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mas Partey Arsenal 2021-22Getty Images

'깜짝 4-4-2' 아스널, 파티와 오바메양 동시에 살리다

[골닷컴] 김현민 기자 = 최근 2경기 연속 무승부에 그쳤던 아스널이 깜짝 4-4-2 포메이션을 가동하면서 애스턴 빌라에게 3-1 완승을 거두었다.

아스널이 에미레이츠 스타디움 홈에서 열린 빌라와의 2021/22 시즌 프리미어 리그(이하 PL) 9라운드에서 3-1로 승리했다. 이와 함께 아스널은 4승 2무 3패 승점 14점을 기록하며 다른 팀들보다 1경기를 더 치르긴 했으나 12위에서 9위로 순위를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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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개막과 동시에 3연패를 당하며 불안한 출발을 알린 아스널은 이후 3연승을 달리면서 반등에 성공했다. 특히 토트넘과의 북런던 더비에서 3-1 완승을 거두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북런던 더비에서 핵심 미드필더 그라니트 자카가 부상을 당하면서 중원에 문제가 발생했고, 브라이턴전을 고전 끝에 0-0 무승부에 그친 데 이어 지난 주말 크리스탈 팰리스전에서도 졸전 끝에 경기 종료 직전 알렉상드르 라카제트의 동점골로 2-2 무승부를 거두며 2경기 연속 무승부에 만족해야 했다.

최근 2경기에서 아스널이 드러낸 문제는 바로 중원에 있었다. 2경기 모두 중원 싸움에서 밀리면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나마 브라이턴은 이번 시즌 PL 4위를 달릴 정도로 좋은 경기력을 자랑하는 팀이다 보니 일정 부분 중원 싸움에서 밀리는 게 이해가 가는 부분이라고 하더라도 하위권 팀(14위)인 팰리스와의 중원 싸움에서도 밀린 건 문제가 심각했다고 볼 수 있었다.

팰리스전에서 아스널은 토마스 파티를 홀로 수비형 미드필더에 배치한 채 마르틴 외데고르와 에밀 스미스 로우를 전진 배치시킨 역삼각형 형태의 4-1-4-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여기서 미켈 아르테타 아스널 감독이 저지른 실수는 크게 3가지였다.

아스널 선발 라인업 vs 팰리스https://www.buildlineup.com/

먼저 파티는 전 소속팀이었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시절부터도 홀로 수비형 미드필더를 수행한 적이 없는 선수다. 파티가 뛰던 당시 아틀레티코는 4-4-2 포메이션만 쓰던 팀이었다. 당연히 홀로 수비형 미드필더에 위치한 파티는 팰리스 중원의 압박에 허둥지둥하다가 팰리스의 첫 골 장면에서 가로채기를 당하면서 실점의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다.

2019/20 시즌 아틀레티코 주전 선발 포메이션Whoscored
2019/20 시즌 아틀레티코 주전 선발 포메이션

외데고르를 왼쪽에, 스미스 로우를 오른쪽에 배치한 것도 아쉬운 선택이었다. 외데고르는 주가를 높이던 2019/20 시즌 레알 소시에다드 시절,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수행했을 때조차도 오른쪽 측면으로 빠져서 패스를 공급하는 형태로 움직임을 가져갔었다. 이는 외데고르의 소시에다드 시절 히트맵으 보더라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2019/20 시즌 외데고르 히트맵SofaScore
2019/20 시즌 외데고르 히트맵

스미스 로우 역시 기본적으로는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지만 팀 사정에 따라 왼쪽 측면 미드필더 역할도 수행한 적이 있었다.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는 뛰지 않았다. 즉 왼쪽으로 동선을 가져가는 게 더 익숙하다고 할 수 있겠다.

에밀 스미스 로우 PL 통산 포지션별 출전 수Transfermarkt
스미스 로우 PL 통산 포지션별 출전 수

이번 경기에서 아르테타 감독은 깜짝 4-4-2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팰리스전 동점골의 영웅이었던 라카제트가 선발 출전하면서 간판 공격수 피에르-에메릭 오바메양과 함께 투톱을 형성했고, 스미스 로우와 부카요 사카가 좌우 측면 미드필더로 나섰다. 파티와 알베르트 삼비 로콩가가 더블 볼란테(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지칭하는 포지션 용어)를 구축했고, 부상으로 결장한 키어런 티어니 대신 누누 타바레스가 선발 출전하면서 토미야스와 타케히로와 함께 좌우 측면 수비를 책임졌다. 가브리엘 마갈량이스와 벤 화이트가 중앙 수비수 듀오로 나섰으며, 골문은 애런 램스데일 골키퍼가 지켰다. 아르테타 감독이 4-4-2를 가동한 건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었다.

아스널 선발 라인업 vs 빌라https://www.buildlineup.com/

이는 주효했다. 라카제트가 최전방에서 궂은 일을 해주면서 오바메양이 공격에 집중할 수 있었다. 로콩가가 보완해준 덕에 파티가 한결 자유롭게 플레이를 풀어나갈 수 있었다. 열심히 많이 뛰는 스미스 로우가 왼쪽 측면에 위치하면서 공격적인 측면 수비수 누누 타바레스가 마음껏 오버래핑에 나설 수 있었다. 화이트가 전진할 때면 일본 대표팀에선 중앙 수비수로 뛰고 있는 토미야스가 수비적인 보완에 나섰다.

이러한 전술적인 효과 덕에 아스널은 왼쪽 위주의 공격이 빛을 발하면서 시종일관 공격을 주도했다. 슈팅 숫자에서 22대10으로 크게 앞섰고, 특히 3번째 골이 터져나온 55분경까지만 놓고 보면 슈팅 숫자에서 19대3으로 상대를 압도하다시피 했다. 유효 슈팅은 무려 9회를 가져가면서 아르테타 감독 체제에서 치른 PL 67경기 중 2번째로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아스널OptaJoe

이 과정에서 아스널은 20분경, 사카의 프리킥을 빌라 수비수 에즈리 콘사가 헤딩으로 걷어낸 걸 파티가 논스톱 발리 슈팅으로 가져갔으나 골대를 맞고 나가는 불운이 있었다. 이어서 22분경에 스미스 로우의 패스에 이은 타바레스의 슈팅이 수비 맞고 굴절되면서 골대를 아슬아슬하게 빗나갔다. 하지만 여기서 얻어낸 코너킥 찬스에서 스미스 로우가 올린 걸 파티가 헤딩 슈팅으로 선제골을 넣으며 앞서나가는 데 성공했다.

이후에도 아스널의 공세는 이어졌다. 결국 아스널은 전반전 45분이 지나고 추가 시간 2분경(45+2분), 골문 앞 혼전 상황에서 라카제트가 루즈볼을 잡다가 빌라 측면 수비수 맷 타겟의 태클에 쓰러지면서 페널티 킥을 얻어내면서 결정적인 득점 찬스를 맞이했다. 비록 키커로 나선 오바메양의 페널티 킥이 빌라 골키퍼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의 선방에 막혔으나 이를 오바메양이 재차 밀어넣으면서 아스널은 전반전을 2-0으로 앞선 채로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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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초반에도 아스널의 공세가 이어졌다. 아스널은 후반 10분 만에 역습 상황에서 타바레스의 전진 패스를 오바메양이 센스있는 원터치 전진 패스로 연결했고, 이를 받은 스미스 로우가 빠르게 드리블로 치고 가다가 오른발 슈팅으로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는 골을 성공시켰다.

여유가 생긴 아스널은 후반 23분경에 라카제트를 빼고 외데고르를 투입한 데 이어 후반 28분경엔 로콩가 대신 에인슬리 메이틀랜드-나일스를 교체 출전시키며 체력 안배에 나섰다. 이후 아스널은 레온 베일리와 제이콥 램지가 교체 출전하면서 공격을 강화한 빌라의 공세에 다소 흔들리기 시작했고, 결국 경기 종료 8분을 남긴 시점에 베일리의 패스를 받은 램지의 골로 추격을 허용하긴 했으나 더 이상의 실점을 내주지 않으면서 3-1 승리를 지켜냈다.

토마스 파티 스탯 vs 빌라Squawka Football

이 경기에서 파티는 출전 선수들 중 가장 많은 볼터치(75회)를 자랑했고, 소유권 회복 7회와 볼 경합 승리 7회에 더해 출전 선수들 중 최다인 3회의 태클을 성공시키며 수비에서 높은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에 더해 슈팅 3회을 시도해 선제골을 넣으며 공수 전반에 걸쳐 크게 기여했다.

스미스 로우 역시 왕성한 활동량으로 4회의 소유권 회복과 4회의 볼경합 승리은 물론 2회의 가로채기를 기록하며 성실하게 수비를 해주었을 뿐 아니라 출전 선수들 중 최다인 4회의 찬스메이킹에 더해 3회의 드리블 돌파와 3회의 크로스, 2회의 슈팅을 가져가며 공격의 첨병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무엇보다도 그는 1골 1도움을 추가하면서 PL에서 왼쪽 측면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한 7경기에서 2골 3도움을 올리며 높은 득점 생산성을 자랑했다(통산 PL 개인 성적은 31경기 4골 6도움).

에밀 스미스 로우 스탯 vs 빌라Squawka Football

오바메양도 1골 1도움을 추가하며 홈 4경기 연속 골을 기록했고, 라카제트는 페널티 킥을 얻어냈다. 로콩가는 수비에선 다소 흔들리는 모습이 있었으나 전진 패스와 드리블에서 재능을 보여주었고, 타바레스도 공격에서 합격점을 주기에 충분했다. 마무리가 아쉬웠던 사카 정도를 제외하면 선발 출전한 선수들은 모두 충분히 제 몫 이상을 해주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이렇듯 아스널은 자카가 빠지면서 아르테타 감독의 전술 플랜에 문제가 발생한 상태에서 깜짝 4-4-2 포메이션을 가동하면서 빌라전 승리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이번에 가동한 4-4-2가 앞으로도 좋은 경기려으로 이어진다면 그 동안 플랜 A 밖에 없다는 비판에 직면했던 아르테타 감독은 또 다른 전술 무기를 구축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토마스 파티Go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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