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서호정 기자 = “저를 에이스라고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손흥민은 쑥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지난 2년 동안의 실적을 보면 그는 분명 ‘월드클래스’에 가장 근접해 있는 한국 선수다. 프리미어리그에서 3시즌째를 맞은 손흥민은 20골을 돌파(21골 7도움)했던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 18골 11도움(리그 12골 6도움)이라는 성공적인 기록을 남기고 귀국했다.
2시즌 연속 프리미어리그 톱 클래스 공격수로 활약한 손흥민은 이제 두번째 월드컵을 준비한다. 14일 신태용 감독이 발표한 28인 명단에 포함된 손흥민은 오는 21일 월드컵을 위한 본격적인 여정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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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한국으로 돌아온 손흥민은 15일 서울 용산구 ‘아디다스 더 베이스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행사는 글로벌 축구 브랜드 아디다스와 손흥민의 후원 계약을 위한 자리였다. 양자는 오는 2023년 6월까지 계약 연장에 사인을 했다. 지난 2008년부터 아디다스 코리아의 후원을 받아 온 손흥민은 이번에는 글로벌 본사와 계약을 체결했다. 세계적인 선수로 기량을 인정 받았다는 뜻이다. 아디다스와의 인연도 15년으로 이어지게 됐다.
“아디다스와 10년이 됐다. 이만큼 편안한 브랜드가 없다. 경기장에서는 항상 발이 편안해야 한다. 아디다스만큼 내게 맞는 축구화는 없었다. 가볍고, 스피드와 파괴력을 중시하는 내게 도움이 된다. 어려서부터 후원을 받아온 만큼 항상 감사하다.”
스폰서도 인정한 세계적인 선수로서의 능력을 6월 러시아에서 열리는 월드컵에서도 증명해야 한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과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손흥민은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아쉬움을 눈물로 표현했던 그는 큰 대회가 끝날 때마다 ‘울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번에는 울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항상 경기할 때 웃고 싶다. 누굴 만나도 웃으려고 노력한다. 내가 유일하게 우는 때는 지는 게 싫을 때다. 대표팀에 와서 많은 눈물을 보였다. 국민들께 그런 눈물을 보이는 게 창피하고 죄송한 일이다. 국민들이 내가 웃는 사진을 보고, 나도 손흥민처럼 웃고 싶다는 결과를 내면 소원이 없겠다.”
만 22세에 경험한 첫 월드컵에서 손흥민은 1무 2패의 성적표를 받아야 했다. 알제리를 상대로 골을 터트렸지만, 그 경기에서 한국은 16년 만의 참패를 당했다. 20대 중반이 된 손흥민은 이제 막내가 아니라, 후배들 다수를 이끌고 나서는 입장이 됐다.
“브라질 월드컵을 나갈 때 기대와 자신감이 있었다면, 지금은 조심스럽고 걱정도 앞선다. 솔직히 한국이 최약체다. 그만큼 잘 준비해야 한다. 월드컵은 자신감만으로는 성공할 수 있는 무대는 아니다. 잘 준비해야 한다. 나를 포함한 선수들이 그걸 잘 인지해야 한다.”
한국의 러시아 월드컵 성적을 예상해달라는 얘기에 그는 “우승했으면 좋겠다”라고 얘기하고 곧바로 “아직은 꿈이다”라고 단서를 붙였다. 꿈과 현실의 차이를 냉정히 본 것이다. 한국을 조 최약체라고 평가한 손흥민은 조별리그 통과라는 목표를 위해 필요한 조건도 언급했다.
“정말 러시아에서 좋은 결과 가져오고 싶다. 다른 팀 걱정할 상황이 아니다. 우리 팀에 집중하고 있다. 상대보다 실력이 안 좋으면 우리가 두발 더 뛰어야 이길 수 있다. 축구에 퀄리티 차이는 존재한다. 그걸 멘탈과 피지컬로 넘어야 한다. 많이 뛰고, 팀으로서 도우며 가능성은 있다. 우리가 12명처럼 뛰면 충분히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월드컵에서의 성공을 위해 스스로도 헌신하고, 가진 모든 걸 바치는 팀원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내가 아니라 팀이 특별했으면 좋겠다. 확실한 색을 갖고 경기장에 나갔으면 한다. 내게 상대가 집중해 동료들에게 기회가 열릴 수 있다. 그걸 즐길 필요가 있고, 내가 해 내야 한다.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성적은 다를 것이다. 망신도 당할 수 있다. 브라질 월드컵에서 너무 안 좋은 결과를 가져와서 창피했다. 나라를 위해 나간 건데 말이 되나 생각했다. 그보다 훨씬 많은 준비를 한다면, 우리가 조별리그만 통과해도 충분히 자랑스러울 것이다. 잘했으면 좋겠다. 간절하다. 월드컵은 꿈이다. 준비하는 시간부터 끝날 때까지 모든 걸 걸겠다.”
시즌 막바지에 손흥민은 피로가 누적되면 2년 연속 시즌 20골 돌파에 실패했다. 마지막 6주 동안은 발목 통증을 누르기 위해 진통제도 먹었다. 일각에서는 손흥민의 컨디션에 대한 우려가 높다. 그만큼 대표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올 시즌 경기를 많이 뛰었다. 다행히 큰 부상은 없었지만 시즌 후반기로 오면서 많이 지쳤다. 지금도 그런 상태다. 대표팀 소집까지 일주일이 있으니 휴식 하면서 회복할 수 있다. 발목도 6주 정도 진통제 먹으면서 경기에 나갔다. 선수 중에 아프지 않은 선수는 없다. 운동 쉬는 게 싫고 경기에 나서고 싶다. 진통제 부분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쉬면서 체력과 발목도 회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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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열기가 좀처럼 형성되지 않는 데 대해선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는 모습이었다. 최종예선 과정에서의 부진과 기복 심한 경기력으로 인해 러시아 월드컵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떨어진 상태다. 손흥민은 국민들에게 부탁했다. 결과에 대한 평가는 책임질 테니 경기를 치르는 순간까지는 응원을 당부했다.
“축구팬들이 걱정하는 만큼 우리도 걱정이 있다. 경기장에 나가면 기대하는 만큼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 걱정하는 건 당연하지만 벌써 결과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건 이르다. 선수들이 노력 중이다. 국민들의 응원이 필요하다.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힘을 주신다면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대한민국을 위해 한 몸 바칠 것이다. 좋은 응원 부탁드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