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요르단 암만] 김형중 기자 = 태극전사들이 아시안컵에서 요르단에 당했던 수모를 깔끔히 되갚았다. 축구 국가대표팀은 요르단을 꺾고 월드컵 아시아 예선 조 선두에 올랐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이 10일 오후 11시(한국시각) 요르단 수도 암만에 위치한 암만국제경기장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3차전 요르단과의 원정 경기에서 2-0으로 승리했다. 전후반 각각 이제성과 오현규의 연속골이 터지며 승점 3점을 챙긴 한국은 요르단을 따돌리고 B조 선두에 올라섰다.
홍명보 감독은 4-3-3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이강인은 오른쪽 측면 공격수 자리에 위치해 손흥민이 빠진 공격의 선봉장에 섰고 반대쪽은 황희찬의 몫이었다. 최전방에는 K리그 득점왕 출신 주민규가 나섰다. 중앙은 이재성이 공격형 미드필더에 섰고, 황인범과 박용우가 뒤에서 지원했다. 수비에선 조유민이 김민재의 파트너로 낙점 받았고 양 측면 풀백은 이명재와 설영우가 나섰다. 골키퍼 장갑은 조현우가 꼈다.
경기 초반부터 요르단이 홈 팬들의 뜨거운 함성을 뒤에 업고 공격적으로 나섰다. 전반 3분 만에 오른쪽에서 올라온 크로스에 발을 갖다 댄 것을 조현우가 가까스로 막아냈지만 파울이 먼저 선언되었다. 전열을 가다듬은 한국은 1분 뒤 황희찬의 패스를 받은 주민규가 박스 안에서 돌아서며 슈팅 했지만 골대를 크게 벗어났다.
전반 10분 황희찬이 상대 수비의 발에 걸려 넘어져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벤치에서는 빠르게 배준호와 엄지성을 준비시켰다. 그러나 황희찬이 치료 후 그라운드에 다시 투입되었다. 이후 경기는 팽팽하게 진행되었다. 전반 19분 이명재가 황희찬의 패스를 받아 왼발로 때렸지만 골대가 외면했다.
황희찬이 다시 한번 태클에 걸려 쓰러졌다. 곧바로 더 이상 못 뛴다는 사인이 들어갔고 홍명보 감독은 엄지성을 투입했다. 전반 23분이었다. 황희찬은 왼발을 전혀 지면에 닫지 못한 채 스태프 두 명의 부축을 받으며 경기장을 빠져나왔다.
부상으로 선발 자원을 잃었지만 한국이 힘을 냈다. 요르단의 비매너 거친 플레이에도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전반 38분 드디어 선제골을 뽑아냈다. 오른쪽에서 올라온 설영우의 크로스를 이재성이 정확한 헤더로 골망을 흔들었다. 한국의 한 방에 요르단 관중들이 순간적으로 침묵에 빠졌다. 양 팀의 전반전은 한국이 1-0 한 골 앞선 채 종료되었다.
대한축구협회요르단은 에이스 알나이마트를 넣으며 후반을 시작했다. 후반 초반 요르단이 공격에 나서자 관중들이 일제히 소리를 지르며 분위기를 올렸다. 하지만 한국 선수들은 차분히 경기에 임했다. 후반 3분에는 이강인이 페널티 박스 바로 바깥에서 프리킥을 얻어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엄지성이 부상으로 배준호로 교체되었다. 두 번째 부상 불운이었다. 홍명보 감독은 주민규 대신 오현규도 투입했다.
후반 7분 위기를 맞았다. 오른쪽 측면을 허용한 한국은 요르단의 중앙 패스를 막지 못했고 조현우가 골대를 비우고 나와 간신히 막았다. 요르단이 흘러나온 볼을 슈팅까지 연결했지만 골대 위로 떴다.
한국은 후반 중반에 접어들며 주도권을 잡았다. 이강인과 황인범의 기술적인 볼 처리로 공격 작업을 만들어 갔고 최전방의 오현규까지 연결되며 상대를 위협했다. 요르단은 역습을 통해 득점을 노렸지만 후방의 김민재와 조유민이 적절한 커버 플레이로 막아냈다.
후반 23분 한국의 추가골이 나왔다. 교체로 들어간 오현규가 왼쪽에서 한번 접고 오른발로 때려 골문을 갈랐다. 요르단 관중들은 정적에 빠졌고 한국에서 온 원정 팬들은 오현규와 함께 신나는 세리머니를 즐겼다. 추가골 이후 요르단의 추격 의지가 다소 꺾였다. 세트피스 공격과 역습의 날카로움이 떨어졌다. 세트피스 시 장신의 야잔도 공격에 가담했지만 김민재가 버티는 한국 수비진을 넘기엔 역부족이었다. 후반 34분에는 배준호의 슈팅을 요르단 골키퍼가 깜짝 놀라며 막아냈다.
남은 시간 한국은 여유 있게 경기를 운영했다. 굳이 빠르게 플레이 할 필요가 없었다. 경기를 조율할수록 요르단이 조급해지며 실수가 나왔다. 한국은 센스 있는 경기 운영으로 큰 위기를 맞이하지 않았다. 홍명보 감독은 정규시간 막판 이강인과 황인범을 빼고 백승호와 홍현석을 넣으며 중원을 강화, 굳히기에 나섰다.
추가시간이 7분 주어졌지만 한국은 끝까지 잘 막아냈다. 한국이 단단히 수비 벽을 쌓자 요르단이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었다. 결국 경기는 한국의 2-0 승리를 끝났다. 멀리 한국에서 경기장을 찾은 280여 명의 팬들과 교민들은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