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김현민 기자 = 스페인이 페드리와 페란 토레스 같은 어린 선수들의 활약에 힘입어 베테랑 군단 크로아티아를 연장 접전 끝에 꺾고 9년 만에 메이저 대회(월드컵+유로)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스페인이 덴마크 코펜하겐에 위치한 파르켄 스타디움에서 열린 크로아티아와의 UEFA 유로 2020 16강전에서 연장전까지 치르는 혈전 끝에 5-3 승리를 거두었다. 이와 함께 스페인은 2014 브라질 월드컵(조별 리그 탈락)과 유로 2016(16강전 탈락), 2018 러시아 월드컵(16강전 탈락)에서의 실패를 뒤로 하고 9년 만에 메이저 대회 8강 진출에 성공하며 무적함대(스페인 대표팀 애칭)의 자존심을 세우는 데 성공했다.
이 경기에서 스페인은 평소 즐겨 사용하는 4-3-3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최전방 공격수로 알바로 모라타가 포진한 가운데 파블로 사라비아와 페란 토레스가 좌우에 서면서 공격 삼각편대를 형성했다. 베테랑 세르히 부스케츠를 중심으로 페드리와 코케가 역삼각형 형태로 중원을 구축했다. 호세 가야와 세사르 아스필리쿠에타가 좌우 측면 수비를 책임졌고, 아이메릭 라포르트의 중앙 수비수 파트너로 신예 에릭 가르시아가 선발 출전했다. 골문은 우나이 시몬 골키퍼가 지켰다.
https://www.buildlineup.com/원래 주전 왼쪽 측면 수비수인 호르디 알바 대신 가야가 선발 출전했고, 조별 리그 2차전과 3차전에서 연달아 선발 출전하면서 2경기 연속 도움을 올렸던 공격수 헤라르드 모레노 대신 토레스가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지난 슬로바키아와의 3차전에서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해 1골 1도움을 올린 사라비아가 왼쪽 측면 공격수로 경기에 나선 게 이전과는 다소 변화 요소였다고 할 수 있겠다.
이에 더해 페드리가 만 18세 215일의 나이에 선발 출전을 기록하면서 유로 2004 당시 잉글랜드 대표팀 소속으로 천재의 등장을 만천하에 알렸던 웨인 루니(만 18세 244일)를 넘어 유로 역대 토너먼트 최연소 출전 신기록을 수립했다.
초반 공격을 주도한 건 스페인이었다. 스페인은 12분경 사라비아의 슈팅이 옆그물을 강타했고, 15분경엔 페드리의 날카로운 스루 패스에 이은 코케의 슈팅이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19분경엔 토레스의 크로스를 모라타가 헤딩 슈팅으로 가져간 게 크로아티아 베테랑 수비수 도마고이 비다의 손에 맞고 골키퍼에게 잡혔으나 심판은 고의성이 없었다고 판단해 핸드볼 반칙을 선언하지 않았다.
연이은 득점 기회들을 살리지 못한 스페인은 곧바로 20분경에 후방 빌드업을 하는 과정에서 골키퍼의 어이없는 실수로 먼저 실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페드리가 하프라인 근처에서 백패스를 연결한 걸 시몬 골키퍼가 발로 잡아내려다 뒤로 흘리는 우를 범한 것. 이로 인해 불의의 실점을 내준 스페인이었다.
분명 시몬 골키퍼의 실수가 결정적이었으나 결과적으로는 페드리의 자책골이었다. 심지어 유로 본선 최연소 자책골이자 역대 최장거리 자책골(49야드)에 해당했다. 막내인 페드리 입장에선 다소 흔들릴 수도 있었던 실점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게다가 스페인은 왼발잡이인 사라비아가 왼쪽 측면에서 이렇다할 공격을 해주지 못하고 있었고, 소속팀 바르셀로나에서 발을 맞추고 있는 페드리와 알바의 호흡에 비해 페드리와 가야의 호흡은 다소 맞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에 루이스 엔리케 스페인 감독은 사라비아와 토레스의 위치를 맞바꾸기에 이르렀다. 지금은 맨체스터 시티 소속이지만 토레스는 2019/20 시즌까지 가야와 전 소속팀 발렌시아에서 호흡을 맞춘 사이기도 하고, 사라비아의 장기인 왼발 슈팅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포석이었다.
https://www.buildlineup.com/이는 주효했다. 스페인은 37분경 페드리의 패스에 이은 토레스의 백패스를 가야가 논스톱 슈팅으로 가져갔으나 상대 수비벽을 맞고 나왔고, 코케와 사라비아의 패스에 이은 가야의 2번째 슈팅이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하지만 이를 골문 앞에서 자리잡고 있었던 사라비아가 리바운드 슈팅으로 골을 넣으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는 데 성공했다. 토레스와 가야, 사라비아가 모두 관여해서 만들어낸 골이었다.
사라비아의 골로 1-1 팽팽한 균형을 맞춘 상태로 전반전을 마무리한 스페인은 후반 들어서도 파상공세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스페인은 후반 11분경, 페드리의 드리블에 이은 측면으로 내준 패스를 토레스가 정교한 택배 크로스를 올렸고, 이를 기습적으로 공격에 가담한 아스필리쿠에타가 골문 앞 헤딩 슈팅으로 골을 넣으며 역전에 성공했다.
역전을 허용한 크로아티아는 후반 22분경에 측면 공격수 안테 레비치를 빼고 미슬라프 오르시치를 교체 출전시킨 데 이어 후반 29분경에 오른쪽 측면 수비수 요십 유라노비치 대신 측면 공격수 요십 브레칼로를 투입하며 공격 강화에 나섰다. 스페인은 후반 27분경에 사라비아와 가르시아를 빼고 같은 포지션의 다니 올모와 파우 토레스를 교체 출전시키며 체력 안배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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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은 후반 31분경, 파우 토레스의 롱패스를 빠른 스피드로 수비보다 한 발 앞서 받아낸 페란 토레스가 골키퍼와 일대일 찬스에서 차분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을 넣으며 3-1로 점수 차를 벌려나갔다.
페란 토레스의 골이 터져나오자 스페인은 곧바로 가야와 코케를 빼고 알바와 파비안 루이스를 교체 출전시키며 굳히기에 나섰다. 경기 종료 2분을 남기고는 페란 토레스를 빼고 미켈 오야르사발을 투입하며 시간 보내기에 나섰다. 이대로 스페인의 승리로 경기가 마무리되는 듯싶었다.
https://www.buildlineup.com/하지만 크로아티아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후반 34분경에 수비형 미드필더 마테오 코바치치와 측면 공격수 니콜라 블라시치를 빼고 최전방 공격수 안테 부디미르와 장신 공격형 미드필더 마리오 파살리치를 교체 출전시킨 크로아티아는 공격적인 3-4-3 포메이션으로 전환했다. 오르시치와 브레칼로 좌우 날개가 크로스를 올리면 최전방에 위치한 공격수 3명(안드레이 크라마리치, 부디미르, 파살리치)이 높이를 살려 마무리하겠다는 다소 단순하지만 직선적이면서도 효과적인 공격 운영이었다.
이는 주효했다. 크로아티아는 후반 39분경, 브레칼로의 롱스로인을 부디미르가 받아서 패스를 내주었고, 이를 받은 크로아티아 에이스 루카 모드리치가 컷백(대각선 뒤로 내주는 패스)을 연결한 걸 부디미르가 슈팅으로 슈팅으로 가져갔다. 이를 아스필리쿠에타가 골라인 바로 앞에서 막아냈으나 골문 앞으로 쇄도해 들어온 오르시치가 리바운드 슈팅으로 추격하는 골을 성공시켰다. 이어서 정규 시간도 지나고 추가 시간 2분(90+2분)경 역습 상황에서 오르시치의 크로스를 파살리치가 타점 높은 헤딩 슈팅으로 골을 넣으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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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장전 전반전 초반, 크로아티아의 공세가 이어졌다. 하지만 연장 전반 2분경에 시도한 오르시치의 골문 앞 슈팅은 골대를 살짝 넘어갔고, 연장 전반 5분경엔 골문 앞 혼전 상황에서 크라마리치 슈팅이 시몬 골키퍼의 손끝 선방에 막혔다.
실점 위기에서 벗어난 스페인은 차근차근 주도권을 잡아나가며 크로아티아 공략에 나섰다. 결국 스페인은 후반 10분경, 올모가 길게 넘겨준 크로스를 먼포스트에서 받아낸 모라타가 왼발 발리 슈팅으로 천금같은 결승골을 넣었다. 이어서 연장 전반 종료 2분을 남기고 역습 상황에서 올모의 크로스를 오야르사발이 받아선 왼발 슈팅으로 골을 넣으며 5-3 승리의 마침표를 찍었다. 연장 후반전 종료 직전엔 올모의 슈팅이 골대를 맞고 나오면서 더이상 추가골을 넣는 데엔 아쉽게 실패한 스페인이었다.
이 경기의 영웅은 바로 페란 토레스였다. 그는 0-1로 지고 있는 순간 동점골에 있어 기점이 된 패스를 찔러주었고, 스페인의 2번째 골을 어시스트했으며, 3번째 골을 직접 성공시켰다. 그는 만 21세 120일의 나이에 1골 1도움을 올리며 유로 2008 당시 세스크 파브레가스(만 21세 37일)에 이어 스페인 역대 최연소 메이저 대회 본선 한 경기에서 골과 도움을 동시에 기록한 선수로 등극했다.
비단 골이 전부가 아니다. 그는 출전 선수들 중 가장 많은 4회의 찬스메이킹을 자랑했고, 이 중 2회가 빅찬스 메이킹(6야드 이내의 슈팅으로 연결된 패스)이었다. 크로스 성공률도 100%였다. 이에 더해 그는 수비에서도 태클 2회를 시도해 2회를 모두 성공시켰고, 가로채기 2회를 추가하면서 헌신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역시 스페인 팬들 입장에서 가장 흡족한 건 페드리의 활약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팀의 막내임에도 조별 리그 1차전부터 16강전까지 4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하며 핵심 선수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그는 모드리치와 코바치치, 마르첼로 브로조비치로 이어지는 크로아티아의 자랑거리인 베테랑 주원 상대로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는 기록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는 89%의 준수한 패스 성공률을 자랑했고, 무엇보다도 공격 진영으로 보낸 패스 성공률이 89.5%에 달했다(19회 시도해 17회 성공). 스루 패스도 3회를 제공하며 왜 본인이 스페인의 새로운 패스마스터인지를 재차 입증해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그는 볼경합에서 7회를 승리했고, 4회의 파울을 얻어내며 저돌성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불운하게 자책골을 허용했음에도 만 18세라는 어린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놀랍도록 차분하게 경기를 전개해나간 페드리였다.
이제 스페인은 8강전에서 스위스를 만날 예정이다. 스위스 역시 중원에 강점이 있는 팀이다. 스페인이 스위스를 꺾고 준결승에 진출하기 위해선 '무서운 막내' 페드리의 역할이 중요하다. 또한 모라타의 득점력이 대회 내내 기복을 보이고 있는 만큼 또다른 어린 공격수 페란 토레스의 지원이 필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