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뮌헨] 정재은 기자=
요즘 유럽에서 제일 잘나가는 공격수는 누구일까. 독일 뮌헨에 있는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31)다. 그는 올 시즌 공식전 18경기서 23골을 넣었다. 리그에선 전 경기 득점을 기록했다. 도움은 없다. 그는 지금 오직 골만 넣는다. 최전방 공격수가 보일 수 있는 가장 완벽한 모습을 레반도프스키가 보이는 중이다.
<골닷컴>은 레반도프스키의 23골 중 12골을 현장에서 목격했다. 독일에서 가장 ‘핫한’ 더비, 2019-20 분데스리가 11라운드 도르트문트전에서 두 골을 넣는 모습도 물론이다. 골만 잘넣는 것 같지만 공이 없을 때의 움직임과 화면 밖 활동량은 더 놀랍다.
Goal Korea득점 개수만 보면 마치 그가 최전방에 뿌리를 내린 것 같다. 18경기에서 23골이라니. 분데스리가 1라운드부터 11라운드까지 전부 골을 넣었다.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마찬가지다.
그가 골을 잘 넣는 이유는 사실 거창하지 않다. 그는 공을 기다리지 않는다. 공을 찾아다닌다.
그의 활동량은 미드필더 못지않다. 수비 라인까지 적극적으로 내려가며 상대 선수들의 시선과 발길을 끈다. 그렇게 동료들을 돕는다. 또, 그라운드에서 벌어지는 각종 상황으로 경기가 잠시 멈췄을 때 레반도프스키는 잠시도 입을 쉬지 않는다. 측면 공격수들이나 풀백과 ‘짤막 작전 회의’를 연다. 손짓과 발짓까지 동원된다. 그런 그를 코치진은 따로 불러 지시하는 일이 거의 없다. 레반도프스키에게 맡긴다.
도르트문트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도르트문트가 워낙 밀렸기 때문에 그는 굳이 수비 라인까지 내려가진 않았다. 다만 미드필드를 끊임없이 오갔다. 레온 고레츠카(24)와 요수아 킴미히(24)가 좌우로 퍼져 측면을 돕고, 수비에 집중할 때 레반도프스키가 중원에서 얼마든지 공을 받고 달릴 준비를 취한다. 사이드 질주로 상대 수비진 시선을 끌면 세르쥬 그나브리(24), 토마스 뮐러(30)가 좀 더 자유롭게 중앙으로 침투했다. 그들에게 패스를 넘기며 득점 기회를 만들어주기도 했다.
Goal Korea전반 39분에도 놀라운 장면이 나왔다. 도르트문트가 공격에 집중하고 있을 때였다. 그들이 수비라인을 올렸다. 레반도프스키가 도르트문트의 수비 라인 사이로 천천히 걸어갔다. 최후방에서 공이 훅 날아왔다. 레반도프스키는 순식간에 마누엘 아칸지(24) 앞에 서서 그의 시야를 막았다. 공을 머리로 받아 곧바로 전방으로 넘겼다. 그나브리가 달렸다. 득점은 없었지만 도르트문트가 가슴을 쓸어내린 순간이었다.
아칸지는 이날 레반도프스키 움직임을 최대한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는 1년 전 레반도프스키에 이미 혼쭐이 난 적이 있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다. 분데스리가에서 경험도 꽤 쌓았지만 레반도프스키를 막아낼 수 없었다. 그의 어디로 튈지 모르고, 어디에서 등장할지 모르는 움직임이 도르트문트 수비진의 혼을 쏙 빼놨다.
공에 대한 집중력도 끝내준다. 전반 39초 만에 득점 찬스가 나온 것도 레반도프스키의 집중력 덕분이었다. 경기의 첫 번째 유효 슈팅을 선제 골로 만들었다. 사이드 라인으로 나갈 뻔한 공도 얼른 달려가 긴 다리를 훅 들어서 살려냈다. 곧바로 반대쪽 뮐러에게 패스를 올렸다. 단 3초 만에 벌어진 일이다.

(BVB전 후 믹스트존의 레반도프스키. <골닷컴>은 위치 선정에 실패했다)
레반도프스키가 말하는 ‘바이에른 축구’는 이렇다. “우리는 수비부터 공격까지, 공을 갖고 있든 없든 분주하게 움직이며 상대를 압박해야 한다”라고 정의했다. 그가 동료들의 위치 선정을 직접 주도하고, 소통하고, 끊임없이 움직이는 이유다. 도르트문트전에선 그게 완벽하게 잘 맞았다. 그는 “경기 초반부터 집중력을 갖고 뛴 덕분에 이른 시간부터 우리가 경기를 주도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경기 후 칼 하인츠 루메니게 CEO는 레반도프스키를 두고 혀를 내둘렀다. “이보다 나을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솔직히 게르트 뮐러의 기록은 아무도 못 깰 거라고 생각했다. 레반도프스키가 그걸 깰 수 있는 지점에 와있다. 그는 정말 무서울 정도로 놀라운 경기를 펼친다. 매 경기 최소 한 골씩 넣는다. 그만 가진 퀄리티다.”
게르트 뮐러는 분데스리가 역사상 한 시즌에 가장 많은 골을 넣은 선수다. 1971-72 시즌 리그에서 40골을 넣었다. 이 기록을 깰 수 있는 유일한 공격수가 레반도프스키다. 그는 이미 바이에른에서 두 시즌 연속 30골을 기록한 적이 있다. 당시보다 올 시즌 득점 행보다 훨씬 좋다. 11경기서 벌써 16골이라니까!
Goal Korea참, 잘나가는 비결에 ‘가족’도 빼놓을 수 없다. 레반도프스키의 아내 안나 레반도프스카가 둘째 아이를 가졌다. 벌써 4개월 째다. 레반도프스키는 “우리는 늘 둘째 아이를 원했다. 우리의 소망이 이루어져서 정말 행복하다”라고 말했다. 딸 클라라도 건강하게 자라는 중이다. 가족을 이야기할 때 그의 표정은 더없이 환했다.
아무튼 요즘 레반도프스키는 기분이 정말 좋다. 번번이 취재진의 인터뷰를 거절하던 지난 시즌과 달리 올 시즌은 늘 공동취재구역에 우뚝 서서 거침없이 인터뷰한다. 시즌 전 팀의 영입이 너무 적다며 공개적으로 구단을 압박하던 그가 요즘은 미소를 잃지 않는다. 덕분에 취재진의 기삿거리도 풍성해졌다. 유럽에서 제일 잘나가는 공격수가 역사를 쓰는 모습을 눈에 담을 수 있어 영광이다.
사진=정재은, Getty Images,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SN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