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 Madrid vs BayernGetty Images

뮌헨-레알 닮은 꼴 부진... 지나친 방심이 화 부르다

[골닷컴] 김현민 기자 = 여름 동안 감독 선임 및 이적시장에서 안일했던 행보를 보였던 바이에른 뮌헨과 레알 마드리드가 최근 4경기 연속 무승에 그치며 슬럼프에 시달리고 있다.

'레바뮌'이라는 별칭과 함께 유럽 무대를 호령하던 레알과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 그리고 바이에른이 이름값에 맞지 않는 시즌 초반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바이에른은 최근 공식 대회 4경기에서 2무 2패에 그치며 분데스리가 6위로 추락했고, 레알은 1무 3패로 프리메라 리가(이하 라 리가) 5위로 주저앉은 것. 바르사 역시 최근 공식 대회 5경기에서 1승 3무 1패에 그치고 있다. 이 세 팀이 동반 부진에 빠진 건 유럽 축구 역사를 통틀어 보더라도 거의 처음 있는 일이나 마찬가지다.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중 바이에른과 레알은 비슷한 배경 속에서 슬럼프에 빠져있다. 먼저 바이에른과 레알은 이번 시즌 새 감독이 임명됐다. 바이에른은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 감독 니코 코바치를, 레알은 스페인 대표팀 감독 훌렌 로페테기를 선임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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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ko Kovac & Julen LopeteguiGetty Images

당초 두 팀 모두 코바치와 로페테기가 신임 감독 1순위 후보는 아니었다. 바이에른은 유프 하인케스와 1년 더 함께 하고 싶어했다. 하인케스와의 연장 계약에 실패할 시 원했던 감독은 토마스 투헬과 호펜하임의 떠오르는 만 30세의 신예 감독 율리안 나겔스만이었다. 레알도 로페테기보다는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과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유벤투스 감독이 지네딘 지단 후임 우선 순위로 거론되고 있었다. 심지어 레알 역시 바이에른과 마찬가지로 나겔스만에게도 접촉했던 바 있다(이에 대해 나겔스만은 아직 자신은 어리기에 앞으로도 충분히 기회가 많다고 판단해서 해외 진출이나 빅클럽 감독직을 고사했다고 밝혔다). 즉 두 구단 모두 1순위 감독 선임에 실패하면서 차후 순위로 코바치와 로페테기를 선택한 셈이다. 

급작스러운 감독 선임이 이루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선임 과정에서 비슷한 마찰을 겪어야 했다. 바이에른은 코바치를 임명하는 과정에서 원 소속팀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 측에 그 어떤 언질 없이 시즌 도중 감독 선임을 발표했다. 이에 당시 프레디 보비치 프랑크푸르트 단장은 "중요한 경기들을 앞두고 있는 시즌 도중에 이런 발표를 하는 건 프로답지 못한 행동이다"라며 불편한 심기를 노출했다. 로페테기 역시 마찬가지. 2018 러시아 월드컵 개막을 하루 앞두고 스페인 대표팀에서 경질됐다. 월드컵을 앞둔 중요한 시점에 그것도 스페인 대표팀과 연장 계약까지 체결해 놓고선 레알 감독 부임을 선택했기 때문에 스페인 축구협회로부터 미운 털이 박힌 것. 

두 감독은 공통점이 있다. 빅클럽 경험은 전무하다시피 하다. 코바치는 크로아티아 대표팀과 프랑크푸르트 감독직이 전부이고, 로페테기는 감독 생활 초창기에 라요 바예카노를 지도했고, 이후 레알 마드리드 2군팀(카스티야)과 스페인 연령대별 대표팀(19세 이하, 20세 이하, 21세 이하)을 맡으면서 유스 육성에 주력하다 포르투 감독직을 수행한 후 스페인 대표팀에 부임했다. 

그럼에도 양 구단이 코바치와 로페테기를 감독으로 선임한 이유는 비록 성공적인 선수 시절을 보낸 건 아니라고 하더라도 코바치는 바이에른에서, 로페테기는 레알에서 선수 생활을 보낸 경력이 있었기에 구단의 문화를 잘 이해하고 있다는 데에 있었다. 게다가 로페테기는 스페인 대표팀 감독직을 수행하면서 세르히오 라모스와 이스코, 다니 카르바할, 마르코 아센시오, 루카스 바스케스, 나초, 다니 세바요스, 알바로 오드리오솔라 같은 선수들을 직접 지도한 바 있다. 즉 젊은 스페인 선수들의 성장에 로페테기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레알 수뇌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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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1순위 감독이 아니었던 탓에 양 팀 보드진은 새 감독에 대한 믿음이 부족했다. 이는 여름 이적 시장에서 소극적인 움직임으로 이어졌다.

먼저 바이에른은 여름 이적시장에서 레온 고레츠카를 보스만 룰에 의거해 영입한 걸 제외하면 단 한 푼의 이적료 지출 없이 조용한 여름을 보냈다. 그마저도 고레츠카 영입은 코바치가 바이에른 감독 선임이 발표되기 훨씬 이전에 이루어진 일이었다. 코바치가 원했던 애제자 안테 레비치(크로아티아 대표팀과 프랑크푸르트에서 함께 했다)와 호펜하임 주장 케빈 폭트 영입은 시도조차 하지 않은 바이에른이었다. 도리어 아르투로 비달과 후안 베르나트, 그리고 제바스티안 루디가 팀을 떠났다.

사실 바이에른은 영입이 절실했던 팀이었다. 바이에른은 분데스리가 팀들 중 최고령(만 27.3세) 팀이다. 오랜 기간 바이에른을 지탱했던 아르옌 로벤과 프랑크 리베리 양날개는 어느덧 30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은퇴를 앞두고 있다. 이들의 뒤를 이을 후계자가 필요했다. 게다가 바이에른 선수단 숫자는 23인으로 분데스리가에서 가장 적다. 하지만 새 감독이 부임했음에도 그 감독 입맛에 맞는 선수 영입은 고사하고 도리어 방출만 있었던 바이에른이다.

레알 역시 비슷하다. 물론 레알은 티보 쿠르투아와 알바로 오드리오솔라, 마리아노 디아스, 그리고 브라질 신성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를 영입하긴 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까지 레알 공격을 이끌었던 절대적인 에이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떠났다. 가장 급한 자리에 대한 보강은 미진했다. 비니시우스는 2군 팀에서 키울 선수였고, 뒤늦게 급하게 레알 유스 출신인 올랭피크 리옹 공격수 마리아노 디아스를 바이백 조항을 이용해 영입한 게 전부였다.

이들이 여름 이적시장에서 소극적인 행보를 보였다는 건  넷스펜딩(이적료 순수 지출액을 의미하는 용어로 이적료 지출 빼기 이적료 수입)을 통해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레알의 넷스펜딩은 1200만 유로(한화 약 157억)가 전부이다. 레알이라는 이름값에는 어울리지 않는 금액이다. 그나마 레알은 소폭의 이적료 지출이라도 있었다. 바이에른은 이적료 지출은 고사하고 무려 8800만 유로(한화 약 1148억)의 이적료 수익을 봤다. 

이는 바이에른과 레알이 신임 감독을 신뢰하지 않았다는 소리나 마찬가지다. 이들이 1시즌 동안 하는 걸 봐서 주머니를 열거나 혹은 차기 감독에게 열어줄 속내였다는 걸 내포하고 있다. 게다가 특별한 보강 없이도 바이에른은 분데스리가 우승은 기본으로 깔고 간다는 자신감이 있었을 것이고, 레알 역시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은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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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여름 이적시장에서 소극적인 행보를 보인 게 현 시점에서 양 팀의 발목을 잡고 있다. 가뜩이나 적은 선수단을 보유하고 있는 바이에른은 기존 선수들의 부상까지 이어지면서 정상적인 스쿼드를 구축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백업 측면 수비수 하피냐에 이어 주전 왼쪽 측면 수비수 다비드 알라바까지 부상을 당하면서 미드필더인 레온 고레츠카가 측면 수비수로 뛰고 있다. 이에 코바치는 "쓸 선수가 없다"라고 한탄하고 있을 정도다. 

레알 역시 호날두의 득점 공백을 메우지 못하면서 1985년 이후 처음으로 최근 공식 대회 4경기 연속 무득점에 그치고 있는 가운데 이스코에 이어 가레스 베일과 카림 벤제마의 부상이 이어지면서 공격 쪽에 큰 전력 누수가 발생했다. 이에 베르나베우 구장을 찾은 레알 팬들은 호날두의 이름을 연호하고 있다. 즉 양 팀 모두 지나친 방심이 화를 불렀다고 봐도 무방하다.

물론 이들이 지금 일시적인 부진에 빠진 것일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바이에른과 레알은 과거에도 잠시 슬럼프에 빠졌다가도 금방 이를 이겨내고 영광의 시대를 이어나간 전례가 있다. 다만 현재의 부진은 일정 부분 보드진들이 자초한 부분도 있다는 걸 지적하고 싶을 뿐이다. 모든 일에는 다 원인이 있기 마련이다.

FC Bayern & Real Madrid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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