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클롭 전술, 리버풀 연승 원동력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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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 공식 대회 3연승. 허더스필드전엔 후반 깜짝 스리백 가동하면서 3-0 승. 웨스트 햄전엔 라이프치히 스타일 4-2-2-2 포메이션 가동

[골닷컴] 김현민 기자 = 잠시나마 위기에 빠졌던 위르겐 클롭 감독이 유연한 전술 변화를 통해 리버풀의 3연승을 견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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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롭은 지금으로부터 2주일 전만 하더라도 토트넘과의 2017/18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이하 EPL) 9라운드에서 무기력한 경기력 속에 1-4 대패를 당하면서 리버풀 감독 부임 후 최대 위기에 직면하고 있었다. 

토트넘전이 끝나고 영국 현지 언론들은 물론 축구 전문가들 사이에 클롭이 리버풀의 고질적인 수비 불안 문제를 해소하지 못했고, 매번 동일한 4-3-3 포메이션만 고집한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지나치게 수비 라인을 높게 올리다가 빠른 역습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지배적이었다(토트넘전에 리버풀은 점유율에서 64대36으로 크게 앞섰으나 상대의 뒷공간 침투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세트피스 수비 문제 역시 지속적으로 클롭의 발목을 잡는 요소였다(토트넘전 4실점 중 2실점이 세트피스에 의한 것이었다). 

심지어 리버풀의 전설적인 수비수이자 스카이스포츠에서 해설가로 활동 중인 제이미 캐러거조차 '리버풀의 수비는 영입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전술 자체의 문제다'라고 클롭의 전술을 직접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자연스럽게 일각에선 더 이상 클롭 체제에서 리버풀이 발전하는 모습을 보기 어렵다는 부정적인 전망까지 흘러나왔다. 리버풀 팬들 사이에서도 클롭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가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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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는 클롭의 친정팀이자 마음 속의 고향 보루시아 도르트문트가 피터 보슈 신임 감독 체제에서 현재 드러내고 있는 문제점과 유사하다. 하지만 이후의 스토리는 사뭇 다르다. 클롭은 토트넘전의 악몽과도 같은 대패 이후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먼저 허더스필드와의 EPL 10라운드 경기에서 리버풀은 전반전만 하더라도 기존 전술을 고수하고 나왔다. 하지만 전반 내내 허더스필드의 수비 전술에 막혀 고전을 면치 못했다. 게다가 토트넘전에 역습으로 4실점을 허용하며 대패를 당한 여파 때문인지 리버풀 선수들은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서지 않았다. 위축된 모습이 역력했다. 

결국 리버풀은 전반전 내내 슈팅 6회를 시도한 채 무득점으로 마무리했다. 클롭 감독조차 경기가 끝나고 기자회견에서 "전반전 내내 우리 선수들은 허더스필드의 역습을 지나치게 경계하면서 소극적으로 플레이했다. 이것이 전반전 졸전의 원인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후반, 클롭은 승부수를 던졌다. 오른쪽 측면 수비수로 선발 출전한 조 고메스를 중앙 수비수로 이동시키면서 조엘 마팁, 라그나르 클라반과 함께 스리백으로 전환한 것. 대신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한 제임스 밀너가 오른쪽 윙백으로 이동했다. 

Liverpool First Half & Second Half vs Huddersfield

이는 주효했다. 3명의 센터백이 단단하게 후방을 지켜주자 여유가 생긴 리버풀 선수들은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섰다. 반면 허더스필드는 리버풀의 파상공세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 과정에서 49분경 허더스필드 왼쪽 측면 수비수 토미 스미스의 헤딩 실수가 이어지면서 다니엘 스터리지의 선제골이 나왔다. 57분경엔 코너킥 공격 찬스에서 호베르트 피르미누가 추가골을 넣었다. 74분경엔 조르지니오 바이날둠이 수비 밀집 지역에서 골대 상단에 꽂히는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3-0 승리의 마침표를 찍었다.

주중 마리보르와의 챔피언스 리그 32강 조별 리그 4차전 홈경기에서 클롭 감독은 피르미누와 모하메드 살라를 최전방 투톱에 포진한 채 알렉스 옥슬레이드-체임벌린과 밀너를 좌우 측면에 배치하는 플랫형 4-4-2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Liverpool Starting vs Maribor

이 변화도 주효했다. 체임벌린과 밀너는 연신 상대의 측면을 흔들어 놓으며 마리보르를 공략해 나갔다. 실제 밀너는 출전 선수들 중 가장 많은 4회의 키패스에 더해 3회의 드리블 돌파를 기록했고, 체임벌린 역시 3회의 키패스와 3회의 드리블 돌파를 성공시켰다. 시종일관 파상공세를 펼친 끝에 리버풀은 마리보르를 3-0으로 완파했다.

연이은 3-0 대승에도 클롭은 전술적인 변화를 멈추지 않았다. 웨스트 햄과의 EPL 11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클롭은 사디오 마네가 부상에서 돌아오자 최전방에 피르미누와 살라를 포진시킨 가운데 이선에 마네와 체임벌린을 배치하는 4-2-2-2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Liverpool Starting vs West Ham

4-2-2-2 포메이션은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에서 승격팀 돌풍을 일으킨 RB 라이프치히의 주 전술이다. 4-2-2-2의 최대 강점은 바로 속공과 압박에 있다. 투톱부터 2명의 공격형 미드필더, 2명의 중앙 미드필더까지 6명의 선수들을 블록 형태로 세워 좁은 간격 속에서 강도 높은 압박을 감행해 상대를 에워싸면서 후방 빌드업을 괴롭히는 한편 볼 소유권을 뺏을 시 지체 없이 직선 최단 거리로 속공을 감행하는 형태다(이러한 특징은 분데스리가 공식 유투브 패널에 올라온 'RB 라이프치히의 비밀 공개 - 성공의 레시피' 영상에 나온 첫 번째 비결 '압박과 전환(Passing & Trasitions)'를 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동영상 url: https://www.youtube.com/watch?v=v7fr_TNdTkU

이는 속칭 대박으로 이어졌다. 웨스트 햄은 이번 시즌 EPL 팀들 중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함께 가장 활동량이 적은 팀이다(11라운드를 소화하는 동안 1,162km를 커버했다. 이는 경기당 평균 105.6km에 해당한다). 그러하기에 압박과 속공을 극대화하는 4-2-2-2 포메이션이 웨스트 햄에겐 제격이었다.

먼저 21분경 리버풀은 살라와 마네의 2인 역습으로 선제골을 합작했다. 코너킥 수비 상황에서 루즈볼을 잡은 살라가 마네에게 패스를 내주었고, 둘이 동시에 직선으로 골문을 향해 돌진하다 웨스트 햄 수비수 한 명을 앞에 두고 마네가 연결한 패스를 살라가 가볍게 밀어넣었다. 웨스트 햄이 코너킥을 찬 시점부터 살라의 골이 들어갈 때까지 걸린 시간은 단 13초에 불과했다.

이어서 24분경엔 코너킥 공격 찬스에서 웨스트 햄 주장 마크 노블이 걷어낸다는 게 골문으로 빨려들어가는 걸 조 하트 골키퍼가 선방했으나 골문 앞에 대기하고 있었던 리버풀 수비수 조엘 마팁이 가볍게 리바운드 슈팅으로 밀어넣었다. 선제골에 이어 추가골이 나오는 데 걸린 시간은 2분 37초 밖에 되지 않았다.

비록 리버풀은 후반 10분경 웨스트 햄 공격형 미드필더 마누엘 란시니에게 실점을 허용했다. 이에 웨스트 햄 홈팬들은 공식 응원가 '난 영원히 비눗방울을 불 거야(I'm forever blowing bubbles)"를 부르며 비누방울을 불어댔다. 하지만 비눗방울이 채 사라지기도 전인 1분 사이(정확하게는 55초)에 역습 과정에서 피르미누의 패스를 받은 체임벌린이 슈팅을 연결했고, 이를 하트 골키퍼가 선방한 걸 재차 밀어넣으며 3-1로 스코어를 벌려나갔다.

마지막으로 75분경 역습 과정에서 마네가 상대 수비수의 파울에 넘어졌음에도 곧바로 일어나 패스를 내주었고, 이를 받은 살라가 과감한 왼발 킥으로 4-1 승리를 매조지었다.

Sadio Mane & Mohamed Salah

이렇듯 클롭은 토트넘전 이후 센터백 출신인 고메스를 오른쪽 측면 수비수로 배치하면서 상황에 따라 변형 스리백을 통해 고질적인 수비 불안 문제를 줄여나가고 있다. 게다가 상대에 따라 맞춤형 전술을 가동하며 약점을 집요하게 공략해 나간다.

특히 웨스트 햄전 4-2-2-2 포메이션은 어떻게 보면 현 리버풀 선수단 면면을 놓고 보면 가장 적합한 전술이라고 할 수 있다. 피르미누와 마네, 살라, 그리고 필리페 쿠티뉴까지 공격 4인방을 모두 활용할 수 있는 전술이다. 

게다가 리버풀은 믿을 만한 수비형 미드필더가 전무하다시피 하다. 물론 주장인 조던 헨더슨이 있지만, 올해 3월, 발 부상을 당해 장기간 결장한 이후 역동성이 떨어지면서 홀로 수비형 미드필더 중책을 수행하기엔 수비적인 면에서 문제를 노출하고 있다. 엠레 찬과 바이날둠은 전형적인 수비형 미드필더가 아니다. 다음 시즌에 합류할 라이프치히 미드필더 나비 케이타도 공격 성향이 강한 박스-투-박스형 미드필더다. 그러하기에 4-3-3보다는 4-2-2-2가 더 나은 방안일 수 있다.

무엇보다도 현 리버풀 에이스 마네는 레드 불 잘츠부르크 출신으로 4-2-2-2 포메이션에 익숙하다(잘츠부르크와 라이프치히는 형제 구단으로 같은 전술을 공유하고 있다). 내년에 리버풀에 합류할 케이타는 잘츠부르크를 거쳐 라이프치히에서 뛰고 있는 선수다. 

현재 리버풀에 믿을 수 있는 수비수 자원 자체가 부족하기에 4-2-2-2 포메이션을 메인으로 가져가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다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4-2-2-2로 갈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분명한 건 리버풀 지휘봉을 잡은 이후 매번 4-3-3 포메이션을 바탕으로 '게겐프레싱'만을 고집하던 클롭이 전술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확실한 플랜A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기 레이스를 소화하기 위해선 다양한 무기와 선택지를 가질 필요가 있다. 이 점에서 최근 클롭이 전술적인 유연성을 갖춰가고 있다는 건 리버풀에게 긍정적인 시그널이라고 할 수 있다. 클롭의 변신은 무죄다.

Jurgen Klopp Liverpool sack nobody be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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