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 Ki sung-yeung

기성용의 바람, “대표팀의 봄날이 K리그에도 향했으면…”

[골닷컴] 서호정 기자 = 10월 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우루과이와의 친선전은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을 둘러싼 작금의 인기를 보여준 상징적 경기였다. 6만4170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가득 채우며 2013년 브라질전 이후 5년 만에 서울월드컵경기장 만원 관중을 기록했다. 보다 젊어진 팬층과 손흥민, 이승우, 김민재 등을 향하는 여성팬들의 높아진 비중도 고무적이었다. 

티켓 예매 시작 몇분 만에 매진 사례를 이루는 모습은 분명 낯설었다. 불과 2년 전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당시만 해도 관중을 모으는 데 애를 먹었던 게 대표팀의 상황이었다. 서울월드컵경기장 관중석이 썰렁해 대한축구협회는 월드컵 전 치르는 두 차례 평가전을 지방에서 치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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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워진 열기에 선수들도 멋진 경기력으로 화답했다. FIFA랭킹 5위 우루과이에 2-1로 승리했다. 세계적인 수비력을 바탕으로 하는 우루과이에게 2골을 뽑은 팀은 2018년에 프랑스와 한국 둘 뿐이다. 에딘손 카바니, 디에고 고딘 같은 슈퍼스타에 밀리지 않는 대표팀의 모습은 6만명이 넘는 관중과 중계를 통해 본 국민들에게 다시 한번 믿음과 자부심을 줬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취임 후 3경기에서 난적들을 상대로 2승 1무를 기록 중이다. 

이런 대표팀을 둘러싼 선순환 효과는 한국 축구의 봄날에 비유된다. 카잔의 기적으로 불리우는 독일전 승리를 기점으로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이 축구 인기를 올리는 기폭제가 됐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 열기가 대표팀에 집중되는 것이다. 조현우, 이용, 문선민 등을 비롯한 K리거들이 소속팀들에 돌아와 잠시 K리그 열기를 끌어 올렸지만 대표팀만큼 극적이진 않다. 

이제는 A대표팀에서도 어엿한 베테랑이 된 기성용도 이 부분에 아쉬움을 가졌다. 주장 완장을 손흥민에게 물려주고 조금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대표팀에서 활약 중인 그는 밖에 있는 한국 축구, 특히 K리그의 상황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했다. 

13일 팬들을 대상으로 하는 오픈트레이닝데이 행사를 마친 뒤 잠시 기자들과 대화를 나눈 기성용은 우선 대표팀을 둘러싼 현 상황에는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는 “팬들에게 감사하다. 경기장을 가득 채워져 선수들이 더 열심히, 자신감 있게 했다. 선수로서 고마움을 가질 모습이다”라고 말했다. 

이어서는 “후배들이 이런 인기를 잘 즐겼으면 좋겠다. 너무 도취되지만 않으면 된다. 선배들이 그런 걸 알려주고 있고, 본인들도 선을 넘지 않는 것 같다”라며 A매치와 오픈트레이닝데이 행사의 뜨거운 열기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벤투호에 대해서도 “감독님이 디테일하게 팀을 이끌고, 선수들도 거기에 부응하려고 노력한다. 어제 같은 경기를 통해 자신감이 더 올라갈 것이다. 이런 좋은 흐름을 유지하는 게 관건이다”라며 긍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그러나 이내 진지한 모습으로 대표팀 인기에 가려진 한국 축구의 현 주소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평소 주말에도 (K리그가 열리는) 축구장에 사람들이 많이 오면 선수들이 뛸 맛도 날텐데 그렇지 않아 좀 아쉽다”라는 것. 최근 대표팀의 관심이 K리그에 낙수 효과로 이어지고 있지만 전체적인 척도에서는 극적이지 않다. 평균 관중 1만명이 넘는 것은 FC서울과 전북 현대 뿐이다. 기성용은 “이런 분위기가 K리그 활성화로 이어져야 하는데…”라고 말했지만, 연결 고리와 그 효과가 두드러지지 않는다. 축구라는 공통 분모만으로 K리그 인기가 극적으로 올라가지 않는 현실이다. 

기성용은 보다 큰 목소리를 냈다. K리그에 대해 “모두 조금씩 노력하면 좋을 텐데, 발전해야 할 게 너무 많다”라며 걱정을 했다. 2007년 K리그에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데뷔한 기성용은 3년 간 서울에 뛰다 2010년 1월 셀틱으로 이적하며 유럽에서 활동 중이다. 

여전히 K리그에 애정과 관심을 갖고 보고 있지만 그는 답답한 모습이었다. “K리그를 떠난 지 10년 가까이 돼 가는데 크게 발전하지 않은 것 같다”라는 아쉬움을 낸 그는 “그나마 전북이 투자를 하는 것 외에는… FC서울 같은 경우 그 순위를 하고 있다는 게 너무 아쉽다”라며 친정팀의 최근 부진에도 한숨을 내쉬었다.

조심스러운 모습도 보였다. “지금 내가 K리그에 있지 않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 스스로 묻는다”라며 냉철한 입장을 유지한 기성용은 “밖에서 말하는 건 쉽다. 대표팀이 뭐가 문제고, K리그가 뭐가 문제인지… 그런데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 중 한국 축구를 위해 일하는 사람은 없다. 네가 문제다라고 말하는 사람만 있다”라는 현실도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기성용이 선수 생활 막바지에 K리그로 돌아온다면 흥행에 도움이 될 거라 말한다. 하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도 본인은 긍정만 하진 않았다. “그나마 K리그에서 뛰었기 때문에 상황과 환경은 알고, 떨어져 있지만 계속 고민은 하고 있다”라고 말한 그는 “지금 K리그의 환경을 보면 내가 가서 뭐가 달라질까 싶다”는 말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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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말은 K리그로 돌아오지 않겠다가 아니라, 자신이 유럽으로 떠나기 전과 비교해도 나아진 것이 없는 상황에서 자신의 복귀가 많은 이들이 기대하는 만큼 극적인 흥행 효과를 낳지 않을 수 있다는 견해였다. 실제로 박주영을 위시한 유럽파들이 K리그로 돌아왔지만 극적인 변화는 없었다. 슈퍼스타의 역할을 중요하지만 그것을 뒷받침할 구조가 돼 있어야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반증이다. 

기성용의 걱정과 쓴소리는 마냥 비판이 아니었다. K리그와 한국 축구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목소리였다. 언젠가는 대표팀을 향한 이 뜨거운 관심이 가라앉을 때는 K리그를 중심으로 군불을 떼야 하는 것을 아는 그였다. 기성용의 비판은 한때가 아닌 꾸준한 관심과 열기를 만들어야 하는 K리그에 대한 바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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