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황금세대, 풀백 부재에 또 발목 잡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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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세대 벨기에, 2014 월드컵과 유로 2016 이어 이번에도 측면 수비수 부재에 눈물. 프랑스와의 준결승전에선 유일한 풀백 뫼니에르마저 징계로 결장

[골닷컴] 김현민 기자 = 벨기에가 프랑스와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준결승전에서 전문 측면 수비수 부재를 드러내면서 아쉽게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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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가 프랑스와의 러시아 월드컵 준결승전에서 0-1로 패했다. 결론부터 얘기하도록 하겠다. 이번에도 벨기에 황금세대의 발목을 잡은 건 바로 전문 측면 수비수의 부재였다.

벨기에는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10년 넘게 메이저 대회와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1980년대 중후반 태생의 수비수들(토마스 베르마엘렌, 뱅상 콤파니, 얀 베르통언, 토비 알더베이렐트)이 자리를 잡은 가운데 에당 아자르와 케빈 데 브라위너, 로멜루 루카쿠 같은 90년대 신세대 공격수들이 가세하면서 벨기에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통해 12년 만에 메이저 대회 복귀식을 가졌다. 벨기에 황금세대의 출발이었다.

벨기에 황금세대는 브라질 월드컵 8강과 유로 2016 8강에 이어 이번엔 준결승에 올랐다. 하지만 매번 정통 측면 수비수는 사실상 전멸에 가까웠다. 참고로 측면 수비수는 두 가지로 분류된다. 포백에서 측면 수비를 책임지는 선수는 풀백으로 지칭한다(중앙 수비수 두 명과 측면 수비수 두 명 구성). 스리백에서 3명의 중앙 수비수 좌우 측면에 조금 더 전진 배치해서 공격과 수비를 동시에 아우르는 선수는 윙백으로 지칭한다(즉 스리백이 명칭만 보면 수비수가 한 명이 적다고 착각할 수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선수 구성상 수비수 5명이 배치된 포백보다 더 수비적인 포메이션에 해당한다). 

Full Back & Wing Back

먼저 브라질 월드컵 당시, 벨기에는 마크 빌모츠 감독 체제에서 4-2-3-1 포메이션을 고수한 가운데 얀 베르통언과 토비 알더베이렐트가 좌우 풀백 역할을 수행했다. 이 둘은 축구 팬이라면 많이들 알다시피 중앙 수비수이다. 팀에 전문 측면 수비수 자원이 없었기에 울며 겨자먹기로 풀백 역할을 수행했던 것이다. 당연히 수비적으로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으나 오버래핑과 공격 지원에 있어 항상 아쉬운 부분을 드러냈다. 이로 인해 미국과의 16강전에서도 연장 접전 끝에 어렵게 2-1로 승리했고, 아르헨티나와의 8강전에선 0-1로 패한 벨기에였다.

유로 2016에서도 시작 당시는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정통파 오른쪽 측면 수비수 토마스 뫼니에르와 왼쪽 측면 수비수이자 로멜루 루카쿠의 동생 조당 루카쿠를 유로 2016 본선 참가 명단에 뽑았으나 이들은 A매치 경험이 현격히 부족했기에 빌모츠 감독은 이탈리아와의 조별 리그 1차전에 베르통언과 중앙 수비수 로랑 시망을 좌우 풀백으로 선발 출전시켰다. 

전문 측면 수비수의 부재는 이탈리아전에서 또다시 걸림돌로 작용했다. 두 선수 모두 단 하나의 키 패스(슈팅으로 연결되는 패스)를 기록하지 못했다.  베르통언은 무려 7회의 크로스를 올렸으나 벨기에 팀 동료에게 제대로 배달된 건 단 하나가 전부였고, 시망 역시 4회의 크로스를 시도해 하나만을 성공시켰다. 좌우 측면에서 제대로 된 공격 지원이 없다보니 벨기에 측면 공격은 단조로운 형태를 띌 수 밖에 없었다. 먼 지역에서의 느리면서 높게 올라오는 크로스로 이탈리아의 단단한 스리백을 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결국 벨기에는 이탈리아에 0-2로 완패를 당했다.

이렇듯 측면 수비수 부재에 시달리던 벨기에에 한줄기 희망이 생겼다. 바로 뫼니에르의 화려한 등장이었다. 아일랜드와의 2차전에 오른쪽 풀백으로 선발 출전한 뫼니에르는 61분경 환상적인 크로스로 악셀 비첼의 2번째 골을 어시스트한 데 이어 70분경 가로채기에 이은 전진 패스로 3번째 골의 기점 역할을 담당했다(뫼니에르의 패스를 받은 에이스 에당 아자르가 드리블 돌파에 이은 크로스를 제공했고, 로멜루 루카쿠가 골을 성공시켰다). 뫼니에르의 활약 덕에 벨기에는 아일랜드를 3-0으로 완파할 수 있었다.

Thomas Meunier & Marc Wilmots

이후 뫼니에르를 주전으로 활용한 벨기에는 스웨덴을 1-0으로 꺾으면서 조별 리그를 통과했고, 16강전에선 헝가리를 4-0으로 대파하며 8강에 진출했다. 말 그대로 파죽지세를 이어온 벨기에였다.

하지만 8강전에 벨기에에 비상이 걸렸다. 바로 왼쪽 측면 수비를 책임지던 베르통언이 부상으로, 중앙 수비수 역할을 수행하던 베르마엘렌이 징계로 동시에 결장한 것. 이로 인해 벨기에는 웨일스를 상대로 조당 루카쿠와 제이슨 디나이어를 선발 출전시켰으나 이들은 경험 부재를 드러내며 1-3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다. 조당 루카쿠는 웨일스 에이스 애런 램지를 전혀 제어하지 못했고, 디나이어는 제공권에서 약점을 드러냈다. 결국 웨일스의 3골은 모두 오른쪽 측면 공격(벨기에의 왼쪽 수비)에서 터져나왔다.

이렇듯 뫼니에르의 등장에도 여전히 믿고 쓸 만한 왼쪽 측면 수비수는 전무했던 데다가 측면 수비수 자원 자체가 부족하다는 근원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빌모츠의 후임으로 벨기에 지휘봉을 잡은 로베르토 마르티네스는 스리백을 구사했다. 왼쪽 측면 수비수의 부재를 스리백으로 대체하겠다는 포석이었다. 오른쪽 측면 윙백은 당연히 뫼니에르의 차지였고, 왼쪽 측면 윙백엔 월드컵 본선 시작 당시만 하더라도 원래 포지션은 측면 미드필더인 야닉 카라스고가 배치됐다.

이는 주효했다. 벨기에는 포백을 가동했던 마르티네스 감독 데뷔 경기였던 스페인전에 0-2로 패한 이후 24경기 무패 행진(19승 5무)을 이어오고 있었다. 물론 우여곡절이 아주 없었던 건 아니다. 일본과의 16강전에서 카라스코가 지속적으로 수비 문제를 드러내면서 먼저 2실점을 허용해 탈락 위기에 직면했으나 교체 투입된 나세르 샤들리와 마루앙 펠라이니의 활약 덕에 3-2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었다. 이에 마르티네스는 브라질과의 8강전에 카라스코가 아닌 샤들리를 왼쪽 측면 윙백으로 기용했고, 우승후보 브라질을 2-1로 꺾으며 완전체에 다가서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문제는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벨기에가 보유한 유일한 전문 측면 수비수 뫼니에르가 옐로 카드를 수집하면서 경고 누적으로 프랑스전에 결장한다는 사실이었다. 고심 끝에 마르티네스가 꺼내든 카드는 비대칭 포백이었다. 베르통언과 샤들리를 좌우 풀백으로 배치해 수비 시엔 포백을 유지하면서도 공격 시엔 샤들리를 측면 미드필더 위치까지 전진시키고 베르통언은 콤파니, 알더베이렐트와 함께 스리백을 형성하는 방식이었다.

결과부터 얘기하도록 하겠다. 이는 실패에 가까웠다. 먼저 윙백에서라면 몰라도 풀백에서의 샤들리는 특색이 부족했다. 무려 11회의 크로스를 올렸으나 동료에게 정확하게 배달한 건 1회가 전부였다. 프랑스가 주로 오른쪽 측면 공격(벨기에 왼쪽 측면 수비)을 감행했기에 샤들리가 수비적으로는 딱히 할 일도 없었다. 실제 이 경기에서 프랑스 공격 비율 중 오른쪽 측면이 무려 41.9%에 달했다(왼쪽 측면은 30.6%).

반면 왼쪽 측면 수비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베르통언은 동료들의 수비 지원을 받지 못한 채 프랑스 신성 킬리앙 음바페와 오른쪽 풀백 벤자맹 파바르의 공격에 고전해야 했다. 벨기에 왼쪽 측면 미드필더 에당 아자르는 공격에 전념하면서 드리블 돌파 10회를 성공시키는 등 좋은 활약을 펼쳤으나 수비 가담은 턱없이 부족했다.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 중에서 왼쪽 지역을 담당한 무사 뎀벨레 역시 측면 수비를 커버해주는 모습이 전무하다시피 한 채 도리어 잦은 패스 실수로 위험을 자초하기만 했다(결국 뎀벨레는 가장 먼저 교체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평소라면 왼쪽 윙백인 샤들리가 협력 수비를 들어와 줬겠지만 새로운 포메이션 하에서 베르통언 홀로 외롭게 두 명의 프랑스 선수(음바페와 파바르)를 상대해야 했다. 게다가 베르통언은 사실상 수비만 하면서 측면 공격에 별 도움을 주지 못했다. 

현대 축구에선 측면 수비수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단순히 수비만이 아닌 공격에서도 큰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측면 미드필더와 공격수들이 중앙으로 치고 들어오는 형태를 띄기에 측면 수비수들의 공격이 필수이다. 측면 수비수들이 해당 팀의 공격 폭을 넓히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그런 점에서 벨기에는 다소 결함이 있는 황금세대라고 할 수 있겠다. 다른 포지션에선 월드 클래스급 선수들이 즐비하지만 정작 측면 수비에선 뫼니에르를 제외하면 정통파 측면 수비수마저 찾아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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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준결승 진출만으로도 벨기에는 역사를 썼다.  벨기에 축구사를 통틀어 월드컵 준결승에 진출한 건 1986년 멕시코 월드컵과 함께 이번이 두 번째다. 즉 벨기에에게 있어선 역대 최고의 성적을 올린 셈이다. 게다가 상대는 우승 후보 프랑스. 프랑스에게 1골 차로 패한 건 부끄러운 일은 절대 아니다.

그럼에도 황금세대로 3번의 메이저 대회에 참가하는 동안 우승을 기록하지 못했다는 건 벨기에에게 있어선 다소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이제 벨기에는 콤파니와 베르통언, 베르마엘렌이 30대에 접어들었다. 알더베이렐트도 만 29세다. 이들은 다음 월드컵을 기약하기 어렵다. 수비진엔 어느 정도 개편이 필요하다. 그나마 중앙 수비수는 레안데르 덴동커 같은 젊은 선수들이 있지만 측면 수비수는 이렇다할 재능도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벨기에의 지상과제는 제2의 뫼니에르를 발굴하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Roberto Martine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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