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김현민 기자 = 보루시아 도르트문트가 아약스의 유로파 리그 돌풍(준우승)을 견인한 피터 보츠를 신임 감독에 임명했다. 이와 함께 도르트문트는 토마스 투헬 체제와 작별을 고하고 보츠 체제에서 새 시즌을 맞이할 예정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도르트문트가 투헬을 경질하고 새 감독으로 보츠를 선택했다. 도르트문트가 보츠를 선택한 데에는 크게 3가지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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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술적인 연속성
도르트문트가 보츠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전술적인 연속성에 있다. 보츠는 여러모로 도르트문트의 구단 철학 및 전임 감독 투헬의 전술 스타일과 겹치는 부분이 있는 인물이다.
보츠는 네덜란드 감독답게 점유와 짧은 패스에 기반한 토탈 풋볼의 전통을 이어받고 있다. 기본적인 포메이션 역시 4-3-3에서 파생된 4-1-4-1을 활용하고 있다. 이 부분은 투헬과 동일하다고 볼 수 있겠다.
다만 아약스 전임 감독 프랑크 데부르와의 차이가 있다면 보츠는 압박과 속도라는 개념을 팀에 추가했다는 데에 있다. 특히 좌우 측면 공격수인 아민 유네스와 베르트랑 트라오레의 드리블 돌파를 중심으로 공격을 전개했다.
미드필더 구성도 3명의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를 배치했다. 라세 쇠네가 후방에서 플레이메이킹을 하면서 전체적인 판을 짜면 다비 클라센이 2선과 3선을 오르내리면서 공수 전반에 관여하고, 하킴 지예크가 찬스메이킹에 주력했다.
이러한 구성 역시 도르트문트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다. 율리안 바이글이 후방에서 패스를 공급하면 하파엘 게레이루(게레이루가 측면 수비수로 내려갈 시엔 곤살로 카스트로가 대체)가 박스투박스형으로 2선과 3선을 오르내리고, 우스망 뎀벨레(뎀벨레가 측면 공격수로 이동할 시엔 카가와 신지)가 찬스 메이킹에 주력한다.
게다가 전체적으로 라인을 높게 가져가면서 전방위에서 적극적으로 달려드는 수비를 펼친다. 수비수들 역시 위치를 지키기보단 높은 라인까지 전진해 공격을 위한 목적성의 수비를 펼치는 빈도가 높다.
이는 도르트문트 철학의 요체라고 할 수 있는 '게겐프레싱(Gegenpressing: 압박과 재압박, 가로채기에 이은 속공)'과 맞아 떨어지는 개념이다. 일반적인 압박과는 달리 속공을 위한 목적론적인 압박이다.
물론 세세한 부분에서 기존 투헬 전술과 차이가 있긴 하다. 특히 투헬은 후반기 들어 스리백을 자주 썼다. 하지만 큰 틀에서 봤을 때 도르트문트의 전술 철학과 보츠는 잘 맞아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그러하기에 미하엘 초어크 도르트문트 단장 역시 보츠 영입과 관련해 "그의 축구 철학에서 신선한 공격 축구이자 강한 게겐프레싱에 기반한 매력적인 축구에 더해 볼 소유시 독특한 구조를 모든 측면에서 확인할 수 있다"라고 호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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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어린 선수 육성
보츠는 아약스에서 단 1시즌을 소화했으나 이 짧은 기간에 많은 유망주들을 1군으로 콜업해 성장시켰다. 카스퍼 돌베리(만 19세)는 아약스 간판 공격수로 우뚝 섰고, 만 17세 수비수 마티스 데 리흐트는 네덜란드 대표팀에 승선할 정도로 빠른 속도로 성장세를 밟아나갔으며, 저스틴 클루이베르트(만 18세)와 압델하크 누리(만 20세)도 보츠 체제에서 프로 무대에 데뷔했다. 그 외 지예흐(만 24세)를 비롯해 베르트랑 트라오레(만 21세), 그리고 다빈손 산체스(만 20세) 같은 영입 선수들도 빠르게 아약스 핵심 자원으로 자리잡았다.
현재 도르트문트에도 어린 선수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이미 뎀벨레(만 20세)와 율리안 바이글(만 21세), 하파엘 게레이루(만 23세), 마티아스 긴터(만 23세) 같은 20세 초반 선수들이 주전급으로 활약하고 있는 가운데 만 18세 측면 공격수 크리스티안 풀리시치(만 18세)도 주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 외 미켈 메리노(만 20세), 펠릭스 파슬락(만 19세), 엠레 모르(만 19세), 제니스 부르니치(만 19세), 그리고 알렉산더 이삭(만 17세) 같은 유망주들이 호시탐탐 출전 시간을 노리고 있다.
특히 이삭은 도르트문트가 피에르-에메릭 오바메양의 장기적인 후계자로 삼기 위해 지난 1월, 레알 마드리드와의 경쟁에서 승리하고 영입한 선수다. 하지만 이삭은 도르트문트 수뇌진과 투헬 감독 사이의 알력 다툼에 휘말려(투헬은 인터뷰에서 공개적으로 이삭을 모르는 선수라며 영입에 불만을 토로했다) 분데스리가 데뷔전도 치러보지 못한 채 DFB 포칼 4분 출전에 만족해야 했다.
아약스는 이삭 영입을 추진했던 전례가 있다. 즉 보츠 감독 역시 이삭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가지고 있는 셈. 그러하기에 도르트문트는 내심 보츠가 이삭을 돌베리처럼 성장시켜주길 바라마지 않을 것이다.
초어크 역시 "그는 재능 있는 어린 선수들과 작업하는 데에 있어 능력이 있다는 걸 입증해냈다. 그는 중요 경기에서 어린 선수들을 활용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는 우리의 계획과도 맞아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라며 기대감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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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징검다리 효과
도르트문트의 장기적인 계획은 바로 한네스 볼프(만 36세)나 율리안 나겔스만(만 29세) 같은 젊은 감독을 데려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위르겐 클롭 감독 시절처럼 장기간 하나의 팀을 구축하겠다는 포석이다.
먼저 볼프는 현 슈투트가르트 감독으로 2010년부터 2016년까지 도르트문트 연령대별 팀을 지도한 경력이 있다. 먼저 볼프는 도르트문트 17세 이하 팀을 지도하면서 2013/14 시즌과 2014/15 시즌 연속으로 독일 챔피언에 등극했다. 이어서 2015/16 시즌 19세 이하 팀으로 승격해 또 다시 독일 챔피언을 차지했다. 3시즌 연속 도르트문트 연령대별 팀을 독일 최강으로 만든 볼프이다.
볼프는 2016/17 시즌 슈투트가르트 감독에 부임하자마자 2부 리가 1위를 차지하며 팀을 1년 만에 다시 분데스리가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4년 연속 해당 리그 최강을 연달아 달성하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볼프다.
볼프를 감독으로 임명할 시 메리트는 크게 2가지다. 도르트문트 구단에서 오랜 기간 있었기에 구단의 철학이나 내부 사정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풀리시치와 파슬락, 부르니치 등이 볼프의 지도를 받으면서 도르트문트 1군 선수로 성장한 케이스다. 그 외 2017 FIFA U-20 월드컵에 참가한 요나스 아르바일러를 비롯해 도르트문트가 애지중지 키우고 있는 유망주 야콥 브룬 라르센도 볼프의 작품이다.
게다가 볼프는 클롭의 애제자이기도 하다. 기본적으로 선호하는 포메이션도 클롭과 똑같은 4-2-3-1이고, 무명에 가까웠던 볼프를 도르트문트로 데려온 인물도 클롭이다. 그러하기에 볼프는 "클롭 없이 난 이 자리에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클롭이 나의 모든 걸 바꾸어 주었다. 6년 내내 그의 훈련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았다. 그가 얼마나 나에게 큰 영향을 끼쳤는지는 말로 설명하기조차 어렵다. 그는 언제나 나를 도와주었다. 나에게 있어선 그와 함께 한 6년이 믿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라고 밝혔다.
다만 볼프는 분데스리가에서 검증되지 않았다는 위험요소가 있다. 그러하기에 2017/18 시즌이 볼프에겐 중요한 한 해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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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겔스만은 이미 분데스리가에서도 능력을 충분히 입증한 감독이다. 2013/14 시즌 호펜하임 19세 이하 팀을 독일 챔피언으로 등극시켰고, 2014/15 시즌에도 남부 리그 우승에 더해 준우승을 기록했다. 2016년 2월, 만 28세의 나이로 분데스리가 최연소 정식 감독에 부임하면서 1군 지휘봉을 잡은 그는 최하위에 있던 호펜하임을 잔류권으로 끌어올렸고, 2016/17 시즌엔 4위를 차지하며 구단 역사상 첫 유럽 대항전 진출권 획득이라는 쾌거를 올렸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3월, 그는 역대 최연소로 독일축구협회(DFB)에서 수여하는 독일 올해의 감독에 당당히 뽑혔다.
나겔스만이 부임한 이래(2016년 2월)로 호펜하임보다 더 좋은 성적을 올린 팀은 양강 바이에른 뮌헨과 도르트문트 밖에 없다. 게다가 나겔스만 부임을 기점으로 분데스리가에서 그보다 더 좋은 성적을 올린 인물도 투헬이 유일하다. 이래저래 많은 팀들이 매력을 느낄 대상이긴 하다. 그러하기에 나겔스만을 감독으로 데려오기 위해선 경쟁도 불가피하다. 바이에른 역시 카를로 안첼로티의 후임으로 나겔스만을 고려하고 있고, 차기 독일 대표팀 감독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그 외 많은 유럽 명문 구단들 역시 나겔스만을 주시하고 있다.
나겔스만과 호펜하임의 계약 기간은 2019년 6월 30일까지다. 정확하게 보츠와 도르트문트의 계약 기간과 겹친다. 도르트문트도 나름 나겔스만의 계약 기간을 고려해서 2019년 6월 30일까지 보츠와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즉 도르트문트가 그리는 가장 아름다운 시나리오는 '클롭의 제자' 볼프가 슈투트가르트에서 성공가도를 달리면서 친정팀으로 금의환향하는 것이지만, 이 계획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 나겔스만으로 곧바로 선회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보츠가 도르트문트에서 기대를 넘어설 정도로 성공적인 커리어를 이어간다면 보츠와의 연장 계약을 추진할 것이다.

# 결론
분명 보츠는 도르트문트가 최우선으로 고려했던 감독은 아니다. 도르트문트는 2016/17 시즌 니스의 돌풍을 견인한 루시앵 파브르를 감독 후보 1순위로 올려놓고 있었다. 하지만 니스 측에서 강경하게 나서자 보츠로 선회했다.
파브르는 과거 헤르타 베를린(2007 - 2009)과 보루시아 묀헨글라드바흐(2011 - 2015)에서 감독 직을 수행하면서 풍부한 분데스리가 경험을 쌓은 감독이다. 즉 리그 적응이 불필요하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 반면 보츠는 새 환경 적응이 필요하다.
게다가 보츠는 아약스에서 데니스 베르캄프를 중심으로 하는 보드진과 마찰을 빚었다. 투헬과 유사한 형태로 팀을 떠나게 된 셈. 이는 도르트문트에게도 문제점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 파브르는 온화한 성품의 소유자로 단 한 번도 구단과 마찰을 빚은 전례가 없다.
이렇듯 불안 요소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현재 도르트문트에서 보츠만한 적임자도 찾기 어렵다. 무엇보다도 전술적인 연속성과 유망주 육성이라는 측면에선 보츠가 파브르보다도 더 나은 부분이 있다(파브르는 전술적인 면에서 기존 도르트문트 전술과 다소 차별성이 있는 인물이다). 누구나 일장일단은 있기 마련이다.
게다가 투헬의 경우 전임자가 선수단 및 구단 수뇌진과 각별한 관계를 맺었던 클롭이었기에 더 크게 대비되는 부분이 있었던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클롭은 낙천적이고, 외향적이면서 선수 및 수뇌진은 물론 언론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했으나 투헬은 자기 중심적이고 사적인 부분을 배제한 채 철저히 거리를 두는 스타일이었다. 만약 보츠의 선임 감독이 클롭이었다면 투헬과 비슷한 문제에 직면했을 위험성이 있지만 투헬이기에 도리어 별 문제 없이 넘어갈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