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한만성 기자 = 황인범(24)이 약 1년 8개월 만의 대표팀 복귀전에 앞서 소속팀 루빈 카잔에서 성공적으로 경기력을 끌어올렸다. 루빈 카잔은 시즌 첫 패배를 당했지만, 황인범의 활약은 단연 눈에 띄었다.
루빈 카잔은 28일(이하 한국시각) 크라스노다르를 상대한 2021/22 러시아 프리미어 리그 6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0-2 패배를 당했다. 크라스노다르는 12분 오른쪽 측면에서 미드필더 레미 카벨라가 올린 크로스를 최전방 공격수 존 코르도바가 가슴으로 떨궜고, 측면 공격수 알렉세이 이오노프가 문전에서 마무리하며 선제골을 터뜨렸다. 크라스노다르는 35분 또다시 오른쪽 측면에서 카벨라가 올린 크로스를 이번에는 코르도바가 다이빙 헤더로 연결해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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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여섯 경기 만에 첫 패배를 당한 루빈 카잔은 러시아 프리미어 리그 5위로 주저앉았다. 또한, 루빈 카잔은 최근 주축 자원이 줄지어 부상을 당한 탓에 빈공에 시달리며 컵대회를 포함해 네 경기 연속 무패의 부진에 빠졌다. 그러나 여전히 루빈 카잔은 시즌 초반 다섯 경기에서 무패행진을 기록한 덕분에 현재 러시아 프리미어 리그 1위 제니트와의 격차가 승점 3점 차에 불과하다.
황인범은 크라스노다르 원정에서도 선발 출전하며 올 시즌 루빈 카잔이 러시아 프리미어 리그에서 치른 여섯 경기 연속으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고, 이날 75분간 활약했다. 그가 상대한 크라스노다르의 중원진에는 빅리그 무대를 경험한 두 베테랑이 버티고 있었다. 과거 파리 생제르맹(PSG)와 세비야 등에서 활약한 미드필더 그레고지 크리호비아크, 생테티엔과 뉴캐슬 주전 공격형 미드필더로 뛴 카벨라가 크라스노다르의 미드필드 조합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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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황인범은 크리호비아크, 카벨라가 버틴 크라스노다르의 중원진에 꿀리지 않는 펼쳤다. 오히려 그는 공격과 수비 진영을 가리지 않고 발밑으로 볼이 들어오면 상대의 압박을 이겨내고 적극적으로 전진 패스를 뿌리며 팀 공격을 이끌었다. 그는 이날 키패스 6회를 기록하며 양 팀을 통틀어 가장 많은 득점 기회를 창출했다. 그가 루빈 카잔의 수비 상황에서는 후방까지 내려와 팀 센터백과 풀백 사이 공간을 메우는 역할을 맡은 점을 고려하면 공수에서 효과적인 활약을 펼친 셈. 황인범은 이날 크라스노다르를 상대로 루빈 카잔 이적 후 자신의 한 경기 최다 키패스 기록을 수립했다.
황인범, 루빈 카잔 이적 후 한 경기 최다 키패스 기록
(2021년 8월 28일 현재 기준)
6회 - vs. 크라스노다르 - 2021/22 원정
4회 - vs. 우파 - 2020/21 홈
4회 - vs. 탐보프 - 2020/21 홈
4회 - vs. 로토르 - 2020/21 원정
4회 - vs. 탐보프 - 2020/21 원정
3회 - vs. 아스날 툴라 - 2020/21 홈
3회 - vs. 킴키 - 2020/21 원정
# 황인범, 빅리그 출신 실력파 미드필더 다수 포진한 크라스노다르 중원에 맞서 맹활약
루빈 카잔은 공격진에 구멍이 난 상태였다. 지난 시즌 팀 내 최다 득점(14골)을 기록한 골잡이 조르제 데스포토비치, 올여름 토트넘과 AC 밀란 이적설이 제기된 측면 공격수 크비차 크바라츠켈리아가 부상으로 크라스노다르 원정에 동행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레오니드 슬러츠키 루빈 카잔 감독은 주로 백업 측면 공격수로 활약해온 미하일 코스튜코프를 최전방에 배치했고, 로테이션 자원 솔트무라드 바카에프를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내세웠다. 크바라츠켈리아가 지켜온 왼쪽 측면 공격수 자리는 그동안 오른쪽 측면에서 활약해온 '이적생' 세아드 하크사바노비치의 차지였다.
팀 구성에 변화가 있었지만, 황인범은 평소 맡아왔던 역할을 그대로 수행했다. 그는 수비형 미드필더 올리버 아빌트가르, 공격형 미드필더 다르코 예프티치 사이에서 공수를 잇는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했다. 수비진에는 최근 루빈 카잔이 이탈리아 구단 베네벤토에서 영입한 중앙 수비수 몬타사르 탈비가 주장 필립 우레모비치와 조합을 이루며 데뷔전을 치렀다. 양 측면 수비수 자리는 왼쪽에 러시아 프리미어 리그 정상급 풀백 반열에 올라선 일리아 사모슈니코프, 오른쪽에는 게오르기 조토프가 자리했다. 사모슈니코프와 함께 최근 러시아 대표팀에 발탁된 유리 듀핀이 이날 경기에서도 루빈 카잔의 주전 골키퍼로 출전했다.
상대팀 크라스노다르는 지난 시즌 루빈 카잔이 황인범을 영입한 후 그가 출전한 일곱 경기 연속으로 이어가던 무패행진(5승 2무)에 마침표를 찍은 팀이다. 당시 크라스노다르는 루빈 카잔을 상대로 10월 홈에서 3-1 완승을 거둔 후 4월 원정에서도 1-0으로 이겼다. 황인범은 지난 시즌 크라스노다르와의 두 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했으나 팀의 패배를 막지는 못했다. 황인범은 지난 시즌 휴식기 중 현지 언론을 통해 크라스노다르를 제니트와 함께 자신이 러시아에서 상대해본 가장 매력적인 팀으로 꼽기도 했다.
크라스노다르는 올여름 헤르타 베를린에서 영입한 콜롬비아 공격수 존 코르도바를 최전방에 세웠으며 중원진에는 앞서 언급한 빅리그 출신 크리호비아크, 카벨라 외에도 러시아 대표팀에서 활약 중인 유리 가진스키를 선발 출전시켰다. 실제로 가진스키는 이날 경기 내내 중원에서 황인범이 볼을 잡으면 강력한 압박을 가하며 그를 집중 견제했다.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한국에 패배를 안긴 스웨덴 측면 미드필더 빅토르 클라에센도 이날 루빈 카잔전에 선발 출전했다.
황인범은 이날 좌우 공간을 열어주는 후방 플레이메이커 역할은 물론 자신이 직접 중앙 지역을 꿰뚫는 침투패스로 상대의 수비 대영을 한번에 무너뜨리는 패스 능력을 여러 차례 선보였다. 그는 올 시즌 출전한 대다수 경기에서는 하프라인을 넘어선 위치에서 움직이는 빈도가 높았지만, 이날 크라스노다르 원정에서는 후방 미드필드 지역에서 패스 위주로 팀 공격을 풀어주는 역할을 맡았다.
SofaScore그림: 왼쪽은 황인범의 올 시즌 전체 히트맵. 오른쪽은 황인범의 28일 크라스노다르 원정 히트맵. 크라스노다르를 상대로는 평소보다 후진 배치돼 후방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맡은 황인범의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다.
# '킬패스 쇼' 펼쳐보인 황인범, 유럽 진출 후 한 경기 최다 키패스 기록
황인범은 경기 초반부터 압박 강도가 높은 중원 지역에서 빼어난 발재간과 날카로운 패스 능력을 앞세워 전력 손실이 컸던 루빈 카잔의 공격에 힘을 불어넣었다. 그는 경기 시작 4분 만에 후방 미드필드 지역에서 공격 진영을 향해 날카로운 전진 패스를 연결했고, 이는 그의 패스를 받은 하크샤바노비치가 왼쪽 측면으로 플레이를 열어주며 공격 진영으로 침투하는 사모슈니코프의 슈팅으로 이어졌다. 이어 황인범은 9분 크라스노다르의 세트피스 공격을 찬단한 후 자신이 직접 볼을 몰고 공격 진영까지 전진해 상대 수비수 두 명 사이로 침투 패스를 연결하며 바카에프가 페널티 지역 부근에서 프리킥을 유도해낸 플레이를 만들어냈다.
이어 황인범은 15분 하프라인 위에서 상대 중원진의 강도 높은 압박을 유려한 턴동작으로 벗겨낸 후 아크 정면으로 전진 패스를 연결하며 경기장을 찾은 관중의 탄성을 자아냈다. 그는 17분 후방 미드필드 지역에서 볼을 받아 특유의 턴동작으로 돌아선 뒤, 오른쪽 측면을 타고 침투하는 바카에프에게 상대 센터백과 풀백 사이를 꿰뚫는 침투 패스로 완벽한 1대1 기회를 만들어줬다. 그러나 바카에프의 슈팅은 상대 골키퍼 마트베이 소파노프의 선방에 막혔다.
황인범은 29분에도 후방 미드필드 지역에서 단숨에 왼쪽 측면 공격 진영으로 롱볼을 연결하며 하크샤바노비치가 위험 지역에서 공격을 이어갈 수 있게 해줬다. 그는 42분에는 역습 상황에서 볼 없이 전력질주로 공격 진영까지 진입해 패스를 받은 뒤, 상대 선수 서너 명이 진을 쳐놓은 공간을 순식간에 훑고 지나가는 전진 패스로 하크샤바노비치의 1대1 기회를 창출해냈다. 그러나 하크샤바노비치의 슈팅은 이번에도 소파노프의 선방에 저지당했다.
루빈 카잔은 이날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황인범의 활약은 후반에도 이어졌다. 그는 후반전 시작 후 약 20초 만에 후방 미드필더 지역에서 볼을 잡고 상대의 압박을 버텨내며 앞선에서 기다리는 동료 공격수 바카에프에게 낮고 빠른 전진패스를 연결해 공격 템포를 올렸다. 황인범의 기습 패스를 받은 바카에프는 중거리슛으로 득점을 노렸지만, 볼은 왼쪽 골 포스트 옆으로 빗나갔다.
황인범은 수비적으로도 활발한 움직임을 선보였다. 그는 53분 중원에서 볼을 빼앗기며 루빈 카잔이 크라스노다르에 역습 공격을 허용하는 빌미를 제공했지만, 상대가 오른쪽 측면을 파고드는 사이 어느새 페널티 지역까지 내려와 땅볼 크로스를 받은 상대 공격수를 밀착 마크하며 그가 슈팅을 시도하지 못하게 했다.
# 이제는 대표팀이다
크라스노다르 원정을 마친 황인범은 이제 약 1년 8개월 만에 대표팀 복귀전을 준비한다. 황인범은 내달 초 이라크, 레바논을 상대로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1~2차전 경기에 나서는 한국 대표팀에 차출됐다. 그는 MVP로 선정된 2019년 12월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에 출전한 후 약 2년 가까이 대표팀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황인범은 작년 11월 유럽 원정 당시에는 대표팀에 차출되고도 훈련 기간 중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지난 3월 일본 원정과 6월 월드컵 2차 예선은 부상을 이유로 명단에서 제외됐다.
러시아 프리미어 리그는 각국 대표팀에 차출될 선수들의 체력 상태를 고려해 6라운드 경기를 기존 일정보다 앞당겨 27~28일에 치르게 됐다. 황인범으로서는 내달 2일 열리는 아시아 최종예선 A조 1차전 이라크전을 앞두고 귀국 후 경기를 준비할 만한 시간을 짧게는 하루, 길게는 이틀가량 더 벌게 된 셈이다.
루빈 카잔은 내일부터 4일 휴식에 돌입한다. 이후 루빈 카잔은 황인범 등 각국 대표팀에 차출된 선수들을 제외한 채 내달 1일 팀 훈련을 재개한다. 루빈 카잔은 A매치 휴식기 중 크라스노다르와 비공식 연습 경기를 통해 전력을 재정비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