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터 추모 현장에서 직접 발견한 것(영상) [이성모의 어시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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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터 추모 현장
'골닷컴 코리아'가 직접 찾아간 레스터 추모 현장, 그곳에서 보고 느낀 것들.

(레스터 시티의 헬기 추락 사고를 추모하기 위해 킹파워스타디움을 찾은 한 아버지와 아들의 모습. 사진=이성모 기자) 

[골닷컴, 레스터] 이성모 기자 = "레스터 시티에 처음 온 날부터 당신은 팬들의 마음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모든 팬들이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안겨줬습니다. 당신은 최고의 회장이었습니다."(팬들이 바친 레스터 시티의 유니폼 위에 새겨져있던 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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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현지 시간 10월 28일, 다른 일정을 제쳐두고 잉글랜드 중부에 위치한 도시 레스터 시티의 홈구장 킹파워스타디움으로 향했다. 런던 세인트판크라스 인터내셔널 역에서 레스터행 기차를 탄 그 순간부터 이미 주변에는 꽃을 들고 있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그들 중 대부분은 나와 같은 레스터 역에서 내려 킹파워스타디움으로 향했다. 레스터 역은 잉글랜드 전역에서 모여든 추모객들과 그들을 통제하는 경찰들로 혼잡했으나, 누구도 소란을 피우는 사람은 없었다. 

28일 오후 3시경, 킹파워스타디움에 도착했다. 그리고 추모객들을 위해 마련된 공간을 보면서 나는 어쩔 수 없이 레스터 시티가 리그 우승을 차지하기 직전이었던 2년 전의 봄 바로 같은 자리에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얼굴로 노래를 부르던 레스터 팬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됐다. 그 때 그들은 이렇게 간단한 가사의 노래를 부르면서도 그 누구보다 행복한 모습이었다. 그 목소리가 너무 기억에 남아서, 지금까지도 종종 따라부르고 다닐 정도로. 

"Top of the league, top of the league, Leicester City, is top of the league."(리그 1위, 리그 1위, 레스터 시티가 리그 1위라네.)

추모객들 사이에 합류하기 전에 주변의 모습을 먼저 살폈다. 앰뷸런스 차가 추모객들 인근에서 대기하고 있었기에, 그들에게 새로 업데이트된 소식은 없는지, 현장의 상황 등에 대해 물었다. 그들은 "미안하지만 아직 우리도 정확한 상황을 알려줄 수 없다"라고 답했다. 레스터 시티의 주차장(사고현장)으로 향하는 두 갈래 길은 모두 경찰이 나와 통제하고 있었고 그 안 쪽에서 작업중인 경찰 및 소방당국의 인원들이 눈에 띄었다. 모두가 엄숙하면서도 분주한 모습이었다. 평일 낮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추모공간 바로 옆에 위치한 오피셜 스토어는 문을 닫은 상태였다. 

주변을 모두 둘러보고 추모객들과 합류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두 시간 정도 머무르며 잉글랜드 전역에서 모여드는 사람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나는 몇가지 중요한 사실을 발견하고 또 깨달을 수 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팬들이 추모의 뜻으로 메시지를 적어 바친 레스터 시티 유니폼들 사이에 놓여진 리버풀의 유니폼이었다. 유니폼 위에는 간단한 추모 메시지와 'YNWA'(You Will Never Walk Alone)이라는 리버풀의 응원 메시지가 적혀있었다. 

리버풀 뿐이 아니었다. 현장의 통제를 준수하기 위해 안에서 촬영할 순 없었으나, 더 안 쪽에는 더 일찍 현장에 다녀간 팬들이 남긴 노팅엄 포레스트의 유니폼(리버풀과 노팅엄 포레스트는 '힐스보로 참사' 당시 경기를 가진 두 팀이다), 웨스트햄(사고 직전의 상대팀이었던)의 유니폼 등이 곳곳에 섞여있었다. 

레스터 시티 구단주 및 그 일행 총 5명이 목숨을 잃은 비극의 앞에서는 더이상 '너와 나', '경쟁', '승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잉글랜드인들이 축구를 통해 보여주고 있는 생생한 모습이었다. 

또 한가지, 그곳에서 오래 머물면서 느낀 한가지는, 그곳을 계속해서 찾아오는 사람들과 그 안에서 함께 한 뜻으로 어울리는 사람들 사이에는 '남녀노소'의 구분도, '인종'과 '피부색'의 구분도 없다는 것이었다. 모두가 처음 만나는 주변 사람들과 위로를 함께 나눴고, 태국에서 온 것으로 보이는 한 일행이 눈물을 보이자 그 주변의 현지인들이 위로의 인사를 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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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추모현장 곳곳에는 유니폼 위에 팬들이 저마다의 마음을 담아 적은 메시지들이 마치 편지처럼 놓여있었다. 그 중에는 짧은 것도, 긴 것도. 더러는 가슴 아픈 내용들도 있었지만, 가장 대표적인 메시지들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Thanks Vichai. Gone but never forgotten.”(고마워요 비차이, 당신은 떠났지만 잊혀지지 않을 것입니다.)

“You won the hearts of Leicester.”(당신은 레스터의 마음을 얻었습니다.) 

“From the moment you entered our club, you gained our hearts. You gave us a moment no fan will ever forget. You made our lives so enjoyable as fans. The best Chair man.”("레스터 시티에 처음 온 날부터 당신은 팬들의 마음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모든 팬들이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안겨줬습니다. 당신은 최고의 회장이었습니다.")

해가 지는 것을 지켜본 후 현장을 떠나 런던으로 돌아오면서, 그리고 결국 레스터 시티 구단 측에서 비차이 구단주를 포함한 5명이 모두 사망했다는 소식을 공식 발표하는 것을 확인하면서 나는 이 가슴 아픈 비극 속에도 비차이 구단주가 많은 사람들의 감사와 추모의 인사 속에 떠날 수 있다는 것이 그래도 그의 덕이자 복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아시아 출신의 구단주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클럽을 인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지만, 작고한 레스터 시티의 비차이 스리바다나프라바 구단주는 레스터 시티에 '동화 같은 우승'을 안겨줬을 뿐 아니라, 클럽 서포터, 감독, 선수들과 불화를 만든 적이 없었던 것으로 유명했다. 그의 그런 모습에 잉글랜드는 물론 전세계 언론과 팬들이 고인의 명복을 비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생전에 팬들에게 좋은 기억만을 남기고 간 구단주의 죽음 앞에 모든 사람이 '남녀노소'와 '인종'의 구분 없이 하나가 되어 한 뜻으로 위로의 메시지를 보내는 모습. 어쩌면, 그것이 비차이 구단주가 레스터에 남기고 간 또 하나의 작은 '기적'이었을지도 모른다. 

레스터 킹파워스타디움 = 골닷컴 이성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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