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MLS 데뷔한 김문환, 본격적인 적응 시작
▲예전에는 해외 진출 꺼렸으나 끝내 도전 결심했다
▲"대표팀의 부름도 언제나 기다리고 있다"
[골닷컴] 한만성 기자 = 어느덧 김문환(25)이 미국 무대에 도전한지도 기간으로만 따지면 거의 반 년이 다 됐다. 프리시즌에 이어 정규시즌 초반까지 무릎 부상으로 고생한 김문환이지만, 몸상태를 회복한 후 최근 드디어 출전 기회를 잡았다.
북미프로축구 메이저리그사커(MLS). 오래 전 홍명보(현 울산현대 감독)를 시작으로 2010년대 초반 이영표(현 강원 FC 대표이사), 2018~2019년 김기희, 2019~2020년 황인범에 이어 이제는 김문환이 활약 중이다. 그러나 이들은 각자 다른 목표를 가지고 MLS 무대에 도전했다. 과거 홍명보와 이영표는 현역 은퇴를 앞두고 먼 미래를 생각한 또다른 경험을 위해 아시아, 유럽과는 스포츠 문화가 다른 MLS 무대를 밟았다. 중동, 중국 무대를 거친 김기희는 장기적으로는 국내 복귀를 염두에 두고 미국행을 결심했다.
LAFC주요 뉴스 | " 축구 좋아하는 여자 연예인 모음.zip""
그러나 2019년 밴쿠버 화이트캡스로 이적한 황인범이 작년 여름 유럽 진출에 성공한 뒤, 올 시즌 소속팀 루빈 카잔에서 러시아 프리미어 리그 4위를 차지해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클럽 대항전(유로파 컨퍼런스 리그) 진출에 성공하자 MLS 진출을 택하는 국내 선수들에 대한 인식도 바뀌고 있다. 매년 리그 규모와 경기력이 커지는 MLS가 젊은 선수들이 경쟁력을 키울 만한 리그로 이미지를 탈바꿈했기 때문이다.
김문환은 15일(한국시각) '골닷컴 코리아'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자신에게 MLS란 한계를 시험해볼 무대라고 말했다. 기자는 예전부터 김문환의 측근을 통해 그가 해외 진출보다는 K리그에서 최고의 선수로 거듭 나는 데 더 큰 메리트를 느꼈던 게 사실이라는 얘기를 들은 터. 김문환은 이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답했다.
LAFC주요 뉴스 | " 토트넘 선수들의 연애 전선은?"
"솔직히 저는 아주 어린 시절에는 운동을 하면서 축구 선수가 돼서 해외 진출을 하겠다는 꿈을 꿨지만, 성격이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라... 사실 프로에 온 후에는 한국에서 계속 축구를 하면서 이적을 하게 되더라도 K리그 안에서 좋은 팀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요. 그렇게 생각하다가 MLS에 도전하게 된 이유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생긴 저의 한계를 한 번 넘어보고 싶었어요. 도전해보고 싶었고. 도전해야겠다는 마음이 컸던 거 같아요. 저 스스로 '내가 다른 나라에 가서 뛰면 어떤 모습으로 어떤 플레이를 얼마나 잘할 수 있을까?'라는 궁금증이 생기기 시작했거든요."
그러나 한계에 도전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김문환의 계획은 이적 초기부터 순탄치 않았던 게 사실이다. 그는 지난 시즌 소속팀 부산 아이파크가 K리그1에서 강등 위기에 놓여 있을 때부터 오른쪽 무릎 상태가 좋지 않았다. 단, 그는 프로 데뷔 후 줄곧 몸담은 부산이 강등당할 위기에 놓인 상황에서 쉴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김문환은 무릎 통증을 안고 작년 여름부터 경기 출전을 감행한 게 끝내 화근이 됐다.
"무릎 부상이 있었는데, 작년 8~9월 부산에 있을 때부터 통증이 있었는데 계속 뛰었어요. 부산이 강등을 피해야 됐기 때문에 어떻게든 팀이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뛰었는데 그 이후로도 계속 통증이 있었어요. 꾸준히 치료도 했는데도 무릎이 좋아지지 않아서 MRI 검사까지 했었는데 연골이 찢어지거나 인대가 파열된 건 아니더라고요. 그런데 오른쪽 무릎에 힘을 줘야 할 티이밍에 힘을 줄 수가 없었어요. 운동 기구도 안 쓰고 맨 몸으로 스쿼트하는 것도 힘들었고. 이게 의학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데 제 몸이 느끼기에는 통증이 많이 있으니까. 저도 답답했죠. 부상 때문에 마음이 정말 안 좋았는데, 지금은 회복이 돼서 팀 훈련도 다 소화하고 있어요."
LAFC예상보다 길어진 김문환의 부상 회복은 이달 초까지 이어졌다. 그의 데뷔전은 9일(한국시각) LAFC와 LA 갤럭시의 2021 MLS 4라운드 경기였다. 공교롭게도 김문환은 MLS에서 가장 큰 라이벌전으로 꼽히는 LA 더비였다. 부상에서 갓 회복한 그는 더비 경기에서 양 팀이 1-1로 맞서며 팽팽한 70분, 지난 10월 부산에서 성남을 상대로 2020 K리그 1 시즌 최종전에 나선 후 무려 7개월 만의 공식 경기이자 MLS 데뷔전을 치렀다. 이날 경기 결과는 LAFC의 1-2 패배. 그러나 김문환에게는 드디어 MLS 데뷔전을 치렀다는 점, 그리고 더비 경기에서 그를 데뷔시킬 만큼 구단이 기대를 건 선수라는 사실이 증명됐다는 게 위안거리였다.
"감독님이 경기에 앞서서 오늘 데뷔할 거라는 말씀을 미리 해주시진 않으셨어요. 그런데 LA 더비에서 데뷔를 하게 돼서 기분 좋은 마음으로 경기에 뛰었죠. 몇 개월 동안 긴 부상을 당했다가 팀 훈련 복귀하고 나서 데뷔전을 치렀으니까... 뭐랄까요. 부상당한 후에 오랜 기간 운동도 제대로 못 하고 마음이 많이 힘들었는데, 20분이었지만 드디어 데뷔를 할 수 있게 돼서 기회를 준 구단한테 너무 감사했어요. 그런데 동점인 상황에서 팀이 이길 수 있게 하기 위해서 들어갔는데, 아쉽게 제가 들어간 뒤에 골을 먹어서 많이 아쉽게 생각하고 있긴 해요. 데뷔전에서 꼭 이기고 싶었는데..."
밥 브래들리 LAFC 감독은 김문환이 데뷔전을 치른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아직 그가 팀 전술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김문환이 작년 부산에서는 팀이 강등권에 놓여 있다 보니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수세에 몰린 상태에서 경기하는 데 익숙했던 반면, MLS에서 객관적인 전력이 최상위권으로 평가받는 LAFC에서는 상대를 밀어붙이며 능동적인 축구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LAFC특히 브래들리 감독은 김문환이 공격 시 오른쪽 측면과 하프스페이스(중앙 지역과 측면의 사이 공간)를 오가는 움직임을 아직 개선해야 한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과거 기성용이 활약한 시절 스완지 사령탑을 맡으며 국내 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브래들리 감독은 미국 대표팀을 이끌고 월드컵을 경험했으며 이 외에도 이집트 대표팀, 스웨덴, 프랑스, 잉글랜드 등에서 감독직을 맡은 베테랑 지도자다.
"저도 여러 감독님을 만나봤지만, 사실 감독님마다 스타일이 다른 건 누구나 마찬가지니까요. 브래들리 감독님은 일단 제가 볼을 받는 포지션, 그리고 수비할 때 상황에 따라서 공격적으로 수비를 하거나 물러서서 수비를 해야 할 타이밍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거 같아요."
"저한테는 팀 훈련 때도 항상 말씀하시는데, 제가 작년까지 부산에서나 대표팀에서나 항상 측면에서 벌려서서 플레이했잖아요. 대표팀에서도 기본적으로는 벌려서 서 있다가 가끔씩 안으로 들어가서 볼을 받거나 사이드에서 볼을 받아서 안으로 가지고 들어가서 포워드랑 연계 플레이도 하고 했거든요. 그런데 브래들리 감독님은 사이드에 벌려 서는 걸 주문 안 하시고 기본적인 위치를 사이 공간 안으로 들어가서 볼을 받는 걸 원하시더라고요. 제가 워낙 벌려서 하는 플레이에 익숙하다 보니까 아직 제가 더 적응하는 데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거 같아요. 수비 상황에서는 공격적인 수비를 하기를 원하시는 거 같아요. 볼을 가진 선수한테 적극적으로 압박을 가하는 걸 원하세요. 그런 부분에서 빨리 적응하고 팀 스타일에 빨리 맞춰야 할 거 같아요."
LAFCMLS 진출은 김문환에게 첫 해외 진출뿐만이 아니라 프로 데뷔 후 첫 이적이었다. 운동과 영어 공부를 병행 중인 그는 과거 아스널, 레알 소시에다드 등에서 활약한 주장 카를로스 벨라, 우루과이 대표팀 공격수 디에고 로시 등 MLS의 스타급 선수들이 즐비한 LAFC에서 친해진 동료가 있느냐는 질문에 "아직 제가 영어를 잘하는 게 아니라..."라며 웃으면서도 팀 분위기에 순조롭게 적응 중인 것처럼 보였다.
"아직 제가 언어 습득이 지금 이렇게 한국말 하는 것처럼 되는 게 아니라서(웃음). 그래도 같이 자주 장난 치는 선수들이 있어요. 아직 깊은 대화까지는 어렵지만, 같이 장난 치고 '몸 괜찮냐?' 이런 질문까지는 동료들이 물어보면 답할 수 있게 됐어요. 요즘 친해진 선수가 있는데, 무리요(콜롬비아 출신 중앙 수비수 헤수스 무리요) 선수라고...카를로스(벨라)도 항상 잘 챙겨주고. 판초(우루과이 23세 이하 대표팀 미드필더 프란시스코 지넬라의 애칭)라는 친구도 있는데, 그 친구도 저를 잘 챙겨주고, 파블로(멕시코 출신 골키퍼 파블로 시시니에가)랑 센터백 에디 세구라도 많이 도와주고 있어요."
"팀 훈련이 오전에 있기 때문에 운동 끝나고 집에 오면 와이프가 있으니까. 같이 점심 먹고, 낮잠 잘 때도 있고, 밖에 나가서 돌아다니고 여기저기 구경도 다니고. 구경할 곳이 워낙 많은 도시니까요. 여기 날씨가 워낙 좋아서 생활하기도 좋더라고요. 와이프랑 헐리우드에 갔었는데 재밌었고, 최근에 산타모니카 해변가도 다녀왔는데 그날은 날씨가 안 좋아서(웃음)..."
LAFC이제 막 데뷔전을 치르며 본격적인 적응을 시작한 김문환은 곧 대표팀 차출에 응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이 내달 초 국내에서 투르크메니스탄(3일), 스리랑카(11일), 레바논(15일)을 상대로 2022 카타르 월드컵 H조 잔여 경기를 치러야 한다. 김문환은 작년 11월 유럽에서 열린 멕시코, 카타르와의 평가전을 위해 모처럼 대표팀에 차출됐으나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며 경기에는 출전하지 못했다. 그는 2019년 10월 평양 원정에서 북한을 상대로 A매치에 나선 후 후 무려 1년 8개월 만의 대표팀 경기 출전을 노리고 있다.
"월드컵 예선이 얼마 남지는 않았지만, LAFC에서 우선 좋은 모습을 보여야 대표팀에도 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대표팀에 가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많이 여기서 경기에 뛰고 싶은 마음이 강하고요. 작년에 대표팀에 갔지만 아파서 경기를 못 뛰어서 정말 많이 아쉬웠어요. 저는 언제나 대표팀에서 불러만 주신다면 남다른 각오로 가서 훈련하고, 경기에 출전해야 하는 거니까. 이번에는 여기 소속팀에 있을 때부터 더 열심히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기다리고 있습니다."
LAFC글/인터뷰=한만성 기자
사진=LAF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