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상암] 강동훈 기자 = 손흥민(33)이 토트넘(잉글랜드) 유니폼을 입고 마지막 경기를 치렀다. 토마스 프랑크(51·덴마크) 감독은 “손흥민은 오늘이 마지막 경기가 될 것”이라며 이날 경기가 손흥민의 토트넘 고별전임을 밝혔다. 정들었던 토트넘과 10년 동행에 마침표를 찍게 되자 끝내 눈물을 흘린 손흥민은 “처음에는 안 울 줄 알았는데, 오랜 시간을 보냈던 팀을 떠나려 하니 마음이 쉽지 않았다. 선수들 한마디 한마디를 들으며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프랑크 감독은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뉴캐슬 유나이티드(잉글랜드)와 2025 쿠팡플레이 시리즈 2경기에서 1-1 무승부를 거둔 직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오늘이 손흥민의 마지막 경기일 것 같다”고 이렇게 말했다. 손흥민이 향후 예정된 프리시즌 친선경기에서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뛰는 모습을 더 볼 수 있냐는 질문에 선을 그은 것이다. 토트넘은 오는 9일 김민재가 뛰고 있는 바이에른 뮌헨(독일)과 프리시즌 친선경기를 앞두고 있다.
프랑크 감독은 “손흥민은 프로페셔널하게 경기를 잘 준비했다. 팀 구성원 모두가 손흥민이 그라운드 안팎에서 프로페셔널한 선수라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여느 경기와 다름없이 준비했다”고 밝혔다. 손흥민이 교체돼 나올 당시 양 팀 선수들은 물론이고, 코칭스태프들도 박수를 보내며 격려한 것을 두고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모두가 손흥민에게 존경을 표하는 순간이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앞서 손흥민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서울국제금융센터(TWO IFC)에서 진행된 공식 기자회견에서 “한 가지 말씀드려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문을 연 후 한참 뜸 들이다가 “정말 어려운 결정이었다. 올여름을 끝으로 팀을 떠나기로 결정했다”고 토트넘과 10년 동행에 마침표를 찍는다고 밝혔다. 그동안 손흥민의 미래를 두고 다양한 추측이 끊이질 않았던 가운데 그가 스스로 이별을 알린 것이다.
토트넘을 떠나기로 결정한 이유를 묻자 손흥민은 “한 팀에서 10년간 있었던 건 자랑스러운 일이다. 저 스스로 정말 하루도 빠짐없이 팀을 위해 모든 걸 받쳤다고 생각한다. 최선을 다해 노력했고,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우승을 하면서 팀에서 이룰 수 있는 것을 다 이뤘다고 생각했다. 그게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팀을 떠나기로 결정한 지는 조금 오래됐다. 새로운 환경과 동기부여가 필요했고, 새로운 변화가 필요했다”고 덧붙였다.
향후 거취를 묻는 질문에 “이 자리를 통해서 어디로 간다고 말씀드리려고 온 건 아니”라고 선을 그은 손흥민은 “향후 거취는 확실하게 결정이 되면 그때 가서 말씀드리겠다”고 말을 아꼈다. 손흥민이 향후 거취에 대한 질문에 답변을 회피했지만 현재로서 가장 유력한 차기 행선지는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로스앤젤레스 FC(LA FC)다. LA FC는 올여름 새로운 슈퍼스타로 손흥민을 낙점, 영입을 위해 이적 제안을 보내면서 구체적인 협상을 벌이고 있다.
지난 2015년 바이어 레버쿠젠(독일)을 떠나 토트넘 유니폼을 입은 손흥민은 이적 첫 시즌은 적응 등을 이유로 고전했지만,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적응을 마친 후 눈부신 퍼포먼스 속에 ‘에이스’로 발돋움했다. 10년 동안 통산 454경기를 뛰면서 173골·101도움을 기록했다. 토트넘 역사상 최다출전 6위이며, 최다득점 5위에 해당한다. 이 기간 손흥민은 아시아 선수 최초의 기록들을 써 내려가며 레전드로 남았다.
손흥민은 주장 완장을 달고 UEL 우승을 이끌며 팀에 41년 만의 UEFA 유럽클럽대항전 트로피를 안겼고, 모하메드 살라와 함께 EPL 공동 득점왕(23골)에 올랐다. 국제축구연맹(FIFA) 푸스카스상(한 해 동안 가장 멋진 골을 넣은 선수에게 수여하는 상)을 수상하고, 2019년과 2022년 세계 축구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발롱도르 후보에도 올랐다. 이밖에도 각종 개인 수상을 휩쓴 그는 아시아인 최초로 주장으로 임명돼 선수단을 이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