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halke Attacking ThirdOPTA

도르트문트와 샬케, 더비의 모든 것 보여주다

[골닷컴] 김현민 기자 =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 샬케가 화끈한 난타전을 펼치며 4-4 무승부를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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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슈의 파격적 전술 변화, 전반전을 지배하다

지그날 이두나 파크에서 열린 도르트문트와 샬케의 2017/18 시즌 분데스리가 13라운드 경기가 극적 승부 속에서 4-4 무승부로 막을 내렸다.

최근 6경기 무패(4승 2무) 행진을 달리며 파죽지세를 이어오고 있는 샬케는 도르트문트 원정에 평소와 똑같은 3-4-2-1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주장 랄프 페어만이 골문을 지키는 가운데 베테랑 수비수 나우두를 중심으로 벤야민 스탐불리와 틸로 케러가 스리백을 구축했다. 좌우 측면은 파비안 옥치프카와 다니엘 칼리지우리가 책임졌고, 막스 마이어와 웨스턴 매키니가 허리 라인을 형성했다. 최전방 원톱 공격수 구이도 부르그슈탈러를 중심으로 예프헨 코노플리얀카와 프랑코 디 산토가 이선에서 공격을 지원했다.

Schalke Starting vs Dortmund

반면 최근 분데스리가 3연패를 비롯해 5경기 무승(1무 4패)의 슬럼프에 빠지며 5위로 추락해 경질 위기설에 이름을 오르내린 피터 보슈 도르트문트 감독은 샬케전에 그 동안 고수하던 4-3-3 포메이션을 포기하고 3-4-2-1을 가동하며 전술적으로 파격적인 변화를 단행했다. 

주전 골키퍼 로만 뷔어키 대신 베테랑 로만 바이덴펠러가 골문을 지켰고, 외메르 토프락과 소크라티스 파파스타토풀로스, 마르첼 슈멜처가 스리백을 형성했다. 하파엘 게레이루와 크리스티안 풀리시치가 좌우 측면을 책임진 가운데 율리안 바이글과 누리 사힌이 허리를 구축했고, 안드리 야르몰렌코와 마리오 괴체가 2선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섰다. 최전방 원톱은 지난 분데스리가 경기에 구단 자체 징계로 결장한 간판 공격수 피에르-에메릭 오바메양의 차지였다.

Dortmund Starting vs Schalke

이러한 전술 변화는 주효했다. 풀리시치와 게레이루는 적극적으로 샬케의 측면을 공략하며 공격을 주도했다. 4-3-3에서 측면 공격수 역할을 수행할 때면 스피드 부족으로 문제를 노출하던 야르몰렌코는 정교한 킥과 패스를 오바메양에게 제공했고, 그 동안 중앙 미드필더 역할을 수행해야 했던 괴체 역시 원래 포지션인 공격형 미드필더에서 타고난 센스를 마음껏 발휘했다.

이에 반해 2년 6개월 만에 도르트문트보다 더 좋은 순위를 기록하면서 5년 만에 분데스리가 2위로 올라선 샬케는 선수들이 지나치게 흥분한 인상이 역력했다. 시작과 동시에 부르그슈탈러가 옐로 카드를 받았어도 할 말이 없었던 거친 파울을 저지른 데 이어 곧바로 3분경 만 19세의 어린 미드필더 매키니가 거친 태클을 시도해 결국 이 경기 첫 옐로 카드를 받았다. 경기 초반 다소 어수선했던 샬케였다.

이 틈을 타 도르트문트가 선제골을 넣으며 앞서나갔다. 11분경 괴체의 전진 패스를 받은 오바메양이 길게 크로스를 넘겨주었고, 반대편 측면으로 올라온 풀리시치가 논스톱 크로스로 연결했다. 이를 사힌이 논스톱 패스로 밀어넣은 걸 골문까지 쇄도해 들어간 오바메양이 슬라이딩 슈팅으로 골을 성공시켰다. 오바메양의 슈팅을 페어만 골키퍼가 일차적으로 저지했으나 충돌 과정에서 재차 오바메양 손을 맞고 들어갔다. 의도했던 게 아니기에 오심은 아니지만 핸드볼 반칙을 불었어도 반박하기 힘들었기에 도르트문트 입장에선 다소 행운이 따른 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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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을 상대로 선제골을 넣자 도르트문트 선수들의 사기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갔다. 이와는 반대로 다소 이른 시간에 실점을 허용한 샬케 선수들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샬케 선수들이 어수선한 틈을 타 도르트문트가 18분경 추가 골을 넣었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샬케로부터 추가 골을 선물받았다. 사힌의 간접 프리킥을 스탐불리가 걷어내려다 자책골을 넣는 우를 범한 것.

다시 2분 뒤 도르트문트는 오바메양의 크로스를 괴체가 헤딩 골로 연결했다(20분). 다시 4분 뒤 괴체와 원투 패스를 주고 받은 오바메양이 슈팅을 시도한 걸 케러가 몸으로 막아낸 걸 게레이루가 지체없이 논스톱 발리 슈팅으로 골을 넣으며 순식간에 스코어는 4-0으로 벌어졌다(24분). 선제골부터 4번째 골이 나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13분에 불과했다.

전반전, 도르트문트는 점유율에서 60대40으로 우위를 점했고, 슈팅 숫자에서도 8대2로 크게 앞섰다. 거의 모든 부분에서 샬케를 압도하며 전반전을 4-0으로 마무리한 도르트문트였다. 이에 대해 도메니코 테데스코 샬케 감독은 경기가 끝나고 기자회견에서 "도르트문트가 전반전을 지배했다. 그들은 슈팅을 하는 족족 골을 넣었다. 전반전만 하더라도 이 곳은 지옥이었다"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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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데스코의 과감한 선수 교체, 지옥에서 살아나다

이렇다할 대응조차 해보지 못한 채 눈깜빡할 새에 4실점을 허용하자 테데스코 감독은 33분경 프랑코 디 산토와 매키니를 빼고 부상에서 돌아온 에이스 레온 고레츠카와 발 빠른 공격형 미드필더 아민 아리트를 투입하며 전술 변화를 모색했다. 게다가 전반전이 끝나고 수비적으로 불안했던 케러 대신 마티야 나스타시치를 교체 출전시키며 전반에만 3장의 교체 카드를 모두 사용하는 강수를 던졌다.

테데스코의 승부수는 주효했다. 나스타시치는 차분한 수비를 통해 도르트문트의 역습을 저지해내는 역할을 톡톡히 맡았다. 게다가 후방 빌드업에도 힘을 더했다. 수비진이 안정감을 찾자 자연스럽게 샬케의 공격도 살아나기 시작했다.

게다가 디 산토 대신 아리트가 교체 출전하면서 샬케의 포메이션은 3-4-3으로 전환됐다. 코노플리얀카과 아리트가 좌우로 넓게 포진하면서 도르트문트의 측면을 공략했다. 이와 함께 샬케는 오른쪽 측면 공격수 아리트와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 중 오른쪽에 배치된 고레츠카, 오른쪽 윙백 칼리지우리까지 3명의 선수들이 오른쪽 구역에서 패스를 주고 받으면서 공격을 주도해 나갔다.

Schalke 2nd vs Dortmundhttps://www.buildlineup.com/

실제 후반전, 샬케의 공격 비율 중 오른쪽 측면이 무려 47.8%에 달했다. 왼쪽 측면 공격 비율은 30.7%였고, 중앙 공격 비율은 21.5%였다. 말 그대로 우측면을 중심으로 공격을 전개하며 도르트문트의 왼쪽 측면을 고집스럽게 공략한 샬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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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16분경 스리백의 오른쪽에 위치한 스탐불리가 대각선으로 길게 넘겨준 롱패스를 부르그슈탈러가 다소 먼 거리에서 골키퍼 키를 넘기는 감각적인 헤딩 슈팅으로 골을 넣으며 추격에 불씨를 지폈다. 이어서 후반 20분경 코노플리얀카의 측면 돌파에 이은 크로스를 반대편 측면에서 대기하고 있었던 아리트가 가볍게 밀어넣으며 2골 차로 추격에 성공했다.

다급해진 도르트문트는 후반 23분경 야르몰렌코를 빼고 수비수 마크 바르트라를 투입하며 수비 강화에 나섰다. 하지만 이 교체가 무색하게 간판 공격수 오바메양이 후반 27분경 불필요한 파울로 경기 2번째 옐로 카드를 수집해 퇴장을 당하는 우를 범했다. 곧바로 후반 33분경 괴체가 칼리지우리의 거친 파울로 부상을 당해 중앙 미드필더 곤살로 카스트로로 교체됐다. 

보슈 감독은 경기 종료 7분을 남기고 왼쪽 측면 윙백 게레이루를 빼고 중앙 수비수 단-악셀 자가두를 투입하며 잠그기에 나섰다. 자가두와 토프락, 파파스타토풀로스, 바르트라로 이어지는 센터백 4명을 배치해 포백으로 전환한 도르트문트였다. 

하지만 이는 패착이었다. 공격 자원들을 빼고 수비 자원들을 넣자 샬케는 한층 더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섰다. 게다가 좌우 측면을 책임진 자가두와 바르트라는 샬케 측면 공격수들을 쫓아가기엔 발이 느리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샬케의 추가 골이 터져나왔다. 후반 40분경 스탐불리의 전진 패스를 받은 칼리지우리가 드리블 돌파로 자가두를 제친 후 왼발 슈팅으로 골을 성공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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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골 차까지 추격에 성공하자 샬케 선수들은 사력을 다해 공격에 나섰다. 결국 인저리 타임에 코노플리얀카의 코너킥을 장신 수비수 나우두가 헤딩 슈팅으로 꽂아넣으며 치열했던 4-4 무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샬케는 후반전 점유율에서 64대36으로 도르트문트에 크게 우위를 점했다. 슈팅 숫자 역시 11대3으로 도르트문트를 압도했다. 속도전에 기반한 샬케의 측면 공격이 극적인 동점으로 이어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샬케의 극적인 무승부엔 테데스코의 하프 타임 라커룸 연설도 크게 좌우했다. 주장 페어만의 인터뷰에 따르면 테데스코가 라커룸에서 선수들 앞에서 무릎을 꿇고선 "우리들은 전반전 결과로부터 많은 걸 배워야 한다. 축구는 물론 인생에서도 이런 일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이제 우리는 전반전을 잊고 후반전엔 새로운 경기를 맞이한다. 후반전은 승리하자"라는 말을 해주었다고 밝혔다. 샬케 선수들 모두 이구동성으로 테데스코의 진심 어린 연설이 후반전 반등의 계기가 되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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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에 길이 남을 더비

그 동안 레비어 더비에선 다양한 사건 사고들이 있었다. 통산 151번의 맞대결이 있는 동안 명승부도 자주 펼쳐졌다. 하지만 이 정도로 극적이었던 경기는 없었다.

한 팀이 전반전에 4골 차로 앞서고 있었으나 후반전에 4골을 쫓아가며 극적인 무승부가 연출됐다. 경기 전 전술 플랜에 있어선 보슈가 앞섰으나 승부처에서의 용병술에선 테데스코가 완승을 거두었다. 도르트문트와 샬케 모두 5장의 옐로 카드(도합 10장)를 수집하며 거칠게 상대를 몰아세웠다. 퇴장자(오바메양)가 나왔고, 부상자(괴체)도 발생했으며, 부상 투혼 역시 있었다(아리트는 후반 34분경 카스트로의 태클에 부상을 당했으나 끝까지 경기를 소화했다. 그는 여전히 통증을 느끼고 있다고 토로했다). 인저리 타임에 극적인 동점골이 나왔고, 그 주인공은 수비수(나우두)였다. 

심지어 경기가 끝나고 양 팀 사이에 충돌이 일어났다. 종료 휘슬이 울리자 샬케 주장 페어만이 도르트문트 서포터석을 향해 기쁨의 세레모니를 펼치며 도발하고 나선 것. 분노한 사힌이 페어만을 밀쳤고, 이에 양 팀 선수들이 모여 몸싸움을 벌였다.

그러하기에 독일 현지 언론들은 이번 더비를 역사에 남을 최고의 더비였다고 평가하고 있다. '빌트'지는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더비(Das Jahrhundert-Derby)'라고 지칭했다. 

다만 마지막에 웃은 팀은 결국 샬케였다. 결과는 무승부였다. 하지만 샬케는 마치 대승을 거둔 것마냥 기뻐하고 있다. 실제 샬케 구단은 '더비 승자 셔츠(Derbysieger Shirt)' 판매에 나섰다. 샬케 선수들 역시 평생 잊을 수 없는 경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Derbysieger Shirt

반면 도르트문트는 나락으로 추락하고 있다. 주주총회에서 도르트문트 주장 슈멜처와 사힌이 입장할 때 팬들이 야유를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도르트문트 선수들 모두 다 잡은 승리를 놓친 것에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심지어 한스-요아힘 바츠케 도르트문트 CEO는 지금이 구단 역사에 있어 가장 힘든 시기라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보슈 감독은 주주총회를 통해 후임 감독을 구하기가 어렵다는 이유로 유임이 결정됐다. 

이렇듯 한 팀에겐 이보다 더할 수 없는 기쁨을, 다른 한 팀에겐 큰 슬픔을 안겼으나 제3자 입장에선 이보다 더 재미있을 수 없는 역사적인 더비가 막을 내렸다. 이것이 바로 더비만이 줄 수 있는 매력이자 즐거움이다. 벌써부터 후반기 레비어 더비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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