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셀허스트파크 = 골닷컴 이성모 기자] 현재와 같은 상황이 익숙해서일까. 혹은 로이 호지슨 감독에 대한 믿음 때문일까. 호지슨 감독 부임 후 첫 경기를 갖는 크리스탈 팰리스 홈 구장의 분위기는 놀라울 정도로 차분했다.
16일 현지시간으로 이른 점심시간에 펼쳐진 크리스탈 팰리스 대 사우스햄튼의 리그 5라운드 경기 현장을 찾았다. 경기장에 찾아오기 전 가장 큰 관심사는 이날 현장의 분위기였다. 크리스탈 팰리스가 이번 시즌 아직까지 한 골도 기록하지 못한 채 최하위에 처져있다는 점이나, 또 그들이 바로 지난 경기에서 EPL 역사상 최단기간에 감독을 경질했다는 점 등을 감안해보면 현장에 모인 홈팬들로부터 야유가 쏟아져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그러나 현장의 분위기는 정반대였다. 마치 아무일도 없었다거나, 별 일 없었다는 분위기. 경기 중간중간에 고함을 지르는 팬들은 있었으나 그것 역시 대부분 주심의 판정에 대한 항의였다. 심지어 0-1로 뒤진 채로 종료된 하프타임에도 야유가 아닌 격려의 박수가 나왔다.
이날 전반전 초반부터 실점을 내주며 실망스러운 시작을 한 크리스탈 팰리스가 후반 초반부터 연거푸 득점기회를 만들어내자 현장의 분위기는 더 뜨겁게 달아올랐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팬들이 홈팀 선수들의 슈팅 한 번 한 번에 환호와 탄식을 되풀이했다. 최종 휘슬이 울린 후 크리스탈 팰리스의 패배가 확정되자 잠시 짧은 야유가 나오는 듯 했으나, 호지슨 감독이 경기장을 빠져나가며 인사를 하자 또 팬들로부터 박수갈채와 환호가 나왔다.
도대체 이런 의외의 반응이 어디로부터 나오는 것일까. 하프타임에 만난 크리스탈 현지 팬들의 말을 통해 그 이유를 확인할 수 있었다. 호지슨 감독에 대한 믿음, 그리고 그와의 '연대감'이었다.
이날 현장을 찾은 크리스탈 팰리스 팬 제이미 씨와 조쉬 씨는 나란히 '호지슨 감독을 믿는다'고 말했다.
제이미 씨는 "우리는 호지슨 감독을 믿는다. 그가 있는 한 우리가 강등을 당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는 감독으로서의 경험이 풍부한 감독일 뿐만 아니라 이 지역 크로이든에서 태어나고 자라 크리스탈 팰리스에서 축구를 시작한 사람이다. 대부분의 크리스탈 팬들이 그를 사람으로서 좋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호지슨 감독은 크리스탈 팰리스의 연고지인 크로이든에서 출생했으며 크리스탈 팰리스에서 유소년팀, 선수 데뷔를 했다. 그는 크리스탈 팰리스 감독에 부임한 후 공식적으로 자신의 유년시절 팀 감독이 된 것에 대한 기쁨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편, 이날 경기에서 크리스탈 팰리스는 사우스햄튼에 0-1 패배를 당하며 리그 5전 전패라는 최악의 분위기를 이어가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