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상암] 강동훈 기자 = 파라과이전 태극전사들을 응원하기 위해 모인 붉은악마 수는 2만2206명. 경기가 열린 상암벌(서울월드컵경기장)의 수용 관중 수(6만6704석)의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캡틴’ 손흥민(로스앤젤레스 FC)을 비롯해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강인(파리 생제르맹·PSG) 등 해외파가 총출동한 A매치인 것을 고려하면 그야말로 흥행 대실패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14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끝난 파라과이와 10월 A매치 평가전에서 2대 0으로 승리했다. 약 3년 4개월여 만에 다시 만난 파라과이를 제압한 한국은 역대 상대 전적에서 7전 3승4무1패가 돼 격차를 조금 더 벌렸다. 10월 A매치 평가전에서 1승1패를 기록한 태극전사들은 금일 소집 해제하면서 각자 소속팀으로 복귀한다.
승리하긴 했지만 마냥 웃을 수가 없었다. 이날 공식 집계된 관중 수는 2만2206명. 흥행 참사다. 사실 예고된 참사였다. 축구 팬들은 지난 10일 같은 장소에서 펼쳐진 브라질전(0대 5 패)에서 제대로 된 공격도 보여주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무너지자 크게 실망했고, 파라과이전도 별반 다르지 않을 거로 판단하면서 예매를 취소하는 등 발길을 돌렸다.
특히 팬들은 야유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홍 감독에게 크게 분노했다. 실제 홍 감독은 팬들의 야유에 대해 “제가 컨트롤할 수 있는 게 아니”라며 “그저 제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게 제 역할”이라고 말했다. 팬들의 야유를 신경 쓰지 않고 2026 북중미 월드컵까지 계속 지휘봉을 잡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평소라면 킥오프 전부터 팬들이 인산인해를 이루면서 활기를 띠는 서울월드컵경기장 주변은 한적했다. 평일 저녁인 데다, 밤부터 비 예보가 있다곤 해도 평소 A매치와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킥오프 이후로도 관중석은 텅 비어 있었다. 빈자리가 눈에 띄게 보일 정도였다. 결국 이날 태극전사를 향한 응원 소리도 비교적 작았다.
특히 대한축구협회가 손흥민의 A매치 최다 출전(137경기) 기념행사를 진행했는데, 관중석이 텅 비어 있다 보니 기념행사도 사실 의미가 퇴색됐다. 축구협회는 새로운 기록을 쓴 손흥민이 태극마크를 위해 보여준 헌신의 가치를 되새기고 그 의미를 팬들과 나누는 자리가 될 거로 기대했지만 흥행 대참사 속 계획이 물거품이 됐다.
한국 축구는 홍 감독 부임 후 계속해서 흥행에 실패하고 있다. A매치 마지막 매진은 지난 3월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요르단과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8차전이다. 이후 지난 7월 국내에서 열린 2025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3경기(중국·홍콩·일본)와 브라질전 그리고 파라과이전까지 6경기 연속 A매치 매진에 실패 중이다.
이는 축구 팬들이 지난해 7월 부임 과정에서 공정성 논란을 빚은 홍 감독을 지지하지 않고, 또 축구협회의 각종 행정적 난맥상으로 불신이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 축구 팬들은 그간 A매치 때마다 홍 감독을 향해 야유를 퍼부었다. 홍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치른 첫 경기부터 ‘피노키홍’ ‘한국 축구의 암흑시대’ 등 걸개를 걸면서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편, 한국은 이날 ‘2001년생 동갑내기’ 엄지성(스완지 시티)과 오현규(헹크)의 연속골을 앞세워 파라과이를 2대 0으로 제압하면서 브라질전 완패의 아픔을 털어냈다. 전반 15분 만에 엄지성이 문전 앞에서 완벽한 찬스를 잡아 침착한 마무리로 선제골을 터뜨렸고, 후반 30분 오현규가 일대일 찬스를 놓치지 않고 추가골을 뽑아냈다.
