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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도니아에서 말레이시아까지, 배범근의 축구 여정 [세계 속의 한국 축구인] (11)

[골닷컴] 이성모 기자 = K리그 입단 좌절. 그 후로 축구 선수로서의 도전을 위해 말레이시아, 독일 6부 리그, 마케도니아 리그를 거쳐 지금은 다시 말레이시아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한국의 한 축구인이 있다. 현재 말레이시아 1부 리그 PJCITY 소속으로 뛰고 있는 26세의 미드필더 배범근이 그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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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처음 그 선수의 사연을 소개했던 것은 4년 전, 그가 마케도니아 리그에서 데뷔골을 기록하고 현지 신문에 소개된 직후였다. 당시 마케도니아라는, 국내에서는 생소한 리그에 도전해서 활약하고 있는 배범근의 사연에 많은 팬들이 응원을 보냈다. 당시 배범근이라는 선수의 사연을 소개했던 이유는, 그가 축구 선수로서 대단히 뛰어난 기량을 가진 선수라거나, 모두가 주목할만한 성과를 낸 선수라서기 보다는 유럽 빅리그와 K리그를 제외한, 마케도니아나 동남아 각국의 리그 같은 국내에서는 많은 관심을 받지 못하는 리그에도 축구 선수로서 활약하며 도전을 이어가고 있는 한국의 축구인들이 있다는 그 사실 자체를 소개하기 위해서였다. 

그 후로 4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그 사이 배범근은 불운한 이유로 마케도니아 리그를 떠났고, 한국에 돌아온 후 그가 과거에 노력했던 인연이 다시 닿아 말레이시아 리그로 돌아가서 활약하고 있다. 그 4년 사이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고, 그가 경험한 마케도니아, 말레이시아 리그는 어떤 리그이고, 그리고 그 사이 그가 겪고 느낀 점들은 무엇이 있었을까. 

186cm의 장신 미드필더인 배범근은 고등학생 시절 대전시티즌 U-18팀에서 뛰었고 2012년엔 대전시티즌으로부터 우선지명을 받아 호남대에 입학하기도 했으나 이후 부상, 감독 교체 등이 겹치면서 결국 K리그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K리그행이 좌절된 후 그는 축구 선수로서의 경력을 위해, 또는 잃을 게 없다는 자신감을 안고 동남아 리그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말레이시아 1부 리그 팀 앙카탄 텐테라 말레이시아에서 입단을 타진했지만, 대학 출신 선수는 용병으로 등록이 안 된다는 이유로 말레이시아에서도 정착하지 못했다. 그는 다음으로 미얀마로 향한다. 미얀마에서도 불운은 마찬가지, 20여 명의 용병들과 경쟁했던 그는 결국 미얀마에서도 팀을 구하지 못하고 좌절감을 안은 채 한국으로 돌아왔다. 당시의 심정에 대해 배범근은 이렇게 말했다. 

"동남아에서 입단을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부모님께 처음으로 축구를 그만두겠다고 말씀드렸었어요. 불효인지 알면서도요. 그 말을 꺼낼 때는 정말이지 죽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축구 선수로서의 도전을 포기하는 대신, 다시 한 번 도전하기로 마음 먹었고 그를 위해 독일 6부 리그 팀으로 향한 후 그곳에서 좋은 모습을 보낸 것을 계기로 유럽 동부의 마케도니아 리그에 입단하게 됐다. 그리고 마케도니아 FC 슈큐피에서 활약하며 프로 데뷔 골을 기록한 날은 그 경기의 '맨오브더매치'에 선정되어 현지 신문에 보도되기도 했다. 또, 마케도니아 국가 대표팀과 리그 외국인 올스타 경기에 출전하기도 했다.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배범근은 마케도니아 리그에서 프로 선수로서 자리를 잡는 것처럼 보였다. 마케도니아 리그 자체가 유럽의 상위 리그는 아니지만, 그곳에서 계속 뛰며 좋은 모습을 보이면 더 상위 리그로 이적할 기회가 생길 수도 있을 터였다. 그 기간 중에 그에게 리그 내의 다른 팀에서 영입을 제안하며 그 이적이 현지 신문에 보도되면서 확실시되었으나 현지 에이전트가 이적 조율 과정에서 팀과 마찰을 빚으며 이적이 취소되는 일이 발생했다. 배범근은 겨우 찾은 자신의 보금자리를 다시 떠나서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다. 

(배범근이 뛰었던 FC 슈큐피는 지난 시즌 유로파리그에서 제라드 감독이 이끄는 스코틀랜드의 레인저스와 만나기도 했다. 에이전트의 실수가 없었다면, 배범근이 그 경기에서 제라드 감독의 팀을 상대로 뛰었을 수도 있었다.) 

마케도니아 리그를 시작으로 유럽 리그에 도전하려던 꿈을 외부적인 이유 때문에 정리해야 했던 것은 비단 그 뿐 아니라 어떤 선수에게도 힘든 일이었다. 그러나, 축구는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만 한다. 그렇게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던 그에게, 그가 K리그 입단에 좌절했을 때 처음 향했던 그 곳인 말레이시아 리그에서 기회가 찾아왔다. 그의 말이다. 

"유럽에 가기 전 말레이시아에서 지냈었는데, 2014년에 훈련을 했던 팀 코치가 2017년도에 한 팀의 감독이 되어서 그 팀의 훈련에 참가할 기회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그 팀 훈련에 참가했다가 구단주의 눈에 띄어 운이 좋게 입단 계약을 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2017년에 말레이시아 리그에 진출한 그는 첫 해에는 새 팀 ATMFA에서 1골 3어시를 기록하며 스스로에게도 아쉬운 기록을 남겼지만, 2018에는 자신의 말레이시아에서의 두번째 팀이었던 MIFA에서 5골 13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리그 내에서 주목받는 선수로 성장했다. 그의 말이다. 

"첫 시즌에는 공격포인트를 많이 올리지못해 아쉬웠는데, 두 번째 시즌에는 팀을 이적하면서 팀의 리그 36골 중에 18 공격포인트를 올려, 팀 골의 절반에 기여했고 그 결과 팀도 승격을 하며 좋은 시즌을 보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더 좋은 팀들로부터 오퍼가 왔는데 팀에 남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현재 배범근이 뛰고 있는 2년 연속 EPL 우승을 차지한 맨시티와도 관계를 갖고 있다. 2부에서 1부로 승격하면서 맨시티를 후원하는 회사(QNET)가 구단을 인수했고, 그렇게 되면서 팀 이름에도 'CITY'를 붙여 PJCITY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유니폼도 하늘색 유니폼을 사용하고 있다. 배범근의 팀은 이번 시즌 리그에서 8위를 기록 중이다. 

말레이시아 리그에서 맞이하는 3번째 시즌, 배범근은 어느새 리그 내에서 해외 용병 선수로서 인정을 받는 선수로 성장했다. 그의 소속팀은 최근 배범근에게 재계약을 제안한 상태다. 

앞서 소개했듯, 배범근은 현재까지 말레이시아, 미얀마, 독일 6부 리그, 마케도니아를 거쳐 현재 말레이시아 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다. 그의 축구 여정이 지금까지 그랬듯, 앞으로도 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알 수 없다. 동남아 지역에서 뛰고 있는 한국의 선수들은 그 각각의 나라에서는 '용병'이다.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하면 팀으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는 일도 있을 수 있다. 갑자기 소속팀이 '부도'가 나서 팀이 해체되는 바람에 소속팀을 잃어버리는 선수들도 있다.

배범근의 지금까지의 축구 여정을 소개하면서, 단지 그가 걸어온 길만을 이야기하기보다는, 그가 현재 뛰고 있는 말레이시아 리그의 상황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그의 말이다. 

"현재 말레이시아 1부 리그에는 저를 포함해 말라카 FC에 장석원 선수 2명이 있습니다. 2부에는 3명이 있는데, 후반기에 2명 더 계약을 해서 총 5명 이 뛸 예정으로 알고 있습니다. 말레이시아 리그의 경우는 나라가 덥다보니 잔디도 한국과는 틀리게 '떡잔디'이고 비가 오면 '뻘'이 된다고 보시면 되는데 그런 면에서 체력 소비가 많이 됩니다. 그런 부분이 조금은 힘든 부분들이라고 생각됩니다."

"반면에 말레이시라 리그는 기본적으로 선수들에게 집이랑 차를 제공을 해줍니다. 수도인 쿠알라룸푸르는 한국인과 한인식당이 많아서 적응을 빨리할 수있는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부분은 한국 선수들이 뛰기에 좋은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그 외에 구단에서는 용병 선수에게 적응을 잘 할수 있도록 많이 도움을 주려하고, 집에서 출퇴근을 하기 때문에 훈련시간 외에는 생활이 편합니다. 저는 한국인 선수가 말레이시아 리그에 기회가 있다면 적극 추천 하고 싶습니다."

"또, 리그 수준은 아직 동아시아리그에 비해 낮으나, 최근 말레이시아 팀들이 ACL에서 중국, 한국, 일본 팀을 상대로 좋은 경기를 보여 줬고 용병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보여줘야하기에 쉬운 리그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많은 분들이 동남아리그는 은퇴할때 쯤 오는 곳이라고 생각을 하시는데 동남아리그를 경험하고 한국으로 돌아가서, K리그 전남 경남등에서 뛴 선수들이 있습니다.(박광일, 도동현, 허재원 등)" 

끝으로, 이미 많은 리그에 도전을 거치며 선수생활을 이어온 그에게 미래의 목표와 계획에 대해 물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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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처음 아무것도 모르고 축구화만 들고 외국을 나왔던 시절을 떠올리곤 하는데 그때 힘들었던 경험들이 저를 단단하게 만들어주었던 것 같습니다. 그 때의 도전이 없었다면 지금의 축구선수 배범근은 없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축구인으로서 앞으로 하고 싶은 일과 해야할 일들이 많겠지만 선수로 은퇴하는 날까지 더 많은 도전과 경험을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K리그에도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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