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조구지훈 제공

'말총머리' 바조가 집으로 초대한 한국인 교수가 있다?[칼치오위클리]

[골닷컴] 박문수 기자 = 말총머리 로베르토 바조는 아재들의 축구 영웅 중 한 명이다. 바조는 일명 판타지스타로 불린 이탈리아 축구 레전드다.

번뜩인다. 흡사 영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드라마틱한 인물이다. 실제로 최근에는 넷플릭스를 통해 바조 영화까지 개봉했다. 바조 얘기를 꺼낸 이유는 오늘 소개할 인물의 축구 영웅이 바로 바조이기 때문이다. 이게 다가 아니다. 이탈리아 유학 시절 그의 이야기를 들은 바조는 직접 자신의 집으로 그를 초대했다. 

이번에 소개할 인물은 구지훈 교수다. 어린 시절 바조와 그의 모국어인 이탈리아어로 대화를 하길 꿈꿨던 구 교수는 이탈리아 축구에 대한 열정을 무기 삼아 이탈리아 본토로 건너가 학업에 매진했다. 구지훈 교수에게 이탈리아 축구란 꿈을 안겨준 열정적인 무기였다. 소위 말하는 이탈리아 축구의 인싸 구지훈 교수와 이탈리아 축구 관련 설 그리고 그의 이탈리아 시절을 재조명하는 시간을 갖겠다.


주요 뉴스  | " 축구 좋아하는 여자 연예인 모음.zip""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이탈리아 축구 그중에서도 피오렌티나를 좋아하는 구지훈이라고 한다. 현재는 대학교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Q 현재 대학교수이신 걸로 알고 있다. 이에 관해 소개하자면?
현재는 경남 창원에 있는 국립대학인 국립창원대학교 사학과에서 서양 중세사 그리고 서양 미술사를 가르치고 있다. 이전에는 모교인 한국외국어대학교와 명지대학교 그리고 단국대학교와 중앙대학교 등에서 출강을 했다. 이번 연도부터 창원대학교 사학과 조교수로 임용이 되면서, 이제 막 1학기를 마쳤다. 학생들의 수업 집중도나 참여도가 굉장해서, 늘 긴장하면서 강단에 선 기억이 난다.

Q 이탈리아 출신 박사님이시다. 이탈리아어과를 선택하고, 이탈리아에서 유학 생활을 보낸 게 혹시 축구와 연관이 있었는가?
애초 이탈리아라는 나라에 대해 알게 된 계기가 축구 때문은 아니다. 대신 이탈리아라는 나라에 대해 애정이 생기게 된 계기는 축구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때 가장 좋아했던 선수가 바로 로베르토 바조였다. 지금은 조금 생소하지만, 한때 하이텔이나 나우누리와 같은 여러 PC 통신을 통해 이탈리아 축구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 다른 선수는 몰라도, 꼭 바조라는 선수를 만난다면 저 선수의 모국어로 대화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탈리아로 유학을 하러 가는 이 중 다수는 성악을 전공한다. 그러나 나는 이탈리아 역사 그중에서도 미술사를 공부했다.

Q 위에서 바조 얘기를 했는데, 바조 팬으로 유명하고, 실제로 바조 초대로 식사 자리도 함께한 거로 아는데, 어떻게 만났는가?
인생 최고의 날이었다. 바조는 비첸차라는 곳 출신인데, 그때 친해진 지인이 한 명 있었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이탈리아에 대해 공부를 하러 왔다는 사실 자체에 현지에서 만난 사람들도 굉장히 신기해했다. 그때 알게 된 지인에게 ‘바조를 보기 위해서, 그리고 그와 대화를 하기 위해서 이탈리아에 왔다’라고 말한 기억이 난다. 보통이라면 ‘와, 바조 정말 좋은 선수였지’와 같은 반응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이 친구는 ‘음? 진짜 그래?’라는 다소 무미건조한 반응이었다.

그렇게 얼마간 시간이 흐른 뒤, 이 친구한테 전화가 왔다. 다짜고짜 역으로 간 뒤, 파도바라는 곳으로 와야 한다고 말해줬다. 그래서 진짜로 파도바로 갔다. 그랬더니 이 친구가 어떤 분이랑 함께 차에 탔고, 내게 ‘바조한테 데리고 갈 거야’라고 말해줬다. 의아했다. 실제로 이 친구의 삼촌이 바조의 지인이었다. 그래서 이 친구가 삼촌에게 그리고 바조가 이를 듣고 나라는 사람에 대해 궁금해한다고 말해줬다. 믿기지 않았다.

바조구지훈 제공
Q 당시 바조를 만났을 때 기분은 어땠는가?
그 친구 도움으로 바조가 사는 곳까지 갈 수 있었다. 사진으로만 보던 바조 부인인 안드레이나가 직접 문을 열어줬다. 그러더니 악수를 청했다. 이후 그 친구의 삼촌이 ‘안녕, 로베르토’라며 바조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랬더니 바조도 ‘안녕 까로(친한친구를 지칭)’라고 응대했다. 이후 바조가 정말 내게 ‘네 이야기를 들었다. 이탈리아 생활은 어떤가?’라며 말을 건넸다. 

가장 좋아하는 선수인 바조와 직접 장시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때 바조가 내게 ‘지금 내가 앉은 자리가 베를루스코니(전 이탈리아 총리, AC 밀란 구단주)와 모라티(전 인테르 구단주)가 앉았던 곳’이라고 말해줬다. 그러면서 ‘그들만큼 너도 중요한 사람이다’라고 웃으면서 말해줬다. 내 인생 최고의 선수가 나를 위해 집에까지 초대해주다니, 정말 믿을 수 없었다. 지금도 절대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이었다.

미하일로비치 피오렌티나구지훈 제공
Q 바조 말고도 이탈리아 현지에서 선수들과 여러 차례 만난 거로 알고 있다. 소개해줄 수 있나?
바조를 만나게 해준 친구가 자신의 지인을 소개해줬는데, 당시 피오렌티나 보드진의 아들이었다. 개인적으로 피오렌티나를 좋아하는 만큼, 그 친구의 지인 도움을 빌려 피오렌티나 훈련장에 방문할 수 있었다. 그때 미하일로비치 감독(지금은 볼로냐)을 비롯해, 질라르디노와 아퀼라니 등 여러 선수를 만날 수 있었다.

Q 귀국 이후 이탈리아 축구와 관련해 여러 활동을 했다고 들었다. 대표적인 활동 몇 가지만 들자면?
예전에 포털 사이트에서 진행했던 풋볼 앤 토크라는 프로그램에서 이탈리아 축구 통신원으로서 소식을 전해준 적이 있다. 이 일을 계기로 박문성 위원님과 박찬우 위원님 그리고 김동완 위원님과 연을 맺을 수 있었다. 지금도 내게 정말 소중한 분들이다. 

이외에도 여러 기자분과도 팟캐스트 채널을 통해 이탈리아 축구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눴고, 친분을 쌓을 수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2016년 UEFA 챔피언스리그였다. 당시 결승전 장소가 이탈리아 밀라노였다. 덕분에 현지 코디네이터 역할을 맡을 수 있었다. 그리고 모든 축구 팬들의 로망 중 하나인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직접 관람할 수 있었다.

포털 사이트에서는 이탈리아 출신 방송인이자 축구 팬으로 유명한 알베르토 칼럼을 번역했던 기억이 난다. 이 친구가 워낙 축구에 대해서도 잘 알고, 나 역시 좋아하는 일이었기에 즐거운 마음으로 번역 일에 매진했던 기억이 난다. 아 좋은 일은 아니지만, 2019년 유벤투스 내한 당시에도 여러 매체와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아무래도 사리 감독의 말 자체가 애매했으니까.


주요 뉴스  | " 토트넘 선수들의 연애 전선은?"

Q 개인적으로 나 또한 애청자였는데, 팟캐스트인 ‘칼치오 에스프레소’와 ‘달수네 라이브’에서도 패널로 활동했다. 그때 얘기도 간단하게 하자면?
박찬우 해설위원을 포함해 총 세 명이 이탈리아 축구 이야기를 다루는 ‘칼치오 에스프레스’라는 팟캐스트는 진행한 적이 있다. 아실 수도 있지만, 이탈리아 축구 팬 사이트에서 주최했고, 이어갔다. 달수네 라이브에서도 위클리 S를 통해 매주 이탈리아 세리에A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눴다. 좋아하는 분들과 좋아하는 일을 해서 남달랐다.

Q 방송인 알베르토와도 친한 거로 안다. 이전에 포털 사이트 칼럼 번역은 물론, 유튜브 채널에서도 몇 번 봤는데, 평소에도 축구 얘기를 자주 하는가?
뭐 사실 이 친구도 워낙 바빠서 연락을 자주 하지 못했다. 가장 최근에는 알베르토 고향 팀 베네치아의 세리에A 승격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눴다.

Q 이번 유로 2020에서 이탈리아 대표팀이 초반 두 경기지만 상당히 핫한데, 어떻게 보는가?
감독으로서 만치니에 대해서는 늘 물음표였다. 그러나 이제는 느낌표로 바뀌었다. 멤버만 놓고 보면 예전보다는 조금 떨어질 수 있다. 그러나 두 경기에서 상대를 압도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쩌면 우승을 할 수 있을지도 않을까 싶다. 그렇게 되길 바란다. 예전 이탈리아 축구는 1-0으로만 이기는 재미 없는 축구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오랜만에 제대로 된 경기력 그리고 결과를 볼 수 있어서 만족스럽다.

Manuel Locatelli Italy Czech RepublicGetty
Q 마지막 질문지다. 개인적으로 2020/2021시즌 가장 인상 깊게 본 선수 그리고 팀은?
아탈란타야 말할 필요가 없는 돌풍의 팀이다. 이제는 돌풍의 팀으로 부르기도 애매할 만큼 강해졌다. 아탈란타를 제외하면 사수올로도 상당히 매력적인 팀인 것 같다. 소도시 팀이지만, 꾸준히 그리고 차근차근 올라온 모습이 인상 깊었다.

선수 중에서는 로카텔리가 눈에 들어왔다. 이 선수 밀란에서 뛸 때만 해도 그저 유망주 중 하나였지만 성장세 자체가 가파르다. 이번 유로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지켜보는 입장에서 내심 뿌듯하다. 이탈리아 선수는 아니지만 아탈란타의 우크라이나 대표팀 미드필더 말리노프스키도 눈여겨보고 있다.

광고

ENJOYED THIS STORY?

Add GOAL.com as a preferred source on Google to see more of our reporting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