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김현민 기자 = 레스터 시티 간판 공격수 제이미 바디가 부상 복귀전에서 아스널 상대로 골을 넣으면서 팀에 값진 승리를 선사했다. 짧은 출전 시간 속에서도 아스널 킬러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한 바디이다.
레스터가 에미레이츠 스타디움 원정에서 열린 아스널과의 2020/21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이하 EPL) 6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1-0 신승을 거두었다. 이와 함께 4, 5라운드 연패 사슬을 끊고 4승 2패를 기록하면서 4위로 올라선 레스터이다.
레스터 승리의 주역은 다름 아닌 부상에서 돌아온 바디였다. 레스터는 아스널 원정에서 수비적인 3-4-2-1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하비 반스가 최전방 원톱 공격수로 선발 출전했고, 제임스 메디슨과 데니스 프라엣이 이선 공격형 미드필더로 포진하면서 공격 지원에 나섰다. 남팔리스 망디와 유리 틸레망이 더블 볼란테(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지칭하는 포지션 용어)를 구축했고, 제임스 저스틴과 티모시 카스타뉴가 좌우 측면을 책임졌다. 조니 에반스를 중심으로 크리스티안 푹스와 웨슬리 포파나가 좌우에 서면서 스리백을 형성했고, 골문은 카스퍼 슈마이켈 골키퍼가 지켰다.
전체적으로 수비적인 포진이었다. 최전방 공격수로 나선 반스는 원래 측면 미드필더이고, 공격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한 프라엣은 중앙 미드필더이다. 전반전을 최대한 수비적으로 버텨낸 후 후반전에 부상 복귀한 바디를 투입해 승부수를 던지겠다는 포석이었다.
이는 기록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레스터는 경기 시작과 동시에 메디슨이 상당히 먼거리에서 중거리 슈팅을 시도한 걸 제외하면 전반 내내 단 한 번의 슈팅도 없었다. 전반전만 놓고 보면 슈팅 숫자에서 1대11로 절대적인 열세를 보였으나 전원 수비 형태로 아스널의 공세를 저지하면서 전반전을 0-0으로 마무리한 레스터이다.
레스터는 후반 들어 매디슨이 적극적으로 중거리 슈팅을 시도하면서 조금씩 흐름을 잡아오기 시작했다. 이어서 후반 15분경, 프라엣을 빼고 바디를 교체 출전시킨 데 이어 후반 30분경에 반스 대신 측면 공격수 쳉기스 윈데르를 투입하면서 승부수를 던졌다.
이는 주효했다. 후반 34분경, 틸레망의 롱패스를 윈데르가 크로스로 연결했고, 이를 골문 앞으로 쇄도해 들어오던 바디가 헤딩 슈팅으로 골을 넣은 것.
바디는 정규 시간이 지나고 추가 시간 2분경에도 득점 기회를 맞이했으나 골키퍼와 일대일 찬스에서 시도한 슈팅이 선방에 막히면서 아쉽게 골을 추가하진 못했다. 이대로 경기는 1-0, 레스터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안 그래도 바디는 이 경기 이전까지 아스널 상대로 EPL에서 10골을 넣으면서 특정팀 상대 개인 통산 최다 골을 기록하고 있었다. 명실상부한 아스널 킬러였다. 그는 이 경기에서도 골을 추가하면서 11골로 웨인 루니(12골)에 이어 아스널에게 EPL에서 가장 많은 골을 넣은 선수 단독 2위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해리 케인과 로비 파울러가 10골로 공동 3위). 특히 현 아스널 홈구장 에미레이츠 스타디움 원정 기록으로 놓고 보면 역대 최다 골 기록자로 등극했다.
비단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그는 통상적으로 얘기하는 '상위 6개팀(Big Six: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맨체스터 시티, 리버풀, 아스널, 첼시, 토트넘을 지칭하는 표현)' 상대로 공식 대회에서 무려 41골을 넣으며 유난히 강한 면모를 과시하고 있었다. 아스널(11골) 다음으로 맨체스터 시티에게 9골을, 그리고 리버풀에게 7골을 각각 넣으면서 특정팀 상대 최다 골 1, 2, 3위를 EPL 강호 팀들과의 경기에서 기록한 바디이다.
바디가 유난히 강팀에게 강한 이유는 그의 플레이 스타일에 기인하고 있다. 그는 빠른 스피드로 상대 뒷공간을 파고 드는 데에 능하기에 수비적으로 임하는 약팀들보다는 공격 축구를 구사하면서 수비 라인을 높게 가져가는 강팀 공략에 더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게다가 그는 누구보다도 강심장이다. 중요 순간 골을 넣는 습성이 있다.
분명 레스터엔 매디슨과 카스타뉴, 틸레망 같은 많은 좋은 선수들이 있다. 하지만 필드 플레이어에서 대체가 어려운 선수는 다름 아닌 바디이다. 그가 있어야 비로소 레스터는 공격에 방점을 찍을 수 있다. 괜히 레스터가 지난 애스턴 빌라와의 경기에서 무득점 패배(0-1)를 당한 게 아니다. 바디 없는 레스터는 앙꼬 없는 찐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