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사이 두번 은퇴하는 한 선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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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뱅’ 노병준이 은퇴식을 갖는다. 대구와 포항이 일주일 간격으로 은퇴식을 연다. K리그 2개 팀이 잇달아 은퇴식을 열어주는 특별한 레전드로 남게 됐다.

[골닷컴] 서호정 기자 = 여기 한 축구 선수가 있다. 331경기 59골 26도움의 기록을 남긴 공격수. 기록만 놓고 보면 K리그를 지배했다고까지 표현하긴 어렵다. 대신 강렬한 그만의 이미지가 있다. 후반에 투입되면 높은 확률로 골을 해결하는 그를 팬들은 ‘슈퍼서브’라고 했다. 앞머리를 일자로 자른 특유의 뱅스타일 ‘바가지 머리’때문에 아예 이름을 줄인 ‘노뱅’이라 불린 선수. 노병준이다.

2017시즌 K리그에서 노병준을 목격한 이는 없다. 지난 시즌까지 대구 유니폼을 입고 뛰었던 그는 시즌 종료 후 재계약에 실패했다. 본인도 “지난 시즌 내 활약과 기여도를 보면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현실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래도 베테랑의 경험과 가치를 인정하는 몇몇 K리그 챌린지 팀들이 관심을 보였지만 노병준은 은퇴를 결심했다. 대구의 승격과 함께 현역 생활을 대미를 장식하는 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올림픽대표 출신으로 2002년 전남 드래곤즈 유니폼을 입고 K리그에 데뷔한 그는 굴곡진 인생을 살았다. 전남에서 3년간 뛴 뒤 오스트리아 무대로 진출해 2년을 뛰었다. 유럽 무대에서도 나름의 개성과 능력으로 ‘닥터 노’라는 별명과 함께 사랑받았다. 포항으로 돌아와 축구 인생의 전성기를 열었다. ‘슈퍼서브’로 활약하면서도 큰 기여를 했다. 2009년 리그에서만 7골 5도움, 챔피언스리그 4골로 포항의 아시아 정복에 크게 기여했다. 그 능력을 인정받아 국가대표까지 승선한 축구 인생의 하이라이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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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시즌과 2013시즌 포항에서 3개의 트로피(FA컵 2회, 리그 1회)를 들며 절정을 맞았던 그는 베테랑들을 정리하는 단계에서 가장 사랑했던 팀을 떠나야 했다. 이후에는 K리그 챌린지의 대구로 향했고 3년 간 하늘색 유니폼을 입고 뛰었다. 지난 시즌 14경기에 출전했지만 공격포인트를 올리지 못한 그는 후배들을 다독이며 대구의 승격에 보이지 않는 기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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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처갓집이 있는 광양에서 ‘백수’로 지내고 있다는 노병준은 “은퇴라는 건 아쉽지만 후회는 남기지 않은 것 같다. 내 몸이 100%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으니까 오히려 기회를 주는 팀에게 미안했다”라며 현역 생활에 마침표를 찍은 소감을 밝혔다. 

노병준은 신태용, 곽희주처럼 오직 한 팀에서만 장기간 뛴 원클럽맨이 아니다. 김도훈, 김기동, 김병지처럼 리그 기록을 좌지우지한 발자취도 못 남겼다. 그러나 K리그 사상 최초로 2개의 팀이 일주일 간격으로 그를 위한 은퇴식을 연다. 오는 9일 그의 마지막 소속팀이었던 대구FC는 전남 드래곤즈과의 홈 경기에서 노병준의 첫번째 은퇴식을 연다. 대구는 포스터를 제작하고 사진전시회 등 다양한 행사를 노병준을 위해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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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에는 노병준이 가장 애착을 가진 경기장인 스틸야드에서 또 한번 작별인사를 한다. 포항 스틸러스는 홈커밍데이로 명명했지만 은퇴식의 개념에 가깝다. 노병준의 포항 시절 사진이 들어간 특별 티켓이 배부된다. 마침 그날 포항의 상대는 대구라서 노병준 입장에서는 감회가 남다를 수 밖에 없다.

K리그는 은퇴식에 인색했다. 성남의 레전드 신태용의 경우 은퇴식도 제대로 못 치르고 팀을 떠나야 했다. 최근 수년간 구단들의 인식이 바뀌며 김기동, 김상식, 최은성, 이운재, 곽희주, 김한원 등이 팬들의 박수 속에 작별 인사를 할 수 있었지만 여전히 많은 선수들은 고별사도 밝히지 못한다. 그런 상황에서 각기 다른 두 팀의 주최로 은퇴식을 갖는 노병준의 사례는 특별하다. 

노병준이 이 같은 특별한 대접을 받으며 마무리를 할 수 있는 건 팬들의 큰 사랑을 받는 선수였기 때문이다. 그가 남긴 기록보다 더 의미 있는 게 그 부분이다. 단 1분을 뛰어도 팬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경기장 안팎에서 친절하게 대하는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회자됐다. 그에 대해 노병준은 자신의 그라운드 위 철학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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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신만이 아닌 K리그 전체를 생각하며 뛰었다. 득점왕보다 팬들에게 사랑 받는 선수가 더 큰 목표였다. 내 열정을 최선을 다해 보여주려 했던 노력이 팬들 가슴에 새겨진 것 같다. 그럴 때마다 나를 기억해주시는 분들이 있었고, 그래서 더 열심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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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식을 열어주는 두 팀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대구는 선수 생활을 이어가게 해 준 은인 같은 팀이었다. 오히려 준 기회만큼 보답하지 못해 죄송하다. 그런데도 은퇴식을 해준다는 건 진심으로 감사해야 할 일이다.”

“포항은 이상하게 마음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팀이다. 모든 구단에 감사하지만 포항은 특별하다. 마음을 비우려고 해도 항상 한 쪽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질타도 많이 받았는데 그래도 팬들이 항상 생각한다. 많은 것을 이루기도 했고. 마지막에 초대해주셔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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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노병준은 자신의 자랑인 세 아이를 언급했다. 특히 초등학생 5학년인 장남 수인이에 대한 애틋함을 표시했다. 현재 자신을 따라 축구 선수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인이는 아빠가 우상이다. 가장 축구를 잘하는 선수가 아빠라 믿는데 은퇴하는 걸 굉장히 섭섭해한다”라고 말했다. 둘째 수찬이, 막내인 딸 효린이도 아빠의 특별한 두 차례 은퇴식에 동행할 예정이다. 

K리그 최고의 스토리텔레였던 노병준은 후배들에게 한가지 가르침을 남겼다. 자신의 이야기는 누가 만들어주는 게 아닌 스스로가 완성해야 한다는 것. 투병 중인 아버지가 지켜보는 앞에서 터트린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의 환상적인 선제골, 돌아가신 아버지를 위해 골을 넣고 울부짖었던 세리머니, 두 아들까지 삼부자가 함께 한 헤어스타일까지. 노병준을 기억하는 순간들이다.

떠나는 노병준은 자신의 은퇴를 의미하는 변화 하나를 설명했다.

“이제 바가지머리는 끝났다. 사람들이 나를 기억해줬으면 해서 나이 먹고 뭐 하냐는 소리 들으면서도 그런 머리를 했던 거다. 어울리든, 안 어울리든 그 모습이 곧 노병준이었으니까. 이제는 나이에 맞게 점잖게 하고 다니겠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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