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LAFC가 걷는 길, K리그가 참고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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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FC
-마케팅 부서가 없는 북미 최초의 프로 스포츠 구단 -“마케팅으로는 지역 밀착 못 한다” -“거래가 아닌 관계를 맺어야 문화를 만든다” -태생 자체가 다른 K리그가 참고할 만한 건?

[골닷컴, 미국 LA] 한만성 기자 = 지난달 토트넘의 미국 투어 기간 중 손흥민이 LA 코리아타운을 방문해 큰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당시 손흥민의 코리아타운 투어는 토트넘 구단이 추진한 이벤트가 아니었다. 손흥민을 코리아타운으로 초대한 주최 측은 올해 북미 프로축구 MLS 신생팀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LAFC 구단이었다. 전 세계 어디든 축구 팬이라면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유럽 챔피언스 리그, 그리고 월드컵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손흥민을 익히 잘 알고 있겠지만, LA는 아마 한국과 유럽을 제외하면 그가 가장 큰 인기를 구가하는 도시일 것이다. 작년 9월을 기준으로 집계된 인구만으로 LA시에는 약 66만 명에 달하는 한인이 거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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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LA에서 손흥민이 유명세를 타게 된 결정적인 한국인 이민자의 존재감 때문만이 아니다. LA에는 무려 500만 명에 달하는 멕시코 이민자가 사는 곳이다. 열광적으로 축구를 좋아하는 그들은 올여름 열린 2018년 러시아 월드컵 F조 최종전에서 한국이 김영권, 손흥민의 연속골에 힘입어 세계 1위 독일을 잡아준 덕분에 멕시코가 같은 날 스웨덴에 0-3 대패를 당하고도 16강에 오를 수 있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 때문에 손흥민은 지난달 LA에서 바르셀로나와의 평가전을 마친 후 멕시코 취재진에게 붙잡혀(?) "멕시코 팬들에게 영상 편지를 띄워달라"는 당혹스러운 부탁을 받기도 했다.

LAFC가 지난달 손흥민을 코리아타운으로 초대한 이유는 지역사회를 구성하는 상당수 축구 팬에게 그가 어떤 존재인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LAFC는 MLS 역사상 최초로 한국인 서포터즈 그룹을 결성한 구단이다. 손흥민이 참석한 코리아타운 이벤트에는 LAFC 한국인 팬클럽 '타이거스 서포터즈 그룹'과 멕시코인 팬클럽, 그리고 LA 토트넘 팬클럽 회원들이 참석했다. 손흥민이 LA 한인타운의 한 레스토랑에 나타나자 멕시코인들은 "한국인 브라더! 너는 이미 멕시칸!(Coreano hermano! Ya eres Mexicano!)"를 연호하며 한국인, 토트넘 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Son in LA Koreat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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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 안에서 하는 축구도 중요하지만, 이처럼 지역민이 함께 하는 교류의 장을 만드는 걸 더 우선시하는 구단이 바로 LAFC다. 올 시즌 MLS에 가입한 LAFC는 홈구장 뱅크 오브 캘리포니아 스타디움에서 경기당 평균관중 2만2055명을 기록 중이다. 경기장 최다 수용 인원이 2만2000명인 점을 고려하면, LAFC의 홈구장 좌석 점유율은 사실상 매경기 100%를 넘기는 수준이다.

특이한 점은 LAFC는 구단 차원에서 홈구장을 찾는 이들이 모두 축구 팬이 아니기를 바라고 있다는 사실이다. 매니아층을 구성하는 축구 팬이 아닌 일반 대중이 경기장을 더 많이 찾아 새로운 문화를 경험할수록 축구라는 매개체의 영향력이 사회적으로 더 확대된다는 게 LAFC가 추구하는 관중몰이 전략이다. '골닷컴 코리아'는 최근 리치 오로스코 LAFC 부사장을 만나 구단의 운영 철학을 전해들었다. 그와 인터뷰를 진행하며 지역 밀착에 어려움을 겪어온 K리그 구단이 고민해 볼 만한 내용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다음은 리치 오로스코 부사장과의 일문일답이다.

Rich Orosco and Son Heung-min

골닷컴: LAFC가 창단 작업을 거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요인부터 설명해줬으면 한다.

리치 오로스코(이하 리치): 가장 큰 당면 과제이자 가장 중요한 건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충분한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다. 물론 팀이 새로 생기면 시내 곳곳에 광고물을 걸고, 어느 정도 알려진 것 같을 때 티켓을 파는 ‘마케팅’ 전략도 있다. 그런데 그런 방법은 정체성 확립에 관심이 없는 팀이 쓰는 방법이다. 내가 우리팀 회장단에 포함된 피터 거버 회장에게 배운 건 ‘관계와 거래(relationships versus transactions)’의 차이점이다. 이게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우리는 LA 사람들과 거래를 하는 게 아니라 관계를 맺기로 했다.

마찬가지로 중요한 건 새로 생길 축구팀이 이 도시를 위해 ‘좋은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LA에는 이미 프로 스포츠 팀이 아홉 개나 있다. 그러나 이 중 도시 전체를 위해 ‘좋은 일’을 하는 팀이 몇이나 될까? 이런 생각이 들자 우리에게도 기회가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정체성을 확립하고, 이를 스스로 믿으면 구단의 심장과 영혼이 생긴다. 그러면 팬들과도 거래가 아닌 관계를 맺을 기반이 마련된다.

골닷컴: 말로만 들으면 흥미로운데, 현실로 옮기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리치: 구단을 만들면서 ‘우리는 누구인가? 무엇을 위해 이 일을 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 시작부터 우리는 LAFC를 축구, 그 이상의 구단으로 만들기로 했다.  LA라는 도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 도시를 축복하는 공간을 만드는 게 우리의 목적이었다. 축구팀은 항상 연고로 하는 도시의 가치를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지역사회보다 축구팀이 우선이 돼서는 안 된다. 그래야 팬들과 거래가 아닌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유니폼 색상을 검은색과 금색으로 결정한 이유도 그냥 멋있어 보이려고 그런 게 아니다. 검은색과 금색은 LA를 상징하는 두 색상이다. 검은색은 어느 디자인에나 어울리는 자신감, 금색은 야망을 상징하는 색상이다. 처음에는 검은색과 주황색을 생각했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검은색과 주황색은 대다수 LA 사람들이 사랑하는 야구팀 LA 다저스의 라이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상징하는 두 색상이었다. 우리는 서로 계속 논의하며 이런 부분까지 신경을 썼다. 최대한 우리팀이 LA를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홈구장을 채우는 관중 2만2천 명이 축구보다 큰 가치를 위해 이곳에 오기를 바란다. 함께 하고, 커뮤니티를 만드는 게 축구 경기에서 이기는 것보다 중요하니까. 함께 모여서 우리가 사는 곳을 축복하는 공간이 우리 홈구장 뱅크 오브 캘리포니아 스타디움이다. 이게 바로 관계와 거래의 차이점이다. 똑같은 인원의 팬이 와도 이기고, 지는 데만 관심이 쏠린다면 그것은 관계가 아닌 조건부 거래일 뿐이다.

Rich Orosco, LAFC

골닷컴: LAFC가 일반 시민들과 거래 아닌 관계를 맺은 실제 사례를 예로 들어줄 수 있나?

리치: 나는 LA에 신생 프로축구팀이 생길 계획이라는 걸 알게 되기도 전인 2013년에 LA 풋볼 클럽(LAFC) 청소년 리더십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지금 내가 몸담은 이 구단이 생기기 1년 전 일이며, 지금 이 경기장이 지어진 이곳에서 약 20블럭 떨어진 LA 남부지역(사우스 LA)에 있는 어거스터스 호킨스 고등학교에서 이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사우스 LA는 LA시에서 빈곤률이 높은 편에 속하는 지역이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취미로 축구를 했는데, 성인이 된 후 줄곧 축구를 통해 어린 친구들한테 유산을 물려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축구를 가르치고, 사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진로 상담을 해주는LAFC 청소년 리더십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그렇게 자원봉사로 프로그램을 운영하던 2014년 10월 고등학교 시절 친했던 친구 한 명에게 문자가 왔다. 그 친구는 내게 다짜고짜 LAFC 청소년 리더십 프로그램에 대해 물었다. 그는 “내가 함께 일하는 컨소시엄이 MLS 팀을 창단한다. 약 2주 후 LA로 가서 헐리우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를 발표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생각한 이름이 LAFC다. 네가 운영하는 프로그램과 파트너십을 맺고 같이 구단을 운영하고 싶다”며 나는 생각도 하지 못한 제안을 해왔다.

이처럼 내가 LAFC와 함께 일하게 된 건 운이 좋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당시 내가 축구라는 존재가 17세 아이에게 얼마나 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몰랐다면, LA를 위해 이런 일을 하는 데 헌신할 기회조차 잡지 못했을 것이다. LAFC가 LA를 위해 ‘좋은 일’을 하는 구단이라는 게 바로 이런 의미다.

골닷컴: LAFC 청소년 리더십 프로그램은 이제 구단의 산하 기관이 돼서 여전히 운영되고 있다고 들었다. 이 프로그램에 대해 더 알려줄 수 있나?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하다.

리치: 빈곤률이나 범죄율이 높은 지역에 살고, 가정형편이 넉넉지 못한 친구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그들이 자기 자신보다 더 어린아이들에게 ‘축구를 가르치는 방법을 가르치는’ 클리닉이다. 그러면서 리더십을 가르치고, 사회생활을 하는 방법까지 가르친다. 예를 들면 규율의 중요성,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것, 사람을 만나면 꼭 먼저 악수를 건네야 한다는 점, 상대방의 눈을 보고 대화를 하는 습관을 들이는 방법까지 모든 걸 가르친다. 중요한 건 이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에게 가르침을 받는 어린 친구들이 전부 다 축구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축구 팬들만을 위한 프로그램이 아니다. 혼자 힘으로는 할 수 없는 것을 누군가와 함께 하고싶다는 의지가 있는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우리와 함께 할 수 있다.

Rich Orosco, LAFC

골닷컴: LAFC는 4년간 준비한 끝에 MLS에서 첫 번째 시즌을 시작했다.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했다고 보나?

팀이 결성된 후 공을 한번 차보기도 전에 홈 개막전 티켓이 매진됐고, 첫 감독을 선임하기도 전에 시즌티켓 1만8천장이 팔렸다. 우리 홈구장 최다수용인원은 2만2천 명이다.

골닷컴: LAFC는 미국 프로스포츠 전 종목을 통틀어 마케팅 부서가 없는 최초의 구단이라고 들었다.

리치: 나는 브랜드와 커뮤니티 부서의 이사직을 맡고 있다. 우리는 마케팅이라는 단어와는 거리를 두고 싶다. 기업논리가 지배적인 미국에서 전통적인 마케팅은 관계보다는 거래를 우선시한다. 거래를 중시하면 항상 무언가를 남에게 파는 게 더 중요하다. 우리는 앞서 말한 정체성을 확립하고,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브랜드를 지키는 일로 마케팅을 대신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왜(why)’라는 개념이다.

나와 당신이 신발을 만들어 파는 사업을 한다고 가정해보자. 가장 쉽게 돈을 버는 방법은 아는 사람을 통해 신발 몇 켤레를 팔아 운이 좋으면 입소문을 타고 더 많은 신발을 파는 것이다. 그러나 가장 이상적인 성공은 우리가 만든 신발 회사만의 정체성을 이해하는 사람들과 함께 커뮤니티를 만들어 그들에게 그저 착용만 하는 신발보다 더 큰 가치를 주는 것이다. 사람들이 우리가 ‘왜’ 신발을 만들었는지를 이해시켜야 한다.

물론 신발의 디자인도 중요하다. 그런데 디자인이 이쁘지 않아도, 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왜 신발을 만드는지를 이해하면 디자인은 두 번째다. 그 사람들은 우리가 만드는 신발을 신는 가치를 알기 때문이다.

골닷컴: LA에는 모든 종목을 통틀어 프로 스포츠팀이 아홉 개나 있다. 이 중 하나는 축구팀 LA 갤럭시다. 또한, LA는 과거 축구팀 치바스USA가 창단 후 재정난 끝에 실패해 해체된 곳이기도 하다. 이런 치열한 시장에서 LAFC가 성공을 자신하는 원동력이 있나?

리치: LAFC에서는 누구도 이 시장에서 성공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고 자신할 정도로 건방진 사람은 없다. 그러나 우리는 스스로 설정한 목적, LAFC가 존재하는 이유를 믿는다. 우리는 구단 명칭을 LA 풋볼클럽(LAFC)로 할지, 일반 미국인들에게 더 익숙한 LA 사커클럽(LASC)로 할지를 한 달간 상의한 끝에 결정했다.

풋볼을 선택한 이유는 LA는 이민자가 많은 곳이기 때문이다. 포르투갈에서 부모님을 따라 미국 LA로 이민온 다섯 살짜리 아이도 풋볼클럽이라는 이름을 보는 순간 우리팀, 그리고 LA라는 곳과 연결고리가 생길 수 있다. 한국에서 온 유학생도 FC라는 이름만 봐도 우리가 축구팀이라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다. 진심을 담아서 모두에게 접근해야 관계를 맺을 수 있고, 그렇게 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프로축구(K리그)가 인기 있으려면 프로야구와의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LA에는 야구팀이 두 개, 농구팀이 두 개, 아이스하키팀이 두 개, 미식축구팀이 두 개나 되고, LAFC 외에는 LA 갤럭시라는 축구팀이 있다. LAFC는 그들을 경쟁대상으로 보는가?

리치: 같은 지역에 스포츠 팀이 있다고 해서 그들을 직접적인 경쟁대상으로 여기는 건 현명하지 못한 생각이다. LAFC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그들과 경쟁하지 않는다. 그들이 각자 만드는 것, 그리고 우리가 만드는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새로운 것을 만든다.

구단의 성공, 구단의 관중몰이와 해당 국가나 지역에서 축구가 얼마나 인기 있는 스포츠인지는 꼭 상관관계가 절대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독일에 가서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아르헨티나에서 가서 보카 주니어스를 봐라. 두 팀 다 세계에서 가장 열광적인 홈구장 분위기를 자랑한다. 그렇다고 그곳에서 경기장을 꽉 채우고 함성소리를 내는 모든 사람들이 매일매일 축구에 빠져 사는 게 아니다. 그들은 서로서로 함께 축구를 통해 만드는 공유하는 문화를 원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맺어야 한다.

Rich Orosco, LAFC

골닷컴: LAFC는 올 시즌 홈에서 10경기를 치른 현재 평균 관중수가 홈구장 최다수용인원 2만2천 명을 넘긴 2만2072명이다. 이렇게 경기장을 채우는 팬 중 상당수가 축구팬이 아니라고 봐도 되는 건가?

리치: 축구 팬만 찾는 팀의 홈구장은 절대 매진되지 않는다. 심지어 우리 홈구장의 서포터즈석인 노스 엔드에서 90분 내내 응원가를 부르는 팬들도 전부 다 축구 팬은 아니다. 우리가 원하는 건 함께하는 문화, 우리가 사는 LA를 축복하는 문화, 새로운 경험을 원하는 문화의 일부가 되기를 원하는 팬들이다. 솔직히 말하면 축구에만 관심이 있는 팬들이 우리 홈구장 관중석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약 25% 정도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부터 우리팀이 6연패를 당해도 대다수 팬들은 떠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우리와 함께 만든 커뮤니티를 위해 이곳에 오지, 우리가 골을 넣고 이기는 모습을 보려고 오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골닷컴: 한국 K리그에서는 축구에 열광적인 서포터즈와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여가 시간에 즐길거리를 찾아 경기장에 오는 일반 관중 사이에 괴리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리치: 구단이 해결하지 않으면 봉합할 수 없는 문제다. 우리는 모두를 아우르겠다는 마음으로 팬들을 부른다. 이 중에서도 서포터즈는 가장 열정적인 팬들이다. 구단에서 건전한 응원 문화를 만드는 데 앞장 서면, 서포터즈는 누구보다 먼저 우리를 위해 열정적인 응원을 해줄 사람들이다. 설령 일부 서포터즈가 폭력적인 행동을 하면, 사건의 가해자를 찾거나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는 게 우선이 돼야지 서포터즈 전체를 가리키며 ‘저 사람들 좀 봐!’하는 풍토가 생기게 해서는 안 된다.

게다가 축구는 서포터즈 문화가 성숙해지고, 열광적일수록 더 매력적인 방송 컨텐츠가 될 수 있다. 나 또한 가끔 도르트문트의 홈경기를 TV로 보면 경기보다는 관중석에서 뿜어져 나오는 분위기에 매료돼 방송을 계속 보게 된다. 구단이 서포터즈와 어떻게 협업하고, 함께 하느냐에 따라 많은 게 달라진다. 서포터즈가 구단의 홍보대사, 즉 앰버서더 같은 존재가 돼야 한다. 구단은 서포터즈가 만든 토양에 어떻게 물을 줘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골닷컴: LAFC는 2014년에 설립됐지만, 리그에 가입한 건 올해다. 창단하는 데만 4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리치: 우리가 그저 LA라는 도시에서 축구를 하겠다는 생각만 했다면 팀을 만드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있건 없건 이미 축구라는 스포츠는 LA에 자리잡고 있는 존재다. 우리가 고민한 건, 이 도시 곳곳 길거리에서 축구를 하고 있는 사람들부터 취미삼아 축구 컨텐츠를 만들어 인터넷에 올리는 사람들, 사진이나 영상 촬영을 할 줄 아는 이들 중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을 찾는 방법이었다. 그런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게 구단이 창단하면 경기장에서 공을 찰 선수들이 구성할 팀을 만드는 것보다 우선이었다. 그래야 관계를 맺을 수 있고, 스토리텔링을 할 수 있다.

이게 바로 거래와 관계의 차이점이다. 지금 LA에 사는 누군가에게 LAFC에 대해 물어보면, 아마 그들은 우리가 심장과 영혼이 있는 팀이라고 답할 것이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의 가슴에 와닿을 수 있을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

골닷컴: 한국에서 전격 창단을 선언한 후 단 몇 개월 만에 이듬해 바로 K리그에 가입한 구단이 꽤 많다. 그래서 LAFC가 3~4년에 걸쳐 창단을 준비했다는 얘기를 처음 듣고 놀란 기억이 있다.

리치: 3~4년 정도가 적당한 기간이다. 6개월 만에 팀을 만들 수는 없다. 그저 비어 있는 경기장 하나 찾아서 그곳에다가 선수를 영입해 팀을 결성해놓고 축구 경기를 좀 한다고 사람들이 와주기를 바라는 건 욕심이다.

우리는 2014년 설립 후 약 1년간 인프라 구축에 집중했다. 어디에 경기장을 짓고, 어떤 방식으로 구단을 운영할지를 고민했다. 이후 약 2년 동안 앞서 말한 방식대로 커뮤니티를 만들고, 관계를 맺었다. 우리가 새로 만든 경기장에서 공을 차기도 전부터 홈 개막전 티켓이 매진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마케팅 캠페인으로는 절대 관계를 맺을 수 없다. 길거리에 대형 광고 몇 개를 걸어놓는다고 관계가 맺어지는 게 아니다.

LA는 볼거리가 많고, 화려함을 상징하는 도시다. 이곳은 마케팅을 좀 했다고 해서, 광고를 하는 데 돈을 많이 들였다고 해서 흥행을 기대할 수 없는 지역이다. 지금 우리 홈구장에서 연출되는 분위기는 지난 3년간 우리가 맺은 관계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골닷컴: 3~4년간 거친 창단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팬들의 참여를 이끄는 게 중요하다는 건가?

리치: 바로 그거다. 팀을 팬들과 함께 만들수 있도록 끈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톰 펜 LAFC 회장은 늘 ‘공동 창조(co-creating)’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혼자 할 수 있는 것보다 큰일을 하고 싶어하는 욕망이 있다. 우리가 ‘공동 창조’를 위해 헌신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골닷컴: LAFC 회장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회장단에 포함된 인물들의 이름만 봐도 정말 화려하다. 아무래도 이런 점이 처음 구단을 창단할 때, 시장을 공략하는 데 강력한 ‘셀링 포인트’가 됐을 것 같은데.

리치: 일정 부분 인정한다. 사람들은 매직 존슨, 피터 구버, 미아 햄이 하는 일이라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으니까. 그런 점이 대중의 관심을 이끌게  할 만한 시작점이 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런데 우리팀 경기장 관중석이 꽉 차는 원인은 회장단 때문이 아니다. 관중석이 매진되는 이유는 우리가 LA 곳곳에 자리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었기 때문이다. 구단 내부적으로도 회장단에 포함된 누군가의 이름을 앞세워 관중몰이를 한 적은 없다.

다만, 그들이 가진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경기장을 지을 부지를 찾고 18개월 만에 공사를 마칠 수 있었다. 그들이 여러 기업과의 관계를 맺고 있고, 지역 사회에서 사업 활동을 하고 있는 덕분에 가능했던 일이다. 가장 중요한 건 회장단에 포함된 전원은 개개인마다 우리 구단의 일부가 되고싶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도 이 구단에 큰 애착을 가지고 있어서 이 모든 게 가능했다.

골닷컴: 그래도 회장단의 ‘스타 파워’는 물론 자금력 덕분에 LAFC가 이렇게 많은 투자를 할 수 있었던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 아닌가?

리치: 우리에게 ‘자본’이라는 존재는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관계의 자본이고, 두 번째 말 그대로 돈을 뜻하는 자본이다. 우리는 전 세계 엔터테인먼트의 캐피털  LA에 있다. 축구가 아니어도 할 게 많은 곳이다. 우리가 맺은 관계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지 않고서는 누구도 이 구단에 돈을 투자할 이유가 없다. 당연히 구단을 창단하고, 구장을 새로 짓고, 계속 운영을 하려면 돈이라는 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는 회장단을 구성한 이들이 투자하는 돈이 올바르게 쓰일 수 있도록 항상 노력해야 한다.

골닷컴: 한국 K리그는 수년째 연고지 밀착, 팬문화 형성이라는 말은 늘 있지만 실제로 이를 성공시킨 구단은 많지 않다. LAFC와는 달리 구단에 주어진 금전적, 시간적 여유도 넉넉지 않다.

리치: 쉽진 않겠지만, 누군가는 내부적으로 구단 운영진에 도전할 수 있어야 한다. 회장, 이사진이 한 공간에 모여 머리를 맞대고 앉아 대화를 나눠야 한다. 구단에 소속된 모든 이들이 서로 눈을 마주보고 대화하는 문화부터 만들어져야 한다. 구단의 목적은 커뮤니티를 형성해 지역사회에 ‘좋은 일’을 하는 것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한 후 이를 달성하는 데 헌신해야 한다. 이게 안 되면 그다음은 무의미하다.

팬들이 원하는 건 늘 단순하다. 우리 팬들이 우리 구단에 원한 건 딱 두 가지였다. 안전한 스탠딩 응원석과 저렴한 맥주. 내가 알기로는 우리 구장 서포터즈석 쪽에서는 하이네켄 맥주는 한잔에 5달러 정도에 살 수 있다. 구단의 우두머리부터 이런 생각을 해야 조직이 앞으로 갈 수 있다. 경청하고, 헌신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팬들이 원하는 집을 만들어주겠다는 생각을 하는 게 우선이다. 조만간 나도 꼭 한국에 가고싶다. 이미 LA 코리아타운에는 자주 간다. 아, 그리고 나는 수십년째 토트넘 팬이다. 누구보다 손흥민을 사랑한다!

Rich Orosco, LAFC

인터뷰=한만성 기자

사진=홍종현, LAFC 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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