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조' 도르트문트, 패스 플레이마저 붕괴하다

댓글()
Getty Images
도르트문트, 슈투트가르트 원정에서 졸전 끝에 1-2 패. 분데스리가 3연패 포함 5경기 무승(1무 4패) 14실점. 최근 8경기 1승 3무 4패(유일한 1승은 3부 리가 팀 상대). 오바메양 일탈행동. 미슬린타트 수석 스카우트, 아스널행

[골닷컴] 김현민 기자 = 피터 보슈 신임 감독 체제에서 시즌 초반 파죽지세를 이어오던 보루시아 도르트문트가 극도의 슬럼프에 빠지며 끝을 알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주요 뉴스  | "[영상] 부폰, 월드컵 탈락 속에 눈물의 은퇴"


# 도르트문트, 끝을 알 수 없는 부진에 빠지다

이보다 더 나쁠 수 없다. 현재의 도르트문트를 지칭하는 표현이다. 도르트문트가 연신 패배를 당하고 있는 데다가 그라운드 안팎에서 부정적인 일들이 연달아 발생하고 있다.

도르트문트는 7라운드까지만 하더라도 6승 1무 무패 승점 19점에 골득실 +19로 구단 역사상 가장 좋은 시즌 출발을 알렸다. 말 그대로 파죽지세를 이어오며 2위 바이에른 뮌헨과의 승점 차를 일찌감치 5점으로 벌려놓은 상태였다. 

하지만 이후 도르트문트는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RB 라이프치히와의 8라운드 경기에서 도르트문트는 난타전 끝에 2-3으로 패하며 분데스리가 홈 41경기 무패 행진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래도 상대가 라이프치히였기에 이 경기 패배를 크게 문제시 삼는 사람은 없었다. 도리어 도르트문트의 원정에서 승리한 라이프치히와 랄프 하젠휘틀 감독의 전술에 대한 칭찬이 쏟아졌다.


주요 뉴스  | "​[영상] 호주, 온두라스 꺾고 4회 연속 월드컵 진출"

본격적인 문제는 라이프치히전 이후부터 불거지기 시작했다. 주중 APOEL과의 챔피언스 리그 32강 조별 리그 3차전 원정 경기에서 도르트문트는 졸전 끝에 1-1 무승부에 만족해야 했다. 이어진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와의 분데스리가 9라운드 원정 경기에선 먼저 2골을 넣으며 여유 있는 리드를 잡았음에도 급작스럽게 수비가 붕괴되는 문제를 노출하며 2-2 무승부에 만족해야 했다.

그나마 도르트문트는 DFB 포칼 2라운드에서 3부 리가 구단 마그데부르크를 상대로 5-0 대승을 거두며 한숨 돌리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3부 리가 팀을 상대로 이긴 건 그리 큰 의미가 없었다. 도르트문트는 이어진 하노버와의 원정 경기에서 또 다시 수비진의 실수가 연달아 불거져 나오면서 2-4 패배를 당했다. 하노버 투톱 베부와 조나타스의 스피드를 극대화한 빠른 템포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진 도르트문트였다. 

결국 도르트문트는 하노버에게마저 패하며 이번 시즌 들어 처음으로 1위에서 내려왔다. 반면 바이에른은 유프 하인케스 감독 부임 후 분데스리가 3연승 신바람 행진을 달리며 도르트문트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주중 APOEL과의 챔피언스 리그 조별 리그 4차전 홈경기에서 도르트문트는 전반만 하더라도 내용적인 면에서 상대를 압도했으나 무려 29회의 슈팅을 시도하는 동안 1골에 그쳤고, 후반 초반(6분) 상대에게 내준 첫 번째 유효 슈팅을 실점으로 허용하며 또 다시 1-1 무승부에 만족해야 했다.

침체된 분위기 속에서 도르트문트는 지그날 이두나 파크 홈에서 바이에른 뮌헨과 분데스리가 11라운드를 치렀다. 이 경기에서 도르트문트는 먼저 3실점을 내주며 1-3으로 완패했다. 자연스럽게 도르트문트는 2위 자리마저 라이프치히에게 내주고 말았다.

Robert Lewandowski

바이에른전 패배와 함께 위기설에 오른 보슈 감독은 A매치 휴식기 동안 호흡 고르기 및 팀 추스르기에 나섰다. 하지만 보슈의 계획과는 다르게 사건 사고들이 A매치 기간에 발생했다. '신성' 크리스티안 풀리시치는 미국 대표팀에서 근육 부상을 당했다. 

게다가 간판 공격수 피에르-에메릭 오바메양은 팀 훈련에 30분 늦게 합류한 데다가 12라운드 슈투트가르트전을 하루 앞두고 구단 동의 없이 프리스타일 축구 세계 챔피언 션 가니에를 초대해 도르트문트 훈련장에서 홍보물 영상을 촬영했다. 더 큰 문제는 가니에의 스폰서가 도르트문트 라이벌 구단 라이프치히 스폰서인 레드 불이었기에 가니에는 레드 불 로고가 새겨진 모자를 쓰고 촬영에 임했다는 데에 있다. 이에 분노한 도르트문트 수뇌진은 징계 차원에서 오바메양을 슈투트가르트 원정 경기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오바메양이 징계로 빠지는 동안 유망주 공격수 알렉산더 이삭은 무릎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도르트문트는 안드레 쉬얼레를 가짜 9번으로 배치해야 했다. 정상적인 최전방 공격수 없이 비록 승격팀이지만 메르체데스-벤츠 아레나에서 만큼은 4승 1무 무패로 바이에른에 이어 홈성적 2위를 달리고 있는 슈투트가르트로 원정을 떠나야 하는 도르트문트였다.

Pierre-Emerick Aubameyang & Sean Garnier


# '망조' 도르트문트, 패스 플레이마저 붕괴하다

결과부터 얘기하도록 하겠다. 도르트문트는 슈투트가르트와의 12라운드 경기에서 이번 시즌 들어 최악의 졸전을 펼치며 1-2로 패했다. 특히 후반전은 차마 눈을 뜨고 보기 힘들 정도로 끔찍한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후반전만 놓고 보면 위르겐 클롭(현 리버풀 감독)이 도르트문트 지휘봉을 잡은 2008년 이래로 가장 부진한 경기였다는 인상이 강하게 들었다. 심지어 도르트문트가 최하위를 전전하던 2014/15 시즌 전반기에도 경기 내용적인 측면만 놓고 보면 이보다 나은 모습이었다

이 경기에서 도르트문트는 한네스 볼프 슈투트가르트 감독의 전술에 철저하게 막혔다. 볼프는 도르트문트의 4-3-3 포메이션에 거울의 반대편처럼 매치되는 3-4-1-2 포메이션을 들고 나와 상대 선수 한 명당 슈투트가르트 선수 한 명을 대인마크 시키는 전술을 구사했다. 독일 전술 전문 사이트 '슈필페어라거룽'에선 이를 거울 전술이라고 표현했다(하단 사진 참조).

Dortmund vs Stuttgart

참고로 볼프는 2009년부터 2016년까지 도르트문트 유스 감독을 수행하던 인물로 2013/14 시즌과 2014/15 시즌엔 도르트문트 B유스(17세 이하) 팀을 독일 전국 챔피언 2연패로 견인한 데 이어 2015/16 시즌엔 A유스(19세 이하) 팀을 독일 챔피언으로 이끌었다. 즉 도르트문트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적어도 이전까지 도르트문트는 보슈 감독의 전술 스타일에 맞게 패스 플레이에 있어서 만큼은 바이에른보다도 더 수준 높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단지 수비 라인을 지나치게 높게 올리다가 뒷공간을 내주면서 패하는 방식을 반복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슈투트가르트전엔 정상적인 패스 플레이조차 이루어지지 않은 도르트문트였다.

이는 도르트문트의 슈투트가르트전 선수들 평균 위치 및 패스맵을 봐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하단 사진 참조). 카가와 신지는 경기장을 겉돌았고, 패스의 중심축을 담당해야 할 후방 플레이메이커 율리안 바이글은 오른쪽으로 치우친 채 무성의한 패스를 남발하면서 볼배급에 문제를 드러냈다. 도리어 오른쪽 측면 수비수 예레미 톨얀과 3명의 중앙 미드필더들 중 오른쪽에 배치된 마리오 괴체 중심으로 플레이가 전개됐다. 자연스럽게 좌우 간격도 벌어지면서 균형이 무너지고 말았다. 

Positions & Passing Network Dortmund away at Stuttgart

게다가 핵심 수비수 소크라티스 파파스타토풀로스는 갈비뼈 부상을 당해 후반 시작과 동시에 교체됐고, 마크 바르트라와 로만 뷔어키 골키퍼는 경기 시작 5분 만에 패스를 주고 받는 과정에서 대형 실수를 저지르며 이른 시간에 선제 실점을 허용하는 촌극을 연출했다. 특히 뷔어키는 라이프치히전을 시작으로 매경기 한 번 이상의 대형 실수를 저지르며 도르트문트 팬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그 외 바이글은 의욕이 전혀 없어 보였고, 안드리 야르몰렌코는 겁먹은 듯 백패스를 남발했으며, 마흐무드 다후드는 마치 불나방마냥 상대 수비진을 향해 무모한 돌진을 반복하다 쉽게 상대에게 소유권을 내주었다. 저돌적인 오버래핑에 이은 왼발 크로스를 자랑하는 주장 마르첼 슈멜처는 본인의 주발마저 착각한 듯 평소와 달리 한 번 접고 부정확한 오른발로 로빙 패스를 시도하다 올리는 족족 끊기는 우를 범했다. 그나마 오바메양을 대신해 선발 출전한 쉬얼레는 성실하게 수비도 가담하면서 투지있게 뛰는 모습이었으나 정작 중요한 공격에선 페널티 킥 실축을 포함해 날카로움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유일하게 괴체만이 군계일학의 기량을 뽐내며 고군분투할 뿐이었다.

결국 도르트문트는 슈투트가르트 원정에서도 패하면서 최근 분데스리가 3연패 및 5경기 무승(1무 4패)의 부진에 빠졌다. 5경기 성적만 놓고 보면 쾰른, 프라이부르크와 함께 최악의 성적을 올리고 있는 도르트문트이다. 이와 함께 9라운드까지만 하더라도 1위를 독주하던 도르트문트의 순위는 5위로 떨어졌다.

보슈 전술의 약점은 이미 오래 전에 간파가 된 상태다. 이제 도르트문트를 상대하는 분데스리가 팀들은 대놓고 수비적으로 나서면서 빠르게 뒷공간을 파고 드는 전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괜히 도르트문트가 라이프치히전을 시작으로 5경기에서 무려 14실점(경기당 2.8골)을 허용한 게 아니다. 게다가 이젠 보슈의 장기인 패스 플레이마저 제대로 구동되지 못하고 있다. 이 점에서 슈투트가르트전 패배는 시사하는 바가 상당히 크다고 할 수 있겠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도르트문트는 수석 스카우트 스벤 미슬린타트가마저 아스널로 팀을 옮겼다. 그는 카가와를 비롯해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와 피에르-에메릭 오바메양, 바이글, 우스망 뎀벨레, 풀리시치 같은 선수들을 발굴해낸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스카우트로 현 도르트문트 선수단의 기틀을 마련한 인물이다(이에 아스널은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미슬린타트 영입을 발표하면서 "유럽에서 가장 존경받는 선수 발굴 전문가"라고 명시했다). 게다가 미하엘 초어크 단장 역시 아스널 부임설에 이름을 오르내리고 있다. 이래저래 되는 일이 하나 없는 도르트문트다.

Sven Mislintat

도르트문트의 다음 분데스리가 상대는 최근 6경기 무패(4승 2무) 행진을 달리며 2위로 올라선 샬케이다. 이 둘의 맞대결은 독일 최대의 라이벌전으로 불리는 레비어 더비로 도르트문트 홈구장 지그날 이두나 파크에서 열린다. 무조건적인 승리가 필요한 경기다(게다가 주중엔 토트넘과의 챔피언스 리그 홈경기도 치러야 한다). 

그러하기에 독일 현지 언론들은 레비어 더비 결과에 따라 보슈의 운명(잔류 혹은 경질)이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심지어 독일 타블로이드 '빌트'지는 "레비어 더비가 보슈 최후의 날이 될까?"라고 헤드라인을 뽑았을 정도다. 만약 레비어 더비에서조차 졸전 끝에 패한다면 보슈는 경질의 칼날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Peter Bosz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