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cini Bonucci Italy England EuroGetty

만치니 vs 사우스게이트, 용병술 차이가 유로 우승 갈랐다

[골닷컴] 김현민 기자 = 이탈리아가 잉글랜드를 승부차기 접전 끝에 꺾고 통산 2번째 유로 우승을 차지했다. 이 경기에서 로베르토 만치니 이탈리아 감독이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잉글랜드 감독과의 용병술에서 완승을 거두었다.

이탈리아가 웸블리 구장에서 열린 잉글랜드와의 유로 2020 결승전에서 정규 시간에 이어 연장전까지 1-1 동률을 이루었고, 결국 승부차기에서 3-2로 승리했다. 이와 함께 이탈리아는 유로 1968 이후 53년 만에 유로 우승을 차지했다. 메이저 대회 기준으로는 2006년 독일 월드컵 이후 15년 만의 우승이다.

이탈리아는 이 경기에서 평소대로 4-3-3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치로 임모빌레가 최전방 원톱 공격수로 위치한 가운데 로렌초 인시녜와 페데리코 키에사가 좌우에 서면서 공격 스리톱을 형성했다. 조르지뉴를 중심으로 마르코 베라티와 니콜로 바렐라가 역삼각형 형태로 중원을 구축했다. 에메르송과 조반니 디 로렌초가 좌우 측면 수비를 책임졌고, 조르지니오 키엘리니와 레오나르도 보누치가 중앙 수비수로 선발 출전했다. 골문은 잔루이지 돈나룸마 골키퍼가 지켰다. 지난 스페인과의 준결승전과 동일한 선발 라인업을 가동한 이탈리아였다.

이탈리아 선발 라인업 vs 잉글랜드https://www.buildlineup.com/

반면 잉글랜드는 평소 즐겨 쓰던 4-2-3-1이 아닌 독일과의 16강전에서 깜짝 가동했었던 3-4-2-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해리 케인이 최전방 원톱으로 포진했고, 메이슨 마운트와 라힘 스털링이 이선에 위치했다. 루크 쇼와 키어런 트리피어가 좌우 측면을 책임졌고, 데클란 라이스와 칼빈 필립스가 더블 볼란테(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지칭하는 포지션 용어)를 구축했다. 존 스톤스를 중심으로 해리 매과이어와 카일 워커가 좌우에 서면서 스리백을 형성했고, 골문은 조던 픽포드 골키퍼가 지켰다. 사실상 5백이라고 할 수 있는 수비적인 전형으로 이탈리아전에 임한 잉글랜드였다.

잉글랜드 선발 라인업 vs 이탈리아https://www.buildlineup.com/

하지만 정작 잉글랜드가 경기 시작 2분 만에 선제골을 넣으며 앞서나갔다. 중원으로 내려온 케인이 측면으로 패스를 열어주었고, 트리피어의 크로스를 쇼가 환상적인 논스톱 발리 슈팅으로 골을 성공시킨 것.

이후에도 잉글랜드가 영리하게 경기 운영을 가져가면서 전반전은 더 나은 경기력을 선보였다. 잉글랜드는 라이스와 필립스가 이전 경기들과는 달리 전방 압박을 강하게 가져가면서 전반 내내 이탈리아의 강점인 중원을 괴롭혔다. 이에 더해 케인이 사실상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하면서 좌우로 패스를 뿌려주면 트리피어와 쇼가 공격의 마무리를 짓는 형태였다.

반면 이탈리아는 잉글랜드의 철벽 수비에 막혀 전반전 내내 이렇다할 득점 기회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모양새였다. 결국 이탈리아는 전반 내내 페널티 박스 안에서의 슈팅이 1회에 그치는 부진을 보였다. 그나마 키에사가 35분경 개인 능력으로 라이스를 제치고 강력한 중거리 슈팅을 가져갔으나 골대를 아슬아슬하게 빗나간 게 이탈리아가 전반전에 유일하게 보여준 위협적인 슈팅 장면이었다.

하지만 후반 들어 잉글랜드가 수비 라인을 내리면서 이탈리아에게 공격 기회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에 더해 이탈리아는 후반 10분경에 부진했던 임모빌레와 바렐라를 빼고 도메니코 베라르디와 브라이언 크리스탄테를 교체 출전시키는 강수를 던졌다.

베라르디가 들어오면서 이탈리아는 공격 스리톱을 발빠른 측면 공격수들로 배치했다. 이를 통해 잉글랜드 수비진에 혼란을 가져왔다. 게다가 172cm 단신인 바렐라 대신 188cm 장신인 크리스탄테가 들어오면서 높이도 보충이 된 이탈리아였다.

이탈리아 가짜 9번 vs 잉글랜드https://www.buildlineup.com/

후반 11분경 인시녜의 측면 돌파에 이은 슈팅과 후반 16분경 키에사의 슈팅이 연달아 픽포드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으나 이를 계기로 공격 흐름을 가져온 이탈리아는 후반 21분경, 코너킥 공격에서 천금같은 동점골을 넣는 데 성공했다. 베라르디의 코너킥을 크리스탄테가 니어 포스트에서 트리피어와의 공중볼 경합에서 이겨내면서 백헤딩으로 내준 걸 베라티가 마운트를 제치고 헤딩 슈팅으로 연결했다. 이를 픽포드 골키퍼가 선방했으나 골대 맞고 나온 걸 골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던 보누치가 밀어넣은 것. 이탈리아 교체 선수들(베라르디와 크리스탄테)이 기여한 득점 장면이었다.

잉글랜드는 후반 26분경에 트리피어를 빼고 사카를 넣으면서 4-2-3-1로 전환했고, 29분경엔 라이스 대신 조던 헨더슨을 투입하며 중원에서의 볼배급을 강화했다.

잉글랜드 교체 vs 이탈리아https://www.buildlineup.com/

하지만 사카는 볼터치에서 아쉬움을 드러냈다. 헨더슨도 정상 컨디션이 아닌 듯 보였다. 이로 인해 잉글랜드의 교체 카드는 별 힘을 쓰지 못하는 모양새였다. 이 사이에 이탈리아는 정규 시간 종료 4분을 남기고 키에사가 부상을 당해 페데리코 베르나르데스키로 교체했다.

1-1로 정규 시간이 끝난 가운데 연장전에도 먼저 승부수를 던진 건 이탈리아였다. 이탈리아는 연장 전반전 시작과 동시에 지친 인시녜를 빼고 정통파 공격수 안드레아 벨로티를 교체 출전시키면서 정상적인 4-3-3로 전환했다. 이어서 연장 전반 6분경엔 베라티 대신 마누엘 로카텔리를 투입하며 중원의 에너지 레벨을 높였다. 반면 잉글랜드는 연장 전반 9분에 들어서야 마운트 대신 잭 그릴리시를 넣으면서 공격 라인에 변화를 감행했을 뿐이었다.

이탈리아 최종 교체 vs 잉글랜드https://www.buildlineup.com/

양 팀의 마지막 교체는 사실상 승부차기용이었다. 이탈리아는 연장전 후반 13분경에 에메르송 대신 부상에서 복귀한 알레산드로 플로렌치를 교체 출전시켰다. 잉글랜드는 연장 후반전 종료 직전 헨더슨과 워커를 빼고 공격 자원인 마커스 래쉬포드와 제이든 산초를 투입하며 승부차기에 대비했다.

이탈리아 첫번째 키커 베라르디와 잉글랜드 첫번째 키커 케인이 사이좋게 페널티 킥을 성공시킨 가운데 이탈리아 2번째 키커 벨로티의 킥이 픽포드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이어서 잉글랜드는 2번째 키커 매과이어가 호쾌한 슈팅으로 골을 넣으며 승부차기 스코어에서 2-1로 앞서나갔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은 3번째 키커부터 시작됐다. 이탈리아 3번째 키커 보누치와 4번째 키커 베르나르데스키가 차분하게 골을 성공시킨 가운데 잉글랜드가 승부차기용으로 교체 투입한 래쉬포드가 실축했고, 산초가 돈나룸마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이와 함께 승부차기 스코어에서 이탈리아가 3-2로 리드를 잡아나갔다. 잉글랜드는 픽포드 골키퍼가 이탈리아 5번째 키커 조르지뉴의 페널티 킥을 선방하며 마지막 순간 희망의 끈을 이어나갔으나 필드에 있었던 가장 어린 사카의 슈팅이 돈나룸마 골키퍼에게 막히면서 이탈리아가 승부차기 스코어에서 3-2로 승리할 수 있었다.


주요 뉴스  | " 축구 좋아하는 여자 연예인 모음.zip""

이래저래 양 팀 감독의 용병술의 차이가 승패를 좌우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탈리아의 교체 카드는 상당히 효율적이었던 데다가 목적성도 분명했다. 게다가 연장전에 추가된 1장 포함된 6장의 교체 카드 중 5장을 효과적으로 활용했다(승부차기용 카드는 한 장이 전부였다).

반면 잉글랜드는 이 경기에서 활용한 교체 카드 5장 중 3장 만이 전술적인 이유에서 목적성을 가진 교체였다. 그마저도 사카 교체 카드는 실패와도 마찬가지였다. 나머지 2장의 카드는 승부차기용 교체로 공교롭게도 해당 목적으로 사용된 산초와 래쉬포드는 운명의 장난처럼 실축하고 말았다. 심지어 교체 선수 투입 시점도 이탈리아보다 많이 늦은 편에 속했다.


주요 뉴스  | " 토트넘 선수들의 연애 전선은?"

이렇듯 이탈리아는 이른 시간에 실점을 허용하면서 불안한 출발을 알렸으나 만치니 감독이 적재적소에 교체 카드를 활용하면서 승부차기 끝에 값진 유로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이에 반해 잉글랜드는 기선을 제압했음에도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지나치게 수비적으로 전술 운영을 했을 뿐 아니라 교체 카드 활용에 있어서도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경기 내용에서 이탈리아에게 밀리는 문제를 노출했다. 결국 감독의 용병술 차이가 양 팀의 운명을 뒤바꾸는 데 있어 상당 부분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볼 수 있겠다.

이탈리아는 지금으로부터 3년 전만 하더라도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예선 플레이오프에서 스웨덴에게 탈락하며 본선 진출에 실패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하지만 이후 이탈리아는 만치니 감독 체제에서 아주리(Azzurri: 이탈리아 대표팀 애칭으로 파랑이라는 의미) 역대 최다 경기에 해당하는 34경기 무패 행진(26승 8무)을 이어오면서 황금기를 구가하고 있다. 만치니가 있기에 이탈리아는 내년에 있을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우승후보로 거론된 자격이 충분히 있다.

광고

ENJOYED THIS STORY?

Add GOAL.com as a preferred source on Google to see more of our reporting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