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an Carlos Osorio Mexico World Cup 06172018Quality Sports Images

명장을 꿈꾸는 오소리오의 멕시코 조립법

[골닷컴] 한만성 기자 = 지난 3월 미국에서 만난 후안 카를로스 오소리오 멕시코 대표팀 감독이 축구를 보는 시선은 독특하다.

오소리오 감독은 '학구파 지도자' 이미지가 짙은 인물이다. 실제로 그는 모국 콜롬비아에서 활동한 시절부터 '프로페(profe, 교수님)'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현장을 찾는 멕시코 취재진도 기자회견장에서 오소리오 감독을 부를 때 '프로페!'라고 외치며 질문을 던진다. 그는 자신의 축구 철학을 설명해달라는 본 기자의 질문에 "확고한 스타일을 유지하되, 변화에 적응할 줄 아는 축구"라고 말했다.

우선 오소리오 감독은 "수비와 미드필드 진영에 공이 있을 때는 철저한 계획 속에 모두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공격 시 상대 골문으로부터 약 14미터 떨어진 지점에 도달하면, 측면 공격수가 위험 지역으로 이동해 공을 잡은 뒤, 드리블 돌파 등 다양한 개인 기량을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미드필더는 공을 받을 때 언제 어디서든 어깨가 상대 골라인과 수직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주요 뉴스  | "[영상] 네이마르의 콩나물헤어, 나만 불편해?"

기자가 오소리오 감독을 만난 지난 3월 당시 그를 둘러싼 여론은 최악에 가까웠다. 그는 주전이 다수 빠진 크로아티아에 0-1로 패했고, 5월과 6월에도 경기력에 크게 발전이 없자 팬들의 사임 압력까지 받았다. 심지어 멕시코 팬들은 출정식에서 대표팀이 스코틀랜드를 상대로 1-0으로 승리했는데도 경기가 끝난 후 한 목소리로 "오소리오 경질!"을 연호하며 감독에 대한 불만은 표출했다.

그러나 지난 3월 오소리오가 기자에게 설명한 상대 골문으로부터 14미터 반경에서 펼치는 자유로운 축구, 그리고 미드필더가 어깨 동작으로 유동적인 움직임을 가져가는 이 독특한 방식의 축구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 F조 1차전에서 완성된 모습을 보였다. 멕시코는 세계 최강 독일을 상대로 중원진이 유연한 돌아서기 동작을 선보이며 역습을 전개했고, 공격진은 문전에서 춤을 췄다.


주요 뉴스  | "[영상] 2002년 한국처럼? 2연승&16강에 러시아 들썩들썩"

오소리오 감독이 말한 골문으로부터 14미터 안은 대략 상대 페널티 지역을 뜻한다. 이 위치에서 멕시코가 자랑하는 신예 공격수 이르빙 '처키' 로사노는 이날 페널티 지역 안에서만 드리블 돌파 성공 횟수를 3회나 기록했다. 그가 전반에 터뜨린 득점 또한 페널티 지역 안에서 상대 미드필더 메수트 외질을 제치고 날린 슛의 결과물이었다. 또한, 의도적으로 점유율을 독일에 내준 멕시코 미드필더들은 수비 진영 깊숙한 위치에서 공을 빼앗는 순간 바로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며 순식간에 전방으로 패스를 찔러넣어 로사노, 카를로스 벨라 등의 스피드를 살려줬다.

# "나는 감독으로서 누구와도 경쟁할 자신이 있다. 궁극적으로 프리미어 리그 구단 감독이 되는 게 내 꿈이다."

이 말은 올 초 오소리오 감독이 잉글랜드 일간지 '더 선'과의 인터뷰 도중 남긴 발언이다. 오소리오 감독은 콜롬비아에서 프로 선수로 활약한 1984년 미국을 방문해 신인 슈팅가드 마이클 조던이 막 입단한 미국프로농구 NBA 팀 시카고 불스의 팀 훈련을 관전하며 영감을 받았다. 그는 모든 훈련이 공을 중심으로 하거나 경기에서 나올 법한 동작에 집중돼 이뤄지는 시카고 불스의 팀 훈련을 보며 축구에는 이처럼 과학적인 접근 방식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가 본격적으로 감독의 꿈을 꾸기 시작한 시점도 바로 이때부터다.

결국, 오소리오는 1987년 단 26세의 나이에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물론 그의 은퇴는 철저한 계획 속에 내려진 결정이었다. 오소리오는 바로 미국으로 떠나 영어 공부와 함께 서던 코네티컷 주립 대학교에서 운동과학(exercise science)과 인간수행학(human performance)을 동시 전공했다. 졸업 후 그는 미국 뉴욕 지역에서 유소년 축구 지도자로 활동했다.

그러나 오소리오 감독은 90년대 당시 축구 불모지 미국에서의 유소년 축구 지도자로 활동하는 데만 만족할 수 없었다. 그는 1997년 차를 팔아 당장 급한 자금을 마련해 잉글랜드 리버풀 존 무어스 대학의 축구 과학 석사 과정을 시작했다. 다시 학생으로 돌아간 오소리오는 무작정 당시 잉글랜드 최고 명문이었던 리버풀 구단 훈련장을 찾아가 관계자에게 팀 훈련을 관전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외부인에게 공개되지 않는 프리미어 리그 구단 훈련장 출입 자격이 그에게 주어질 리 없었다. 다만 오소리오 역시 그렇다고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오소리오는 프로구단의 훈련을 직접 봐야 자신도 최상위 레벨에서 선수를 지도할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에 따라 그는 리버풀 멜우드 훈련장 주변에 위치한 주택을 발견한 후 집주인을 만나 자신의 사정을 설명한 한 후 창문을 통해 멜우드 훈련장을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주택 2층의 작은 방을 한 달에 약 50파운드에 불과한 월세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다. 꿈을 품은 그의 열의에 강한 인상을 받은 집주인의 허락 덕분이었다. 이 덕분에 오소리오는 수년간 창문 넘어로 당시 축구계의 '혁신가'로 평가받은 제라르 울리에르 리버풀 감독의 훈련을 염탐했다.

오소리오는 로비 파울러, 스티브 맥마나만 등 스타급 선수는 물론 신인 스티븐 제라드의 훈련 장면을 모두 지켜봤다. 또한, 그는 프랑스의 축구학교 클레르퐁텐이 성공적으로 운영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친 울리에 감독이 개조한 리버풀의 유소년 아카데미 연령대 팀 훈련까지 챙겨볼 수 있었다.

# MLS에서 시작한 프로팀 지도자 커리어, 알렉스 퍼거슨 감독과의 인연으로 이어지다

리버풀에서 학업을 마친 오소리오는 북미프로축구 MLS 구단 뉴저지 메트로스타스(현 뉴욕 레드불스) 피지컬 코치로 부임해 혁신적인 체력 훈련 방식으로 호평을 받기 시작했다. 이 덕분에 오소리오는 2001년 잉글랜드 2부 리그로 강등된 맨체스터 시티(맨시티) 코치로 부임했다. 맨시티는 오소리오가 코칭스태프에 합류한 후 션 라이트-필립스, 카스퍼 슈마이켈, 스티브 아일랜드, 조이 바튼, 다니엘 스터리지 등의 개인 훈련을 도운 덕분에 탄탄한 전력을 자랑하며 단 1년 만에 프리미어 리그로 재승격했다.

그러나 오소리오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맨시티 코치 자격으로 '옆동네 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을 찾아갔다. 그는 퍼거슨 감독에게 맨유 훈련을 관전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오소리오의 목표의식에 강한 인상을 받은 퍼거슨 감독도 이를 흔쾌히 허락하며 매일 그를 맨유의 캐링턴 훈련장으로 초대해 팀 훈련을 관전할 수 있게 해줬다.

코치로 프리미어 리그를 경험한 오소리오는 2007년 콜롬비아로 돌아가 자국 리그 명문 밀리오나리오스 감독으로 부임했다. 그는 첫 시즌부터 콜롬비아 리그 올해의 감독상을 받았고, 이후에는 시카고 파이어, 뉴욕 레드불스(이상 미국), 온세 칼다스, 아틀레티코 나시오날(이상 콜롬비아), 푸에블라(멕시코), 상파울루(브라질) 감독직을 차례로 역임했다. 오소리오 감독은 온세 칼다스, 아틀레티코 나시오날에서는 리그, 컵대회 등에서는 우승 트로피를 일곱 번이나 들어 올렸다. 능력을 인정받은 그는 2015년 10월 멕시코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됐다.

독일전 완승으로 한순간에 평가가 바뀌긴 했지만, 오소리오 감독은 불과 일주일 전까지 멕시코 언론으로부터 줄곧 강한 질타를 받아왔다. 멕시코 언론은 그가 매 경기 선발 라인업은 물론 포메이션에 지나치게 많은 변화를 준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그러나 오소리오 감독은 이를 두고 늘 "로테이션은 퍼거슨 감독으로부터 내가 직접 배운 팀 운영 방식"이라며 자신의 방식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나는 퍼거슨 감독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은 감독이다. 팀에 선발한 모든 선수에게 기회를 주자는 게 나의 기본적인 팀 운영 방식"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종료된 2017-18 시즌 토트넘에서 활약한 콜롬비아 수비수 다빈손 산체스도 오소리오 감독의 혁신적인 지도 방식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오소리오 감독은 아틀레티코 나시오날을 이끈 2013년 유소년 리그에서 '미드필더' 산체스에게 가능성을 발견하며 그를 영입했다. 이후 오소리오 감독은 그를 수비수로 변신시켰다. 이후 산체스는 콜롬비아 17세, 20세, 23세 이하 대표팀에 이어 이제는 프리미어 리거이자 성인 대표팀 일원으로 월드컵에도 출전한 정상급 선수가 됐다. 그래서 오소리오 감독은 "다양한 상황에 적응할 줄 아는 선수가 있어야 팀이 성공한다"고 말한다.

# 월드컵 우승을 노리는 오소리오 감독이 생각하는 한국 축구

지난달 미국 LA에서 열린 멕시코 대표팀에서 기자가 다시 만난 오소리오 감독은 기자회견 도중 자신이 먼저 말을 걸어왔다. 그는 러시아 월드컵에서 만날 한국의 주요 공격 자원 권창훈의 부상 소식을 접했다며 한국 축구에 위로 메시지를 건네고 싶다며 마이크를 잡았다. 오소리오 감독은 "내가 진심으로 생각하는 얘기를 한국한테 해주고 싶다. 내가 본 권창훈은 정말 좋은 선수였다. 특히 다양한 방법으로 왼발을 쓰는 능력이 정말 좋더라. 그를 월드컵에서 볼 수 없는 건 모두에게 불행이다. 정말 유감스러운 일이다. 우리는 권창훈이 있는 최고의 한국과 만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오소리오 감독은 한국 축구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관련 기사 https://bit.ly/2ywFhyc ). 그가 올 초 거스 히딩크 감독을 만난 건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오소리오 감독은 "한국은 4-4-2 포메이션을 가동할 때 가장 강하다. 한국은 이 전술을 활용할 때 측면 미드필더 두 명을 수시로 안쪽으로 좁혀 들어오게 한 후 양 측면 수비수한테 지속적인 공격 가담을 요구하는 것 같다. 한국은 강한 압박을 하며 강도 높은 경기를 하려고 할 것이다. 우리는 그들의 강도에 걸맞은 응답을 해야 한다. 한국 공격진에 배치된 리(Lee, 이재성으로 추정)는 늘 전진을 시도하는 공격적인 선수다. 그는 늘 전진한다. 우리는 그 부분을 노려 발생하는 공간으로 역습을 해야 한다. 다만 한국을 보면 그들의 축구가 너무 정직하다는 생각도 든다"고 덧붙였다.

예전부터 오소리오 감독은 "멕시코에 집을 살 생각이 없다"며 지난 3년간 이끈 멕시코 대표팀에 오래 남을 계획은 없다는 생각을 솔직히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월드컵을 앞두고 멕시코 시티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는 이번 월드컵에 출전하지 않는 어린 선수로 구성된 가상 명단을 따로 만들어 적어놓은 서류를 공개했다. 그러면서 오소리오 감독은 자신이 생각하는 멕시코 축구의 미래를 얘기할 정도로 현재 이끌고 있는 팀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오소리오 감독이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서 노리는 목표는 결승 진출이다. 멕시코는 1994년 미국 월드컵을 시작으로 6회 연속 16강 진출에 성공했지만, 8강에는 오르지 못했다. 이는 매 대회 16강을 최대 목표로 여기는 국내 축구 팬들 사이에서 부러움을 사기도 하지만, 오히려 멕시코는 20년이 넘도록 16강의 장벽에 가로막히며 일종의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월드컵이 열릴 때마다 우리가 '16'이라는 숫자를 강조하듯이, 멕시코 축구계는 '퀸토 파르티도(quinto partido)'를 외친다. 퀸토 파르티도란 '다섯 번째 경기'를 의미한다. 이는 조별 리그 세 경기와 16강전, 그다음 8강전을 뜻한다.

멕시코 사령탑으로 부임한 오소리오 감독은 퀸토 파르티도에 대한 선수들의 심리적 압박이 지나치게 크다고 판단했다. 이후 그는 바스크 지역의 심리학자 이마놀 이바론도를 멕시코 대표팀 코칭스태프에 합류시켰다. 이바론도 박사의 공식 직함은 '멕시코 대표팀 멘탈 코치'다. 실제로 선수들은 멘탈 코치와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8강 진출에 대한 심리적 압박감은 물론 대표팀 선수로서 겪어야 하는 언론, 팬들의 비난 등에 대처하는 훈련을 받았다. 이러한 지도 방식은 오소리오 감독이 얼마나 치밀하게 디테일을 중시하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끝으로 오소리오 감독이 지난달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남긴 말로 이 글을 마무리한다.

"월드컵 결승까지 가는 게 목표다.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인간이란 존재는 늘 경쟁에서 이기면서 성취감을 느낀다. 월드컵에 진출한 팀은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꿈을 꿀 권리가 있다. 매번 월드컵에 진출하는 한국도 마찬가지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우리가 이겨야만 하는 한국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팀이기를 바란다. 우리는 오늘날까지 2002년의 당신들을 보면서 교훈을 얻는다. 한국은 이탈리아와 스페인을 이기고 월드컵 4강까지 가본 적이 있는 나라다. 그때의 한국처럼 멕시코도 똑같이 해보고 싶다."

광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