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윤진만 기자= 감독 교체지시를 거부한 건 케파 아리사발라가(24, 첼시)가 물론 처음은 아니다. 같은 잉글랜드 무대에서 대략 22개월 전 즈음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주인공은 우카시 파비안스키(33, 웨스트햄유나이티드)다.
스완지 주전 수문장이었던 파비안스키는 2017년 4월6일 리버티스타디움에서 열린 토트넘홋스퍼와의 프리미어리그 맞대결에서 후반 40분께 벤치를 향해 “노! 노우! 노우!”를 연신 외쳤다. 폴 클레멘트 당시 스완지 감독의 교체 지시를 거부한 것이다. 파비안스키는 후반 36분경 토트넘 공격수 빈센트 얀센과의 충돌로 다리를 다쳤다. 의료진이 투입될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다. 감독은 백업 크리스토퍼 노르트펠트를 준비시켰으나, 파비안스키가 뛸 수 있다는 의사를 벤치에 보냈다. 골킥 후 다리 통증을 호소하는 걸 보며 감독은 급기야 교체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40분경 델레 알리의 결정적 슈팅을 쳐낸 파비안스키가 이번엔 온몸으로 거부 의사를 표현했다. 결국 클레멘트 감독이 결정을 철회했다.
어디까지나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경기는 스완지의 1-3 역전패로 끝났다. 후반 43분 델레 알리, 추가시간 1분 손흥민, 추가시간 4분 크리스티안 에릭센에게 연달아 실점했다. 클레멘트 감독은 “나는 교체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지만, 선수가 계속 뛰길 바랐다. 그 상황에서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스완지 공격수 올리 맥버니는 “파비안스키가 계속 뛰겠다고 소리치는 걸 들었다”며 “파비안스키가 계속 (경기장에)남길 원한다면 누구도 말릴 수 없다!”고 팀 내 분위기를 전했다.
당시 경기를 관장한 주심은 조나단 모스였다. 추가시간을 더 부여하는 것으로 상황을 정리했다. 공교롭게도 모스 주심은 대략 22개월 뒤, 골키퍼가 교체지시를 거부한 경기를 또 맡았다. 첼시-맨체스터시티간 카라바오컵 결승전이다. 웸블리에서 열린 이날 경기에서 첼시 골키퍼 케파 아리사발라가가 연장후반 막바지 마우리치오 사리 첼시 감독의 교체지시를 거부했다. 그 역시 다리를 다친 상태였고, 감독은 교체하길 바랐지만, “노!”를 외쳤다. 검지를 좌우로 흔들었다. 케파는 120분을 무실점으로 선방했으나, 결과론적으로 팀은 승부차기에서 패하면서 우승을 놓쳤다. 케파는 “외부에서 볼 때 지금 상황이 좋은 그림은 아니라는 것은 나도 안다. 하지만 감독과 이미 이야기를 나눴고, 그저 오해였다. TV와 SNS에서 이 상황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을 알지만 감독의 명령을 거부할 의도가 아니었다는 것을 설명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영국 언론과 팬들은 ‘케파 사태’가 첼시의 감독과 선수 관계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으로 여긴다. 현재 사리 감독은 경질설에 시달린다.
사진=게티이미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