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상암] 김형중 기자 = 가나와 평가전의 화두는 플랜B였다. 특히 부상 공백이 컸던 중원 조합에 대한 실험이 계속 되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18일 저녁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아프리카의 맹주 가나와 친선 경기에서 1-0으로 승리했다. 전반전에는 슈팅 단 1회만 기록했을 정도로 졸전을 펼쳤지만 후반 중반 이태석의 A매치 데뷔골이 터지며 승리로 장식했다. 경기력 자체에는 의문이 따랐지만 월드컵 본선 포트2 진입이라는 목표를 달성했다는 데 의미가 있었다.
이번 11월 A매치 소집 전 홍명보호는 연이은 부상 소식으로 비상에 걸렸다. 주전 미드필더 황인범을 시작으로 파트너로 중용되던 백승호마저 쓰러졌다. 이어 측면 자원 이동경도 소집이 불발되며 우려가 높아졌다. 그러나 부상 공백을 메우기 위해선 플랜B가 필요했고 11월 2연전은 이 실험을 위한 무대가 되었다.
볼리비아전에서 김진규와 원두재 카드를 꺼내든 홍명보 감독은 가나전에선 유럽파 권혁규와 옌스 카스트로프를 중앙에 배치시켰다. 프랑스 리그1 낭트FC에서 뛰는 권혁규는 A매치 데뷔전이었고 9월부터 연이어 소집된 독일 분데스리가 묀헨 글라트바흐의 카스트로프는 백업 자원으로서 실험대에 오르게 됐다.
그러나 신통치 않았다. 두 선수는 주변 포지션 선수들과 호흡이 잘 맞지 않았고 매끄러운 연결이 아쉬웠다. 수비 시에는 강력한 홀딩과 함께 넓은 범위 커버를 기대했지만 만족스럽지 못했다. 중원에서 풀어나가는 패스는 꽤 많이 상대 수비에 차단되었다. 백패스 미스로 순간적으로 위기를 맞이하기도 했다. 결국 홍명보 감독은 하프타임에 중원 조합을 한 번에 교체했다.
경기 후 만난 카스트로프의 얼굴엔 아쉬움이 가득했다. "최고의 모습이 아니었다"라는 그는 "리그에서 퇴장으로 한 달 가까이 뛰질 못해 리듬에 문제가 있었다.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라며 자책했다. 이어 "점점 좋아져야 하는 게 나의 일"이라며 계속해서 정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후반 시작과 함께 그라운드에 나선 선수들은 서민우와 김진규였다. 올 시즌 각각 강원FC와 전북현대의 허리를 든든히 지킨 선수들이었다. 두 선수로 바뀌자 중원의 혈이 뚫렸다. 측면에 있는 선수들과 유기적인 움직임이 살아나며 공격의 활로가 나타났다. 서민우는 순간적인 집중력으로 상대 선수들의 미스를 놓치지 않았고, 김진규는 특유의 센스 있는 플레이로 탈압박을 주도했다. 허리가 유연해진 한국은 득점까지 뽑아낼 수 있었다.
특히 서민우는 반전의 계기를 만들었다. 10월 대표팀 소집에 뽑히지 못했던 그는 이번 소집에도 대체 발탁으로 합류했다. 그리고 백업 자원이 필요할 때 홍명보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다. 그는 "9월에는 출전 기회를 못 얻었고 10월에는 소집되지 못하면서 쉽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스스로 돌아보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며 준비하는 데 집중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대체 발탁으로 합류해 감사하다. 첫 경기는 출전하지 못했지만 팀이 필요로 할 순간을 대비해 컨디션과 집중력을 유지했다. 기회를 받았을 때 준비한 모든 것을 보여드리고자 했고 팀에 긍정적인 도움이 된 것 같아 다행"이라며 "앞으로 대표팀에서 신뢰 받는 선수가 되도록 인내하고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