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은 대한민국 대표팀 주장이다.
작은 스마트폰으로 생중계를 즐기는 세상이다. 그래도 사람들은 경기장을 찾는다. 눈앞에서 생생함에 몰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TV카메라 앵글 바깥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목격할 수 있다. 특권이다.
10일 저녁 대한민국 벤투호는 파라과이와 평가전을 치렀다. 수원월드컵경기장 관중석도 가득 찼다. 홈그라운드에서 국가대표팀 경기를 네 번 연속 관전하는 기회는 흔하지 않다. 슈퍼스타 손흥민이 나선다면 더 바랄 게 없다. 심지어 경기 종료 직전 짜릿한 동점골이 터졌다. 승리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경기 내용상 정우영의 2-2 동점골도 빅버드 4만 관중에겐 멋진 선물이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서도 그 순간의 함성이 귓가에서 맴돌았다.
파라과이전에서 나는 아주 멋진 움직임을 봤다. 후반 추가 3분이었다. 김영권의 패스를 향해 들어가는 엄원상의 쇄도? 정확히 자리를 찾아 들어간 정우영의 위치 선정? 아니었다. 골이 들어간 직후 손흥민의 플레이였다. ‘극장 동점골’이 터졌다. 골셀러브레이션을 펼쳐도 될 법한 상황이었다. 손흥민은 달랐다. 파라과이 골대 쪽으로 달려들었다. 목표물은 파라과이 선수들의 허탈한 다리 사이에 놓인 볼이었다. 손흥민은 볼을 주워 센터서클을 향해 질주했다. 플레이 재개 지점에 볼을 놓은 뒤, 손흥민은 주심을 매섭게 노려보면서 다시 도움닫기 자세를 취했다. 경기는 불과 1분 뒤에 종료되었다.
쿠팡플레이손흥민은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주장이다. 독보적 에이스다. 브라질, 칠레, 파라과이를 상대로 모두 선발 출전했다. 두 경기 연속으로 환상적인 프리킥 골도 터트렸다. 가뭄에 콩 나듯이 득점 기회가 적은 월드컵을 앞두고 이런 세트피스 득점은 반가울 수밖에 없다. 에이스의 득점이었기에 더 좋았다. 알다시피 지금 진행 중인 A매치 4연전의 현장 분위기는 거의 ‘손흥민 슈퍼콘서트’에 가깝다. 모든 팬이 손흥민을 주목한다. 손흥민에게 환호한다. 기대감이 쌓이면 부담감이란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손흥민은 그런 상황을 동기부여로 변환하고 있는 것 같다. 내가 다 든든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래도 내게는 볼을 주워 빠르게 되돌아가는 손흥민의 집념이 제일 믿음직했다. 골을 자축하던 후배 정우영도 센터서클로 되돌아가는 손흥민을 발견하곤 팔을 휘저으며 “빨리! 빨리!”를 외쳤다. 물론 승부를 뒤집기에는 물리적 시간이 부족했다. 아마 손흥민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볼을 들고 센터서클을 향해 질주했다. 무승부에 만족하지 말라는 메시지가 최소한 나이 어린 정우영에게는 분명히 전달되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말라는 메시지. 이거, 월드컵에서 제일 필요한 것 아닌가?
사실 손흥민의 간절함은 선제 실점을 내준 순간부터 보였다. 상대 진영에서 돌아가는 볼을 향해 손흥민 혼자 압박하러 뛰어다녔다. 수비로 가담해 슬라이딩태클로 상대와 엉켰다. 생각해보라. 승패 결과가 무겁지 않은 평가전이었다. 지금 벤투호에서 손흥민이 제일 피곤하다. 한 시즌을 마치고 돌아왔다. 유럽파 중에서도 출전시간이 제일 길었다. 소속팀은 막판까지 4위 싸움을 벌였다.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올랐으니 긴장이 풀릴 만도 하다. 현재 손흥민은 카타르월드컵 최종엔트리 포함 가능성이 전 세계에서 제일 큰 선수 중 한 명이다. 아프다며, 지쳤다며 쉰들 누구나 이해한다. 그런 선수가 평가전에서 제일 악착같이 뛰었다. 이기고 싶다는 열망이 가장 커 보였다.
A매치 3경기에서 벤투호의 경기력은 만족스럽지 않았다. 기술적 측면보다 선수들의 집중력이 결여된 장면이 잦아서 걱정스럽다. 파라과이전도 마찬가지였다. 역습을 자주 허용했다. 역공 개시 시점에서 집중하지 않아 타이밍을 놓쳤기 때문이다. 어떤 선수는 플레이 재개 상황에서 유난히 반응이 느렸다. 상대가 부리나케 플레이를 재개하자 그제야 허겁지겁 뒤따라갔다. 집중하지 않았다는 표시이다.
경기 후 파울루 벤투 감독은 “평소 상황 판단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은 경기에서 뛰던 선수들이 이렇게 인텐시티(intensity)가 높은 경기를 연속적으로 치르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면서 “선수들도 많이 배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벤투 감독의 메시지를 뼈아프게 들어야 할 선수들이 있다. 카타르월드컵 전까지 지금보다 나아져야 하는 선수들이다.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막판 동점골이 터진 순간, 다들 ‘와! 따라붙었어!’라면서 안도하던 순간, 손흥민이 어떻게 했는지를 보면 된다. 그 열정만 배워도 발전할 수 있다.
글, 그림 = 홍재민
사진 = 대한축구협회, ’쿠팡플레이’ 중계화면 캡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