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 사단 Paulo BentoKFA

벤투 감독, “한국 축구의 잠재력 봤기에 여기 왔다”

[골닷컴, 고양] 서호정 기자 = 2022 카타르월드컵까지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을 이끌게 된 파울루 벤투 신임 감독이 첫 기자회견을 통해 목표, 야망, 철학을 드러냈다. 

벤투 감독은 23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MVL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진행된 취임 기자회견을 가졌다. 1시간 20분 동안 취재진의 질문에 열정적으로 답한 그는 “월드컵 최종예선과 본선 경기를 보고 한국의 장점과 잠재력을 확인했다. 긍정적으로 느껴서 대한축구협회의 제안을 수락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는 “전문성을 갖고 접근하겠다. 아시안컵과 월드컵 최종예선 통과, 본선에서 성적을 내는 것을 넘어 한국 축구가 발전하는데 나와 코치들이 기여하고 싶다”라는 바람과 목표를 밝혔다.

다음은 벤투 감독의 인터뷰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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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표팀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나와 코칭스태프에게 이번 프로젝트를 맡겨 준 대한축구협회에 감사드린다. 처음부터 이번 일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해 준 김판곤 위원장에게도 고맙다. 김판곤 위원장과 나눴던 대화가 이번 결정에 매우 중요한 계기가 됐다. 다가오는 아시안컵과 카타르 월드컵 성공을 통해 아시아 최고의 팀이 되겠다는 야심을 갖고 이번 기회를 잡았다. 장기적인 프로젝트가 되겠지만 아시안컵과 월드컵 예선 통과만이 아닌 한국 축구를 한층 발전시키는 기회가 될 것이다. 대표팀에는 이미 미래의 주축이 될 재능 있는 선수가 많다. 그들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 며칠 뒤 첫 대표팀을 소집해 친선전을 갖는다. 선수들과 첫 만남인데 개개인을 관찰하고 서로를 아는 기회가 될 것이다. 새로 구성된 코칭스태프는 지속적으로 정보를 수집할 것이다. 첫 소집에는 월드컵에서 뛴 선수가 다수 포함될 것이다. 대한민국 대표팀의 감독만 되고 싶은 게 아니다. 우리가 하나의 팀으로 모두의 전문성, 열정을 모아 목표를 성취하고 싶다.

-평소 한국 축구에 대한 인상은? 2002년에 선수로서 한국에 온 경험이 있는데?
K리그와 한국 선수에 대해 잘 알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한국 감독직을 맡기로 한 뒤 월드컵 본선과 예선 경기를 챙겨보는 게 첫 일이었다. 어제 K리그를 처음 관전했다. 그 한 경기로 모든 걸 알기엔 부족하다. 한국 축구는 수준이 높다고 봤다. 어제 느낀 건 한국 축구가 더 발전할 수 있고, 경쟁심이 뛰어났다는 점이다. 2002년 월드컵은 한국 축구가 더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생각한다. 역사적인 대회였고, 한국 축구에는 좋은 경험이, 한국민에게는 좋은 축제가 됐다. 한국은 항상 본선에 진출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2002년 월드컵 이후로 대표팀 감독이 10명이고, 평균 재임 기간이 1년 6개월 밖에 되지 않는다. 기대치에 비해 오래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걸 알고 수락했나?
한국의 기대치를 잘 안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팀이니 당연하다. 기대치가 높은 게 당연하다. 토너먼트에 오른 것은 두 차례 뿐이다. 한국 감독직을 택한 이유 중 하나다. 기대가 높고, 믿음도 있고, 수준도 높다. 팀의 실력을 올리며 월드컵에 가서 잘 할 수 있다고 봤다. 지난 10년 동안 여러 감독이 거쳐간 것도 안다. 오늘의 축구는 결과만 따진다. 감독의 압박감은 높아졌다. 김판곤 위원장이 설명을 해 줬다. 우리의 목표가 짧지 않고, 장기 프로젝트이며 뚜렷했다. 그래서 감독직을 택했다.

-기성용, 구자철과 통화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두 선수 모두 월드컵 후 대표팀 은퇴를 시사했다. 미래에 대한 얘기를 나눴나?
기성용, 구자철은 대표팀에서 영향력이 큰 선수다. 아직 (은퇴 문제는) 결정 나지 않았다. 좋은 결과를 가져오도록 선수들과 대화를 해 보겠다. 기성용의 경우 이번 소집에 들어 갈 예정이다. 주장이기 때문에, 기량이 좋기 때문만이 아니라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다. 중요한 소집이다. 구자철은 대표팀에 올 수 있는 몸 상태는 아니다. 그 부분에 대해 통화를 했고, 나중에 기회를 주고 싶다. 우리는 4년을 더 가야 하고, 그들은 대표팀에 큰 도움이 될 선수들이다. 

-어제 본 K리그의 강도가 인상 깊다고 했다. 그 강도는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나?
한 경기만 봤을 뿐이다. 강도와 적극성(어그레시브)이 대표팀에서 봤던 것과 조금 달랐다. 우리의 목표 중 하나다. K리그에서도 대표팀에 도움이 될 선수를 찾고 싶다. 지난 러시아월드컵으로 인해 K리그가 미뤄져 최근 경기가 많다고 들었다. 그런 이유가 어제 경기에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월드컵에 비해 강도가 덜 했을 수 있다.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 대표팀을 위한 도움이 필요한데, 너무 많은 비판을 자제했으면 좋겠다. 응원을 부탁한다.

-어제 경기에서 눈에 들었던 선수는?
선수들을 관찰할 때 최대한 많은 선수를 보고 분석하려고 한다. 그 선택이 대표팀 소집 명단이다. 한 경기만 보고 거론하는 건 이르다. 

-아시안게임 경기가 진행 중이다. 아시아 팀들이 한국을 상대로 밀집 수비만 한다. 공을 소유하는 상황에서 한국 선수들의 단점이 드러났다. 대표팀에서 기술 향상은 쉽지 않다. 이런 문제에 대한 전술적 아이디어나 방법론이 있는가?
키르기스스탄전을 봤다. 합당한 결과는 아니었다. 우리는 골을 더 넣을 수 있었다. 아시안컵에서도 아시안게임처럼 우리를 상대로 수비적으로 나올 것이다. 잘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첫 소집 때부터 연말까지 6번의 친선전이 있는데 우리 스타일과 정체성을 만든 뒤 전술을 택할 것이다. 하나의 전술이 아닌 여러 전술을 고려할 것이다. 

-선호하는 축구 철학과 정체성은 무엇인가? 한국 축구가 발전하려면 필요한 부분은?
감독마다 스타일이 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팀의 정체성을 찾는 데 집중하겠다. 시간은 많지 않다. 공을 점유하고 경기를 지배하고 최대한 많은 기회를 창출하는 축구를 하고 싶다. 수비 면에서는 언제, 어디선, 어떻게 과감하고 강도 높게 할 지 알고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리스크를 줄이며 적극적으로 경기를 해야 한다. 90분 동안 강도 높고 끊임없이 뛰며 우리의 정체성을 그라운드에서 보여줘야 한다.

-감독의 눈에 들기 위해 선수가 갖춰야 할 가장 필요한 요소는?
월드컵에 출전한 선수가 주 멤버겠지만, 참가하지 못한 선수도 들어올 것이다. 축구협회 관계자와 미팅을 갖고 분석한 결과 예선에서 뛰었는데 본선에는 뛰지 못한 선수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모든 선수를 관찰하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대표팀 명단을 결정할 것이다. 대표팀에 소집되기 위해서는 선수의 실력도 중요하고, 어떤 경기력을 보여줬는지 퍼포먼스도 중요하다. 대표팀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자기 역할을 잘 할 선수를 선발할 것이다. 어느 시점에서는 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 선수를 바꿀 수 밖에 없다. 

-현재는 대표팀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가 많다. 친선전 2경기가 좋지 않으면 비난이 많을 텐데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솔직히 말하면 나는 존중을 많이 하는 편이다. 존중은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요인이다. 미디어도 마찬가지다. 평가하고, 선발하고, 결정하는 게 내 일이다. 모든 감독은 언론에 항상 노출이 돼 있다. 감독을 맡게 되면 어떤 비판과 질문을 받든, 이 자리에서 성실히 답변할 책임이 있다. 

-포르투갈 대표팀 감독 시절 젊은 선수를 기용하며 세대교체를 했다. 예를 들어 발렌시아에서 뛰는 17살의 이강인을 과감하게 발탁해 기회를 줄 생각이 있나?
이번 프로젝트는 아주 긴 시간이 필요하다. 예선을 통과해야 하고, 카타르월드컵까지는 시간이 많다. 우리의 생각 중 하나는 심층적으로 젊은 선수를 발굴해 기회를 주는 것이다. 축구협회의 유소년 정책도 많은 역할이 필요한 일이다. 연령별 대표팀 감독과 교류해 유능한 선수에 대한 정보를 얻겠다. 이강인은 하나의 예일 뿐이다. 더 많은 재능 있는 선수가 연령별 대표팀에 있을 거라 생각한다.

-한국에서 선수로서 마지막 A매치를 했다. 16년 만에 찾은 한국의 변화상은? 생활에서 기대되는 면은?
16년 전과 비교하긴 힘들다.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됐다. 2002년에는 훈련, 경기 준비를 하며 호텔에서만 지냈다. 이번엔 한국의 많은 걸 보고 싶고, 알고 싶다. 한국에 도착하고 며칠 안 지났지만, 주변에서 함께 일 할 사람들이 경쟁력 있고 효율적인 조직으로 구성돼 있다. 우리 일을 더 쉽게 도와줄 거라 생각한다.

-2002년의 한국과 비교해 현재의 대표팀이 발전했다고 보나, 퇴보했다고 보나?
축구는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많은 게 변한다. 2002년의 대표팀은 굉장히 조직적이고 압박이 강하고 적극성이 뛰어났다. 지금의 한국은 스타일과 성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강도가 조금 다를 수 있다. 그건 조직력을 통해 나아질 수 있고, 향상시킬 수 있다.

-코치들과 함께 팀으로 왔다. 5명은 어떤 전문성을 갖고 움직이고 본인은 어떻게 팀을 통제하나?
코칭스태프 전체가 구성돼 온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대한축구협회와 김판곤 위원장의 절대적 믿음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4명의 코치는 4년 동안 모든 기회, 관찰, 준비를 함께 할 것이다. 구성원 중에는 골키퍼 코치 빅토르, 피지컬 코치 페드로, 필드에서는 세르지오와 필리페가 있다. 두 필드 코치 중 세르지오는 공격을, 필리페는 수비를 맡는다. 물론, 나도 같이 해야 한다. 

-중국 충칭 리판 감독을 맡으며 아시아 축구의 어떤 점을 주목했나? 1년이 되기 전 경질됐는데 실패 속에서 무엇을 얻었나?
중국에서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이다. 환경이 다르고, 어려웠다. 한국과 어떻게 다른 지를 깨닫게 됐다. 그때는 우리가 한번도 하지 않았던 결정을 내려야 했다. 구단에서 내게 설정한 목표는 1부 리그 잔류였다. 우리는 그 목표를 달성하고 있었다. 시즌 중 한번도 강등권에 내려간 적이 없다. 실패라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충칭은 더 나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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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본선에서의 경쟁력이 중요하다. 한국 축구의 현 주소는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나? 4년 간 노력하면 어느 정도를 달성할 수 있다고 보나?
답하기 이르다. 한국 축구의 수준은 이해하고 있지만, 어디까지 어떻게 하겠다는 결정을 내리긴 어렵다. 직접 본 경기는 어제 한 경기다. 4년 뒤 어디까지 갈 수 있다는 건 이르다. 그래도 영상을 통해서 긍정적인 부분을 봤고, 그래서 감독직을 수락한 것이다. 한국은 조직적이고, 카운터를 잘 활용하는 팀이었다. 어떤 때는 좋은 수비 조직력을 보여줬다. 공을 연결했을 때 빠른 반응이 나왔다. 강한 캐릭터와 파이터 기질을 봤다. 우리는 그것을 잘 유지시켜야 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얘기는?
팬들에게 드리고 싶은 얘기가 있다. 우리는 한국 대표팀을 맡아 영광이다. 매일 최선을 다할 것이다. 기대해도 좋다. 전문적으로 접근하고,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위해 열정과 야망을 갖고 일하겠다. 모든 팬들이 즐길 수 있는 경기 내용을 보여주고 싶다. 친선 경기든, 공식 경기든 대표팀이 모든 이들이 수준 높다고 느낄 경기를 보여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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