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 서호정 기자 = 3일 분요드코르 스타디움 옆 아카데미 필드에서 진행된 대표팀 훈련에 앞서 인터뷰를 마친 고요한은 노란색 축구화를 꺼내 신었다. 그의 축구화 밑바닥은 다른 선수의 축구화에 비해 유난히 길고 반짝였다. 소위 ‘쇠뽕’으로 불리는 쇠 스터드가 박혀 있었다.
함께 사전 인터뷰를 가진 구자철은 “너 어제도 혼자 쇠뽕 신더니 오늘도야?”라고 웃었다. 정말 훈련에 나서는 모든 선수들이 일반 플라스틱 스터드만 신은 반면 고요한만 쇠 스터드의 축구화를 신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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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타슈켄트에서 고요한은 축구 인생의 쓴 맛을 제대로 느꼈다. 당시 최강희 감독이 이끌던 A대표팀에 선발된 고요한은 우즈베키스탄과의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원정 경기에 오른쪽 풀백으로 출전했다. 하지만 경기 내내 미끄러지고 상대에게 돌파를 허용하며 최악의 플레이를 거듭했다. 2-2 무승부로 끝났지만 고요한은 경기 후 대대적인 비난을 받아야 했다.
전적으로 A매치 경험이 적어 벌어진 일이었다. 경기를 치른 팍타코르 마카지 스타디움은 물을 잔뜩 뿌려서 그라운드가 미끄러웠다. 경험 많은 선수들은 미리 준비한 쇠 스터드나 긴 스터드의 축구화를 신고 나와 미끄러짐을 방지했다. 하지만 고요한은 일반 스터드의 한 종류 축구화만 2켤레 준비해 갔다가 낭패를 봤다.
그날의 트라우마가 고요한을 줄곧 괴롭혔다. 그 뒤에도 홍명보 감독이 A대표팀에 불렀지만 인상적인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신태용 감독에 의해 무려 3년 7개월 만에 발탁됐다. 이동국, 염기훈보다 더 국가대표 공백이 길었던 선수다.
5년이 지나 고요한은 운명처럼 우즈베키스탄 원정이 포함된 대표팀에 선발됐다. 또 다른 오른쪽 풀백 최철순이 이란전에서 경고를 받아 경고 누적으로 뛸 수 없어 그의 출전 가능성이 높아졌다. 악연과의 재회라고 할 수 있지만 길었던 트라우마를 털 수 있는 기회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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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이 부족하던 과거와는 달라졌다. 이번에는 축구화를 5켤레 준비했다. ‘쇠뽕’ 축구화만 2켤레다. 아픈 기억이 있는 장소로 돌아온 그는 훈련 때부터 그 축구화를 신으며 노이로제를 털어내려는 모습이었다.
구자철은 “K리그에서는 쇠 스터드를 쓸 일이 거의 없지만 A매치는 어떤 변수가 생길 지 모른다. 나도 쇠 스터드의 축구화를 준비하고, 갈아 끼울 수 있는 스터드도 준비해 온다. 그 때 요한이는 그런 경험과 지식이 부족했던 것 같다”라며 친구의 옛 아픔을 감쌌다.
고요한의 의지도 남다르다. 이제 서른줄에 접어든 그는 “5년 사이 많이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출전 기회가 온다면 확실히 보여주고 싶다”라며 의지를 불태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