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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들의 헌신과 경험, 버리고 가기엔 아깝다

[골닷컴, 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 서호정 기자= 역대 어떤 월드컵 본선 진출보다 힘들고, 경쟁국의 도움을 받은 부끄러운 본선행이었다. 하지만 위기 관리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그 결과마저 쥐기 어려웠다. 

카타르와의 최종예선 8차전에서 2-3 패배를 당한 한국은 코너에 몰려 있었다. 신태용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았지만 결국 그라운드 위에서 상황을 바꿔야 하는 것은 선수들이었다. 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신태용 감독은 3명의 베테랑 이동국, 염기훈, 이근호를 불렀다. 

이란과의 9차전에서 활용된 선수는 이동국 뿐이었다. 우즈베키스탄전에는 이근호가 선발 출전하고 염기훈, 이동국이 교체로 투입됐다. 또 한번의 무득점 무승부에 그쳤지만 후반전에는 경기를 지배하고 우즈베키스탄을 밀어붙였다. 전반의 불안했던 흐름을 베테랑이 바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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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호는 특유의 활발한 움직임으로 우즈베키스탄 수비에 부담을 줬다. 전반 막판부터 살아난 이근호는 후반에 본격적으로 측면을 흔들었다. 전방 수비 상황에서는 넘어지는 과정에서도 끝까지 다리를 뻗어 수비하려는 안간힘도 보였다. 

그의 경험이 빛난 순간도 있었다. 당초 이근호가 염기훈과 교체되는 상황이었지만 권창훈이 발 부위에 통증을 느끼자 그대로 멈춰 서서 벤치에 사인을 대신 보냈다. 이근호의 신호를 받은 대표팀 벤치는 권창훈을 염기훈으로 교체하며 불필요한 교체 카드 소모를 막았다. 

염기훈의 투입은 경기 분위기를 바꾼 한수였다. 왼쪽 측면에서 타이밍을 살리는 돌파와 묵직한 크로스로 우즈베키스탄 수비에 구멍을 냈다. 팀 동료인 왼쪽 풀백 김민우와의 콤비네이션도 절묘했다. 35분 간의 출전 시간에도 이날 가장 빛난 선수 중 한명이 염기훈이었다.

이동국은 절호의 득점 기회를 놓쳤지만 15분을 뛰며 센터포워드의 존재 이유를 보여줬다. 염기훈의 크로스를 헤딩 슛으로 연결했지만 골대를 맞고 나온 장면, 상대 수비 뒷공간을 파서 1대1 찬스를 만들고 슛을 날렸지만 골키퍼에 막힌 장면은 결정은 짓지 못했지만 과정이 훌륭했다.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이들의 활약은 빛났다. 이란전이 끝나고 팀 분위기가 뒤숭숭할 때 후배들을 격려하며 할 수 있다는 분위기를 넣은 것은 이동국이었다. 염기훈과 이근호는 행동을 통해 후배들이 느끼고 변화할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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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선 진출이 확정 된 뒤 그들의 말도 울림이 있었다. 이동국은 “내가 할 일은 본선으로 이끄는 것이었다. 2018년까지는 너무 멀다”라며 묘한 뉘앙스의 말을 남겼다. 염기훈은 “이번 소집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왔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 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그만큼 그들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모든 걸 쏟아부었다는 의미다.

젊은 선수들은 활력이 있다. 발전 가능성도 크다. 하지만 베테랑만이 할 수 있는 역할과 경륜도 존재한다. 위기의 2연전에서 그 힘이 빛났다. 큰 무대에서도 중요한 순간 베테랑이 중심 역할을 했다. 뛰든, 안 뛰든 그들이 할 수 있는 부분을 인정해야 한다. 

베테랑들은 이번 2연전을 마친 뒤 자신들의 운명을 이야기 했지만, 적어도 그들이 지금 뛰는 무대와 소속팀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보여준다면 월드컵까지 갈 수 있는 기회는 열어줘야 한다. 만일 본선행을 위해 그들의 경험을 잠시 이용하고 버리는 것이라면 향후 또 한번 위기가 왔을 때 베테랑들에게 전할 메시지의 힘이 약해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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